오리진 2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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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인 '알파'와 모든 것의 끝인 '오메가'라는 단어는 성경의 계시록에 나오는 말로 하나님께서 당신 스스로를 설명하신 말씀이다. 창조주를 갈망하는 피조물이 갖는 필연인지, 인간은 끝없이 시작인 기원과 끝인 종말에 대한 질문과 답을 과학적 발견과 종교에서 찾아왔다.

댄 브라운은 종교를, 특히 개신교와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를 철저한 회의론적인 시각에 입각해서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심지어 '다빈치 코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막달레나 사이의 아이의 후손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룸으로써 일부 종교계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 역시 '다빈치 코드'를 소설과 영화로 접하기 전에는 무신론자의 흔한 종교 비하적 작품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내가 보기에는 과학의 기반을 둔 철저한 회의론자의 창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반지성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게 보인다.

종교는, 특히 기독교는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를 회의론을 배격한 반지성주의적 리더십으로 이끌어간 주요 종교였기에 그의 소설에서 유독 차가운 대접을 받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댄 브라운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보다는 불가지(不可知)로 돌림으로써 과학과 종교를 분리시켜 보고자 하는 관점으로 써내려 간 것으로 보여 반 종교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보기보단 반지성적, 근본주의적인 독단주의에 대한 경계로 읽혀졌다.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함으로 리뷰를 끝맺을까 한다.

"나는 아주 복잡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엄마는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한 신실한 분이었고, 아버지는 학교 수학 선생이었다. 과학과 종교의 세계에서 자란 거다. 열 살 무렵부터 종교에 대해 궁금증을 품기 시작했다. 성경의 이야기가 더 이상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몇몇 종교적 주장에는 심각한 의문까지 품게 됐다. 그런데 과학 속으로 발을 디딜수록 종교와 과학이 결국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과학을 깊게 파고들면서 들었던 궁금증은 점점 종교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종교에 대한 내 궁금증은 종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지, 지적인 사람은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만 믿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 궁금증은 영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책장을 넘기는 게 즐거운 스릴러 쓰고 싶었다


"지성을 가진 인간들이 어떻게 신의 이름과 그 망할 놈의 외계인을 들먹이지 않고는 자신의 기원에 대한 토론을 시작조차 못 한단 말입니까!"

"에드먼드 커시는 ‘신은 죽었다‘라고 외친 최초의 무신론자가 아니고, 아마 마지막도 아닐 거예요. 커시 씨가 무엇을 발견했든 그게 공개되면 사방에서 논란이 벌어지겠지요. 유사 이래 인간의 지성은 늘 진화를 거듭해왔고, 그걸 막는 게 내 역할은 아닙니다. 물론 내 관점에서는 신을 포함하지 않는 지적 진보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만요."

"하지만 저의 신앙은, 저의 과학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진행형입니다. 저는 영혼의 문제에 관한 한 이 이론이 불가지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제에 물질이 ‘존재‘하는 방식을 설명하려고 노력할 뿐이고, 그것이 영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성직자와 철학자 들의 영역으로 남겨놓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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