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쓰는 이야기.
무표정한 아이야,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아이야, 자전거를 사랑하는 아이야, 버림 받았다 생각하는 아이야, 세상이 나 홀로라는 걸 지나치게 일찍 알아버린 아이야. 지켜준다 약속할 순 없지만 네가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게. 이제 자전거 보다 사람을, 사람 보다 자신을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 자전거가 아니라도 세상 어디든 맘 먹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말로 다 하기 힘든 찌릿한 자괴감이 공기를 감싸면, 길을 걷다 너처럼 무표정한 아이를 만나게 될까 기웃거리게 돼. 어떻게 하면 고독 속에 갇혀버린 순수를 꺼내줄 수 있니? 누가 너를 제자리에 놓을 수 있니? 무엇이 너를 자라게 할까? 어떤 말을 해줄까 오래 생각했는데, 난 역시 할 수가 없나 봐.
잊지마, 여기 언제나 노력하는 누군가 있다는 걸. 네 모든 타락과 열망과 터져버릴 듯한 숨결을 사랑해. <자전거 탄 소년>아, 이대로만 자라다오, 부디, 제발.
죽음에 대한, 죽음에 관한, 죽음을 이야기하는 거의 모든 것들. 해가 질 때마다 죽는다고 믿는 새가 있었어. 아침에 일어나면 살아있다는 사실에 매일 놀라. 죽지 않은 게 기뻐서겠지. 우리가 새와 다를 게 뭐야? 차라리 언제 죽을 지라도 알면 좋겠어. 적어도 하루는 맘껏 기쁠 수 있게. 슬픔 속에도 기쁨이 깃든다는 사실을 <레스트리스>를 보며 알게 되었다. 삶과 죽음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도. 우리 모두 여기 오래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보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걸까. 어느 누가 사라지고 싶어 하겠는가. 죽음 앞에 자유로울 자 없다.
부모의 죽음 이후 세상에서 숨어버린 에녹과 3개월의 빛나는 시간이 남아있는 애나벨의 가슴 설레는 작별. 그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지켜주는 유령 친구 히로시. 사랑은 시간이 남아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자,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구스 반 산트와 동화같은 색감을 빼면 이를 데 없이 지루했는데, 역시 나는 순수하지 못한 사람. 갈등이 필요하다고 소리치며, 죽음은 갈등이 될 수 없다고 중얼댄다. 죽음은 결국 자신의 것만 소중하니까. 타인의 죽음은 결코 나몰라라 하고 싶은 감정이니까.
어째서 이게 그러니까 <플루토에서 아침을>이 로맨스 영화라고 쭉 생각했던 거지? 사실은 너무 웃기고 기발하고 생각한 것과 다르고 독특해서 계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ㅋㅋ 어쩌다 리뷰가 이렇게 된 걸까? 편견이나 선입관을 갖고 싶은 건 아닌데 진심으로는 남자가 어째서 여자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반대는 없고 일방향성만 가지는 성 정체성도 가끔 의문.
어릴 때 성당 앞에 버려진, 여장남자 패트릭(그러니까 키튼)의 유쾌발랄상큼 엄마 찾아 삼만리. 슬프고 짠하면서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영상이 좋다. 심각할 거 뭐 있어, 버려졌다고? 자유로워진 거지. 그게 어때서? 화사하기만 하구만! 플루토(Pluto)는 명왕성. 키튼의 모든 비밀을 알고도 발설하지 않는 울새도 곁에 있으면 더 좋겠다. 슬프다. 슬퍼도 웃을 수는 있다. 울어야만 슬프다고 생각하면 오산. 착각. 바보팅이. 장미, 향수, 캔디, 밍크코트 따위 여자들만 좋아할쏘냐!!! 그녀(그)가 걸어가는 세상이 늘 지금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고, 그녀(그)가 살아갈 세상이 그녀에게도 친절하고 다정했으면 좋겠다. 앞서 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참신한 감동. 와우, 세상 참 아름답네요!
이 <타이타닉> 커플을 내가 못 잊고 있음을 깨달았다. 첫 장면부터 막 두근두근. 디카프리오는 싫지만 케이트 윈슬렛은 더 예뻐지고 있구나. 점점 예뻐지고 있구나. 아, 나 좀 오랜만에 봐서.. <더 리더>를 본 지가 어언 몇 년 전.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세월의 무상함이란ㅜㅜ 부부는 다 이렇게 산다. 부딪치고 참고 헤어질 뻔 하고 진짜 헤어질 결심도 하면서. 그들이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아니라 파리에 살아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파리에 사는 이들은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그리워할 것이다. 에이프릴을 이해하지만 프랭크가 그녀를 좀 더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만 덧씌워진 가족의 굴레와 이상향에 대한 동경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고 그녀에게 말해주지는 못하겠다. 한참 영화 곁에 서성댄다.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해도 마찬가지일텐데..
그래서 떠나버린 한 여자를 알고 있다. 떠나지는 못한 채 자신의 꿈을 찾겠다며 가족들을 버려놓는 한 여자를 알고 있다. 막상 그곳에 가더라도 거기에 자신이 바라는 게 없을 거란 걸 잘 아는 한 여자를 알고 있다.
<르 아브르>는 프랑스 노르망디에 가까운 항구도시. 구두닦이 일을 하며 아내와 견공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던 마르셀은 어느날 불법 난민 소년을 숨겨주고, 설상가상 아내는 쓰러진다. 소년과 아내를 지켜내야 하는 마르셀의 고군분투가 항구도시의 부둣가 풍경과 맞물리며 펼쳐진다. 부산이 항구도시이긴 하지만 나는 더 변두리 부둣가에 산다. 비릿한 바다내음과 갈매기 울음소리, 새벽 뱃고동 소리, 불법 난민까지 어쩜 그곳은 이곳과 뭐 하나 다를 바 없을까. 반가워서 눈이 멀고, 견공 라이카가 포스터에 들어서(그것도 모서리에 귀엽게!) 너무 예쁘다.
난민을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줄 순 없을까. 물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의 연장선상에서야 겨우 도울 수 있겠지만. 이주노동자 문제는 쉽게 결론내기 힘들다. <웰컴>의 수영해서 런던까지 소녀를 만나러, 라는 코드만 빼면 비슷한데, 그 영화가 사실적 다큐라면 이 영화는 선명한 영상이 오히려 비현실 같다. 아름다운 풍경의 눈물겨운 사연. 어울리지 않는다. 어째서 그들이 위험천만하게 타인의 땅으로 올 수밖에 없는지 더 고민했으면 한다. 비슷한 영화만 만들어내지 말고. 우린 당장 국민(북한-국제법상 반란단체일 따름)의 난민도 어쩌지 못할 형편이면서 여전히 이런 영화가 사치스럽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바로 우리 시선이자 희망인데!
'당신 뿐이야'의 기운찬, 서준영은 바른생활 사나이에 타고난 성실함, 속 깊은 마음씨, 배어있는 친절과 매너로 나무궁화 양을 사로잡는다. 기운찬과 서준영의 접점에 푹 빠진 나로선 작지만 단단하고 속이 알찬 이 청년이 과연 다른 역할에도 이토록 몰입할까 갸웃하게 했는데, 사실 <파수꾼> 말고도 그가 나오는 작품을 본 적이 있다는 걸 쓰면서 깨달았다. 이제훈도 예전에 일일극에 나와서 업둥이 아들을 연기했지. 빛이 있었다. 그 빛은 오래도록 한 군데를 비추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리고 지켜졌다면..
그 시절 우린 간혹 아니 자주 싸울 태세가 되어 있었다. 부모의 트라우마가 곧 아이의 트라우마, 부모의 컨디션이 곧 아이의 컨디션. 누구보다 예민했던 시절들. 모든 것이 우리가 하나 되게 했지만 모든 것이 우리를 하나될 수 없게 만들기도 했었다. 여자판 '파수꾼'이라면 내가 작품 하나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대학 신입생 시절과 너무 많이 닮아서 거울 보는 것처럼 섬뜩한 이야기. 나는 나의 파수꾼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나. 빛이 비치는 철로조차 이들의 안식처는 될 수 없는 것일까.
걸어가는 길이 아름다운, 과정이 험난하지 않은 풍경들을 좋아한다. 반대가 훨씬 극적이긴 하지만 성향이 그런 걸 숨기지는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바그다드 카페>도 좋아하고 <엘리자베스 타운>도 좋아진 거구나. 남남이던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가 헤어질 수밖에 없다가 다시 모이는 얘기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얘기를 몇 번이냐 쓰는 건지. <러브 송 포 바비 롱>은 나를 위해 부르는 당신의 사랑 노래. 나도 아름다운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노래. 포스터를 좀 더 신경써서 만들었다면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섣불리 짐작하지는 않았을텐데.
여기, 뉴올리언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한 곳에 모여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게 되는 이들. 지켜보는 이, 살아가는 이가 함께 하지만 여기에 심각한 상처는 없다. 이곳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있다. 둘의 구도가 아니라 셋의 구도인 것도, 현재를 얘기하기 위해 과거를 빌리는 것도. 하지만 더이상 현재의 나를 말하기 위해 언젠가의 나를 빌려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았다는 말이 필요한데 계속 영화와 상관없는 얘기만 하네. 음악이 참 좋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시적 문구도 좋다.
스콧이야, 스콧!!! 선댄스 화제작. 제목이 진부하지만 <웰컴 투 마이 하트>에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나온다니까요. 요즘 제일 핫한. 역시 난 엠마 왓슨이 더 짱이긴 하지만. 본능적으로 유럽인에게 더 끌리는 듯.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네. 둘 다 예쁜데. 블레이크 라이블리, 엠마 왓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얘네들은 진짜 가십을 몰고다니는 가십걸들. 영화는 꽤 좋았다. 딸을 잃은 부부는 서로에게 시들시들, 권태를 느낀다. 풍요로운 경제력 때문에 남편은 내기 포커를, 아내는 오래도록 바깥 출입을 하지 못한다.
어느날 출장간 남편이 전화 한 통으로 당분간 못 온다 전하고, 찾으러 나선 아내는 남편이 딸 또래의 스트리퍼를 돌봐주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부모를 잃고 스트리퍼 일을 하며 종종 잠자리로 돈을 벌기도 하는 소녀 맬로리. 처음에 어이없어 화를 내던 아내 로이스도 남편 더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부부는 맬로리가 죽은 딸 대신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맬로리의 정상적인 역할을 바라는 로이스, 맬로리를 돌봐주지만 시간을 주고 싶은 더그. 갈등에 부부는 이만 맬로리 곁을 떠나기로 하고, 맬로리는 그들이 남긴 돈과 사랑과 보금자리를 기억한 채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다.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어, 내 마음을. <리슨 투 유어 하트> 마음으로 듣는 당신을 위해 부르는 아날로그식 사랑노래. 아, 나 무슨 포스터 문구 쓰는 것 같네. 마음씨 예쁜 커플의 황홀한 사랑법. 뻔한 빈틈을 음악이 메워주긴 한데, 그래도 식상해..
레스토랑 웨이터로 일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남자와 듣지 못하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 아리애나는 엄마의 완벽히 차단된 방해와 과보호로 어렵게 시작한 대니와의 사랑을 끊임없이 방해받으며 절망한다. 이게 무슨 신파.. 왜 이런 엄마..여야 하지?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애인이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엄연히 다른데 딸 이메일 해킹까지 시도해서 헤어지게 하고, 성폭행을 시도하는 번듯한 남자에게 딸을 찍어다붙이는 엄마는 미친 여자( ''). 자신을 조정하는 엄마의 알을 깨고 나온 아리애나는 수술로 청각을 찾고 대니도 찾으려 하지만 찾아온 비극. 남은 시간에 우리의 마음을 들을 수 있을까? 아리애나와 대니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새로 시작할 그녀를 위해 그가 남긴 편지를 듣고 있자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내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진다.
카페에서 꼭 레몬티나 레몬에이드만 마신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에 레몬나무가 자랄 줄이야. <레몬 트리>는 상큼한 레몬향 속에 숨은 아픈 현실을 그린 리얼리티 영화다. 팔레스타인에서 레몬농장을 가꾸는 살마는 옆집으로 이사온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테러위협이 있을 수 있단 이유로 농장 폐쇄를 통보 받고 이스라엘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만 기각된다. 아들 뻘 변호사 지아드가 도와주면서 둘의 관계도 미묘해지고 국방장관의 아내 미라는 살마가 신경쓰여 남편과의 관계가 흐트러진다.
항소심으로 간 재판은 이제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 구도가 되고, 마지막 재판은 눈물겹다. 소유권 주장은 당연한데,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살마의 삶은 물론, 레몬나무에 담긴 추억과 전통과 삶의 모든 것을 무시하는 현실도 무엇 하나 매끄럽지 못하다. 사과나 이해는커녕 금전보상조차 거부하는 이스라엘 정부 때문에. 레몬나무는 이제 팔레스타인의 모든 것. 간단히 베어버릴 수도, 베어냄으로서 끝날 수도 없는 팔레스타인의 상징. 사회가 지켜야할 상징을 어떻게 없애며, 지워져가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어느 시대나 서툰 손편지로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들의 순애보는 멋져. 꺄악. 나 오랜만에 그애가 훈련소에서 날마다 써서 보낸 서른통의 편지를 받던 날의 감동이 밀려와서 좋았다. 완득이는 분명 이 시대의 표준 남고생이라기엔 넘치는 삶이지만 꿈도 찾고 가족도 찾고 이웃도 찾고 사랑도 찾았으니 와우. 계속 웃다가 영화가 끝났는데 마음 한켠에는 짠한 잔상이 남았다. 문학이 영화가 될 때 내키는 대로 하나만 봐왔는데 <완득이>도 소설을 보고싶진 않았다. 소설을 읽었다면 영화를 안봤을 것이다. 하나만으로 처음 받는 그 감동과 충격이 좋다. 물론 둘 다 보는 것도 의도하든 안하든 많다. 책과 영화를 고르고 취하는데에 원칙이란 게 있을 리 없으니까.
근데 완득이 싱크로율 99% 유아인을 보니 <성균관 스캔들>이 생각나고 연달아 <해를 품은 달>이 생각나고 어제 본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면서 수요일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본방으로는 <부탁해요 캡틴>을 보지만. 기대감에 막 두근두근. 거긴 막내 김수현이 연기를 젤 잘하더라. 어쨌거나 우리 동네에도 이런 이웃들, 저런 선생님 한 분쯤 계시면 맨날 엔돌핀 솟구치고 비타민 돋게 살 수 있을텐데.
주말이 지났다. 나이는 잘 먹고 시간은 빠르고 할 일은 많다.
물론 영화도 많고!
이제 책 좀 읽어야지!(라고 하고 책만 보면 머리 아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