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그 다음, - 그러니까 괜찮아, 이건 네 인생이야
박성호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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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사교육 딜레마> 화제 인물, tvN 문제적 남자의 뇌섹남.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대치동키즈로 자라 카이스트대 과수석으로 졸업한 박성호 저자. 남들이 기대한 길 대신 자신만의 길을 찾아 한 걸음 내디딘, 요즘 핫한 인물입니다.

 

 

 

카이스트에 입학했지만 친구들이 하나둘 자살했고, 정신 차려보니 왜 이 길을 걷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는 그는 허무한 죽음, 공허한 삶에 갇혀버렸습니다.

 

그동안 살았던 인생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시작한 호주행. 여행이 끝날 때까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다짐한 그가 가지고 간 돈은 우리 돈으로 약 80만 원. 방세, 핸드폰 요금, 식비 등으로 나가는 걸 생각하면 얼른 일자리를 구해야 할 판입니다.

 

악조건의 숙소에서도 그저 좋아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힘든 것들을 잊게 하는 힘이 있다는 걸 그곳에서 깨닫습니다. 반대로 힘든 것 한 가지 때문에 모든 좋은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일도 있지요.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 좋아하는 것에 더 마음을 쏟으려 노력해봅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돈을 벌어 생활이 안정되기 시작할 즈음 그는 다시 떠납니다. 편안한 생활은 게으르게 만들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일부러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진짜 지옥을 경험합니다. 바나나 농장의 악명 높은 노동강도는 워홀러들에게 이미 소문이 자자했지만, 바나나 농장 일거리는 생각보다 쉽게 나질 않았습니다. 저렴하게 캠핑장 생활을 하며 소비를 아끼던 그에게 마침내 기회는 찾아옵니다. 드디어 바나나 농장으로 출근하게 됩니다.

 

 

 

역시 의욕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더라고 고백합니다. 첫 달은 좀비처럼 생활할 정도로 지옥의 경험을 합니다.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며 말이죠. 바나나 농장의 일은 전쟁과도 같았다고 합니다. 내가 남느냐 바나나냐 남느냐. 한국에서 80킬로그램이었던 몸무게가 68킬로그램까지 떨어졌으니. 위로 해줄 사람조차 없는 현실에서 매일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습관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인간은 결국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 일도 점점 할만해집니다.

 

 

 

호주에 머물던 초반에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오며 세계여행의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호주나 뉴질랜드나 거기서 거기겠지 싶었는데 호주를 떠났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을 뉴질랜드에서 많이 했거든요. 덕분에 더 넓은 곳으로의 꿈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바나나 농장 일은 노동 강도가 높은 만큼 시급은 센 편이라 세계일주를 위한 1000만 원 모으기 계획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가고 싶은 나라를 체크해 수당이 들어오면 바로 저렴한 비행기 표를 하나씩 구입해나갑니다. 그렇게 3개월 후 비행기 표는 20장을 넘어서게 됩니다.

 

 

 

오세아니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와 북미. 1년간의 세계여행. 때로는 외로웠지만 나다운 시간, 나답게 보내는 시간을 누렸던 여행입니다. 전 세계 6대륙을 밟아 지구 한 바퀴 돌고 서울로 돌아온 박성호 저자. 가난한 워홀러 생활은 사소한 것에도 쉽게 감동받고 행복해질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돈을 쓸 때마다 스트레스받던 것도 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자 돈의 무게를 벗어던질 수 있었고, 버리는 것이 익숙해지는 과정으로서의 여행을 만끽합니다.

 

그냥 무엇이 이루어지면 행복할 줄 알았던 과거와 달리 여행하며 그제서야 '나는 행복하다'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인간 중심적 시선을 벗어던지기에 좋은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의 경험은 상상만 했던 일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이젠 진짜 나만의 꿈을 꾸고 싶어집니다. 

 

 

 

현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생각이 달라지는 것과 현실이 바뀌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그도 고스란히 경험합니다. 이제는 행동으로 이끌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새 발을 딛는 청년 박성호 저자의 솔직함 속에는 기대감과 함께 걱정도 담겨있습니다. 

 

<바나나 그 다음,>에서는 여행기와 감성에 치중한 에세이는 아닙니다. 카이스트 대학 시절 어떤 마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고, 어떤 마음으로 일했고,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필연적인 갈등과 결단력 사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성장 에세이였어요. 여행을 하니 이렇게 마음이 쑥 성장하더라에서 끝내지 않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만큼 이제는 여행 이후의 삶에 집중합니다. 공허한 삶 대신 이젠 살아 있다는 게 행복하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있습니다.

 

그동안 속했던 집단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는 박성호 저자.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길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솔직함이 듬뿍 묻어나는 <바나나 그 다음,>을 읽는 내내 기분 좋은 감정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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