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러몰로지스트 3 - 피의 섬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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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사냥꾼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는 괴물학자다.

 

마지막 권이 남아있지만 3권 정말 최고였어요! 제대로 웃기다가도 제대로 잔혹포텐 터뜨리는 릭 얀시 작가. 2권은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의 과거에 치중했다면, 3권 <피의 섬>은 박사의 제자이자 조수인 윌 헨리의 성장기와도 같습니다.

 

 

 

이번엔 괴물도 그냥 괴물이 아닙니다. 괴물학의 성배, 괴물의 아버지, 심연의 군주라 불리면서도 그 누구도 괴물의 본 모습은 발견하지 못한 괴물 중의 괴물 티포에우스 마그니피쿰. 그 괴물이 식사할 때면 잘게 다져진 부스러기들이 하늘에서 쏟아진다는군요. 이번에 등장한 괴물도 식인이니 상상은 자유.

 

 

 

1권에서 등장한 괴물사냥꾼 존 컨스 박사가 (무려 잭 더 리퍼!) 워스롭 박사에게 작은 상자를 보냈습니다. 그 상자를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하기 이용된 배달원의 사연도 초반엔 어찌나 웃기던지. 생각보다 유쾌하게 시작합니다.

 

그나저나 상자 속 물건의 정체는 괴물학의 성배라 불리는 마그니피쿰의 흔적이었어요. 절대 직접 손을 대면 안되는 물건이지만, 그런 걸 알 리 없는 배달원은 이미 손을 댔던 겁니다.  워스롭 박사의 집에서 한순간에 증세가 악화되면서 기이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윌 헨리마저 손가락 하나를 잃게 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윌 헨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워스롭 박사. 평소 윌 헨리를 거의 노예 수준으로 대했지만, 앓아누운 윌 헨리 곁에 머물러 보살핍니다.  "너는 나를 인간으로 지탱해 주는 유일한 존재"라며 "날 두고 떠나는 건 허락할 수 없다"라고 읊조리는 박사의 모습은 측은하더라고요.

 

이런 박사의 마음은 윌 헨리에게 오히려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마그니피쿰의 실체를 찾아 떠나면서 윌 헨리를 남겨두고 다른 사람을 조수로 데려간 겁니다. 박사의 배려가 윌 헨리에게는 수치심, 혼란, 분노를 안겨줍니다. 윌 헨리는 실존의 의미가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고 했나요. 윌 헨리를 두고 떠난 박사는 어이없게 영국의 한 정신병원에 감금되어버리고, 마그니피쿰을 쫓는 영국과 러시아의 알력 사이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윌 헨리가 합류하게 되고, 아프리카로 간 그들은 본격적으로 괴물 사냥에 돌입하는데.

 

<피의 섬> 편에서는 워스롭 박사와 윌 헨리의 관계를 철학적 수준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네요.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독자에게 보여주는데 집중합니다. 어떤 장면에선 눈물도 찔끔할 정도였어요. 릭 얀시 작가의 문체도 이번엔 좀 더 시적인 분위기를 풍겨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윌 헨리는 폭풍 내면 성장을 보여줘 이젠 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쫓는 이들을 해치우는 윌 헨리의 모습은 괴물사냥꾼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서는 나 아닌 내가 빠르게 풀려나고 있었다"라고 깨달은 윌 헨리. 이 사건을 통해 우리 각자의 내면에 숨어 있는 괴물, 얼굴 없는 존재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심연과 우리를 가르는 경계가 얼마나 약하고 가는지 알게 됩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중

 

 

 

무서우면서도 욕망했다. 욕망과 두려움은 내가 괴물학자에게서 가장 크게 물려받은 것이다.

 

붉은 비, 핏빛 강을 이루는 피의 섬에서 욕망이 절망을 만나는 순간, 괴물과 인간의 구분이 사라져 버립니다. 3권 <피의 섬>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으며 숙연해지는 기분까지 맛보았네요.

 

그나저나 매권 카메오 인물을 내세워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릭 얀시. 이번에 등장한 카메오는 순간 제가 꺄악~! 소리쳤을 만큼 깜짝 인물이었어요. 셜록 홈즈의 창조주 코난 도일 박사입니다. 후반에는 아프리카에서 삶을 마감한 프랑스 시인 랭보까지 등장합니다. 그들의 깨알 대사와 행동, 무척 재미있답니다. 1권에 등장했던 잭 더 리퍼로 알려진 존 컨스 박사가 왜 갑자기 연쇄살인을 멈추고 사라졌는지를 짐작게 하는 충격적인 장면도 등장하니 기대하시라!

 

윌 헨리의 일기장을 옮긴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일기장은 이제 세 권만 남았고, <몬스트러몰로지스트 4 최후의 내리막길> 편은 제목부터 마음이 아릿아릿해질 정도여서 벌써 슬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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