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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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SF 페미니즘 문학 걸작으로 손꼽히는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의 <시녀 이야기>.

2017년 4월 Hulu 에서 The Handsmaid's Tale (핸드메이즈 테일)미드 방영 예정작이어서 재조명 받고 있는 소설입니다. 85년 작품이고 SF 소설이라해서 엄청 먼 미래나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작가의 시대를 그려낸 20세기 후반이었어요. 그래서 사실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바탕으로 세상이 이렇게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두려웠습니다.

 

<시녀 이야기>는 한 여자의 시점에서 과거의 추억을 오가며 현재를 이야기하지만, 이 현재 역시 동시진행이 아닌 시간차가 있는 회고록 형태입니다.

 

미 정부를 한순간에 장악하고 세운 길리어드 공화국은 철저히 통제된 사회입니다. 방사선, 방사능 물질로 인한 오염, 변형 매독균 등으로 불임이 되어버리고 기형아를 낳는 일이 흔해져, 인구가 격감하게 된 상황.

그것을 뒤집기 위해 세워진 길리어드 공화국의 우선순위는 아기입니다. 희귀해지면 가치가 올라가는 법. 여성은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새 가치가 되었습니다. 쾌락의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고 욕망조차 품으면 안되는 존재가 된 여성. 그동안 가졌던 권리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남편이 있었던 경우여도 재혼이 아닌 첫 번째 결혼한 아내의 위치만 인정하고 그 외의 모든 여성은 권리를 박탈당합니다.

 

 

 

길리어드 공화국의 알 낳는 여왕벌. 그녀들을 '시녀'라 부릅니다.

그 외 집안 살림을 맡는 '하녀', 순찰 역할의 '수호자', 정부의 감시자 '눈' 등 이렇게 길리어드 공화국에서 사용하는 명칭이 따로 생겨났습니다. 부부간에 아이가 없는 직책 높은 '사령관'은 시녀를 배당받습니다.  시녀는 사령관 이외의 남성들과는 절대 교류가 있어서는 안 되고, 일반 남성들도 시녀를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빨간 드레스와 하얀 베일을 쓴 채 공화국의 보호와 감시를 동시에 받는 시녀가 된 '나'.  서른세 살인 '나'는 이혼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딸까지 있었지만 길리어드 공화국의 새 규칙으로 모든 것을 잃고 시녀가 되었습니다.

 

'나'를 소유한 사령관의 죄책감을 이용하기도, 은밀한 일탈에 끌려다니기도 하지만 시녀의 존재는 임신이란 것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죠. 이 집에 배치된 '수호자' 닉과 거래를 하는 '아내' 입장에서도 얼른 시녀가 임신을 해 건강한 아기를 낳아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합니다.

모든 이가 아기를 소망하고, 시녀를 보호한다는 명목하게 보상의 의미로서 아기를 원하지만 그런 기쁨을 줄 수 있는 존재인 시녀는 그저 아기를 담는 그릇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소설 속 '나'의 본명은 끝내 나오지 않습니다. 시녀가 된 후 부여받은 '오브프레드'라는 이름조차 of fred, 프레드 사령관 소유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옛 시절이라고 해 봤자 겨우 몇 년 전.

지금은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지만, 딸들의 딸들의 세대를 거치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옛 시절은 돌연변이의 시대일 뿐. 남편에 대한 철저한 순종과 함께 여성은 출산으로서만 구원받는 존재로 남아있게 될 거란 사실이 두렵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세상이 뒤바뀔 수 있을까 납득할 수 없을 만큼 경악스러웠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실제 세계사에서 벌어졌던 유대인 학살 과정도 이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통제된 사회에서 기존 통념과 가치관의 무력화는 너무나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저항 세력도 있죠. 하지만 대부분은 힘에 굴복하고 맙니다.

 

성과 권력이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이 소설을 남자가 읽었을 때 그들은 일부다처제를 변형한 '시녀'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할지 여자 입장에서 솔직히 궁금하긴 합니다. '시녀'를 배당받음에 너무 좋아하지는 마시라. 시녀를 배당받는 이는 권력을 가진 극소수일 뿐. 만약 정말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아기가 없는 부부라면 그 또한 처참해질 것이니.

 

무분별한 낙태, 산아제한은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는 아이를 키울 감당을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

출산율의 하락은 인구 격감 사태를 낳고 고령화사회가 된 오늘날, <시녀 이야기>의 내용이 그저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닌 것만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인류란 참 잘도 적응하고 살지.

정말 대단해, 소소한 보상이 조금만 있어도, 어떤 상황에든 적응하고 사는 걸 보면."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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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을품은맘 2017-06-2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볼까 ᆢ망설이던차ᆢ님의 글을 읽어본후ᆢ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