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서정아 옮김, 장경덕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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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연구 분야 세계 최정상급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불평등 경제학 책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강력 추천할 정도로 오늘날 글로벌 불평등에 관한 이론과 해법을 제안한 책입니다.

 

금수저와 흙수저만 있는 중산층 몰락 시대.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최상위 1%만 희망이 있는 시대를 사는 나머지 99%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국가 간 불평등뿐만 아니라 국가 내 불평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 내가 직접 겪는 현실 세계의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읽어볼 만 했습니다.

 

 

 

 

토마 피케티는 부의 불평등 초점 맞췄다면, 브랑코 밀라노비치 저자는 소득 불평등에 주목해 모든 계층을 포괄하는 불평등에 초점 맞춥니다. 토마 피케티의 이론이 설명 못하는 부분을 커버하는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표까지 있어 책 전반의 구성을 이해하기 좋았어요.

 

세계화의 영향으로 생긴 글로벌 불평등. 글로벌 신흥 중산층 탄생, 자국 내 중산층과 중하위층 정체 요인, 전 세계 금권정치 세력 부상이라는 세 가지를 중점으로 민주주의의 미래에 의문을 제시하고, 국가 내 불평등과 글로벌 불평등을 축소하는 데 필요한 제안을 합니다.

 

 

 

글로벌 불평등을 다룬 이 책은 각종 도표와 그래프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그래프는 코끼리 코가 들린 모습인 코끼리 곡선입니다. 

A, B, C 지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실질소득 증가율이 최고인 A는 신흥국 국민 중간계층이고, A보다는 분명 부자인데 실질소득이 전혀 증가하지 않은 B는 OECD 회원국의 중하위층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우리가 아는 좀 잘 산다는 나라 중하위층 집단이 여기에 해당하죠. 실질소득이 급증한 C는 세계 최상위 1% 집단입니다. 즉 세계화의 승자는 아시아 빈곤층, 중간계층이고 최대 패자는 전통적인 부자 나라들의 중하위층인 셈입니다.

 

이 그래프를 절대적 변화인 달러 증가액으로 관점 바꾸어 보면 최상위 1%가 독식한다는 것으로 나온다고 해요. 최상위 1%의 소득액 1%만 증가해도 전 세계 중간계층 총소득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최상위 1%의 소득성장세는 조금 둔화되긴 했지만 어쨌든 코끼리 곡선은 세계화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득수준이 매우 낮을 때는 심하지 않던 불평등이 경제발전으로 증가하다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불평등이 다시 감소한다는 기존의 쿠즈네츠 가설을 반론합니다. 최근 고소득국가의 불평등이 증가한 까닭을 해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토마 피케티의 이론은 쿠즈네츠 가설을 대체하는 데 성공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대신 20세기 이전의 불평등 변화는 설명하지 못한 채 지금 시대 상황만 설명 가능한 이론이라는군요.

 

브랑코 밀라노비치 저자는 쿠즈네츠 가설을 확장한 쿠즈네츠 파동이라는 이론을 제시합니다. 산업혁명 이전부터 가장 최근까지 일어난 불평등 변화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불평등 감소 요인은 다르지만 지난 500년간 불평등 증가와 감소가 교대로 나타났다는 걸 보여줍니다.

 

 

 

보충설명 파트는 경제학 용어에 낯선 이들에게 한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0억 달러는 바퀴 달린 대형 여행용 가방 500개 필요하다는 것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명료하게 설명합니다.

이론을 설명할 때에도 저자는 불평등 변화가 장기간에 걸쳐 어떻게 변화했는지 실증자료와 그래프로 소개하는데 수학적 사고 머리가 약한 저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었어요.

 

경제적, 정치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불평등 변화.  나라별로 시점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불평등의 증가와 감소 순환 형태는 결국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고 합니다. 현재는 제2 쿠즈네츠 파동의 시작점이라고 보는데요, 과거를 살펴보는 이유는 어떤 요인이 제1 쿠즈네츠 곡선 불평등 상승 정점을 꺾었는지 파악한다면 제2 쿠즈네츠 파동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거죠.  그런데 지속불가능할 정도로 심화된 국내 불평등의 산물이었던 1차 세계대전으로 불평등 상승에 종지부를 찍었다 해서 이번에도 우리는 전쟁을 용인할 수는 없습니다. 평화적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세계가 점점 신고립주의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누리는 혜택을 시민권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을 붙였는데 국가 간 소득 격차가 크면 개인의 소득도 좌우된다는 이 개념은 유럽 난민 급증, 저소득국가에서 고소득국가로의 이주 문제라는 현실 상황에서 이주 문제 해결의 근본 대책 없이 그저 장벽 쌓기에만 급급합니다.

 

앞으로 글로벌 불평등은 어떻게 변화할까에 대한 저자의 답은 "우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 만민이 평등한 유토피아에 살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는 것입니다. 신 자본주의에서는 부유한 자본가와 부유한 근로자가 일치합니다. CEO이면서 주식을 가진 현대의 최상위층 1%는 능력주의처럼 비칠 수 있어 정치적 해결은 특히 힘들다고 합니다.

 

중산층에서 최상위층으로 경제권력이 이동하는 금권정치는 미국에서 이미 나타나는 상황이고, 포퓰리즘과 자국민 우선주의의 유럽 모습 등 민주주의가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에 이릅니다. 중산층의 분노를 대변해줄 정치 지도자가 과연 있을까요. 정부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현실적으로 세계화의 혜택이 평등하게 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9%는 두 번째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해법은 결국 내 손으로 뽑는 정치인의 역할이 상당할 거란 생각이 드네요. 국내 불평등 문제를 어떤 정책으로 펼칠지 제대로 보는 눈을 길러야 하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습니다.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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