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피림
황선혁 지음 / 북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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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유산으로 우울증을 앓다 결국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연구원 지섭, 그들 부부를 지켜보며 인간복제 실험을 도와주는 친구 세혁, 왕따를 당한 친구를 도와주다 되려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일본인 아이코. 선천적 유전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이들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본 이들입니다.

 

아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 인간에 대한 기대감을 놓아버리며 가혹한 현실 속에서 아픔과 슬픔을 가진 그들. 저마다의 욕망이 더해져 그즈음 성공한 프로젝트와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인 기억을 남기는 작업, 인공 자궁 등 인간 복제 준비에 돌입하며 유전 형질 변환을 통한 신인류 탄생을 꿈꿉니다.

 

아이코의 성장 과정에서 배척 없는 신세계를 꿈꾸게 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생명과학도 작가지망생 다운 발상은 아이코에게서 펼쳐집니다.

 

윤리적으로 생명과학 연구에 제재를 받자 인권, 윤리, 인류애라는 생명과학의 발목을 잡는 것들이 없는 곳으로 떠나는 그들. 네피림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인공 자공으로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나고. 아내를 닮은 딸아이를 탄생시킨 지섭은 아내의 기억을 주입해 아내마저도 만들어냅니다.

 

아이코 역시 잡종 교배를 통한 키메라를 탄생시킵니다. 사막여우로부터 얻은 청각 발달 유전 정보, 침팬지로부터 얻은 동체 시력과 매로부터 얻은 고도의 시력, 부엉이로부터 얻은 야간투시력, 고릴라로부터 얻은 근력, 바퀴벌레에서 얻은 방사능 저항 유전자 등 온갖 생물로부터 특화된 유전정보를 수집해 신이 된 것처럼 키메라 인간도 만들게 됩니다. 천사와 인간의 이종 교배로 태어났다는 네피림. 그 이름을 딴 네피림 1호를 시작으로 네피림 양성에 돌입하는데.

 

SF 소설 <네피림>은 아마추어 작가의 책이라는 점에서 문학적 매끄러움이 부족하긴 합니다. 문장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그려지는 디테일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윤리적 제재 없는 세계에서의 생명공학은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포인트 맞춰봅니다. 후반부에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존재의 등장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은 특히 흥미로웠어요. 국내 장르소설 분야에서 생명과학을 주제로 탄탄한 SF 소설을 선보이리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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