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웬디 케셀만 글 / 바바라 쿠니 그림 / 강연숙 옮김 / 느림보 


 
 




 

엠마 할머니의 일흔두 살 생일이었어요.
엠마 할머니에게는 아들 딸이 네 명, 손자가 일곱 명, 증손자가 열네 명 있었어요.
가족이 찾아오면 할머니는 행복했어요.
그러나 할머니의 가족은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어요.
할머니는 혼자 지낼 때가 많아서 무척 외로웠어요.
 
 




엠마 할머니의 하나뿐인 친구는 주황색 고양이, 호박씨였어요.
할머니와 호박씨는 함께 햇볕을 쬐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나이 든 사과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었어요.
가끔씩 엠마 할머니는 나무 꼭대기에서 꼼짝도 못하는 호박씨를 구해 주기도 했어요.
 
 




 

가족은 할머니의 일흔두 번째 생일 선물로 산 너머 작은 마을 그림을 선물했어요.

"멋지구나!"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건 내가 그리워하는 고향 마을이 아닌데...'

 




 

 

그러던 어느 날 엠마 할머니는 물감이랑 붓, 이젤을 사왔어요.

그리고 창가에 앉아서 기억나는 대로 고향 마을을 그렸어요.

엠마 할머니는 가족에게 받은 그림을 내려 놓고 자기가 그린 그림을 걸었어요.

가족이 찾아오면 선물 받은 그림을 다시 걸어놓았다가

가족이 떠나면 자기 그림으로 바꿔 놓는 숨바꼭질을 계속 했죠.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깜박했지 뭐예요?

 

"저 그림 어디서 난 거예요? 우리가 선물한 그림이 아닌데요?"

"내가... 내가 그렸어."

 

할머니는 그 그림을 얼른 벽장 안에 감추었어요.

 

 




 

"감추지 마세요! 멋져요! 그림을 더 그려 보세요."

 

"많이 그렸어."

 

그러고는 벽장에서 스무 점도 넘는 그림들을 꺼내 왔어요.

 

 




 

 

그날부터 엠마 할머니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어요.

할머니는 현관 문턱까지 쌓이는 눈을 그렸고

꽃이 활짝 핀, 나이 든 사과나무와

그 나무를 쪼고 있는 딱따구리도 그렸어요.

 

 




 

 

햇볕을 쬐면서 발끝을 오므리고 있는 호박씨도 그렸고요.

할머니는 고향인 산 너머 마을을 그리고 또 그리고 자꾸자꾸 그렸어요.

곧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엠마 할머니의 그림을 보러 오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할머니는 또 혼자였어요.

 

 




 

 

그렇지만 이제 엠마 할머니는 무언가 달랐어요.

할머니는 날마다 창가에 앉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렸어요.

할머니의 그림은 벽에도, 벽장에도 찬장에도 가득했어요.

엠마 할머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곳들과 사랑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도 외롭지 않았어요.

 

 

 

 

 

 

우리 나라에서 일흔두 살의 나이란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습이 연상되는 그런 나이에요.

엠마 할머니처럼 뭔가를 시작한다기보다 뭔가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이.

하지만 이 책 속의 엠마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도 선뜻 하기 힘든 결심을 내리고

외롭고 무료하게만 흘러가던 삶의 방향을 비틀어 버려요.

자기가 좋아하는 곳들과 사랑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인 삶을

그림으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결심이 엠마 할머니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한 거죠.

그냥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뒀던 삶이었는데

삶은 흘러가는 방향을 바로 잡아 주길 기다렸던 것처럼

엠마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기쁨으로, 행복으로 가득하게 돼요.

엠마 할머니는 이제 더이상 산 너머 고향 마을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예요.

고향 생각이 나면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창가에 앉아 그림으로 그리고

온 집안 구석구석에 걸어 놓으면 되니까요.

고향은 산 너머가 아닌 바로 곁에서 엠마 할머니를 지켜 주겠죠.

 

 

이 이야기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한 엠마 스턴이라는 화가의 이야기에요.

바바라 쿠니의 책 속 그림들은 엠마 스턴의 그림을 바탕으로 그려낸 거죠.

하지만 8호 [에밀리]의 그림과 비교해 보세요.

바바라 쿠니와 엠마 스턴의 그림이 참 닮은 꼴이라는 느낌이 들 거예요.

목가적인 느낌, 판화로 찍어낸 듯한 기법, 세밀한 선 등이 많이 닮아 있어요.

바바라 쿠니의 따뜻한 그림처럼 엠마 할머니의 그림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져요.

프랑스의 노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세상을 바라보는 정감 있는 시선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내 주변을 사랑하고 캔버스에 담는 여유.

엠마 할머니가 참 부럽습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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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뻐요.

박예진 2006-04-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너무 예쁜 그림책이에요!
얘기도 너무 좋고요.
아 참, 이매지님~~ 저 이벤트해요. 캡쳐+이벤트! 시간나시면 꼬~옥 놀러오셔서
참가해주세용~ㅎㅎ :)

woodpecker26 2006-05-31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책인데.. 넘 이뻐서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