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 흡혈마전
김나경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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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창비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정말 너무너무너무 읽어보고 싶었다고 생각을 했던 책, 1931 흡혈마전. 내가 서평단에 떨어져도 꼭 이 책은 읽어보리라 다짐하게 만들었던 시놉시스. 

1931년의 경성에 나타난 흡혈마와 14살 소녀, 희덕의 이야기. 


두 캐릭터가 다 여성이라는 것도, 흡혈마 하면 떠오르는 외국적인 이미지(드라큘라)의 사람이 서울이 되기전의 경성에 나타난 다는 것도  너무나 매력적이게 다가와서 정말 궁금했고, 읽어보고싶었던 책. 


그래서 아끼고 아끼다가 모두가 잠든 새벽에 나만의 브금(BGM)을 깔아놓고 1시간반만에 다 읽어버린 책. 

사실 나는 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정말 내가 원해서 읽게 되면,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것 처럼 푹 빠져서 보는편인데, 나의 오감을 자극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자극하며 읽다보면 진짜 책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보통 내가 좋아하는 자기 개발서나 경제, 교육 관련 책을 읽을 때는 브금을 끄고 내 독서노트에 끄적거리느라 바쁘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그 책의 결에 따라서 알맞는 음악을 찾아 듣는 편인데, 이 책을 읽을 땐 반드시 한국풍, 사극풍의 노래를 들으면서 읽는 걸 추천한다. 


주인공들의 사극풍 대화체도 제법 한 몫한다. 거기에 주인공인 희덕의 구수한 사투리까지 더해지면, 정말 '한국적인' 소설이 된다. 사극풍의 대화체나, 한복, 일제강점기 시대의 경성, 등 내 나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아픔에 대해 배우고 잊지 않는 것이 나의 뿌리를 계속 지켜나가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내 취향을 저격당한 셈이다. 그리고 유년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탓에 한국사를 한번도 배워 본적이 없어서, 알게 모르게 그게 나의 몇 안되는 컴플렉스다. 그래서 이 책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비록 역사적, 시대적 배경만 잠시 빌린 판타지이지만, 30년대의 경성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성들의 연대다. 그들이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그 아름다운 마음이 가장 깊게 꽂혔다. 사람이 아닌 흡혈마 "계월"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여러명의 여성들, 그리고 이제 14살이 된 소녀에 불과하지만, "전통"을 따라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을 해야하는 운명에 처한 희덕의 호기로운 새출발까지,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새벽 내내 내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마 실제로도 그때 당시에 여성들이 연대 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고, 또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가슴이 뛰었는지도 모른다. 그 힘들었던 시기에 서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 (갑자기 울컥한다.)


꼭 한번 읽어보는걸 추천한다. 

"1930년 경성 한복판에 나타난 흡혈마와 14세 소녀의 이야기" 라는 말만 들어도 벌써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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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다 - 살아보는 여행의 시작
조셉 미첼리 지음, 김영정 옮김 / 유엑스리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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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새로운 플랫폼이 생겼거나, 입소문을 타고 내 귀에 들어오는 플랫폼은 무/유료를 따지지 않고 경험부터 해보자는 "경험주의"지만, 내가 정말 조심스럽게 선택하는 것이 있는 게, 그것이 바로 '장소'이다. 


벌레를 워낙 무서워하고 한국에 9년째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날씨는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추위와 더위를 정말 잘 타기에, 내가 "잠"을 자고 "화장실"을 써야 하는 곳을 골라야 할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진다. 그래서일까? "남의 집"에서 잠을 자고 화장실을 쓴다는 것이 쉬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차라리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호텔에 편히 묵는 게 낫지,라고 생각했기에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이 정말 핫하지만, 에어비앤비를 사용해본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다. 


그것도 나의 선택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때는 2019년 초에 뉴이스트 콘서트가 있었고, 덕메 (덕질 메이트) 들과 함께 콘서트장 근처에 호텔을 잡으려니 우리 수가 너무 많아서 호텔은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가. 목청으로 따지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 아니던가. 콘서트가 끝나고 모이면 분명 오빠 얼굴이 얼마나 잘생겼었는지, 오빠가 노래를 얼마나 잘했는지에 대해서 떠들기 바쁠 거고, 그에 따른 만만치 않은 소음이 당연히 예상되었다. 그래서 호텔보다 근처의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예약하여 "우리 하고 싶은 것 다하자"는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정리하자면: 

1) 여러 명 (13인) 이 한 곳에서 묵을 만큼 넓은 숙소가 필요했다. 

2) 한 목청 하는 13인이 오빠 얼굴을 보며 동시에 소리를 질러도 괜찮은 곳이어야 했다.

3)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가 힘들기에, 당일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해결이 되어야만 했다. 

4) 가격이 모두의 예산과 맞아야 했다. 


사실 1번이나 3번 같은 경우 호텔의 스위트룸이나, 호텔 룸서비스를 사용한다면 거뜬히 해결될 일이지만, 여러 명이 모일 때 4번이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은 다 아실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4번이 맞는다고 해도 2번 - 우리의 목청을 감당할 수 있는 호텔은, 장담컨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첫 에어비앤비에 묵게 되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를 내가 예약한 것은 아니지만, 예약을 도맡아 했던 덕 메이트가 말하길, 호스트가 정말 친절하고 방도 넓고, 주차할 곳도 넓어서 우리 13인이 쓰기에 충분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근처에 먹을 곳도 많아서 배달도 빨리 와서 여러모로 좋을 거라고. 특히 그 집이 다른 곳과는 좀 떨어져 있어서 우리가 맘껏 떠들어도 괜찮을 거란 말에 잔뜩 기대를 했다. 


그리고 내가 도착했을 때, 덕 메이트가 말해 준 것처럼 내 맘에 쏙 드는 숙소였다. 


대체 어떤 숙소였길래, 까다롭기로 소문난 내 맘에 쏙 들었던 것일까?



유엑스 리뷰의 <에어비앤비,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다>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1) 신뢰 

-우선, 이 숙소에 도착하기 전, 나는 "우리가 찾는 완벽한 숙소가 여기가 될 것이다"라는 무한 믿음이 있었다. 숙소를 예약한 덕 메이트의 확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보내준 "사진"에서 나는 신뢰를 키웠다. 


내가 가장 염려했던 난방 - 보일러가 방방마다 잘 설치되어있음을 사진이 확인시켜주었다.


그다음, 화장실. 

13인이 한 집을 사용할 테지만, 화장실이 하나 있다면 그건 정말 큰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화장실이 3개나 있어서 샤워를 하기 위해 꼭두새벽처럼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그다음, 부엌. 

부엌은 정말 넓었고, 냉장고도 컸다. 그래서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굉장히 허기질 우리들 -- 3시간 정도 소리를 지르다 보면 배가 상당히 고파진다 --을 위해서 근처 편의점에 들려 먹을 것들을 사고 배달음식을 시켰다. 싱크대도 넓고 상도 넓어서 우리 모두가 편하게 앉아서 음식을 준비하고 먹을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지막, 방. 

일단 집을 떠나오면 잠을 잘 못 자는 초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바로 나. 그런데 이곳은 우선 난방이 너무 잘되어있었고, 찜질방에 있는 푹신한 매트(?) 같은 것들이 많아서 바닥에 누워서 자도 푹신하고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이불과 베개도 충분히 있었고, 사진을 통해서 이 많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중요한 것 같지 않지만 내게 정말 중요한) 주차.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그래서 차가 몇 대가 들어가도 거뜬한 공간이 있었기에, 주차하기를 꺼려하는 내게 아주 좋은 공간이었음이 틀림없었다. 


내가 어떠한 공간을 가보기도 전에 맘에 들어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여행을 가기 전에도 5성급이 아닌 곳은 웬만하면 안 갈뿐더러, 별점이 조금이라도 낮거나 안 좋은 리뷰가 있는 곳 역시 안 간다. 나는 행복한 경험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조금의 확률이 있어도 기꺼이 포기하는 성격인지라, 내가 내 두 눈으로 보지 않은 곳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은 좀처럼 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염려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사진을 통해서 올려주신 호스트님의 수고에 신뢰가 절로 생길 수밖에 없었다. 깔끔하게 청소되어있었던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보여주고자 정리를 하고, 정성스레 사진을 찍고, 설명을 덧붙여서 올리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투자되었을 거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신뢰를 갖고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2) 환대 

-우리가 콘서트가 끝나고 도착했을 때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콘서트가 10시쯤 끝났고, 뿔뿔이 흩어져있던 13인이 만나서 누가 어떤 차를 탈지 정하고, 단체사진 찍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도착했을 때, 당연히 호스트님께서 잠을 자고 계시거나, 깨어 계셔도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기 참 그런(?) 시간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는 고사하고 조용히 들어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차가 도착한 소리를 듣고 호스트님들께서 나오셨다. 


그때 눈비 비슷한 게 내렸어서 되게 추웠는데, 두꺼운 패딩을 입고 나오셔서 주차하는 것도 도와주시고, 분리수거하는 법도 도와주셨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에 대한 투어도 잊지 않으셨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분리수거는 어떻게 하는지, 배달음식이 오면 어떻게 문을 열면 되는지 등등 우리가 알아야 할 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해주셨다. 끝으로, 우리가 도착하면 추울까 봐 난방까지 미리 켜놓으셨다며, 따스운 곳에서 즐겁게 놀다 가시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솔직히 말해서 주차를 도와주시기 위해 손수 나오신 모습을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숙소가 내가 생각한 것만큼 좋지 않아도 괜찮아. 호스트님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이잖아. 하루 그까짓 거, 고생하면 어때.' 


이처럼 신뢰와 환대의 케미가 대단하다. 

평소라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나는 더 이상 에어비앤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그때 그 pleasant 했던 경험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도대체 왜 유독 이 곳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지 못했는데, <에어비앤비,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다>에 답이 있었고, 이만하면 에어비앤비의 마케팅은 제법 성공한 듯하다. 



끝으로, 이 책은 마케팅 도서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라면 말이 필요 없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책이고, 에어비앤비와 전혀 상관없는 업의 마케터로 계신 분들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책이다. 출판사를 쓰윽 봤는데 영어 강사인 나에게도 너무 익숙한 McGraw Hill 책이어서 더 반가운 것도 있었다. McGraw Hill이라 하면 여러 교육 도서들, 문제집들도 많이 나오는 회사라 내가 믿고 구입하는 몇 안 되는 출판사이기에. 


책 중간중간에 마케터로서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한 체크리스트도 있고, 에어비앤비 호스트라면 분명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 역시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실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이 책 내용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읽다 보니 모든 업종에 응용할 수 있는 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지, 그 방향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고마운 책이다. 


오랜만에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책을 만난 것 같아 행복하다. 이 책은 두고두고 꺼내봐야지. 


고마워요, 유엑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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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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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사랑한다. 사실 이렇게 말해놓고 정말 "사랑한다"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싶지만, 난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현대인들에게 필수라는 '술, 담배, 카페인'을 일절 안 하는 나에게 있어 영화는 '술, 담배, 카페인' 그 이상이다.

요즘은 언택트 강의가 많아서, 집에서 하루 종일 강의를 한다. 몇 시간 동안 말을 하다 보면 지칠 법도 한데, 강의가 다 끝난 뒤, 난 거실에 나가 넷플릭스를 틀던, LG U+의 무료 영화를 찾아보던, 돈을 내고 영화를 보던,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본다는 건 나에게 있어 신성한 "리츄얼"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영화 보는 것을 즐기게 된 건 내가 15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이다.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많이 없던 시절, 강의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할 거라곤 책을 읽거나 SNS을 하는 것뿐이었는데, 그때 당시의 YouTube는 나의 구미를 당길만한 콘텐츠를 제공해주지 못했고, 어릴 때부터 그저 좋아했던 영화보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가 2014년이었다.

LG U+ 에 들어가 "무료 영화" 탭을 눌렀더니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들이 제법 있었다. 그때 그 무료 영화 리스트를 보고 나서,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2015년에는 하루에 한 영화를 보는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에는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한 사진 올리기" 챌린지를 하던 터였다. 사실 사진과 짤막한 글을 올리는 건 많이 걸려봤자 5-10분이어서 금방 해치울 수 있었지만, 영화보기 챌린지는 최소 1.5시간에서 최대 3시간까지 걸릴 수 있는 일이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1일 1 영화 챌린지가 묘하게 끌렸다. 그래서 2014년에 발견한 '무료 영화'를 2015년에 다 해치우리라 마음먹었다.

나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그릿'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2015년에 1일 1 영화 챌린지를 성공했다. 365편을 본 게 아니라 거의 500편 정도 봤다. 그리고 본 영화들의 포스터를 모아서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나만의 평점을 매겨가며 그렇게 영화에 대한 나만의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렇게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나. 그런 내게 선물처럼 온 "오늘의 시선." 영화를 누구보다 사랑하시는 김시선님께서 쓰신 책을 읽고 있자니,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이 보여서 읽는 내내 밑줄을 그어가며 300% 공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요즘은 겨울 세션이라 몹시 바빠서 한 책을 앉은자리에서 읽기가 쉽지 않은데, 시선님의 책은 어제 새벽에 읽어서 그 자리에서 끝냈다.

책을 덮은 후, 반드시 오늘 그의 책에 대한 내 생각과 영감을 브런치에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시선님 역시 영화 노트를 늘 쓰신다고 하셨는데, 나도 영화를 내 방식대로 오랫동안 사랑해온 사람으로서, 영화를 본 뒤 꼭 쓰는 '영화 노트'가 있다. 그 안에 써야 할 내용들이 꽤나 늘어날 것 같아서 행복한 오늘이다.

1. 자연스러운 영화 추천

-시선님은 영화를 일 년에 700편은 넘게 보신다. 그런 분께서 추천해주시는 영화들은 얼마나 좋은 영화들일까. 개중에는 내가 본 것들도 있었지만, 내가 보지 못한 영화들이 훨씬 더 많았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시기에, 독립영화도 많이 보시고, 극장에서 상영을 하지 않는 영화들 -- 영화제에 참여를 해야만 볼 수 있는 영화들 -- 역시 많이 보시기 때문에, 내가 듣도 보도 못한 영화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몰랐던 세계'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대놓고 영화를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각 영화들을 탐닉한 후, 그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책에 풀어주셔서 정말 감사히 읽었다. 시선님께서 책에서 이야기했던 영화 제목들을 따로 밑줄 그으며 그 영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내 '영화 노트'에 풍성한 콘텐츠가 될 것 같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볼 때 영화감독이나 촬영감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영화의 미장센이나 스토리 플롯에 더 집중하는 편인데, 시선님께서 영화 노트를 정리하는 방식을 보고, 그 영화를 만든 사람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것이 꽤나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2021년에는 영화 노트에 나의 생각과 플롯, 미장센에 대해 적고 나서,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탐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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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시선의 시선

-앞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YouTube 콘텐츠 시대에 발을 꽤나 늦게 들인 편이다. 지금은 YouTube Pro로 보고 있을 만큼 YouTube를 애정 하지만, 예전엔 1초마다 바뀌는 YouTube의 알고리즘과 사람들의 날 선 댓글들 등 내가 콘텐츠를 흡수하는 데에 있어 최적의 플랫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조-용히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볼 수 있는 Netflix와 LG U+의 영화 섹션을 좋아했다. (지금도 Netflix의 큰 장점은 콘텐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김시선님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의 채널을 구독하시는 분들은 아마 나와 동의하실 거다. 그의 코멘터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세계와 시선에 대해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Needless to say,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어떤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는지, 왜 그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백만 구독자 중에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유독 애정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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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많이 보다 보면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영화 보는 것이 나에게 직업도 아니고, 그저 취미 생활로 하는 건데, 한번 영화보기에 빠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빠지는 나를 보면서 시간을 제대로 못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럴 시간에 내 본분을 위해 책이라도 한 장 더 들여다보는 게 더 좋았을까? 하며 후회 아닌 후회도 할 때도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꺼내 보고 싶은 책이 바로 "오늘의 시선"이다.

이 책을 읽으면 왠지 내가 현실에서 벗어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나의 자아를 마음껏 펼쳐보아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모처럼 쉬는 주말에는 소파에 누워 보고 싶은 영화를 수십 편을 볼 예정이다. 그래도 죄책감은 들지 않기로 했다.

"오늘의 시선"이 내게 괜찮다, 하며 나를 토닥거려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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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서점 -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제일재경주간』 미래예상도 취재팀 지음, 조은 옮김 / 유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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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하나에 빠져들면 무섭게 파고든다는 점인 것 같다. 뭐든 내가 관심이 있거나 알고 싶어 지는 게 있으면 푹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뉴이스트 강동호가 그렇고, 문구와 책이 그렇다. 좋으면 계속 파고 파고 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소위 "덕질"하는 것들엔 끝이 없어서 3n년째 이렇게 덕후로 살아가고 있다. (나의 관심사가 다섯 손가락을 넘기지 않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나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의 덕질 상대가 하나 더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에 대해 책을 계속 읽게 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고, 디깅 (digging, 파다)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서점."


시작은 유유당 1기가 되면서부터다. 내가 유유당에 지원할 때 나중에 내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책방 주인"이라고 적었고, 그걸 보신 마케터님께서 유유에서 출판된 서점 관련 책들이 많으니, 한번 읽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suggestion을 주셨다. 사실, 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독서 취향이 워낙 잡식성이라 활자라면 사족을 못쓰고 읽어재꼈던 나였다. 그래서 한 분야에 대한 책을 연달아서 몇 개월 동안 읽어본 적은 없던 터라, 이번 기회에 한 분야에 대한 -- 그것도 내가 잘 모르는 -- 책을 계속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싶어, 책방에 대한 책을 꾸준히 읽게 되었고, 벌써 두 달 사이에 세 권을 읽었다.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미래의 서점"이라는 책이다. 제목이 말해주고 있듯, 미래의 서점은 어떤 곳이 될지에 대해 현재와 과거를 기반으로 예측을 하는 책인데, 단순히 미래의 서점은 ~것이다,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서점을 예시로 들어 저자의 의견을 제안하기 때문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팩트를 기반으로 쓴 책이었기에,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준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몰랐던 것들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서점이 있는 곳은 도쿄라는 것도, 반스 앤 노블의 실패는 출판 생태계를 교란시킨 아마존의 등장이 아닌 스타벅스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들 스스로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래서 각 챕터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본문에서 답을 제시한다. 그중, 내게 울림을 줬던 질문 두 가지와 그에 대한 저자들의 답변과 나의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고독을 즐기는 시간 또는 사람과 교류하는 시간, 취향을 저격당했을 때의 한줄기의 흥분감, 호기심을 따라 자연스럽게 끌려드는 깊숙한 어느 공간... 

결국 우리는 그것을 좋아하게 되고, 그 이름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되리라.



1) 구세대 서점은 어떤 모습인가? (반스 앤 노블) 

Barnes and Noble - The Grove 

저자는 구세대 서점의 예시로 반스 앤 노블을 꼽았다. 하필이면 반스 앤 노블이라니! 유년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내게 반스 앤 노블은 굉장히 특별한 곳이다. 특히 3rd Street에 있던 The Grove 안에 있는 Barnes and Noble 은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300번은 더 간 것 같다. 이 책방을 이렇게 자주 갔던 이유는, 내가 The Grove 앞에 있는 Park La Brea 아파트에 살았던 것도 한몫했고, 어릴 때부터 책을 워낙 좋아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나의 아지트와도 같았던 이곳에 대한 디스 (ㅋㅋㅋㅋㅋ)는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반스 앤 노블이 정말 잘 나가던 서점이었고, 미국에서 "서점" 하면 반스 앤 노블이었다.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스타벅스와 손을 잡으면서 책과 커피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명세를 탔다. 또한 반스 앤 노블이 가진 여러 매력 중 하나는 팔색조 같은 분위기 연출이 가능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 책이 있는 공간은 시끌벅적했고, 스토리텔러가 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잡지나 시디가 있는 공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래를 듣고, 잡지를 읽으며 수다 떨기 바빴다. 교과서 섹션에서는 에서는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바닥에 앉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 서점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힐링이었고, 사람 공부였다. 그래서 난 그 공간과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 반스 앤 노블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 책방이자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을 가진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한국에 오고 몇 년 후, 반스 앤 노블이 예전처럼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마음이 아팠는지도. 게다가 이 책에서는 한물 간 "구세대" 서점으로 묘사되고 있으니, 얼마나 충격적이었겠는가. 


하지만, of course, I saw it coming. 아마존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서점을 예전처럼 찾지 않게 되면서 반스 앤 노블의 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책에서는 반스 앤 노블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표준화'를 꼽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표준화가 반스 앤 노블의 신화를 이룰 수 있게 한 장본인이었는데 말이다.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특별함"이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서점을 가고 싶어 하지, 똑같은 건물 디자인에 고리타분한 책 배치를 하고 있는 반스 앤 노블 체인 서점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에 나는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취향 역시 대형 서점에서 책방 주인의 뚜렷한 색깔과 유니크함이 돋보이는 독립서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Barnes and Noble - The 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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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엇이 변하는가? (디자인) 

한국에 와서 여러 책방들을 일부러 찾아다녔던 적이 있다. 특히 부산에 살 때 책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헌책방 거리부터 신세계 반디 앤 루니스, 교보문고까지 여러 책방을 다니면서 탐구를 했었다. 서점에 다닐 때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디자인'. 아무래도 눈으로 보이는 것이 가장 먼저 들어오기 때문에 책의 배치, 구조, 그리고 어떤 식으로 꾸며졌는지가 제일 먼저 보이게 된다. 서점은 말 그대로 책이 있는 곳이라 디자인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디자인은 서점을 만드는데 고려해야 할 것들 중 TOP 3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서점'에서는 서점이 점점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의 visual taste가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문화적인 콘텐츠가 있는 고급스러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내가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일본의 "츠타야 (Tsutaya) 서점" 성공엔 역시 하라 겐야의 디자인의 힘이 컸다. 한자 (lettering)로 로고 디자인을 했고, 그 심플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남았다. Indeed, 츠타야 서점은 북 큐레이션으로도 유명하지만, 역시 그 서점을 떠올리면 심플한 폰트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책방을 떠올리면 그 책방이 가진 분위기, 물건을 진열하는 방식, 그리고 향이 떠오른다. 나의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일수록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애정 할 수밖에 없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잠실 롯데월드 몰 안에 있는 아크 앤 북 (Arc N Book) 이 내 취향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Arc N Book 잠실


Arc n Book는 입구에서부터 책들이 정말 멋지게 배치되어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Magazine B>  섹션인데, 잡지 한 권 한 권을 세워서 배치를 해둔 것이 가장 강렬했다. 잡지 표지가 책방 디자인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또한, Arc n Book 에는 책과 문구의 경계선이 없다. 여행책 바로 옆에 트래블러스 다이어리가 배치되어 있고,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들 옆에는 재생된 종이로 만들어진 노트가 디스플레이되어있다. 이처럼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배치하지 않고 연결고리를 탄생시킨 아크 앤 북을 애정 한다. 




(자만으로 똘똘 뭉친 발언이겠지만) "책방"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세 권을 연달아 읽었더니 내가 마치 책방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아는 듯한 착각이 드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러니, 한 분야를 몇십 년 동안 디깅 하고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수백 권, 아니 수천 권을 읽은 사람들의 인사이트는 도대체 어떻다는 걸까? 그 깊이가 감히 가늠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그런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난 글을 쓰면서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여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디깅을 하려면 제대로 디깅을 해야 "제맛"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새긴다. 

책방에 대해 디깅을 시작한 이상,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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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표준 영어, 퀸즈 잉글리시 - 바르고 정확한 여왕의 영어 사용법
베르나드 램 지음, 이유정 옮김 / 동글디자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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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 해외/미국 대학 입시 컨설턴트, SAT 강사, 토플 강사, 유튜버 등 -- 하지만 그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영어 강사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가장 오래 해온 일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결과를 낼 때 가장 짜릿하기 때문이다. 


언어 공부는 끝이 없기 때문에 20년 이상을 영어를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더 많이 써왔지만, 아직도 영어는 내게 어렵다. 따라서, 영어를 더 잘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브런치에 내가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들을 여러 번 올렸듯이, 나는 내 영어 실력을 꾸준하게 올리기 위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계속해서 연습을 한다. 그 와중에 "동글 디자인" 서평단이 되어 "영국식 표준 영어, 퀸즈 잉글리시"라는 책을 제공받아 읽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서평단 도전을 굉장히 자주 하는 편이고, 좋은 책들을 제공받아 여러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영어" 관련된 책들은 서평단을 신청하는 것도, 서평을 부탁받는 것도,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내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과대광고(?)를 했다가는 내 커리어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 서평단을 직접 신청하는 것이 살짝 망설여졌지만, 미국 영어만 배웠고 써왔던 내가 "영국 영어"라는 미지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용기를 내어 신청을 했고, 운이 좋게도 뽑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책 앞에도 쓰여있듯,
정말 "바르고 정확한" 영어를 하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드린다. 



나는 초, 중, 고등, 대학교육을 영어로 받았기 때문에 사실 한글로 영어를 배우는 책들은 많이 읽지 않는다. 하지만 성인 회화 수업을 할 때는 내가 한국식 "영어 공부"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여러 책을 사서 읽어봤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 책이 가장 "영어식 영어" (어감이 좀 이상하다ㅋㅋㅋ)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세 가지로 (늘 그렇듯) 간추려 봤다. 




1) 확실한 타겟층 

이 책의 레벨은 고급이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고, 영어의 체계를 이해하는 분들이 읽으셔야 도움이 될 책이다. 이 책의 목차를 들여다보면 영어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8 품사부터 클리셰와 유명한 표현, 철자, 헷갈리는 단어, 비즈니스 글쓰기, 연설 등 심지어 단어 어원까지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이다. 영어로 예시들이 많고, 예시들이 한글로 번역이 되어있어서 영어 공부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될 듯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다양한 학생들 - 토플반부터 SAT, AP까지 -- 중 추천해주고 싶은 학생들은 한국에서 영어교육을 받았지만 SAT (미국 수능)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미국 수능 섹션 중에 Writing이 있는데 그 부분은 탄탄한 문법과 단어 실력이 겸비되어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문법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8 품사"를 가르치면서 시작을 하는데, 이 책이 8 품사로 먼저 시작을 해서 시작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받은 학생들 중 SAT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영어는 잘해도, "8 품사"라는 개념 자체를 아예 모르고 들어올 때가 있기에, 그런 학생들에게 이 책을 준다면 기초적인 베이스는 잡고 SAT 수업에 임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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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두점 소개 (punctuation)

영어에서 구두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콤마 하나에 문장 뜻이 바뀌고, 콤마 여부에 따라 문법이 맞고 틀릴 수 있기 때문에 구두점이 정말 한없이 쓸모없어 보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인데, 한국어에는 없는 것들이 영어에서는 사용이 되기 때문에, SAT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구두점이다. 


구두점은 사실 미국 현지에서도 영어를 학습한 학생들이 많이 틀린다. 영어 선생님들도 귀찮아서 잘 고쳐주지 않는 것이 구두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고, SAT Writing에서도 구두점 관련된 문제들이 꽤 나오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구두점"하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처음 한국에 와서 티칭을 시작했을 때, Punctuation이라는 단어가 한국어로 뭘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그랬다.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봤더니 "구두점"이라고 해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구두점 써야지"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구두점"이라는 단어도 몰랐다. 실제로 "구두점"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만큼 영어 공부를 할 때 등한시되는 것이 바로 구두점인 것이다. 이 글을 읽으셨다면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구두점에 대해서 천천히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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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친절한 문법 설명 

나는 한국식으로 영어 문법 설명하는 것을 잘 못한다. 내가 영어를 한국어로 배운 게 아니라 영어로 배웠기 때문에 "중속 절" "부정대명사"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잘 모른다. 하지만 성인 영어회화를 가르치다 보면 한국에서 영어 문법을 배우신 분들이 많아서 내게 질문을 할 때 어려운 한국식 영어 문법 단어들을 쓰신다. 그럴 때 내가 꼭 말씀드리는 것이 있다. 


영어 문법이니 영어로 배워보면 어떨까요?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어 문법"은 "영어" 이기 때문에 "영어로" 배우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그것을 다른 언어로 바꿔서 그 언어로 생각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질 수 있다. 왜냐면 언어라는 것이 다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에 있는 개념이 한국어에는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and vice versa. 따라서, 어떤 언어를 배울 때는 "그 언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것을 통해" 배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영어 문법을 공부할 때, 한국어로 공부하는 대신, 영어로 term들을 공부하다 보면 외우기도 더 쉬워진다. 

예를 들면 '부정대명사'는 영어로 'indefinite pronoun'이라고 하는데, indefinite는 "불명확한"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누군지 모르는 상태의 단어를 일컫는데, each, any, some, several 같은 단어들이 바로 indefinite pronouns이다. 이 친구들을 "부정대명사"로 외우는 대신, 처음부터 "indefinite pronoun"이라고 입력을 시켜놓으면 자연스레 "indefinite"라는 단어도 입력되면서 예시들도 같이 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으로 공부를 하면 영어로 영문법을 공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한국어로 설명이 되어있고, 괄호 안에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순기능은 당연히 영어를 한국어로 쉽게 설명해놓은 것이겠지만, 나는 그 반대로,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의문대명사, 지시대명사 등)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회화보다는 아카데믹 잉글리시를 더 깊게 파보고 싶은 분들에게 정말 적극, 강력으로 추천드리고 싶다.


심지어 AP Literature에 나오는 figurative language -- simile, metaphor 등 -- 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특히 페이퍼 쓰셔야 하는 분!  Grammarly에 의지 하시지 마시고, 이 책을 통해서 공부하시면 참 좋을 것 같다. 


늘 숙제처럼 느껴지는 영어공부, 이번 기회에 "영국식 표준 영어, 퀸즈 잉글리시"의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꼭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P.S. 좋은 책 감사합니다, 동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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