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쟁탈 3,000년 - 전쟁과 평화의 세계사
조너선 홀스래그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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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본업은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이지만, 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기에, 고등학생 아이들에게는 역사 관련 과목들을, 대학생들에게는 정치외교학과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시험대비를 위해서 단기속성으로 AP나 SAT II 준비를 위주로 해주기 때문에, 장황한 역사 속 세계사, 유럽사, 미국사를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데, 역사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전쟁을 빼놓고 역사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하루는 전쟁에 대해서 모아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만났다. 

권력 쟁탈 3,000년 - 전쟁과 평화의 세계사


이 책은 내용이 무려 536페이지, 참고문헌이 70페이지, 그리고 색인이 30페이지다. 맞다. 벽돌 책이다. 서기전 10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 방대한 타임라인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사의 큰 그림은 거뜬히 그릴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가르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바로 한국어로 세계사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영어로 세계사를 학습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 이름과 지형 이름을 영어로 알고 있는데, 한국어로 설명을 할 때 영어로 이름을 알려주면 아이들이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수업 준비를 할 때 늘 사전을 찾아서 한국어식 이름으로 노트를 적었어야 했다. 지금은 한국식 이름들도 익숙해져서 사전이 필요가 없어졌지만, 내가 강사 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결론: 전쟁의 공포가 평화를 만든다" 부분이다. 책의 시작부터 주어지는 질문, "왜 평화라는 이상이 전쟁이라는 현실에 번번이 밀려나는가?"에 대한 답변이 주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학기 때 학생과 함께 읽었던 논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아프리카가 성장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전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쟁의 아이러니다.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아프게 하기 때문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가난하고 못 사는 나라가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과 지도자들은 한때 전쟁을 염원했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읽고 한 때 전쟁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Just War (정의로운 전쟁론)이라는 것은 없다. 


역사에 완전한 도덕적 우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 중)




책은 역사를 사랑하시는 분들, 역사를 가르치시는 분들,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 그리고 나처럼 AP World History 준비시켜야 하는 강사님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괜찮다. 책이 굉장히 친절해서 디테일하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기초를 다진다고 생각하고 읽으셔도 도움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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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3 - 춘몽의 결結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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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옥루몽>의 마지막 포스팅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만의 대서사시를 쓰고 싶지만, 다른 책도 읽어야 하기에, 이제 <옥루몽>을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한 책을 가지고 세 번의 리뷰를 쓴 건 처음이다. 책이 아무리 길어도, 시리즈로 나와도, 한 포스팅에 녹여내기 충분했는데, 옥루몽에 대한 포스팅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옥루몽에 스며들고 싶었다고나 할까. 


책을 다 읽었으니, 왜 내가 이 작품에 지난 한 달간 푹 빠져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고, 소설부터 자기 계발서까지, 활자라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탓에, 이런 소설을 처음 읽어본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난 <옥루몽>에 열광했을까.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고전>에 도전했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살면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을 적어둔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오랜 시간 동안 적혀 있었던 것은 "한국사" 공부와 "한국 고전" 읽기였다. 이 두 가지는 정말 예전부터 내 버킷리스트에 있었지만, 좀 더 접근성이 쉬운 것들을 먼저 한다고 계속 미루던 참이었다. 


한국어로 교육을 3년남짓 받고, 해외로 건너가 영어 혹은 스페인어로 15년 가까이 공부를 해온 탓에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고전을 읽는 다던지, 한국사를 배운다는 것은 참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맨날 말로만 공부하겠다고 하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장바구니에 다양한 고전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이내 실패. 어차피 읽지 않을 거라면 나에게 필요한, 트렌디한 책이나 읽자며 고전을 장바구니에서 빼내어 "찜"만 해둔지도 꽤 된 것 같다. 


그렇게 한국 고전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결국 친해지지 못했던
나에게 <Xbooks 옥루몽 서평단>이라는 기회가 온 것이다. 


서평단이 되었으니 읽긴 읽어야겠고, 서평 역시 써야겠는데,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중도 포기라도 하면? 다시 책을 돌려드려야 하나- 까지의 고민을 했을 정도로 고전의 벽은 내게 너무나 높았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출근길에 옥루몽을 펼쳤는데 고된 출근길이 그렇게 빨리 지나갈 수가 없었다. 한문은 모르지만, 친절한 설명 탓에 등장인물들이 읊조리는 시를 술술 읽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고,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부분들까지 밑에 footnote로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내가 몰랐던 단어들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맨 끝에 있는 "<옥루몽>의 문학사적 위치와 서사 미"를 읽으면서 내가 한 달 동안 읽은 <옥루몽>이 여러 가지의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말 2021년 1월에 가장 잘한 일이 <옥루몽>을 완독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쓴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옥루몽>은 내게 "벽돌깨기" 그 이상의 챌린지였다. <옥루몽>을 읽었다는 것은 1500페이지에 달하는 한국어 책을 처음으로 끝낸 여정이었고, 내가 평소에 어렵다고 생각한 것들, 시작 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고 나면 별거 아니구나, 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만큼 삶에 대한 나의 태도 --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겠다는 끈기 -- 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에 <옥루몽> 완독을 반드시 꼽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한 고전들, 이 세상에 나온 지 몇백 년이 흘렀어도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품엔 반드시 특별한 게 있다는 것을. 트렌드를 읽는 것도, 그 시대에 맞는 작품들을 읽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긴 세월 동안 사랑받고 칭송받는 작품들을 좀 더 사랑하고 탐닉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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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2 - 혼탁의 장場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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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준비물:

https://www.youtube.com/watch?v=PwmAvjWxlgk



지난 포스팅 <옥루몽 제1권: 낙화의 연>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한 최애/차애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옥루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성"과 girl power에 집중했다면, <옥루몽 제2권: 혼탁의 장>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한 장면 Top 3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https://brunch.co.kr/@hwangyeiseul/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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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Spoiler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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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벽성선 vs. 노균 

-내가 지난 포스팅에서 최애 캐릭터가 <강남홍>이라고 이야기했지만, 2권을 읽다 보면 내 최애가 어느새 <벽성선> 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특히 노균과 face to face로 이야기하는 그 장면은 진짜 캬- 악기 잘 다루지, 말 잘하지, 똑똑하지, 똑 부러지지, 천하의 노균 앞에서도 할 말 다 하는 벽성선. 그녀를 안 사랑하려야 안사랑 할 수가 없다. 노균과 벽성선의 스릴 넘치는 티키타카를 글로 읽고 있자니 손에 땀이 나서 누워 있다가 이불을 박차고 앉아서 읽었다. (소설에 진심인 사람.) 


물론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 하지만, 누구보다 벽성선을 응원한 독자로써, 벽성선이라는 인물이 실제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때 당시에 여자가 높은 지위에 있는 남자에게 대놓고 말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을 시절이었기에, 거의 금기되다시피 한 행동을 당당하게 한 벽성선. 목숨을 내놓고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진짜 이런 캐릭터가 옛날에 그려졌다는 것 자체가 나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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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위 부인과 황소저 

-나는 책을 읽을 때 책에 낙서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웬만하면 하이라이트를 쓰기보다는 인덱스를 붙이고, 붙인 부분에 대해 필사를 대신하고 거기에 노트를 적는 편인데, 이번 2권에서는 P.507에 밑줄을 쫙쫙 그었다. 나에게 정말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다. 


"천성이 악독하여 가르침으로 이끌 수 없으니,
선생께서 배를 갈라 본성을 바꿔주십시오."


꿈에서 본인의 어머니를 마주하고, 어머니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들은 위부인. 그리고 어떤 백의 노인으로부터 알약을 삼키라는 지시를 받고 그것을 삼키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심한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백의 노인은 소매 안에서 붉은 호로병을 꺼내 감로수를 따르더니, 위 부인의 내장을 깨끗이 씻어 다시 뱃속에 넣는다.


"배 안의 악독한 뿌리가 창자에만 있을 뿐 아니라 골수까지 스며들었소.
마땅히 뼈를 갈아 독기를 없애야겠소." 


너무나도 생생한 꿈을 꾼 뒤로 위 부인은 정신을 차린다. 황소저 역시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깊이 뉘우친다.


이 장면이 내게 와 닿았던 이유는, 저지른 죄를 진정으로 뉘우친 다는 것은 어쩌면 "오장육부가 꺼내지고 씻기는" 고통을 견디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 말로만 뉘우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다. 그래, 어쩌면 내 잘못을 뉘우친다는 것은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르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닐까. 그래야 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의 씬은 말해 뭐해. 그냥 우리 <강남홍> 언니랑 <벽성선> 언니가 또 멋지게 짜자잔 나타나서. 

네, 여기까지. (멋있으면 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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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투기 

-<옥루몽>을 읽으면서 "투기"라는 단어를 처음 읽었고, 제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양창곡의 부인들이 서로를 질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모습을 볼 때는, 아, 사람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옥루몽>이라는 소설이 "고전"이기에 되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 사람 사는 얘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5명의 여인들이 "양창곡"이라는 사내와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질투하며 양창곡의 사랑과 마음을 쟁취하려고 하는 파트를 읽을 때는 귀엽기(?)까지 하다. 잊지 말자, 천하의 <강남홍>도, 노균에 대적한 <벽성선>도, 사랑을 위해 벽성선을 음해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황소저>도, 사랑 앞에서는 한 명의 여자고, 사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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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500장 가까이 되는 <옥루몽>과 함께한 지난 한 달의 여정. 드디어 다음 편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글 쓰면서 내가 따로 적어둔 페이지들을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3편 글을 쓰면 정말 <옥루몽>과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벌써 아쉽지만, 내일 마지막 편인 3편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도록 하겠다. 


Stay tuned for 옥루몽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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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갑자기 든 생각인데 <옥루몽>으로 드라마나 영화 나왔으면 좋겠다. K-Romance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 영어로 옥루몽에 대한 글을 써서 Medium에 올려볼까? 의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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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1 - 낙화의 연緣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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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루몽. 처음 책을 받았을 때 그 두께에 놀라고, 3권이라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첫 챕터가 끝나고 난 뒤 왜 K-Romance의 끝판왕이 <옥루몽>인지 알게 되었다.


책장을 안 넘길 수가 없었다. 


지하철에서 글을 많이 읽으면 속이 울렁거려 종이 책은 잘 읽지 못하는 내가, 출퇴근 길에 푹 빠져서 읽었다면 말 다했지 뭐. 고전이 왜 고전인지,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는지 제대로 알게 된 느낌이다.


"한국"다운 것을 사랑하는 나. 그래서 인터넷 소설을 읽어도 사극풍의 소설을 즐겨 읽고, 노래도 한국 고유의 한이 서린 멜로디를 사랑한다. 따라서, 당연히, 옥루몽을 읽는데 BGM을 빼놓으면 섭섭하지. 


다음은 내가 옥루몽을 읽으면서 계속 반복해서 들었던 음악이다. 옥루몽을 읽으시는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4KqoClAoDaw 

안예은-상사화 instrumental version.


*여기서 잠깐. 이 곡은 가사 역시 어떻게 보면 옥루몽에 대입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나는 가사가 들리는 순간 책에 집중을 못해서 instrumental version으로 들었다. 이걸 들으면서 옥루몽을 읽으면 정말 몰입이 돼서 내가 <강남홍>이 된 기분.


이번 포스팅에서는 <옥루몽 제1권 - 낙화의 연>에 집중할 예정이다. 3권인 만큼 한 포스팅에 세 권을 다 담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리즈 소설 리뷰는 처음이지만, 내가 읽고 느낀 점에 대해서 가감 없이 담을 예정이다. 내 맘대로 키워드 세 개를 골라서 그것에 대해 써보겠다. 최대한 스포가 되지 않게 노력할 테지만, 어쩔 수 없이 책의 내용이 조금씩 들어갈 수 있으니, spoiler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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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남홍 

개인적으로 다섯 명의 여인 중에 가장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는 강남홍이라고 생각한다. 아, 내가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사람이라면 내 머릿속에 그린 강남홍을 직접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마음속에 있는 그녀는 아름답고 완벽하다. 세상에 둘도 없을 멋진 여자. (그녀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까 싶어 구글링 할까 고민하다가, 찾아보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그린 그녀의 모습이 와장창 깨질 것만 같아서.) 


게다가 "홍혼탈"로써 전쟁터에서 싸우는 모습을 읽을 때면, 전사가 되어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는 그녀를 생각하면 정말 멋있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태까지 내가 읽은 소설 + 본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멋있는 캐릭터 중 한 명이 강남 홍이 아닐까 싶다. 외모도 외모지만, 그녀가 읊는 시에, 노래에, 말 한마디에 기품이 넘친다. 기생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 이렇게 매력 있는 캐릭터가 또 있을까 싶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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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벽성선 

강남 홍이 내 최애라면, 벽성선은 내 차애캐릭터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데, 악기를 다루는 데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매력이고, 질투에 눈이 먼 황소저가 자신을 해하려 할 때,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억울하지만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 불쌍하기도 하면서 나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욱더 감싸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가 바로 벽성선이다. 뭔가 이름도 한국 신화에 나올 법한 그런 이름. 


"성선"이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성선설"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선함"을 갖고 태어난다는 성선설과 벽성선이 묘하게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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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성 

옥루몽에서는 다섯 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1권에서는 강남 홍이 주된 인물이고, 그다음으로 윤소저-황소저-벽성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 인물은 간략하게 소개만 되는데, 그 인물이 궁금해서 2권으로 안 넘어 갈래야 안 넘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읽으면서 계속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도대체 "양창곡"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멋있는 여성들이 양창곡을 원할까-하는 생각뿐이다. 멋진 언니들이 사랑한 사람인만큼, 양창곡 그도 정말 매력 있는 남자였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의 여성상을 추리고 추리고 추린다면 양창곡의 그녀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하나같이 매력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그녀들이 많은 고전에서 그렇듯, 약하디 약한 여성으로만 보인다면 옥루몽,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각기 캐릭터들이 가진 강인함이 있고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이 있고, 서사가 있다. 그래서 내가 옥루몽을 끝까지 놓지 못하고 소위 말하는 "벽돌깨기 (두꺼운 책 읽기)"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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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문에 취약하고, 한글 고전에도 취약한 나인지라, 옥루몽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하지만 xbooks의 버전은 나같이 고전에 취약한 사람도 잘 읽을 수 있도록 한문 옆에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한문을 하나도 못 읽어도 등장인물들이 시를 읊을 때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고전이라서, 두꺼워서, 한문이 어려울까 봐 주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염려치 마시고 읽어보시라고 꼭 추천드리고 싶다. 



옥루몽 시리즈는 2편에서 계속될 예정이니,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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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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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하는 수만 가지 중에 가장 못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미니멀하게 사는 것이다. 나는 뭘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뭘 갖출까 하고 고민부터 한다. 그렇다, 난 미니멀리즘과 거리가 꽤나 먼 사람이다. 


내가 맥시멀 하다는 건 내 삶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다.

2021년의 다이어리가 8권이라는 것을 봐도, 난 절대 미니멀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속에 늘 자리 잡은 단어 역시 미니멀리즘이다.

할 수만 있다면 미니멀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넷플릭스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도 한때 봤었고, 넷플릭스의 다큐영화 "미니멀리즘"도 봤다. 하지만 그때뿐이었고,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참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나 자신에게 "미니멀리즘" 관련된 영상과 책을 통해 그 단어를 잊지 않게 했다. 행동으로 보일 순 없어도, 마음으로 새기면서 그렇게 미니멀리즘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가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보통 '미니멀'하면 사물이 없는 상태를 떠올린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상태. 

하지만 <장자의 비움 공부> 책을 통해서 콘텐츠로부터, 능력으로부터, 시간으로부터 미니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비움의 미학에 대해 깊게 탐닉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있다.

1부: 장자, 비움의 공부
2부: 장자, 비움의 통찰
3부: 장자, 비움의 창작.

그리고 읽기 쉽게 100개의 짧은 에세이로 정리가 되어있다.


각 챕터는, 각자의 토픽에 알맞게 비움이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휴식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케 하는지 설명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나는 내가 워커홀릭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을 사랑하고, 일 하는 것이 세상 가장 재밌는 일 중에 하나인지라 쉼에 대해서 딱히 중요하다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잠을 못 자가며 일을 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그래서 "쉼"은 어디까지나 내 선택에 의해서 쉬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쉼에 대해서 좀 더 관대해지기로 했다. 쉬고 싶을 땐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어버리자.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지혜는 고요함이다.

직업이 선생님인지라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서기도 좋아해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말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늘 그러지 말아야지, 되뇌면서도 수업시간에 오디오가 비는 것을 못 참는 나는 끊임없이 말한다. 일 할 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입 모터를 조금이라도 덜 가동해보자. 정말 필요한 말만 할 수 있도록. 


도넛, 완전함에서 덜어냄으로

나는 빵 중에 특히 가운데에 동그랗게 구멍이 난 도넛이 좋다. Every bite = 너무 촉촉해서. 그런데 도넛이 다른 빵에 비해 유독 촉촉했던 이유가 바로 이 구멍 때문이었다. 빵이 설익지 않게 확인하려 구멍을 뚫어보다가 졸지에 도넛이 된 것이다. 이 일화를 듣고 도넛이 더 좋아졌다. 기억하자, 완전함이 아닌 덜어냄으로.




아직도 무언가를 비운다는 것은 내게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장자의 비움 공부>를 통해서 비움을 알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감이 되는지 배웠다. 나는 믿는다. 이렇게 조금씩 미니멀리즘에 다가간다면, 언젠가는 미니멀리즘의 깔끔함을, 심플함을 즐기는 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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