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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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사랑한다. 사실 이렇게 말해놓고 정말 "사랑한다"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싶지만, 난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현대인들에게 필수라는 '술, 담배, 카페인'을 일절 안 하는 나에게 있어 영화는 '술, 담배, 카페인' 그 이상이다.

요즘은 언택트 강의가 많아서, 집에서 하루 종일 강의를 한다. 몇 시간 동안 말을 하다 보면 지칠 법도 한데, 강의가 다 끝난 뒤, 난 거실에 나가 넷플릭스를 틀던, LG U+의 무료 영화를 찾아보던, 돈을 내고 영화를 보던,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본다는 건 나에게 있어 신성한 "리츄얼"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영화 보는 것을 즐기게 된 건 내가 15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이다.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많이 없던 시절, 강의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할 거라곤 책을 읽거나 SNS을 하는 것뿐이었는데, 그때 당시의 YouTube는 나의 구미를 당길만한 콘텐츠를 제공해주지 못했고, 어릴 때부터 그저 좋아했던 영화보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가 2014년이었다.

LG U+ 에 들어가 "무료 영화" 탭을 눌렀더니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들이 제법 있었다. 그때 그 무료 영화 리스트를 보고 나서,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2015년에는 하루에 한 영화를 보는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에는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한 사진 올리기" 챌린지를 하던 터였다. 사실 사진과 짤막한 글을 올리는 건 많이 걸려봤자 5-10분이어서 금방 해치울 수 있었지만, 영화보기 챌린지는 최소 1.5시간에서 최대 3시간까지 걸릴 수 있는 일이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1일 1 영화 챌린지가 묘하게 끌렸다. 그래서 2014년에 발견한 '무료 영화'를 2015년에 다 해치우리라 마음먹었다.

나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그릿'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2015년에 1일 1 영화 챌린지를 성공했다. 365편을 본 게 아니라 거의 500편 정도 봤다. 그리고 본 영화들의 포스터를 모아서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나만의 평점을 매겨가며 그렇게 영화에 대한 나만의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렇게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나. 그런 내게 선물처럼 온 "오늘의 시선." 영화를 누구보다 사랑하시는 김시선님께서 쓰신 책을 읽고 있자니,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이 보여서 읽는 내내 밑줄을 그어가며 300% 공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요즘은 겨울 세션이라 몹시 바빠서 한 책을 앉은자리에서 읽기가 쉽지 않은데, 시선님의 책은 어제 새벽에 읽어서 그 자리에서 끝냈다.

책을 덮은 후, 반드시 오늘 그의 책에 대한 내 생각과 영감을 브런치에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시선님 역시 영화 노트를 늘 쓰신다고 하셨는데, 나도 영화를 내 방식대로 오랫동안 사랑해온 사람으로서, 영화를 본 뒤 꼭 쓰는 '영화 노트'가 있다. 그 안에 써야 할 내용들이 꽤나 늘어날 것 같아서 행복한 오늘이다.

1. 자연스러운 영화 추천

-시선님은 영화를 일 년에 700편은 넘게 보신다. 그런 분께서 추천해주시는 영화들은 얼마나 좋은 영화들일까. 개중에는 내가 본 것들도 있었지만, 내가 보지 못한 영화들이 훨씬 더 많았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시기에, 독립영화도 많이 보시고, 극장에서 상영을 하지 않는 영화들 -- 영화제에 참여를 해야만 볼 수 있는 영화들 -- 역시 많이 보시기 때문에, 내가 듣도 보도 못한 영화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몰랐던 세계'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대놓고 영화를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각 영화들을 탐닉한 후, 그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책에 풀어주셔서 정말 감사히 읽었다. 시선님께서 책에서 이야기했던 영화 제목들을 따로 밑줄 그으며 그 영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내 '영화 노트'에 풍성한 콘텐츠가 될 것 같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볼 때 영화감독이나 촬영감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영화의 미장센이나 스토리 플롯에 더 집중하는 편인데, 시선님께서 영화 노트를 정리하는 방식을 보고, 그 영화를 만든 사람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것이 꽤나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2021년에는 영화 노트에 나의 생각과 플롯, 미장센에 대해 적고 나서,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탐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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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시선의 시선

-앞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YouTube 콘텐츠 시대에 발을 꽤나 늦게 들인 편이다. 지금은 YouTube Pro로 보고 있을 만큼 YouTube를 애정 하지만, 예전엔 1초마다 바뀌는 YouTube의 알고리즘과 사람들의 날 선 댓글들 등 내가 콘텐츠를 흡수하는 데에 있어 최적의 플랫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조-용히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볼 수 있는 Netflix와 LG U+의 영화 섹션을 좋아했다. (지금도 Netflix의 큰 장점은 콘텐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김시선님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의 채널을 구독하시는 분들은 아마 나와 동의하실 거다. 그의 코멘터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세계와 시선에 대해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Needless to say,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어떤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는지, 왜 그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백만 구독자 중에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유독 애정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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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많이 보다 보면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영화 보는 것이 나에게 직업도 아니고, 그저 취미 생활로 하는 건데, 한번 영화보기에 빠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빠지는 나를 보면서 시간을 제대로 못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럴 시간에 내 본분을 위해 책이라도 한 장 더 들여다보는 게 더 좋았을까? 하며 후회 아닌 후회도 할 때도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꺼내 보고 싶은 책이 바로 "오늘의 시선"이다.

이 책을 읽으면 왠지 내가 현실에서 벗어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나의 자아를 마음껏 펼쳐보아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모처럼 쉬는 주말에는 소파에 누워 보고 싶은 영화를 수십 편을 볼 예정이다. 그래도 죄책감은 들지 않기로 했다.

"오늘의 시선"이 내게 괜찮다, 하며 나를 토닥거려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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