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서점 -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제일재경주간』 미래예상도 취재팀 지음, 조은 옮김 / 유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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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하나에 빠져들면 무섭게 파고든다는 점인 것 같다. 뭐든 내가 관심이 있거나 알고 싶어 지는 게 있으면 푹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뉴이스트 강동호가 그렇고, 문구와 책이 그렇다. 좋으면 계속 파고 파고 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소위 "덕질"하는 것들엔 끝이 없어서 3n년째 이렇게 덕후로 살아가고 있다. (나의 관심사가 다섯 손가락을 넘기지 않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나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의 덕질 상대가 하나 더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에 대해 책을 계속 읽게 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고, 디깅 (digging, 파다)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서점."


시작은 유유당 1기가 되면서부터다. 내가 유유당에 지원할 때 나중에 내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책방 주인"이라고 적었고, 그걸 보신 마케터님께서 유유에서 출판된 서점 관련 책들이 많으니, 한번 읽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suggestion을 주셨다. 사실, 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독서 취향이 워낙 잡식성이라 활자라면 사족을 못쓰고 읽어재꼈던 나였다. 그래서 한 분야에 대한 책을 연달아서 몇 개월 동안 읽어본 적은 없던 터라, 이번 기회에 한 분야에 대한 -- 그것도 내가 잘 모르는 -- 책을 계속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싶어, 책방에 대한 책을 꾸준히 읽게 되었고, 벌써 두 달 사이에 세 권을 읽었다.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미래의 서점"이라는 책이다. 제목이 말해주고 있듯, 미래의 서점은 어떤 곳이 될지에 대해 현재와 과거를 기반으로 예측을 하는 책인데, 단순히 미래의 서점은 ~것이다,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서점을 예시로 들어 저자의 의견을 제안하기 때문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팩트를 기반으로 쓴 책이었기에,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준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몰랐던 것들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서점이 있는 곳은 도쿄라는 것도, 반스 앤 노블의 실패는 출판 생태계를 교란시킨 아마존의 등장이 아닌 스타벅스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들 스스로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래서 각 챕터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본문에서 답을 제시한다. 그중, 내게 울림을 줬던 질문 두 가지와 그에 대한 저자들의 답변과 나의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고독을 즐기는 시간 또는 사람과 교류하는 시간, 취향을 저격당했을 때의 한줄기의 흥분감, 호기심을 따라 자연스럽게 끌려드는 깊숙한 어느 공간... 

결국 우리는 그것을 좋아하게 되고, 그 이름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되리라.



1) 구세대 서점은 어떤 모습인가? (반스 앤 노블) 

Barnes and Noble - The Grove 

저자는 구세대 서점의 예시로 반스 앤 노블을 꼽았다. 하필이면 반스 앤 노블이라니! 유년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내게 반스 앤 노블은 굉장히 특별한 곳이다. 특히 3rd Street에 있던 The Grove 안에 있는 Barnes and Noble 은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300번은 더 간 것 같다. 이 책방을 이렇게 자주 갔던 이유는, 내가 The Grove 앞에 있는 Park La Brea 아파트에 살았던 것도 한몫했고, 어릴 때부터 책을 워낙 좋아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나의 아지트와도 같았던 이곳에 대한 디스 (ㅋㅋㅋㅋㅋ)는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반스 앤 노블이 정말 잘 나가던 서점이었고, 미국에서 "서점" 하면 반스 앤 노블이었다.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스타벅스와 손을 잡으면서 책과 커피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명세를 탔다. 또한 반스 앤 노블이 가진 여러 매력 중 하나는 팔색조 같은 분위기 연출이 가능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 책이 있는 공간은 시끌벅적했고, 스토리텔러가 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잡지나 시디가 있는 공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래를 듣고, 잡지를 읽으며 수다 떨기 바빴다. 교과서 섹션에서는 에서는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바닥에 앉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 서점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힐링이었고, 사람 공부였다. 그래서 난 그 공간과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 반스 앤 노블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 책방이자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을 가진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한국에 오고 몇 년 후, 반스 앤 노블이 예전처럼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마음이 아팠는지도. 게다가 이 책에서는 한물 간 "구세대" 서점으로 묘사되고 있으니, 얼마나 충격적이었겠는가. 


하지만, of course, I saw it coming. 아마존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서점을 예전처럼 찾지 않게 되면서 반스 앤 노블의 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책에서는 반스 앤 노블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표준화'를 꼽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표준화가 반스 앤 노블의 신화를 이룰 수 있게 한 장본인이었는데 말이다.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특별함"이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서점을 가고 싶어 하지, 똑같은 건물 디자인에 고리타분한 책 배치를 하고 있는 반스 앤 노블 체인 서점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에 나는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취향 역시 대형 서점에서 책방 주인의 뚜렷한 색깔과 유니크함이 돋보이는 독립서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Barnes and Noble - The 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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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엇이 변하는가? (디자인) 

한국에 와서 여러 책방들을 일부러 찾아다녔던 적이 있다. 특히 부산에 살 때 책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헌책방 거리부터 신세계 반디 앤 루니스, 교보문고까지 여러 책방을 다니면서 탐구를 했었다. 서점에 다닐 때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디자인'. 아무래도 눈으로 보이는 것이 가장 먼저 들어오기 때문에 책의 배치, 구조, 그리고 어떤 식으로 꾸며졌는지가 제일 먼저 보이게 된다. 서점은 말 그대로 책이 있는 곳이라 디자인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디자인은 서점을 만드는데 고려해야 할 것들 중 TOP 3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서점'에서는 서점이 점점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의 visual taste가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문화적인 콘텐츠가 있는 고급스러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내가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일본의 "츠타야 (Tsutaya) 서점" 성공엔 역시 하라 겐야의 디자인의 힘이 컸다. 한자 (lettering)로 로고 디자인을 했고, 그 심플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남았다. Indeed, 츠타야 서점은 북 큐레이션으로도 유명하지만, 역시 그 서점을 떠올리면 심플한 폰트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책방을 떠올리면 그 책방이 가진 분위기, 물건을 진열하는 방식, 그리고 향이 떠오른다. 나의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일수록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애정 할 수밖에 없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잠실 롯데월드 몰 안에 있는 아크 앤 북 (Arc N Book) 이 내 취향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Arc N Book 잠실


Arc n Book는 입구에서부터 책들이 정말 멋지게 배치되어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Magazine B>  섹션인데, 잡지 한 권 한 권을 세워서 배치를 해둔 것이 가장 강렬했다. 잡지 표지가 책방 디자인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또한, Arc n Book 에는 책과 문구의 경계선이 없다. 여행책 바로 옆에 트래블러스 다이어리가 배치되어 있고,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들 옆에는 재생된 종이로 만들어진 노트가 디스플레이되어있다. 이처럼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배치하지 않고 연결고리를 탄생시킨 아크 앤 북을 애정 한다. 




(자만으로 똘똘 뭉친 발언이겠지만) "책방"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세 권을 연달아 읽었더니 내가 마치 책방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아는 듯한 착각이 드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러니, 한 분야를 몇십 년 동안 디깅 하고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수백 권, 아니 수천 권을 읽은 사람들의 인사이트는 도대체 어떻다는 걸까? 그 깊이가 감히 가늠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그런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난 글을 쓰면서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여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디깅을 하려면 제대로 디깅을 해야 "제맛"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새긴다. 

책방에 대해 디깅을 시작한 이상,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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