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다 - 살아보는 여행의 시작
조셉 미첼리 지음, 김영정 옮김 / 유엑스리뷰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평소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새로운 플랫폼이 생겼거나, 입소문을 타고 내 귀에 들어오는 플랫폼은 무/유료를 따지지 않고 경험부터 해보자는 "경험주의"지만, 내가 정말 조심스럽게 선택하는 것이 있는 게, 그것이 바로 '장소'이다. 


벌레를 워낙 무서워하고 한국에 9년째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날씨는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추위와 더위를 정말 잘 타기에, 내가 "잠"을 자고 "화장실"을 써야 하는 곳을 골라야 할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진다. 그래서일까? "남의 집"에서 잠을 자고 화장실을 쓴다는 것이 쉬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차라리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호텔에 편히 묵는 게 낫지,라고 생각했기에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이 정말 핫하지만, 에어비앤비를 사용해본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다. 


그것도 나의 선택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때는 2019년 초에 뉴이스트 콘서트가 있었고, 덕메 (덕질 메이트) 들과 함께 콘서트장 근처에 호텔을 잡으려니 우리 수가 너무 많아서 호텔은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가. 목청으로 따지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 아니던가. 콘서트가 끝나고 모이면 분명 오빠 얼굴이 얼마나 잘생겼었는지, 오빠가 노래를 얼마나 잘했는지에 대해서 떠들기 바쁠 거고, 그에 따른 만만치 않은 소음이 당연히 예상되었다. 그래서 호텔보다 근처의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예약하여 "우리 하고 싶은 것 다하자"는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정리하자면: 

1) 여러 명 (13인) 이 한 곳에서 묵을 만큼 넓은 숙소가 필요했다. 

2) 한 목청 하는 13인이 오빠 얼굴을 보며 동시에 소리를 질러도 괜찮은 곳이어야 했다.

3)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가 힘들기에, 당일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해결이 되어야만 했다. 

4) 가격이 모두의 예산과 맞아야 했다. 


사실 1번이나 3번 같은 경우 호텔의 스위트룸이나, 호텔 룸서비스를 사용한다면 거뜬히 해결될 일이지만, 여러 명이 모일 때 4번이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은 다 아실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4번이 맞는다고 해도 2번 - 우리의 목청을 감당할 수 있는 호텔은, 장담컨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첫 에어비앤비에 묵게 되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를 내가 예약한 것은 아니지만, 예약을 도맡아 했던 덕 메이트가 말하길, 호스트가 정말 친절하고 방도 넓고, 주차할 곳도 넓어서 우리 13인이 쓰기에 충분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근처에 먹을 곳도 많아서 배달도 빨리 와서 여러모로 좋을 거라고. 특히 그 집이 다른 곳과는 좀 떨어져 있어서 우리가 맘껏 떠들어도 괜찮을 거란 말에 잔뜩 기대를 했다. 


그리고 내가 도착했을 때, 덕 메이트가 말해 준 것처럼 내 맘에 쏙 드는 숙소였다. 


대체 어떤 숙소였길래, 까다롭기로 소문난 내 맘에 쏙 들었던 것일까?



유엑스 리뷰의 <에어비앤비,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다>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1) 신뢰 

-우선, 이 숙소에 도착하기 전, 나는 "우리가 찾는 완벽한 숙소가 여기가 될 것이다"라는 무한 믿음이 있었다. 숙소를 예약한 덕 메이트의 확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보내준 "사진"에서 나는 신뢰를 키웠다. 


내가 가장 염려했던 난방 - 보일러가 방방마다 잘 설치되어있음을 사진이 확인시켜주었다.


그다음, 화장실. 

13인이 한 집을 사용할 테지만, 화장실이 하나 있다면 그건 정말 큰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화장실이 3개나 있어서 샤워를 하기 위해 꼭두새벽처럼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그다음, 부엌. 

부엌은 정말 넓었고, 냉장고도 컸다. 그래서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굉장히 허기질 우리들 -- 3시간 정도 소리를 지르다 보면 배가 상당히 고파진다 --을 위해서 근처 편의점에 들려 먹을 것들을 사고 배달음식을 시켰다. 싱크대도 넓고 상도 넓어서 우리 모두가 편하게 앉아서 음식을 준비하고 먹을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지막, 방. 

일단 집을 떠나오면 잠을 잘 못 자는 초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바로 나. 그런데 이곳은 우선 난방이 너무 잘되어있었고, 찜질방에 있는 푹신한 매트(?) 같은 것들이 많아서 바닥에 누워서 자도 푹신하고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이불과 베개도 충분히 있었고, 사진을 통해서 이 많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중요한 것 같지 않지만 내게 정말 중요한) 주차.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그래서 차가 몇 대가 들어가도 거뜬한 공간이 있었기에, 주차하기를 꺼려하는 내게 아주 좋은 공간이었음이 틀림없었다. 


내가 어떠한 공간을 가보기도 전에 맘에 들어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여행을 가기 전에도 5성급이 아닌 곳은 웬만하면 안 갈뿐더러, 별점이 조금이라도 낮거나 안 좋은 리뷰가 있는 곳 역시 안 간다. 나는 행복한 경험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조금의 확률이 있어도 기꺼이 포기하는 성격인지라, 내가 내 두 눈으로 보지 않은 곳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은 좀처럼 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염려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사진을 통해서 올려주신 호스트님의 수고에 신뢰가 절로 생길 수밖에 없었다. 깔끔하게 청소되어있었던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보여주고자 정리를 하고, 정성스레 사진을 찍고, 설명을 덧붙여서 올리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투자되었을 거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신뢰를 갖고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2) 환대 

-우리가 콘서트가 끝나고 도착했을 때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콘서트가 10시쯤 끝났고, 뿔뿔이 흩어져있던 13인이 만나서 누가 어떤 차를 탈지 정하고, 단체사진 찍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도착했을 때, 당연히 호스트님께서 잠을 자고 계시거나, 깨어 계셔도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기 참 그런(?) 시간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는 고사하고 조용히 들어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차가 도착한 소리를 듣고 호스트님들께서 나오셨다. 


그때 눈비 비슷한 게 내렸어서 되게 추웠는데, 두꺼운 패딩을 입고 나오셔서 주차하는 것도 도와주시고, 분리수거하는 법도 도와주셨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에 대한 투어도 잊지 않으셨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분리수거는 어떻게 하는지, 배달음식이 오면 어떻게 문을 열면 되는지 등등 우리가 알아야 할 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해주셨다. 끝으로, 우리가 도착하면 추울까 봐 난방까지 미리 켜놓으셨다며, 따스운 곳에서 즐겁게 놀다 가시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솔직히 말해서 주차를 도와주시기 위해 손수 나오신 모습을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숙소가 내가 생각한 것만큼 좋지 않아도 괜찮아. 호스트님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이잖아. 하루 그까짓 거, 고생하면 어때.' 


이처럼 신뢰와 환대의 케미가 대단하다. 

평소라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나는 더 이상 에어비앤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그때 그 pleasant 했던 경험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도대체 왜 유독 이 곳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지 못했는데, <에어비앤비,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다>에 답이 있었고, 이만하면 에어비앤비의 마케팅은 제법 성공한 듯하다. 



끝으로, 이 책은 마케팅 도서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라면 말이 필요 없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책이고, 에어비앤비와 전혀 상관없는 업의 마케터로 계신 분들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책이다. 출판사를 쓰윽 봤는데 영어 강사인 나에게도 너무 익숙한 McGraw Hill 책이어서 더 반가운 것도 있었다. McGraw Hill이라 하면 여러 교육 도서들, 문제집들도 많이 나오는 회사라 내가 믿고 구입하는 몇 안 되는 출판사이기에. 


책 중간중간에 마케터로서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한 체크리스트도 있고, 에어비앤비 호스트라면 분명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 역시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실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이 책 내용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읽다 보니 모든 업종에 응용할 수 있는 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지, 그 방향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고마운 책이다. 


오랜만에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책을 만난 것 같아 행복하다. 이 책은 두고두고 꺼내봐야지. 


고마워요, 유엑스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