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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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사를 나처럼 많이 다닌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짧다면 짧을 수 있는 11년 동안의 한국 생활. 그 안에 있던 약 4년간의 짧은 학생으로서의 생활 가운데 전학을 7-8번 정도 다녔었다. (20년도 더 된 일이라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더 다녔으면 더 다녔지, 덜 다니진 않았다.) 그리고 엘살바도르로, 미국으로, 10년도 넘은 시간이 흘러 다시 한국으로. 부산으로. 경기도로. 


아마 나는 태생이 "이사 많이 다닐" 태생이었나 보다.


워낙 어릴 적부터 이사를 많이 다녀서인지,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 이제는 즐긴다.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곳이 더 많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이처럼 집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주거지 그 이상이다. 일을 마치고 내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 밥을 먹고 볼일을 보는 공간,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공간,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사서 쟁여 놓을 수 있는 공간 그 이상이라는 뜻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나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였고, 나의 개인적인 사무실이 되기도 하였고, 새벽반인 내가 혼자서 맘대로 불을 켜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 바로 나의 집이다. 



이사를 많이 다녔지만, 정작 나의 집에 대해서는 깊게 탐닉해본 적은 없었다. 그때그때 살았던 곳이 나에게 "특별했다" 정도였지, 돌이켜볼 기회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읽은 책,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는 최근 5년간 내가 살았던 곳들 -- 모든 곳을 당장 기억해 낼 수는 없다. 3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서 기억을 해내야 하는 작업이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 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해 주었고,  나는 비로소 각각의 집들이 가진 개성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집에서는 휴지처럼 일이 술술 잘 풀렸던 적도 있었고, 또 어떤 집은 생각만 하면 눈물이 주룩주룩 -- 예를 들면 우리 구름이를 보낸 곳이라던지 -- 흐른다. 이처럼 이 책은 내가 살았던 곳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고, 나는 이런 삶을 살았지만, 작가는 작가만의 삶을 살았구나, 하며 사람 사는 인생사, 다 비슷비슷하다고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비슷함 속에 각자의 색깔과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들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에세이를 잘 안 읽는 나지만, 공간에 관심이 많고,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상상 이상으로 크게 담고 있기에,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는 밑줄을 그어가며, 인덱스를 붙여가며 책을 읽었다.

 

그중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부분들, 그리고 자연스레 겹쳐졌던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다크 헤리티지 

나는 '집'하면 늘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 바로 따뜻함이다. 추위를 유독 많이 타는 스타일이어서, 밖에서 벌벌 떨다가 집에 들어오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심지어 겨울에 내방은 난방이 24시간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방에 들어오면 얼었던 내 몸이 사르르 녹으면서 뼛속 깊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집을 생각하면 난 늘 밖에서 느끼기 어려운 따스함을 느끼는데, 이 책의 1부인 '다크 헤리티지'는 "다크"라는 단어가 알려주듯, 누군가에게는 집이 어두운 유산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시작부터 이 챕터를 읽고 깨달은 것이 많다. 내가 집을 따뜻하다고 느꼈다고 해서 남들도 그럴 거라는 착각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집은 어려운 곳이 될 수도, 세상 그 어디보다 추운 곳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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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 다운 집 


자기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아등바등 집을 고치고 있단 말이야?


이 부분을 읽고 내가 책 밑에 이렇게 썼다. 


집에 대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부럽다.
저런 말을 들었다는 게 성공 아닌가?


집과 공간에 대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나지만, 한 번도 예쁘게 인테리어를 해볼 생각은 못해봤다. 꾸민다고 해봤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포스터나 액자를 붙이거나, 내가 좋아하는 엽서들을 덕지덕지 붙이는 것 까지 해봤다. 작가가 얼마나 열심히 공들여서 인테리어를 했으면 저런 말을 들었을까? 나는 그 이 부분을 읽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공간을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자기만의 색"을 입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에 저런 말도 들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도 언젠가는 내 공간을 열심히 꾸미고 나만의 색을 입히는데 푹 빠져보고 싶다. 내 풀에 내가 지쳐 멈출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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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재의 주인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챕터였다. 밑줄 긋기와 인덱스를 가장 많이 붙인 부분이기도 하다. 


공간을 소유하는 것은 자리를 점유하는 일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만큼이나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하는
물음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나도 자리 탓을 엄청 하는 편이다. 이 공간은 이래서 싫고, 저 공간은 저래서 싫고. 내가 나의 공간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기 위해 맥시멀 리스트로 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를 꿈꾸는 중이다.) 


우리 집이 이사를 다닐 때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단연 나의 책들이다. 나는 감성이 뼛속 깊이 아날로그라, 요즘은 하나씩 다 갖고 있다는 그 흔한 이북 리더기가 없다. 이북을 읽으려고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난 종이가 좋고, 인덱스를 붙여가며, 책에 질문과 내 생각들을 마구마구 써가며 읽는 행위의 독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사를 다닐 때마다, 이삿짐 옮겨주시는 분들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한 사람 짐이 보통 사람 세 사람 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하신다. 내가 이렇게 까지 책들을 부득부득 들고 다니는 이유는, 나중에 나만의 서재를 가졌을 때 내 인생에서 나를 거쳐간 책들을 꽂아놓기 위함이다. 


서재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챕터가 가장 내게 와 닿았고, "나의 자리", "나의 서재"는 어땠으면 좋을지 기분 좋은 상상에 잠시 빠져있기도 했다.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내가 믿는 공간의 힘이다. 나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고, 내가 비로소 나 일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나에겐 "예슬 타임"이라는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은 내가 퇴근 후에 잠에 들 때까지, 커리어 관련된 일 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인데, 그 시간이 밤 12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쭉 이어진다. 그 시간에 나는 낮에 바빠서 읽지 못한 책을 읽는다던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던지, 좋아하는 유튜버의 영상들을 한꺼번에 몰아본다던지, 넷플릭스를 본다던지 한다. 나는 내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중, "예슬 타임"이 제일 좋다. 나 혼자서,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나다운 내가 나오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가제본으로 받은 책이라, 총 10부로 이루어진 책의 일부인 6부만 읽었지만, 하재영 작가님께서 집을 얼마나 친애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땐, 책이 나온다면 꼭 나머지 부분도 읽으리라 다짐하며 내 삶을 지탱해준 나의 공간들을 떠올렸다. 평소에도 공간, 특히 "나만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라, 책을 읽은 지금, 그 후유증 때문일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나의 집, 나의 방, 나의 공간, 내가  나 다울 수 있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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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나는 "갖고 싶다, 서점"이라는 글을 올렸고, 몇 년 뒤의 작은 서점의 사장이 되고 싶다는 내 작은 (절대 작지 않음) 소망을 살짝 비췄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을 통해서 서점 사장님들께서 갖고 계신 노하우와 서점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등 서점 운영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읽었다.



그 책을 통해 '책방 주인'이 되고자 하는
나만의 꿈을 향한 작은 여정이 시작이 된 것이다. 


https://brunch.co.kr/@hwangyeiseul/135


여정이 시작되었다면 완주를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난 그 여정의 시작을 이번 책, '작은 책방 꾸리는 법'과 함께했다. 

작은 책방 꾸리는 법이라는 책에는 보시다시피 인덱스가 딱 하나 붙어있다. 그 이유는, 처음에 책을 시작할 때 책방 주인들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 부분이 너무 재밌어서 인덱스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책을 계속 읽어가는데, 인덱스를 붙이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황예슬의 책방 사랑) 인덱스를 덕지덕지 붙이는 것보다, 이 책은 "내 옆에 두고 손이 자주 가는 곳에 배치해야 할 책"으로 선정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인덱스 붙이는 것을 그만뒀다. 


이처럼 이 작은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사실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은 나의 꿈이고,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내가 자칫하면 '책방 주인'이라는 타이틀에 심취해 현실적인 것을 그냥 지나치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책방을 꾸리는 것 역시 현실이고, 운영을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 '어려움'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추상적이게 다가온건 사실이니까. 이 책을 읽고, 어쩌면 작은 서점 주인이 된다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일이고, 그 안에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임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니었음 나는 지금쯤 계속 달콤한 꿈만 꾸며, 현실적인 부분은 자각하지 못한 채, 그렇게 그 꿈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을 테니. 



책방을 꾸리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이 책을 내 곁에 두고 오랫동안 보고 또 보고 싶은 이유는, 어쩌면 나를 되돌아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총 4가지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내가 제일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Part 2: 책방에 숨어 있던 무시무시한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기발한 방법들"이다. 이 섹션에서 작가는 책방 주인이라면 거치는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그 역경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을 주신다. 그중 "혼자서 다 하지 말 것"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나의 현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일을 할 때 흔히 말하는 완벽주의자이다. 호탕한 성격과는 달리, 일적인 면에서는 꼼꼼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고서는 내가 못 견뎌낸다. 아마 '아이들을 가르치는' 엄중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기에 더더욱 일에 대해서는 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떤 프로젝트를 맡으면 내 일을 누구에게 위임하지 못하고, 내가 다 안고 가려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위임했다가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보다, 내가 좀 더 힘들어도 내가 스스로 일을 마무리해서 만족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면 반드시 번아웃이 생기기 마련.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 늘 '집중하는 시기'와 한없이 '퍼지는 시기'가 있다. 지금이니까 그 시기들이 조절이 가능한데, 내가 만약 책방 주인이 된다면? 내가 내 맘대로 집중하다가 퍼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은 프리랜서로써 내가 알아서 내가 스스로 잘하면 장땡이지만, 나중에 내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사람 1순위가 될지도 모른다. 


공동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을 모르는 사람일 테니. 


순간 아찔해졌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협력보다는 내 개인의 능력을 믿고, 가꿔서 아이들을 지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을 위임하여 'leverage'의 힘을 좀 더 믿어보기로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중독에 재능이 차고 넘치더라도
제발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길 바란다. (P.86-87)

 


Part 2에서 일적인 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배워봤다면, "Part 3: 책방에서 생긴 소중한 인연과 황당한 일과 믿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손님들에 관하여" 부분에서는 좀 더 사람 냄새나는 일화에 대해서 풀어주시는데 정말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다. 


나는 "내게 감정적으로 해가 되는 사람과는 교류를 할 필요가 없다" 주의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고 "아, 책방을 꾸리는 것도 정말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셨는데, 사장님께서 각 손님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읽을 때마다 존경심이 들었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못했을 터. 화를 내며 나가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웃으면서 대처하는 방법을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을 거다. 지금도 나는 책방 주인으로써의 달콤한 면만 생각하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더 이상 달콤한 시선으로만 책방 주인이라는 타이틀을 바라보지는 않을 것 같다. 현실과 타협하되,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현명한 방법을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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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HACKS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일을 위한 89가지 재택 기술
고야마 류스케 지음, 이정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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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재택근무를 논하려면 우선 내가 언제부터 어떻게 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보겠다. 


우선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시도했던 건 부산에서 영어강사로 일할 때였다. 미국에 있는 학생들을 맡기 시작하면서, 시차 때문에 자연스레 재택이 시작되었다. 그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나의 뇌가 집을 '일하는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일을 마치고 집에 와도 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일하는 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썩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1년 동안 쭉 콘텐츠 작업만 하며 재택근무를 이어갔다. 그때는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정말 사라지면서 집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했는데, 집중이 안돼서 우리 아파트에 있는 독서실에 등록을 했다. 비록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있는 곳이었지만,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좀 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처럼 나는 재택근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집과 일의 경계가 확실한 게 좋다고 생각했고, 집에서는 오직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개인적인 일만 하고 싶었지, 나의 career 관련된 일, 예를 들면 아이들을 가르친다던지 수업 준비를 한다던지, 하는 것들은 밖에서 끝내고 집에 오고 싶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재택근무는 나에게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창 심할 땐, 밖에 나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기에, 집이 아무리 답답해도 내 방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때부터 나는 '나만의 재택근무' 규칙을 만들어 집에서도 능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재택근무를 제대로 해보자 하고 마음먹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집 가구 위치를 바꾸는 일이었다. 가구 배치를 바꾸기 전의 내 방은 침대와 책상이 아예 딱 붙어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침대가 보여서, 공부를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곁눈질을 통해서 자꾸 보이는 침대 때문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침대로 점프하곤 했었다. 이러한 구조는 나를 더 나태하게 만들었기에, 책상을 아예 돌리고, 침대가 내 눈에 보이지 않게 구조를 바꿨다. 2개의 책장을 아예 방 한구석으로 몰고. 기다란 책상으로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나누었다. 구조만 바꿨을 뿐인데, 순식간에 나의 쉬는 공간이 일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내가 방구조를 바꾸고 나서 우리 가족이 제일 많이 했던 말이, 
"어? 안자네?"라는 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혼자 책 읽다가 일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이불 덮고 자고 있는 일이 허다했기에.) 


그만큼 나만의 홈오피스가 생기면서 낮잠을 자는 일도, 집중을 못하는 일도 줄었다. 


홈오피스의 장점을 여실히 깨닫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중, 감사하게도 "재택 Hacks" 서평단에 뽑혀서 이 좋은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일을 위한 89가지 재택 기술을 알려주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를 잘 집어주어서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다음은 내가 재택 Hacks를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되고 내 재택근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3가지의 키워드이다. 내게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훨씬 더 많았지만, 3개보다 더 많이 쓰면 어마 무시한 (?)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 때문에, 3가지로 추려봤다.



1) 아낌없이 주는 정보 

이 책에서는 저자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 돈 내산' 제품들을 과감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좋은 목베개 이름이라던지, 종이들을 스캔하는 데에 좋은 애플리케이션이라던지, 일하면서 피우면 좋은 인센스와 향이라던지, 들으면 좋은 음악 플레이리스트라던지, 초보 유튜버들이 사용하면 좋을 제품이라던지, 독자들이 실제로 구입해서 쓸 수 있는 제품들을 소개해준다. 안 그래도 물욕이 하늘을 찌르는 내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으면서 밑줄을 쫙쫙 그은 부분은 대부분 사고 싶은 것들이다. 특히 나의 재택근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들 소개가 가장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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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건강 Hacks

사실 이 부분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재택근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길래, 여러 가지 strategies 위주로 알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건강을 위한 부분이 들어있어서 유심히 봤다. 자세부터 혈당관리, 그리고 수면법과 건강한 먹을거리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에 독자로써 꽤나 감동을 받았다. 내게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섹션은 "재택근무에 명상을 도입한다" 부분이었는데, 집에서 늘 바쁘게 일하는 나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명상의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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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동 관리 Hack 

책의 두 번째 섹션에서 나는 가장 많은 도움을 얻었는데, 시간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내게 시간관리의 중요성과 일을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으라는 저자의 조언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에게 재택근무란 쉼과 일의 경계선을 제대로 긋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도 일을 시작할 때 내 뇌에게 주는 신호를 따로 주고 있지는 않았다. 내 맘대로 하루를 시작하고, 내가 하고 싶을 때 시작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일을 마치려고만 했지, 시간관리를 한다던지, 루틴을 만든다던지에 대한 고민은 1도 한 적이 없다. 어쩌면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내 맘대로" 할 수 다는 점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고, 옷차림을 통해 on-and-off switch를 껐다 켰다 해보라는 저자의 추천은 나처럼 일과 삶의 경계선을 제대로 긋지 못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뇌를 일깨운 느낌이랄까.




재택 Hacks는 보기 쉽게 리스트 형식으로 정리가 되어있어서, 앞으로 재택근무를 할 때 집에서 자주 들여다볼 책일 것 같아 내가 아끼는 책을 모아둔 내 옆자리 책꽂이에 꽂힐 예정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저자 덕분에 나태해질 때마다 열고 보면 아주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재택근무하시는 모든 분들께 파이팅을 외쳐드리고 싶다.
우리 모두 집에서도 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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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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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원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내 인생과 딱히 연관 짓는 게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상상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읽어서 뭐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소설이 ‘스노볼’처럼, 읽고 나서 진한 여운을 남기고, 상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얻게 되는 깨우침과 깨달음이 내 인생에도 응용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소설을 읽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까지 스노볼에 열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에 대한 설명을 3가지로 나눠봤다.


(1) 스노볼과 나의 집합점 

처음 책을 받아서 끝내기 까지, 한 자리에 앉아 단숨에 먹어치워 버렸다. 한번 빠져드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영하 41도의 세상이지만 스노볼에서 만큼은 따듯하게 살 수 있다는 설정은 왠지 모르게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이 났다. 선택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들, 그리고 추위와 따듯함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노볼이라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동물농장’의 스노볼이라는 캐릭터다. 그 캐릭터랑은 딱히 연관이 없었지만, “절대 빅브라더가 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동물농장’을 쓴 죠지 오웰의 ‘1984’가 떠오르면서 묘하게 겹쳤다. 작가가 그것을 의도하고 썼다면 (설상가상 아니어도) 여기 팬 한 명 추가요. 


(2) 스노볼이 가진 그만의 유니크한 세계관 

소설을 즐겨 읽기 않지만 읽게 된다면, 그 소설이 가진 “세계관”이 뚜렷하고 특이하면 특이할수록 좋아한다. 상상력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뜻일 테니. 그런데 스노볼이 가진 세계관은 정말 ‘스노볼’만이 구현해 낼 수 있는 세상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땐, 그 세상이 가진 세계관을 이해하고 외우느라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그마저도 즐거웠다. 


그리고 스노볼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들이 다 내 스타일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이름들. 가끔 읽다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름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만큼 이름이 특이해서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가 없어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아주 쉽게 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스노볼의 세계와 나의 세계

이 책 속엔 반전이 크게 3번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나올 때마다 소름과 동시에, “내가 나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내가 누구고, 어떤 비전을 가진 사람인지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은 세상이 원하는 모습대로, 다른 사람이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 인생에 대해 후회를 할 테고, 후회를 할 때쯤은 너무 늦은 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두가 한시라도 빨리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걸 깨닫게 해 주기 때문에,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컬러를 자신 있게 내세워가며 자신의 발이 가는 대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스노볼의 주인공인 ‘초밤’양이 책 마지막에 했던 말이 내 마음을 울린다. 덤덤하게 자신의 탄생 목적이 사라졌다고 말함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하고, 내일이 기다려진다는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내일의 다음 날도, 그다음 날의 또 다음날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 


이 부분을 읽고선 환히 웃을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는 스노볼. 

읽는 내내 앉았다 일어났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스릴이 넘치는 부분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도 하고, 안타까운 상황에서는 한숨을 픽-쉬게도 만들었던 소설. 책을 쥐고 내려놓을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잠시나마 이 세계관에 푹-빠져, ‘고해리’로 살았다가, ‘전초 밤’으로 살았다가, 하는 나를 보았다. 아마 앞으로 며칠 동안은 계속 스노볼 세계에서 푹 빠져 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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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 - ‘아마존’의 도시에서 동네 서점이 사는 법
이현주 지음 / 유유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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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설"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이 생기거나, 하고 싶은 일, 혹은 꾸고 있는 꿈 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편이다. 


내가 인생에서 크게 이루고 싶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서점을 갖는 것, 그리고 둘째는 제주도에 내 별장을 지어 그곳은 No Wifi Zone으로 만들어 놓고 오직 영화와 책,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간략한 계획은 (간략하다고 쓰고 원대하다고 읽는다) 우선 서점을 하나 꾸리고, 그다음 은퇴 후에 별장을 갖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서점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서점 관련된 책들을 하나둘씩 사서 읽고 있는 중인데, 이번에 정말 감사하게도 '유유당 1기'에 뽑혀 내게 꼭 알맞은 책을 하나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 아마존의 도시에서 동네 서점이 사는 법' 이란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끼는 인덱스들을 마구 붙여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우선 이 책이 나의 감성과 굉장히 잘 맞았던 이유는, 미국에 있는 동네서점들 -- 인생 반 이상을 미국에서 살아온 내게, 한국의 서점들 보다 미국의 서점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 에 대한 이야기라, 내가 LA에 살 때 동네서점들을 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여러 가지 부분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도 이 서점 저 서점 다니며
각 서점이 가지고 있는 색깔들 -- 판매하는 책부터, 책들을 진열하는 방식, 사장님들의 추천, 직원들의 추천 등 -- 을 맘껏 누릴 수 있었고 서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알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오면서 일이 바쁘고 삶에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동네서점보다는 대형 서점을 선호해왔던 근 몇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아, 이제는 한국의 동네서점을 많이 다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았는지, 운 좋게도 서울 와우북페스티벌 16기의 멤버로서 활동을 무사히 마쳤고, 또 서울 국제도서전도 열리면서 한국에 온 지 8년 만에 동네서점의 아름다움과 사장님들과 소소하게 나누는 담소에 푹 빠지려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서인지, 어쩌면 몇 년 후의 내가 작은 동네서점의 사장님이 되는 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동안 해봤다. 




https://www.qabookco.com/


저자는 이 책에서 시애틀에 있는 독립서점 9곳, 그리고 시애틀에서 아주 유명하지만, 차마 넣을 수 없었던 3곳을 소개한다. 그 속에서 각 서점이 가진 강한 색깔과 서점 주인들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는데, 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퀸 앤 북컴 퍼니 (Queen Anne Book Company)였다. 이 서점이 유일하게 지역 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행사 참여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또 지역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책을 좀 더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었다. 지역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역시, 아마존이 아닌, 책을 이 서점에서 주로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려면, 어렸을 적부터 책과 서점에 대한 기억이 좋아야 된다고 굳게 믿는다. 책을 읽는 습관 역시 어렸을 때부터 빌드업이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책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유한한 만큼, 어렸을 적부터 책과 친하게 지내서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서점이 바로 그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예를 들면, 핼러윈에는 1200명의 아이들이 이 서점에 와서 사탕을 받아가는 trick-or-treating에 참여했다고 한다. 또한, 서점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원하는 선생님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생일 파티를 하고 싶다는 한 아이의 소원을 들어준 것도, "서점에서의 좋은 기억"을 위해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실 '파티'와 '서점'은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서점, 하면 조용히 책을 읽는 곳이라고 생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서점에 대해 좋은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파티를 허락해줬다는 것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퀸 앤 북컴 퍼니의 미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러워지거나 손상된 책들은 지역 도서관에 기증한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끊임없이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Shop Local!'이라는 주제로 지역 소상인과 적극 연대하면서, 책뿐만 아니라, 책과 함께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이 서점 생태계를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이 있는 '시애틀'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퀸 앤 북컴 퍼니는 본인들의 가치관에 맞게, 뚝심 있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서점을 운영해 나아간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고, 언젠가 나도 서점을 하나 갖게 된다면, 꼭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너무나도 멋진 책방 주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서점을 운영하면서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일을 향한 자부심, 그리고 다양한 색깔들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배울 수 있어서 책방 주인이 되기를 꿈꾸고 있는 나에게는 정말 적격인 책이었다. 설상가상 내가 책방 주인이 되고자 하는 꿈이 없었다고 해도, 애서가라면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시애틀에 있는 멋진 책방들을 대신 투어 해주고, 그 책방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 같은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주는 책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책을 덮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 갖고 싶다, 서점" 이였다. 


각 책방 소개 때 나온 사장님들이 가진 멋진 세계관과 거물 아마존 앞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그 호기로움이 너무 부러웠다고나 할까. 나도 저들처럼 책방을 하나 운영한다면 끝내주게 잘할 자신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기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서점 운영을 위한 안목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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