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 데트의 모험 3
권교정 지음 / 씨엔씨레볼루션 / 2007년 5월
평점 :
나는 권교정 그녀가 그려내는 그녀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좋다.
그녀의 세상에는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걸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내 자신이 있다.
권교정 작가는 특히 섬세한 묘사가 뛰어나다.
혹자는 권교정씨가 학원물에 강하다고 평을 하는걸 보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환타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환타지건 혹은 학원물이건 간에,
권교정 작가의 작품을 보다보면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함이 넘쳐나서
보는내내 그 책장이 넘어가는게 아까울 만큼 만화의 세상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가슴으로 쏴아 밀려드는 그리운 마음이 사무치고,
더욱 더 안타까운 마음이 일렁이곤 한다.
그 아쉬움이 못내 큰 나같은 사람은 결국 부정할 수 없는 킹교신자가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이 데트의 모험은 1,2권은 데트의 이야기가 아니라 페라모어 이야기가 프롤로그로 소개되어있다.
데트는 2권 후반부에 나오게 되므로, 앞 권은 지나간 역사로 천천히 읽어드릴 생각이었는데
프롤로그에서도 또 한 번 휘어감겨오는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쉽사리 덮을 수가 없다.
또 다른 환타지 작품인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데트의 모험 역시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읽는이의 마음을 움켜쥐고 놓아주질 않는것이다.
얼굴에 흉터도 있고 딱히 예쁘지 않으며 혼혈에 무표정한 주인공 페라트는
-주인공으로서의 수많은 약점때문에라도- 아마도 작가의 역량이 딸렸다면
그대로 사장될 수도 있는 위험한 캐릭터였다고 판단이 된다.
하지만, 역시 권교정 그녀는 너무도 아름답고 멋지게 페라트를 표현해 내었고,
무표정하고 무감성적으로 보이는 페라트 그녀가
읽는 동안 무척 그녀가 사랑스러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2권 중반부의 프롤로그까지만 읽어도 마음이 꽉 차오를만큼
많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게 되지만
2권 후반부에서 새로이 시대가 바뀌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에 새로이 등장하는
데트 청년은 무척이나 활달하고 진취적인 청년이다.
아직은 커다란 급전개가 이루어지진 않지만,
외전인 왕과 처녀를 이미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는 나로서는
앞으로 나올 등장인물들의 인연이 어떻게 엮일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왕과 처녀는 읽으면서 뭔가 아쉬운 것이 그런대로 감칠맛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데트의 모험을 보고나니 갑자기 머릿속에 인맥지도 같은것이 그려지더니
수십번도 더 들여다보고 이렇게 저렇게 데트의 앞날을 점치기 바빠졌다고나 할까...
2권까지 구입해서 보고 라자루스에 마음을 뺏겨 헤어나지 못했던 나인데,
어느틈에 3권을보고나니 활달하고 긍정적인 데트의 성격과
진지하고 실력파 오센의 모습에 어느덧 그들의 여정이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조용 조용히 나타난 라자루스의 모습에 말할 수 없는 심정이 올라오는건,
그 아픈 사랑을 먼저 지켜본 사람은 누구나 느꼈을법한 일이 아닐까.
내가 권교정님을 작가로써 가장 높이 사는 부분은 바로 대화의 내용이다.
대화의 진실성, 혹은 수긍이 갈법한 현실적인 행동이나 말투들...
그걸 보다보면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것이다.
예를 들면 페라트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감지하고나서의 모습은,
드라마틱하게 울고 불며 괴로워하는것이 아니라,
너무 괴로운 나머지 그 사실에 대하여 '생각하지 말자'고 되뇌이는 부분이다.
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현실을 도피하는 것도 큰 방법임을 알기에
그 리얼리티에 더욱 더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근간에 일본작가의 만화를 사서 소장했는데, 왜 그리 서로 '구원'들을 하겠다고 난리들인지,
인간이 오로지 구원받기위해 태어난 존재인듯 하여 공감이 어려웠다.
모든 은혜로운 혜택을 가진 주인공들이(외모출중, 학업우수, 운동만능)
단지 심리적인 불안함이나 어두움이 있다하여 언제까지고 사로잡혀서
여자 하나에 매달려 구원운운하는 것도 공감이 심히 어려워서 몰입이 힘들었다.
물론 그 작품들은 상당히 재미있는 수작들이고, 나역시 소장하고 있다.
그 작품들에 대해서 감히 논하고픈 것이 아니라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니
대충 감잡으신 팬분들이 있으시다 하여도 흥분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하지만 권교정님은 그러한 일본 만화의 흐름을 같이 타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만의 시각으로 자신의 세상을 말하고 있고, 보여주고 있다.
그 세상은 어지간히 세월을 살아온 나로서도 공감할 수 있고,
또 내가 젊었을 시절에도 공감할 수 있었던 그러한 심리적인 문제들을
정말로 세심하게 잘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글을 읽는 동안에도 가슴이 저릿저릿한 느낌을 여러번 받게 된다.
과거 어떠한 작가들은 만화 중간에 '밀어주는 명언'들이 있어서
여러번 반복이 되고 그 말들이 그 만화를 대표하기도 했었다.
예를들면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유명한 멘트처럼...
하지만 권교정 작가의 작품을 보다보면, 나누는 대화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가슴에 남기때문에, 굳이 인위적으로 '밀어주지'않아도
책장을 덮고 난후에 자꾸 생각이 나게 된다.
각 작품들마다 살아숨쉬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을 지켜보면서,
160에 36킬로라는 권교정작가가 그저 만수무강하기만을 빌어대는건 너무 소극적인 처사일까.
아름다운 권교정의 세계를 두고 두고 사랑하고 싶어서라고,
팬으로써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우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