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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ㅣ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말로 제목을 쓴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마음 또는 정신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이라는 뜻의 소울 푸드라는 말이 소울메이트 등의 단어와 함께 어느새 우리에게 스며들어있었는지 모르겠다.
달달한 커피가 땡기는 날(사실 이것은 몸이 피로하여 에너지 공급이 급하게 필요할 때, 에너지 연료로서 탄수화물을 넣어달라는 몸의 신호이다), 비오는 날 생각나는 국물 요리나 부침개 (비오는 날은 으슬으슬 춥게 마련. 따뜻하고 기름진 것이 땡기게 되는 것), 다방 커피만 마시던 사람도 달디단 디저트를 먹을 땐 오히려 다방 커피보다 블랙 커피를 찾게 되고,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 의외로 신김치가 생각나는 것은 카레의 느끼함을 중화시키고 싶기 때문, 등등은 검증되지 않은 나의 생각이긴 하다.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고 제목 설명이 붙어 있지만 실제 레시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스물 한명이 자기에게 위로가 되는 음식 (술 포함)과 그에 얽힌 개인적인 얘기들을 짤막하게 풀어놓았다. 저자 중에 성석제, 김창완, 노익상, 강병인, 박찬일, 서유미, 이지민, 차유진, 황교익, 김어준, 박상, 백영옥, 이우일, 정박미경, 한창훈 은 알고 있는 사람, 그 외의 여섯 사람은 모르던 사람이다. 스물 한명 중 '술'을 소울푸드로 꼽은 사람이 둘 이상.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묶어놓다보니 읽는 데는 거의 막힘이 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막힐래야 막힐 곳이 없다. 특별히 눈길을 붙잡는 구절도 '없다'. 유감이다. 이런 구성의 책이 있었다는 것 외에 글쎄, 얼마나 오래 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읽는 동안 내 경우엔 무엇이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기회는 되었다. 너무 많이 떠오르다가 그 중 어느 것도 아닌 것도 같다가, 그래서 결국 한가지를 꼽는데는 실패했지만.
비슷한 제목과 구성의 책은 앞으로도, 아니, 내가 모르고 있을 뿐 이미 나와있을지도 모르는데, 계속 나올 것이다. 삶의 허기를 채우는 음악, 노래, 그림, 여행지, 공간, 영화 등등.
내가 읽고 싶었던 에세이는 쓴 사람의 오래 숙성된 생각과 가치관이 들어가 있는 글, 경험이 녹아들어 있지만 경험 그것이 전부가 아닌 글, 공감을 불러 일으키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설득력 있게 쓰여진 글이라면 나의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그런 것이다.
그냥 재미로 한번 읽어볼만하지만 그리 권할 정도는 아닌 것은 이 책의 저자들 책임이라기 보다 이런 구성의 책이 가진 한계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