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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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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La Préparation du roman, I, II : Cource et Séminaires au Collège de France(1978-1979 et 1979-1980) - 2003 출간

 

 

롤랑 바르트 지성의 종착지를 가늠하다

 

 

 

문학 이론가, 구조주의자, 탈구조주의자, 기호학자, 문화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20세기를 흔든 대표적인 지식인이라는 점에 이견을 제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워낙 많은 영역에서 활동했던 학자였던 만큼 문학과 철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라면, 살면서 롤랑 바르트의 책은 한 권도 완독한 적이 없어도, 그를 레포트나 시험 답안에 한번쯤은 인용해봤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애도일기>를 거의 2년에 걸쳐 썼을 만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애도일기>를 발표한 지 1년 후에, 자전 에세이집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를 발표한 지 5년 후에 자신이 죽을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다. 아주 건강했고, 새 학교에 취임한 지도 몇 년 되지 않았다. 1980년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롤랑 바르트가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고 준비한 것은 이 사고 이후 한 달 남짓의 시간 동안이었다. 그의 죽음은 한창 자살(선택적 죽음)인가 아닌가로 회자되었다. 부상 정도는 심해도 충분히 회복 가능한 상태였는데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성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사람, 롤랑 바르트다운 죽음이었다.

 

 

쇠이유 출판사는 강의강연세미나만을 책으로 만드는 에크리트 총서를 펴내고 있다. 이 책 역시 그 총서 중 하나이다. 롤랑 바르트는 콜레주 드 프랑스에 부임하여 소설의 준비La Préparation du roman’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 강의를 진행하였다. 각 강의는 일주일에 한번씩 14개월(13), 23개월(11) 동안 진행하였으며 두 강의 각각에 연계된 하나의 세미나가 있었다. 1부 세미나는 양분해 1부 첫강과 종강 시간에 했는데 2부 세미나는 2부 전체 강의를 마친 후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2부 마지막 강의를 끝나던 날 교통사고가 났고, 세미나는 진행되지 않은 채 롤랑 바르트는 사망하였다.

 

롤랑 바르트 사후 20년이 훨씬 지나서야 소설의 준비와 세미나 내용이 동명의 책으로 나올 수 있었다. 2003년 문헌전문가 겸 전시 기획자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한 나탈리 레제의 감수 하에 강의노트와 녹취록이 정리되었다. 그 책을 번역한 책이 올 2월 민음사에서 나온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책 속에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서술이 있는데 35년여 전 녹음 파일을 온전히 보관하고 있었으며, 판권을 산 민음사에 책 본문과 원본 문서 뿐 아니라 육성 녹음 파일까지 모두 공유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무려 700여 쪽에 달하는 책. 두께는 애교고 까놓고 얘기해서 그럭저럭 읽기 정말 어려운 책이다. 물론 책은 방대한 미주를 실으며 독자의 이해를 최대한 돕고자 하지만, 롤랑 바르트를 대략적으로 파악하지 않은 독자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푼크툼 등 롤랑 바르트가 즐겨 쓰거나 주창한 몇 가지 개념만 안다고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언어적 감각과 소양도 적어도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등 인도유럽어족 전반에 대한 조예가 있어야 쉽게 읽히고, 문학 이론적 부분은 롤랑 바르트가 죽기 직전 일본 문학에까지 심취했기 때문에 동서양 문학 소양을 모두 갖춰야 한다. ‘탄생 100주년이라는 좋은 핑계거리가 없었고 작정하고 기간을 정해놓고 읽지 않았다면 과연 이 책을 읽었을까.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의 시작과 끝은 프루스트다. 롤랑 바르트는 그를 설명하고 그와 자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하면서 글쓰기-의지를 강조하는 자신의 쓰기론을 논한다. 롤랑 바르트 쓰기론의 다른 한 축은 하이쿠이다. 롤랑 바르트는 하이쿠의 강점에서 문학의 미래와 적성에 맞는 문학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요컨대 당시 롤랑 바르트가 다다른 지점은 기억(과거)의 글쓰기가 아닌 순간(현재)의 글쓰기, 저자의 귀환(작품에 저자를 투영), 자동사형 쓰다 동사의 패기(반드시 목적이 있는 글쓰기)이다.

 

 

롤랑 바르트 지성의 종착지는 어디였을까. 결국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를 읽는 이유, 읽으며 가늠하고 싶은 바는 이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고 여전히 다이포라나 사토리 같이 평소에 그가 좋아하던 개념을 가지고 가지만 조금 더 발전한 문학관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가 수많은 분야를 천착하다 도달한 종착지는 문학이었을까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긴 독서 끝에 책 마지막 장을 덮으며 몇 달 전 창비 공모전 시상식에서 한 편집자가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마지막 직업은 작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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