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손을 가진 분이 계시거던>
- 李 漢 稷 -
지금 저기 찬란히 피어 오르고 있는
저 꽃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모진 비바람과
炎熱과 酷寒의 기후를 견디어
지금 노을빛 꽃잎을 벌리려하는
저 꽃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
미소를 지으며 숨을 걷운 젊은이들이
마산에서 세종로에서
그러고 효자동 저 電車 막닿는 곳에서
뿌려놓은 값진 피거름 위에
지금 저기 눈도 부시게 활짝 꽃잎을 연
저 꽃의 이름은 대어 주십시요
추근추근히 말을 안 듣고
속을 썩이던 놈도 있었지요
先生님 술 한 잔 사주세요 하고
어리광 부리던 놈도 있었지요
가정교사 일자리를 부탁하던 놈도 있었지요
옳은 일을 하라더니 왜 막느냐고
말리는 손을 뿌리치고 뛰어나간 놈들이었읍니다
늙어서 마음이 흐려지고
怯濡(겁유)한 까닭으로 독재와 타협하던
못난 교사는 눈물도 말라버린채
노을빛 꽃송이를 바라봅니다
깨끗한 손을 가진 분이 계시거던
이 앞으로 나와 주십시요
나대신 저 꽃송이 위에
살며시 그 손을 얹어 봐 주십시요
그 놈들의 뜨거운 체온이
그대로 거기 느껴질 것만 같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