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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봤다. 한 사람이 자신에게 우연히 도래한 무언가에 얼마나 강한 집착을 보이고, 그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걸 쌓아올리고, 또 그런 것들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져내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감독의 유언처럼 짐작되는 메시지는 매우 중요하다. 가부장의 붕괴 이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감독은 언제나처럼 여성과 어린이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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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휘트니 휴스턴: 댄스 위드 섬바디’를 보시길. 배우들이 연기를 무척 잘한다. 휘트니의 모친인 씨씨 휴스턴이 휘트니를 얼마나 심하게 억압했는지는 거의 묘사가 안 되어 있어서 그 점이 좀 아쉬운데 그래도 연출이 괜찮다. 전기 영화는 캐스팅이 팔할인데 캐스팅을 천재적으로 해서 일단 좋다. 특히 클라이브 데이비스 역을 스탠리 투치가 맡은 것이 영화에 큰 힘을 준 듯. ‘문라이트’에서 십 대 시절의 시롱을 연기했던 애쉬튼 샌더슨이 바비 브라운을 연기하는데 짜증이 날 정도로 잘 어울렸다. 휘트니 휴스턴의 동성 연인이자 단짝 친구인 로빈 크로포드를 연기한 나페사 윌리엄스의 연기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휘트니 휴스턴을 연기한 나오미 애키가 출중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그에게서 정말 휘트니의 얼굴이 스쳐 보이기도 했다. 여담으로 휘트니 휴스턴을 발굴한 전설적인 프로듀서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케이티 쿠릭과의 인터뷰에서 바이섹슈얼로 커밍아웃을 했다. 바이섹슈얼들이 사회에서 더 잘 이해받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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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를 봤다. 캐스팅의 힘이 강력하고 강렬한 영화였다. 유태오는 다른 행성에서 떨어진 것만 같은 매력을 지닌 배우고, 그레타 리는 자유롭게 흔들리나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나뭇잎처럼 생긴 배우다. 그런 배우들이 뉴욕을 배경으로 떠남과 머무름, 즉 인연을 연기한다. 오히려 떠남을 연기할 것만 같은 유태오가 머무르고, 머무는 힘이 강한 그레타 리가 떠나왔다는 것이 영화에 신비로운 에너지를 준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노라(그레타 리)가 작별 이후 눈물을 흘렸을 때이다. 나도 덩달아 울 뻔했다. 그는 자신이 훌쩍 떠나온 것들을 의미하는 것만 같은 사랑스러운 사람의 품에 안겨 마침내 완전한 작별을 고했다. 동시에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다. 크나큰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누군가가 ’패스트 라이브즈‘가 어떤 영화냐고 묻는다면 나는 떠남과 머무름의 경계를 허무는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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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즈의 '메이 디셈버'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미성년자와 성인과의 사랑은 오해라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세상은 온통 자신을 사랑한다는 성인의 것으로 꾸며지며, 그런 세상 속에서 미성년자는 성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는 오해로 빚어진 세상을 사랑이라고 믿고,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무려 이십사 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한 커플이 나온다. 감독은 관객에게 묻는 것 같다. 과연 그들에게 외부인의 시선이 사려 깊게 닿을 수 있는지. 감독은 배우인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먼)가 미성년자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오랜 세월을 보낸 그레이시(줄리안 무어)를 피상적으로 따라하고 심지어는 비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자식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관념에 관해 말하기도 한다. 그레이시라는 역할을 진짜에 가깝게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감독은 엘리자베스가 말하는 '진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엘리자베스가 '진짜'에 가까워질수록 실상으로부터는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남긴다.

‘메이 디셈버’에는 조(찰스 멜튼)가 어린 시절에 겪어봤어야 할 일들을 성인이 되어서야 경험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또래로 보이는 누군가와 휴대폰으로 채팅을 하거나 아들과 지붕에 앉아 대마초를 피워보는 장면 같은. 하지만 그런 눈에 띄는 장면들을 봐도 조를 쉽사리 동정하기란 어렵다. 이미 흘러버린 세월과 그의 가정이 영화를 더욱 유심히 바라보게끔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의문이 불쑥 떠오른다. 현재의 시점에서 그의 행동이 과연 타당하냐는. 그리고 그가 오래 전에 겪었어야 할 일들을 겪어보지 못하게 했던 상황들에 관한 해답이 과연 마땅하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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