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헤인즈의 '메이 디셈버'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미성년자와 성인과의 사랑은 오해라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세상은 온통 자신을 사랑한다는 성인의 것으로 꾸며지며, 그런 세상 속에서 미성년자는 성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는 오해로 빚어진 세상을 사랑이라고 믿고,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무려 이십사 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한 커플이 나온다. 감독은 관객에게 묻는 것 같다. 과연 그들에게 외부인의 시선이 사려 깊게 닿을 수 있는지. 감독은 배우인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먼)가 미성년자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오랜 세월을 보낸 그레이시(줄리안 무어)를 피상적으로 따라하고 심지어는 비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자식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관념에 관해 말하기도 한다. 그레이시라는 역할을 진짜에 가깝게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감독은 엘리자베스가 말하는 '진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엘리자베스가 '진짜'에 가까워질수록 실상으로부터는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남긴다.

‘메이 디셈버’에는 조(찰스 멜튼)가 어린 시절에 겪어봤어야 할 일들을 성인이 되어서야 경험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또래로 보이는 누군가와 휴대폰으로 채팅을 하거나 아들과 지붕에 앉아 대마초를 피워보는 장면 같은. 하지만 그런 눈에 띄는 장면들을 봐도 조를 쉽사리 동정하기란 어렵다. 이미 흘러버린 세월과 그의 가정이 영화를 더욱 유심히 바라보게끔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의문이 불쑥 떠오른다. 현재의 시점에서 그의 행동이 과연 타당하냐는. 그리고 그가 오래 전에 겪었어야 할 일들을 겪어보지 못하게 했던 상황들에 관한 해답이 과연 마땅하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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