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외젠 들라크루아 그림, 안인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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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평생의 역작으로 남긴 작품 <파우스트>는 인간 본성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탁월한 저작이다.


희곡 형식으로 기록된 방대한 분량의 대서사시를 저자와 작품의 명성만을 보고 가벼운 읽을거리로 생각하며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얼마 전 <파우스트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현대지성>가 완역본으로 출간되었고, 2주간 매우 긴 호흡으로 정독했다.


책은 중세의 대학자 파우스트가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을 통해 인간 이성의 무한 가능성에 대해 온전한 나래를 펼치고자 하는 도전으로 시작한다.


파우스트는 모든 학문을 넘어 마법까지 섭렵한 대학자였지만 평생 작은 서재에 갇혀 살며 자연과 인간사의 또 다른 면모를 간과했다. 이런 스스로의 삶을 증오하며 떨쳐내고자 원하는 그의 몸부림이 예사롭지 않다.


마침내 스스로 삶의 목적을 마음껏 향유하길 원했던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배팅한다.



작품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로 하여금 젊음을 되돌려주며 아름다운 여인 마르가레테를 그의 정욕의 대상으로 던져준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과 그녀의 어머니, 오빠 모두를 죽음으로 인도하게 된 파우스트는 홀연히 자리를 벗어난다.


2부는 뭔가 판타지스럽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만났다가 매우 오래된 그리스 로마신화의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한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지상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의 행복은 잠시뿐 다시 장면이 전환된다.


황제를 위한 전쟁에서 싸운 파우스트는 상으로 봉토를 부여받는다. 바다를 간척한 땅에 백성들을 옮겨 살게 하며 영주로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경험한 파우스트는 이 행복한 순간이 멈추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순간이여! 멈추라!"라는 외침은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와 자신의 영혼을 걸고 내기를 시작할 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금칙어다. 행복과 만족을 모르는 탐욕의 갈망자가 족함을 인정하는 그 순간은 곧 죽음이다.


그렇다면 파우스트 영혼의 종착지는 지옥인가 천국인가? 괴테는 파우스트의 영혼이 천국으로 인도함 받음으로 묘사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괴테를 처음 만났다. 인간 이성에 대한 예찬이 괴테의 저작에는 짙게 깔려있다. 18세기 계몽주의의 시대 사조 속 괴테의 사상 자체가 기존 기독교의 신 관념을 배제한다. 그 자신이 일루미나티에 연관되어 있었고, 신비주의에 영향을 받았으며 스스로가 비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기독교적 하나님이라는 종교적 심상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작품 저변에는 이러한 그의 사상이 스며들어있다.


2주간 씨름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파우스트>를 통해 몇 가지 독자 포인트를 발견한다. 첫째는 파우스트가 모든 인간 본성의 보편성을 담지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걸리지만 않는다면 마음껏 자신의 정욕과 탐욕을 채우고 싶어 하는 모든 인류가 가진 부인할 수 없는 타락한 죄성에 기인한 갈망.


둘째는 모든 학문의 끝에서 기어코 인간 자아실현의 극대화, 인간 능력의 우월성과 이성에의 영원한 신뢰를 선보이는 파우스트의 모습을 통해 역시 본서는 계몽주의의 결정체임을 발견한다.


마지막은 "순간이여! 멈추어라!"라는 단말마적 외침 속에 깃든 이성과 주체성의 확신을 통해 시간과 운명마저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사유 속 절대자의 자리는 없다. 내가 곧 신이고 신이 곧 인간인 세상, 스피노자의 범신론에 깊은 영향을 받은 괴테 다운 진술이다. 더불어 파우스트의 영혼이 천국으로 간다는 설정은 전통적 기독교 구원 교리에 대한 철저한 조소다.


탐욕과 병든 주체성으로 혼잡한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파우스트>는 충분한 반면교사가 된다.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유혹과의 야합이 판을 치는 작금의 세대 속 바른 인간의 모습은 스스로의 능력과 인간 이성에 대한 무한 신뢰가 아닌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선한 연대다.


본서의 독서 팁은 당시의 시대 사상을 함께 살피며 읽어갈 때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희곡이기에 각 행과 연의 구분이 확실하여 독자로 하여금 호흡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선지식은 책을 더 수월하게 이해하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


저자와 저작의 명성만큼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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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양을 먹이라 - 어린이 신앙 교육을 담당하는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잉글랜드 P&R 3
찰스 H. 스펄전 지음, 김효남 옮김 / 지평서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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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주일학교의 학생 수 감소가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를 거치며 급감하는 폭이 더 가파르다. 이 상태로 가면 2030년에는 한국 교회 주일학교의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른다.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드는 어린이들을 매주일 교회에서 만난다. 다름 아닌 교회 주일학교 학생들이다. 어린이들의 얼굴을 보며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주일학교 급감의 어두운 뉴스가 오버랩된다.


위기와 고난의 순간, 다양한 프로그램과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적 방법론 속에는 해답이 없다. 교회학교 위기 극복의 유일한 해법은 back to basic!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뿐.


기본으로 돌아갈 때 그 안에 답이 있다. 그 정답을 따뜻하면서도 명쾌한 어조로 들려주는 탁월한 저작을 만난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과 더불어 마지막 청교도라 불리는 설교의 황태자 '찰스 스펄전' 목사님의 저작 <내 어린양을 먹이라 / 찰스 스펄전 지음 / 지평서원 펴냄>이다.



이 책은 찰스 스펄전 목사님의 교회 주일학교 교사, 부모들을 위한 설교로 탄생했다. 저자의 평생의 목회 관심은 신자의 회심이었다. 목회의 꽃이 신자의 회심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생소한 이 시대에 저자는 특별히 어린 영혼들의 회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죄에 대한 명확한 자각과 믿음과 은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 바른 성경 말씀과 건강한 교리를 통해 성령의 은혜가 주어질 때 한 영혼의 본성이 바뀌며 평생 하나님 안에서 바른 신자의 삶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린 영혼들에게 이것을 가르쳐야 할 것 아닌가? 책을 통해 주일학교 목회자와 교사들에게 주어진 주요한 사명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어린 영혼들의 회심과 구원이며 둘째는 그들이 참된 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책은 8개의 챕터로 나뉜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우리에게 맡겨진 교회 주일학교 어린 영혼들이 갖는 무게감과 소중한 가치를 예수 그리스도의 삶 안에서 배우도록 이끈다.


어린이의 회심과 구원이 갖는 의미는 성인의 그것과 비교할 때 결코 가볍지 않다. 어린이들이 내게로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어린 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이 어떠한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저자는 복음, 즉 십자가의 대속교리를 가르치라고 당부한다. 속죄의 필요성은 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선행된다.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죄에 대한 이야기를 회피하거나 무마시키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으며 이는 아이의 영혼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설교의 황제가 들려주는 4장부터 7장까지의 내용은 성경에 등장하는 본받을 만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다윗, 디모데, 사무엘, 오바댜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어린 시절 성경을 배우고 알았던 믿음의 사람들이다. 특별히 오바댜의 이야기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악녀 이세벨의 살기 속에서도 믿음의 줄타기를 행했던 조용한 성정의 사람 오바댜의 꺾이지 않는 신앙은 어린 시절부터 하나님을 경외한 삶으로부터 형성되었다. 


마지막 8장은 수넴 여인의 죽은 아들을 살린 엘리사의 이야기다. 너무 익숙한 이야기가 떨리는 정동으로 다가온다.


"같이 살든지 같이 죽든지!"


수넴 여인의 죽은 아들의 싸늘한 몸에 자신의 몸을 포개며 온기를 전하는 엘리사의 모습 속 같이 죽어 싸늘이 식어가든지 아니면 같이 살아서 따뜻한 온기를 되찾든지의 일사각오 정신이 배어있다.



어린 영혼들은 회심을 경험할 수 없고, 구원과 속죄의 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크나큰 오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은 복음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누군가는 척박한 황무지를 기경해야하며 씨앗을 뿌려야 한다. 어린이라는 밭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책임과 사명이 주일학교 목회자들과 교사들에게 주어졌다. 스펄전 목사님은 교회 주일학교 교사들의 사명은 하늘의 생명을 죽은 영혼에 전달하는 하나님의 도구로서 쓰임 받는 고귀한 일임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은 은혜가 가장 탁월하게 나타나는 시기로서 영적 골든타임이다. 한국 교회 주일학교 위기론의 한 가운데에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찾을 수 있는 너무나 귀한 저작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린다. 주일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어린 루터, 어린 칼빈, 어린 츠빙글리가 어디에선가 준비되고 있다. 이 일에 도구가 되는 영광이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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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분파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 1·2급 필기+실기 - 과목별 요약노트 수록+실기시험 수험요령 수록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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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강이나 바다에서 하얀 물살을 가르고 세차게 달리는 수상 오토바이나 고무보트는 보는 것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속도감 있게 달리는 각종 수상 동력 기구는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여름 레저 스포츠의 꽃이다.


그런데 이러한 동력수상레저기구를 조종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일까? 물론 아니다. 수상오토바이, 수상 고무보트, 세일링 요트와 같은 다양한 동력수상레저기구의 운용은 엄연히 조종을 위한 면허를 취득한 이들만 가능하다.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을 위한 수험서가 에듀웨이에서 출간되었다. <기분파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 1,2급 필기 실기>는 말 그대로 물 위에서 즐기는 레저 스포츠를 위한 동력수상기구 면허를 준비하기 위한 수험서다.


책을 살펴보았다. 본 수험서의 특징은 전반부에는 시험을 위한 다량의 예제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 책에 실린 700 문제에서 시험이 그대로 출제 된다는 것이다. 수험생은 이 한 권의 책을 잡고 앞에 실린 700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고 익히면 필기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수상 레저안전, 운항 및 운용, 기구 장치, 관련 법규까지 동력수상레저기구를 위한 모든 문제가 맞춤식으로 나열된다. 거기에 더불어 중후반부에는 과목별 요약노트를 통해 중요한 학습내용을 한눈에 익힐 수 있도록 요점정리를 친절하게 수록했다. 수험생은 700제를 풀어봄과 동시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후반부에 실린 과목별 노트를 통해 이론적인 부분을 공부해도 좋다. 


문제를 기계적으로 암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사실 700제를 통째로 외운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고 고된 과정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내용을 익히고 이해한 상태에서 문제를 풀어보고 습득한다면 더 손쉽게 공부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과목별 요약노트는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자료다.


책의 후반부에는 3회에 걸쳐 실전 모의고사가 실려있다. 출제 빈도가 높은 기출, 예상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다. 앞에서 공부한 내용을 최종 점검해 볼 수 있는 실전 모의고사는 기분파 수험서들이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런데 이 책의 눈여겨볼 만한 또 하나의 특징은 부록으로 숫자를 묻는 문제들과 동시에 업무에 따른 행정 주체 기관에 대한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가 다양한 숫자를 물어보는 경우다. 너무나 엇비슷한 내용 속 수치를 물어보기에 정확하게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틀릴 수 있는 문제가 숫자에 관한 것이다.


<기분파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 1,2급 필기 실기>는 이와 같이 수험생들이 실제 시험에서 만날 수도 있는 작은 어려움까지도 간파하여 세심하게 준비하고 편집한 흔적이 역력한 수험서다.



더불어 이 책이 필기 실기를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책의 서두에 필기 시험 합격자를 위한 실기 시험 가이드가 있다. 컬러 삽화로 실기 시험 운항 코스의 예를 설명한다. 출발부터 코스를 돌아 접안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하나의 맵으로 표현되기에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요긴한 자료다.


운항 코스의 맵 뿐만 아니라 운항 과정의 모든 내용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실기 시험 각 단계별로 수험생이 숙지하고 있어야 할 구호 및 조치사항들을 책을 통해 미리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은 생소한 실기 시험에 대한 두려움을 일소시킨다.


해마다 여름이면 강과 바다로 관광객들이 몰린다. 요즘에는 간혹 추운 겨울에도 날씨와 상관없이 수상 레저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존재한다. 이제 사계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동력수상레저기구는 스릴과 짜릿함을 즐기기 위해 그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 단골 휴가 아이템이 되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더 안전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운용되어야 하는 장비다. 수요가 많아지면 동력수상레저기구를 전문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인력의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뉴에디션 <기분파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 1,2급 필기 실기>수험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각광 받게 될 직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면허를 공부하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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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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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것에 대한 고민만큼 잘 죽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시대,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다. 육체의 문화가 판을 치는 세대 속 잘 죽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는 주장은 불경스럽다.


그만큼 우리에게 잘 죽는다는 물음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이 미덕인 시대를 살아간다. 그렇기에 죽음은 영원한 불청객이며 결코 가까이 할 수 없는 타자화된 객체다. 최근 죽음과 삶이 갖는 철학적이며 인문학적 성찰을 밀도 있게 그려낸 독특한 책 한 권을 만난다.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한스 할터 지음 /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펴냄>는 독자의 심상을 죽음에 대한 내밀한 성찰로 이끈다.


인류 역사 가운데 크고 작은 족적을 남기고 떠난 유명 인사들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 그들이 마지막 최후의 순간을 맞이할 때 남긴 단말마적 외침은 무엇이었을까? 기막힌 호기심이다.



책의 저자 ‘한스 할터’는 의사이며 작가다. 그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묘한 궁금증을 책으로 엮었다. 역사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이 보인 최후의 한 마디! 궁금하지 않은가? 그러나 본서는 단지 그들이 남긴 유언 같은 말 한마디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삶을 통해 살아있는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각양각색 다양한 삶의 빛깔을 갖고 살다간 사람들의 삶은 행복함과 비참함이 공존한 삶이었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끔찍스럽게 죽임 당함으로써 영화로운 삶의 막을 내려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죽음을 맞이한 방식과 태도는 달랐지만 이들의 죽음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 한 가지는 유명 인사이든 무명의 범부이든 간에 죽음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윈스턴 처칠은 “모든 것이 지루하구나”라고 탄식했고, 마르틴 루터는 “아프고 두렵지만 그곳으로 갑니다”라고 말했으며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을 다 한 것 같구나”라고 말했다. 한편 피카소는 “나를 위해 축배를 드시오”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축제의 피날레로 생각했다. 이렇게 보면 죽음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며 그것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반응 또한 제각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찰스 다윈은 “나는 죽음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으며 프로이센의 국왕 빌헬름 1세 또한 “죽음이여! 난 네가 두렵지 않다!”라고 외쳤다. 죽음에 대한 이례적 반응이다. 두려움과 공포에 잠식되어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발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다윈이나 빌헬름 1세처럼 의연한 자세로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싹트는 대목이다.


책은 독자에게 죽음이 가진 어두움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생각할 때 지금의 삶을 더 깊이 사색하며 사유할 수 있다는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나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먹고 살기 바쁘고, 자식들 키우는 데 정신이 없기에 지금의 우리는 언젠가 직면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된 깊은 숙고를 행치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앞에 도착해 있는 죽음의 실체 앞에서 좌절과 절망으로 몸부림친다.



언젠가 맞이할 희미한 죽음을 직시할 때 현재의 우리네 삶은 한없이 투명해진다.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 죽음을 기억하며 사는가? 죽음과 삶은 백지장의 양면과 같다. 생의 한 면을 뒤집으면 죽음이다. 태어남은 축복임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의 출발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출생과 죽음은 축복을 공유한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공평한 사실은 우리에게 축복이며 환희다. 죽음이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가슴이 벅찬다. 


3000년 역사 속 크고 작은 의미를 남긴 사람들의 마지막 한 마디를 통해서 우리는 확실한 삶의 철학을 발견한다. 죽음을 깊이 생각할 때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되며 그 안에서 삶이 뿜어내는 생을 향한 소망이 희열로서 다가온다.


그렇다면 나는 죽을 때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남기며 세상을 떠날 것인가? 잘 살고 싶은가? 뜻깊은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은가?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를 집어 들고 그 안에 담긴 현자들의 음성에 귀 기울여보라! 영원한 이국의 언어인 죽음이 갖는 의미는 농밀해지며 삶을 대하는 태도는 또렷해진다. 기뻐하라! 찬란한 삶의 끝에서 만나게 될 그것, 잠시 후 우리 모두는 공평하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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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리더십 - 섬세하게 이끌고 강력하게 성과를 내는 내향형 리더십 4단계 성공 전략 현대지성 리더십 클래스 2
제니퍼 B. 칸와일러 지음, 이한이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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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모순이다. 어떻게 조용한 리더십이 성립될 수 있는가? 리더란 자고로 목소리가 커야 한다. 높고 강한 음성은 자신감의 표현이며 남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에게 있어서는 필수적으로 탑재해야 할 덕목이다. 그렇기에 조용하며 수줍은 많은 내성적 리더십은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을 뒤집는 책이 <콰이어트 리더십, 제니퍼 칸와일러 지음, 이한이 옮김, 현대지성 펴냄>이다. 어느 단체나 팀이든 그곳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단연코 활발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외향인들이다. 그렇기에 통념상 리더는 에너지 레벨이 높은 외향인들에게 주어지는 특권과 같은 자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 편견에 기인한 오해임을 말하며 자신이 만난 각계 각층 다양한 내향인 리더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을 만나 발견한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의 강점에 대한 진실을 책으로서 엮었다.

책은 우선적으로 내향인의 특성을 정확하게 정의한다. 그들은 조용히 숙고하고 경청하며 천천히 나아가는 것에 가치를 둔다. 그들은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행동파형 인물들이 아니다. 어느 경우에는 이처럼 몸이 먼저 반응해야 하는 일들이 있지만 인생을 살아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이 내향형 리더라는 사실을 알면 내향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우리의 의혹과 선입견을 재고하게 된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MS의 빌 게이츠,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영화배우 엠마 왓슨, 넬슨 만델라, 링컨 대통령, 루스벨트 대통령,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본서는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력 있는 리더가 될 수 있고, 몸담고 있는 회사나 단체에서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준다. 또한 그 방법이 매우 체계적이고 단계적이기에 내향형 리더들이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도록 매뉴얼화 된 점은 책이 가진 특징이자 장점이다.

총 11장의 내용 가운데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4P 프로세스>이다. 이는 내향성의 사람이 리더로서 성과를 내도록 돕는 일종의 솔루션이다.

내향형 리더에게 주어진 다양한 과제와 장애가 있다. 4P 프로세스는 이처럼 매 순간 변화하고 달라지는 상황을 전제한다. 그리고 내향성을 가진 리더가 4P 프로세스의 절차대로 하나씩 실행하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도록 돕는다.

자! 그렇다면 4P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준비하기, 존재감 드러내기, 밀어붙이기, 연습하기는 모두 P로 시작하는 영단어다. P로 시작하는 4단계의 절차다.

팀원과 프로젝트를 이끄는 법, 프레젠테이션, 회의 주도, 네트워킹, 커뮤니케이션 등 리더가 만나는 업무 상황의 매 순간마다 4P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기술한다.



외향형 리더는 말이 많고 분주하다. 너무 활달해서 간혹 팀원의 아이디어를 경청하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에 반해 내향형 리더는 팀원의 의견을 경청하며 차분히 귀 기울일 줄 안다.

내향형 리더의 강점인 경청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우 훌륭한 소양이다. 더불어 내향형 리더는 일대일 관계를 맺는 일에 있어 빛을 발한다. 그들은 사람 개인에게 관심이 많다.

책에도 그러한 내용이 등장한다. 회의를 진행하기 전 짧게라도 팀원들의 개인사를 물어보고 어떻게 지냈고, 요즘 문제는 없는지와 같은 일상을 청취할 수 있는 여유도 외향형 리더보다는 내향형 리더들이 더 많이 가진 능력이다.

물론 책은 외향형 리더를 폄하하거나 내향형 리더가 더 우수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 내향형 리더에게 씌워진 오해와 편견의 그물을 벗겨주는 노력을 행할 뿐이다.

사회 생활을 하며 수많은 리더들을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 리더가 된 적은 별로 없지만 성향상 내향형 리더다. 그렇기에 책이 뿜어내는 <콰이어트 리더십>의 은은한 온기가 마음을 사뭇 따뜻하게 한다.

세상은 엄청난 폭발력과 불굴의 의지를 지닌 외향형 리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어진 과제에 대한 깊은 숙고와 사유를 통해 깊고 명징한 판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내향형 리더 또한 필요하다.

<콰이어트 리더십>은 4P 프로세스를 통해 내향형 리더가 내면 안에 숨겨진 자신의 잠재력을 200% 끌어내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쓰였다. 본서를 통해 내향성으로 고민하는 이 시대의 많은 내향형 리더들이 시쳇말로 포텐 터졌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자신이 가진 기질에 억눌릴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감 있게 터트려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공급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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