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콜럼버스 - 종말론적 신비주의자 중세르네상스연구소 연구시리즈 1
주경철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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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Christopher Columbus라고 부르는 이 인물은 다른 나라에서는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크리스토포로 콜롬보(제노바), 크리스토발 콜론(스페인), 크리스토파오 콜롱보(포르투갈), 크리스토프 콜롱(프랑스). 이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새로운 대륙의 발견을 위대한 위인에서 인디언의 학살자, 노예사냥꾼 등 다양한 평가를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이 태어난 나라는 이탈리아의 제노바다. 1451년 여름이라고 알려져있다. 아버지의 직업은 직조공이었다. 그도 가업을 이으려고 하다가 젊은 시절에 방향을 전환하여 선원의 길로 접어들었다. 나중에 제노바를 떠나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건너간다. 1476년이라고 한다.26살 때다. 대관절 이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세계사적인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 투르크제국의 메메트 2세에게 함락된다. 이로써 지중해 동부는 이슬람권이 장악하게 된다. 지중해동쪽을 이용한 교역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과 인도를 대상으로한 비단과 향신료무역으로 덕을 보던 이탈리아자본은 새로운 방향전환을 모색한다. 제노바나 베네치아 같은 통상국가들은 이베리아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주목한다. 아마 이 무렵에 콜럼버스 일가도 리스본으로 이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콜럼버스가 포르투갈에  체류한 10년간은 그가 가장 젊었던 시절이다. 26살부터 10년간 그는 포르투갈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항해에 대한 것부터 세상사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당대의 진리인 기독교에 대한 것 까지도. 그는 방대한 독서량을 가지고 있는 독서가였다. 그 때는 책 한권의 가격이 굉장히 비쌀 때였는데, 그가 남긴 문고는 상당하다고 한다. 책 여백에 그가 남긴 주석이 상당할 정도로 그는 당대에 유행한 교양서들을 거의 다 보는 독서가였다. 콜럼버스의 대서양 항해의 재료가 된 것은 바로 그가 읽은 책에서 얻은 지식들이었다. 유명한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비롯해서,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중세의 베스트셀러였던 맨드빌의 <여행기>같은 책들이 그가 열심히 읽고 주석을 달았던 책들이다. 그런데 이들 책 가운데는 이른바 '안락의자 여행자'들이 쓴 터무니없는 소설 같은 책들도 있었는데 그것을 열심히 믿었다고 한다. 이 책들은 아직도 남아서 연구자들이 콜럼버스의 생각을 연구하는 자료가 되고 있다. 

 

이 무렵 포르투갈은 북아프리카의 이슬람왕국인 모로코를 정복하려는 군사적 욕망과 동시에 아프리카해안과 대서양을 향해서 새로운 교역로를 찾으려는 상업적 욕망이 팽창해있는 국가였다. 콜럼버스는 1485년 포르투갈왕에게 대서양을 넘어선 아시아 항해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다. 명목은 황금의 나라인 시팡구를 찾아서 금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시팡구는 마르코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말하는 황금의 나라이다. 오늘날의 일본(Japan)을 말한다고 여겨진다. 똑같은 제안을 스페인왕에게도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나중에는 프랑스로 가려고도 했다. 그렇지만 거의 마지막 순간에 스페인의 왕이 받아들여서 세 척의 배로 첫 항해를 하게 된다. 이들이 타고간 배는 한강 유람선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스페인은 콜럼버스의 발견을 국제적으로 알릴 때 그들이 타고간 배가 작은 규모였다는 것을 기밀로 숨겼다고 한다. 그렇게 작은 배로도 대양을 항해하는 게 가능하다는 게 비밀이라면 비밀이었던 셈이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서쪽으로 직선항해하여 아시아에 도착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또 그는 왜 아시아에 가려고 했던 것일까? 당시 유럽인의 지리학적 상식을 구성한 지도는 이른바 마파 문디(Mappa Mundi. 중세세계지도)다. 이 지도에 의하면 세계는 예수의 몸의 이미지에 맞게 되어있다. 지도 가운데는 세계의 배꼽(옴팔로스)인 예루살렘이 있다. 성경에서 노아의 대홍수 이후에 아시아를 셈에게, 유럽을 야벳에게, 아프리카를 함에게 주었다고 한 것을 문자 그대로 믿었다. 그래서 세계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상낙원인 에덴은 동쪽 끝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큰바다(ocean)이다. 이들에게 대서양은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큰 바다였다. 아직 유럽인에게 태평양이나 인도양의 개념도 없을 때이다.

 

한편으로 새로운 지도도 있었다. 이른바 포르톨라노(Portolano)지도인데, 이것은 실제적인 지형을 기록한 지도다. 당대까지 얻어낸 최신의 지식을 활용하여 만들어낸 지도였다. 뱃사람들은 두 개의 지도를 같이 갖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1406년에는 고전시대 지리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이 라틴어로 번역되었다. 이것은 지구를 360도의 경도와 위도로 나누는 혁신적인 방식의 지리학이었다. 이 때쯤에는 이미 뱃사람들에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지구는 평평해서 먼바다로 나가면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선원들이 믿었다는 이야기는 19세기에 만들어진 이야기다. 오히려 선원들이 먼바다로 항해할 때 두려워했던 것은 물과 식량이 떨어져서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콜럼버스는 선원들이 걱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가 나름대로 공부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육지가 바다보다 6배나 더 크고, 바다는 아주 작다. 아시아는 광대한 대륙이다. 아시아의 끝에는 시팡구라는 황금이 가득한 섬나라가 있다. 시팡구로 가는 길에는 8,000개 가까운 섬이 있다. 그 섬들을 중간 기착지로 삼아서 식량과 물을 해결하면 될 것이다. 콜럼버스의 계산으로는 카나리아제도에서 일본 사이의 거리는 2,400마일 정도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실제 거리는 16,000마일이라고 한다. 중간에 아메리카 대륙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들이 스페인의 팔로스 항을 떠난 것은 1492년 8월 3일이다. 10월 10일에 선원들이 반란을 기도했다. 가도가도 망망대해만 나오니 선원들은 두려워진 것이다. 콜럼버스는 며칠만 더 기다려보고 그래도 육지가 안 나오면 돌아가자고 설득했다. 마침내 이틀 뒤인 10월 12일 현재의 바하마 제도에 있는 '구아나아니'(이구아나를 닮았다고 현지인이 부르는 이름)섬에 도착했다. 콜럼버스는 이 섬을 '산살바도르'(구세주라는 뜻)라고 이름 붙였다. 원주민들은 발가벗고 다니고, 정말 친절하게 그들을 환대했다. 콜럼버스가 이곳에서 찾은 것은 금이었다. 그렇지만 금은 없었다. 나중에 그가 발견한 것은 쿠바였다. 그는 쿠바를 아시아대륙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모두 4차에 걸친 항해에서 그가 찾아낸 것은 남아메리카의 오리노코강도 있었다. 바다가 아니라 민물이 흘러나오는 강을 발견한 그는 이곳이 바로 에덴동산이 있는 곳일 거라고 생각한다. 중세의 지도에 의하면 낙원은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유럽인의 항해에는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간 것이고, 그것을 해석할 때는 성경에 근거했다. 인어를 보았다고 믿는 장면도 나온다. 마치 우리가 지금 태양계를 탐사하면서 온갖 추측을 하듯이 그들도 당대의 지식으로 온갖 상상을 다한 것이다.

 

중세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는 세상은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세계는 창조된지 7000년 정도면 종말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콜럼버스 당대에서 종말까지 남은 시간은 150년 정도가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성경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세밀하게 분석해서 얻은 결론이었다. 당대의 과학자들인 뉴턴이나 케플러, 파스칼, 로저 베이컨 같은 인물들도 종말론을 적극 연구하고 종말의 시간을 계산했다고 하니, 사람은 시대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15세기의 스페인은 이러한 종말론의 온상이었다고 한다. 이슬람세력의 흥기가 끝나면 종말론에서 말하는 마지막 종파인 적그리스도가 활개를 친다. 진짜 마지막은 적그리스도와 벌이는 아마겟돈 전쟁이다. 그 전쟁이 끝나면 세계의 종말이 온다. 책에서는 콜럼버스를 종말론적 신비주의자라고 하는데, 기록과 분석에 근거해서 하는 이야기다. 콜럼버스는 단지 세속적인 욕망만으로 대서양항해에 나선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신분상승의 욕망이 강한 인물이기도 했지만, 기독교 종말론에 깊이 심취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황금의 나라인 시팡구를 찾아서 금을 얻고, 그 금으로 스페인 왕을 새로운 예루살렘을 건설하는 마지막 황제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카리브해에서 발견한 것은 금이 아니었다. 그가 볼 때 돈이 되는 것은 원주민노예밖에 없었다. 그는 원주민을 노예로 만들어서 팔 생각을 했다. 이게 나중에 스페인 왕과 충돌하는 이유도 된다.

 

결국 콜럼버스는 카리브해의 원주민을 학살하거나 노예로 만들고, 식민지를 만드는 데 첫삽을 뜬 인물이다. 그래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콜럼버스가 도착한 10월 12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기념하길 거부하고, '원주민 저항의 날'로 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죽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 같은 이는 콜럼버스가 원주민을 학살하고 식민체제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격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콜럼버스는 전 지구적인 교류의 문을 연 장본인이기도 하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콜럼버스 덕분에 담배나, 고추,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맛보고 있다. 그렇지만 1만년전 빙하기로 건너가면 우리의 친척이기도 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받았던 끔찍한 대접을 잊으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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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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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문장의 아버지는 필사쟁이다. 인쇄술이 발달했다지만 조선에서 인쇄를 한다는 것은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엄청난 사업이었다. 국가나 큰절, 서원이 아니면 책을 인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한자를 조판하거나 목판에 새긴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로는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책이 필요한 사람은 책을 베꼈다. 영정조 연간에는 필사를 해서 만든 책을 빌려주는 사업이 성행했다. 이른바 세책(貰冊)업이다. 특히 언문소설이 유행하면서 세책업은 한양을 중심으로 해서 상당히 성행했던 것 같다.

 

이 시대는 또한 서학(西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천주교도 유행했다. 서울의 양반가, 특히 야당이었던 남인의 집안 자제들 사이에 서학이 유행했다. 그러나 윤지충이 부모의 신주를 불사른 사건 이후에 서학은 사회적인 배척의 대상이 된다. 당시 가장 유명한 서학관련 책은 마테오 리치가 저술한 <천주실의>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매를 맞고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도 <천주실의>와 연관되어 있다. <천주실의>를 필사하고 돌려보는 과정에서 발각된 서학신봉자들은 봉변을 당한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잃고 난 후에 아버지의 친구인 세책가 주인 최서쾌의 집에서 책을 배달하는 일을 맡으며 삶을 유지하게 된다. 불과 10대 초반의 나이다.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보면 당대의 세책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벼슬을 하면서도 기존의 성리학적 신분질서에 회의를 느끼는 홍문관 교리 같은 사람, 기생, 양반가의 부녀등이 책을 주로 빌린다. 한문책을 빌려주기도 하지만 대세는 언문소설이다. 심청전, 광문자전, 삼국지 같은 소설들이 한양이라는 도성에서 세책가를 중심으로 해서 유통된다.

 

이야기 속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라는 직업도 나온다. 전기수가 기생들의 모임에서 놀부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마치 판소리 한마당을 하는 것같은 모양새다. 보통 전기수(이야기꾼)는 시장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책의 내용을 실감나게 들려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는 기생과 양반집 부녀들을 모아놓고 들려주는 것으로 나온다. 박경리선생의 유고시집에 보면 선생의 어머니께서 젊은 시절에 부녀들의 모임에 불려가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박경리 선생의 어머니는 대단한 소설애독자였던 모양이다. 기억력이 좋아서 소설의 세부적인 면들을 실감나게 들려주었단다. 박경리 선생은 아마도 그런 면을 닮아서 유명한 소설가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세기 중반에 남부지방에서 그런 유행이 있었다면 아마도 19세기 초중반에는 서울에서 그런 유행이 있었음직도 하다. 아는 게 없어서 더 이야기는 못하겠다. 전기수 이야기를 다룬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라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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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김민식 지음, 이우일 그림 / 행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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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창비라디오 문화다방>을 즐겨 듣는다. 한 사람의 예술가, 혹은 문화인사를 불러놓고 3시간 정도의 대담을 진행하는 프로다. 은근히 재미가 있다. 기억나는 사람만 들어볼까. 황석영, 이자람, 이윤택, 승효상, 김명곤,유세윤, 유하, 문성근, 정성일, 신해철, 임옥상, 김미화, 구본창, 허지웅,박혜진. 소설가, 사진가, 평론가, 화가, 가수, 코미디언, 연극인, 아나운서 등 참으로 다양하다.

 

진중한 사람도 있고, 통통 튀는 사람도 있다. 저음의 목소리가 있고, 박혜진 아나운서처럼 공명이 잘 되는 고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저마다의 목소리를 감상하는 재미, 그들의 살아온 이력을 듣는 재미,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해보는 재미가 자못 쏠쏠하다. 제일 말을 잘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는 황석영과 김민식을 들고 싶다. 황석영은 워낙 유명할 뿐더러 여러 군데서 인터뷰도 듣고, 작품도 여럿 읽어서 익숙한 작가이다. 그런데 김민식이라는 사람은 금시초문이었다. 최민식인줄 알고 내려받았다. 듣다가 보니 최민식이 아니라 김민식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했더니 문화방송의 피디라고 한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보니 이 사람 입담이 장난이 아니다. 말이 정말 수도꼭지에서 물나오듯이 술술 나온다. 가만히 두면 하루종일 떠들라고 해도 떠들 것 같은 입심이다.

 

'문화다방'의 김민식 편을 다 듣고 나서 나는 뒤늦게 '엠비씨 프리덤'을 유튜브로 보았다. 재미있었다. 김민식이 문화방송 파업 때 노조부위원장이었는데, 국민과 더불어 즐기는 파업을 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짧은 영상이다. 더불어 '엠비씨 프리덤'의 원조격인 '이태원 프리덤'도 보았다. 뒤늦은 감상이었지만 재미는 여전했다. 다음으로 김민식이 저술한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다행히 도서관에 있었다. 도서관에서 세시간 만에 다 보았다. 중요한 부분은 발췌해서 메모해놓았다. 정말 미친듯이 메모했는데, 지금 그 메모를 찾으려니까 어디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기억에 의존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문화방송 피디인 김민식이 세상을 즐겁게 사는 법을 다루어 놓은 책이다. 독서, 연애,여행, 영어공부, 방송, 취업,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에 대하여 김민식이 경험하고 실행해본 알짬이 담겨있다. 읽어보면 대단히 실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본다면 좋은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우선 팟캐스트 <문화다방>의 김민식 편을 들어보고 나서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러면 책이 훨씬 빨리 넘어간다. 말과 글의 차이도 느낄 수 있다. 김민식은 역시 말발이 글발보다는 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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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증보판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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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은 진화심리학을 전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학자다. 서울대에서 최재천 교수밑에서 개미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미국에서는 데이비드 버스 교수의 지도로 진화심리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얼마 전에 <진화심리학>이라는 개설서를 펴낸 진화심리학계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이다. <욕망의 진화>,<이웃집 살인마>,<위험한 열정 질투>,<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 같은 책을 통해서 살인,섹스,질투,욕망 등 인간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들에 대한 해설이 담긴 책들을 썼다. 이 책들은 2015년에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에 담겨있는 것들이다. 전중환이 저술한 이 책은 초판이 2010년으로 나와 있다.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화심리학은 많이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이 책은 진화심리학을 퍼뜨리는 데 많은 기여를 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볼 때마다 감탄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오래된 연장통'이라니 얼마나 재미있는 제목인가. 그런데 빨간 용접마스크를 쓴 사람은 왜 등장시켰을까 궁금했다. 참 많은 것을 상징하는 그림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그림을 자세히 읽어보니 마스크를 쓴 사람이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pish, pish라고 하는데, 사전에 찾아보니 '흥,체'라는 뜻이다. 삽화가의 재치와 유머가 느껴진다. 본문을 넘기다보면 표지에 버금가는 재미난 삽화를 많이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삽화가 이 책을 보는 재미 중의 하나였다. 새삼 책의 제목과 표지, 삽화, 사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심리학은 새로운 토대 위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는데, 그 예언은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에 실현되었다. 이제 진화론적 심리학은 심리학이라는 영토에 한 자리를 분명히 차지하고 있다. 심리학은 참 다양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융의 분석심리학,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피아제와 비고츠키의 발달 심리학, 최근에 각광받는 긍정심리학 등. 성격심리학이라는 분야도 있다는 것은 최근에 알았다. 심리학이 이렇게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분야의 심리학 중에서 생물학과 가장 가까운 것이 진화심리학일 것이다. 요즘 진화심리학자들은 앞으로 진화심리학은 심리학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고 하는데 두고 볼 일이다.

 

책은 모두 2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진화론의 틀을 통해서 인간사회와 문화의 밑바닥을 이루는 심리 현상을 들여다본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누리고 있는 음악, 도덕, 종교, 집단주의, 이야기, 동성애, 웃음, 향신료 등의 기원과 기능에 대해서 진화론적인 방식으로 분석을 하고 해설한다해설이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하고, 미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해 안 되는 대목도 많았다. 책 내용 중에서 내가 눈여겨 본 것은 두 가지다.

 

먼저, 도덕본능에 대한 것이다. 언어가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이듯이 도덕도 인간이 본능 속에 내재한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이 내리는 결론이다. 인간은 도덕성을 발달시킴으로써 자연 속에서 더 훌륭하게 적응했다고 한다. 도덕 본능은 도덕적 정서(분노, 감사, 죄책감, 동정)에 의해서 작동하는 도덕적 직관과 합리적 이성에 의해 결론에 도달하는 도덕적 추론으로 나뉜다. 책에서 예로 드는 이야기가 있다. 생닭을 집에 가지고 와서 닭을 요리해 먹기 전에 통닭과 성관계를 가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그 뒤에 통닭을 맛있게 요리해 먹는다. 이 사람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용납이 되는가? 우리의 도덕적 직관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이성에 의한 도덕적 추론에 의하면 이상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가 동물을 죽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므로. 그러나 인간의 직관은 추론에 우선한다. 이것은 오랜 세월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이 터득한 것이다. 그렇지만 인류사회의 도덕은 문화권마다 똑같지는 않고 약간씩 다르게 진화했다. 도덕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도덕성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타인의 곤경을 돌보며 남을 함부로 해치지 않음. 정의. 자기집단에 대한 충성. 권위에 대한 존경. 신성과 순결을 떠받듦서유럽사회는 ,를 주로 강조하는 반면 비유럽사회는 다섯 가지 요소를 골고루 나타내는 편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종교는 왜 존재하는가이다. 진화론에 의하면, 자연선택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게끔 정교하게 설계된 적응과 거기에 부수적으로 연결된 부산물을 가져온다고 한다. 탯줄이 적응이라면 배꼽은 적응의 부산물이다. 종교활동만을 위한 뇌부위가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종교현상은 적응이라기보다는 적응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행위자 탐지가설과 민간심리 가설을 가지고 종교현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행위자탐지 가설이란 이렇다. 자연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일단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피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호랑이가 나타난 것으로 가정하고, 컴컴한 곳에 있는 식별되지 않는 물체를 살아 움직이는 포식자로 믿어버리는 것이 생존에 도움을 준다. 그렇게 해서 그 심리가 발전해서 종교적인 믿음까지 생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민간심리가설은 타인의 행동에서 타인의 마음을 유추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게 유추하는 마음이 발전해서 신이나 요정, 영혼 같은 것을 인간이 믿게 되었다는 식이다. 본문에서는 해설이 간략해서 약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진화심리학은 처음 접하는 분야라서 읽을 때는 아하하고 무릎을 치지만, 읽고 나서 내용을 요약하고 해설하라고 하면 난감하다. 이 책에 대한 내 이해도는 60점 정도 될까? 비슷한 유형의 책들을 대여섯 권 더 보고 나면 익숙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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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 이덕일의 한국사 4대 왜곡 바로잡기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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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체가 10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일곱개 장이 고조선사에 관련된 글이다. 나머지는 노론사관 비판, 정조어찰과 정조독살설, 국사교과서에서 비중이 희미한 무장투쟁사에 대한 문제제기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고조선사에 대한 것은 고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를 둘러싼 논쟁과 식민사학,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 한일역사공동위원회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고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를 둘러싼 논쟁의 기본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었다. 얻은 정보도 많지만, 그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진 측면도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관련도서를 더 읽어봐야 내 나름대로의 시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생긴 의문도 있다.  도대체 식민사학의 뿌리는 무엇이고, 그게 아직도 살아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김상태나 이덕일에 따르면 동북아연구재단 같은 한국사 방어기구조차도 그런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긴데.

 

고조선사의 기본문제는 기록이 너무 적고, 기록의 대부분이 중국사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록이래야 <삼국유사>가 거의 전부인데, 이 책은 정통역사서라기보다는 설화집 비슷하게 인식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의지하게 되는 것은 중국의 역사서들에 나오는 고조선 관련 기록들이다. <사기>나 <삼국지>같은 기본 사서를 통해서 우리는 위만조선이니 기자조선이니 하는 기록들을 얻어듣게 된다. 중국인들의 시각으로 쓴 기록이니 과연 진위가 무엇인지도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근래에 발견된 <한단고기>같은 책은 단군조선의 역사를 세밀하게 기록했다고 하지만, 위서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래저래 사료를 통하여 고조선의 문제를 접근하기에는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가 혁신적인 지점은 여기에 있다. 그는 동아시아 1000년의 시간동안 당연시되던 주류사관을 뒤집었다. 고조선의 중심지가 한반도가 아니라 만주에 있었다고 과감히 주장한 것이다. 중국과 고조선의 경계인 요하가 오늘날의 요하가 아니라 난하라고 본 점이다. 난하는 중국본토에 상당히 가까운 강이다. 그 밖에 진시황과 한무제가 중국을 순행하면서 들렀다는 갈석산의 위치가 어디냐 하는 점도 치열한 논쟁이 있는 부분이고 흥미롭다.

 

재미있는 부분은 한사군의 핵심이라고 하는 낙랑군의 위치가 어디냐 하는 점을 둘러싼 논쟁이다. 일제강점기에 발견된 평양지역 유물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결국 그것이 일제에 의한 유물위조가 아닌가 하는 점으로 이어진다. 글에 의하면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자연과학자들에게 데이터 조작의 유혹이 크듯이 사회과학자들이나 역사학,고고학을 하는 이들에게도 사료위조의 유혹은 크다. 심지어 인류학자들도 자료를 소설 쓰듯이 위조하기도 한다. <뿌리>로 유명한 알렉스 헤일리는 실제 자기 조상 이야기인것처럼 드라마를 찍었지만, 이야기를 상당 부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업계에서 영구퇴출되었다고 한다.

 

율곡의 십만양병설이 노론에 의해서 조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십만양병설의 핵심은 서인의 종주인 이율곡이 임진왜란을 내다보고 병력증강을 주장했던 반면에, 이를 반대했던 남인의 유성룡은 임진왜란을 대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세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조선후기의 주류인 서인과 그를 이은 노론세력이 자기들의 선조인 이율곡을 높이고 남인의 북극성인 유성룡을 깎아 내리는 역사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사료를 들어서 비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론이 있으면 한번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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