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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증보판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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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은 진화심리학을 전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학자다. 서울대에서 최재천 교수밑에서 개미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미국에서는 데이비드 버스 교수의 지도로 진화심리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얼마 전에 <진화심리학>이라는 개설서를 펴낸 진화심리학계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이다. <욕망의 진화>,<이웃집 살인마>,<위험한 열정 질투>,<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 같은 책을 통해서 살인,섹스,질투,욕망 등 인간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들에 대한 해설이 담긴 책들을 썼다. 이 책들은 2015년에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에 담겨있는 것들이다. 전중환이 저술한 이 책은 초판이 2010년으로 나와 있다.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화심리학은 많이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이 책은 진화심리학을 퍼뜨리는 데 많은 기여를 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볼 때마다 감탄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오래된 연장통'이라니 얼마나 재미있는 제목인가. 그런데 빨간 용접마스크를 쓴 사람은 왜 등장시켰을까 궁금했다. 참 많은 것을 상징하는 그림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그림을 자세히 읽어보니 마스크를 쓴 사람이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pish, pish라고 하는데, 사전에 찾아보니 '흥,체'라는 뜻이다. 삽화가의 재치와 유머가 느껴진다. 본문을 넘기다보면 표지에 버금가는 재미난 삽화를 많이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삽화가 이 책을 보는 재미 중의 하나였다. 새삼 책의 제목과 표지, 삽화, 사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심리학은 새로운 토대 위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는데, 그 예언은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에 실현되었다. 이제 진화론적 심리학은 심리학이라는 영토에 한 자리를 분명히 차지하고 있다. 심리학은 참 다양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융의 분석심리학,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피아제와 비고츠키의 발달 심리학, 최근에 각광받는 긍정심리학 등. 성격심리학이라는 분야도 있다는 것은 최근에 알았다. 심리학이 이렇게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분야의 심리학 중에서 생물학과 가장 가까운 것이 진화심리학일 것이다. 요즘 진화심리학자들은 앞으로 진화심리학은 심리학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고 하는데 두고 볼 일이다.

 

책은 모두 2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진화론의 틀을 통해서 인간사회와 문화의 밑바닥을 이루는 심리 현상을 들여다본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누리고 있는 음악, 도덕, 종교, 집단주의, 이야기, 동성애, 웃음, 향신료 등의 기원과 기능에 대해서 진화론적인 방식으로 분석을 하고 해설한다해설이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하고, 미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해 안 되는 대목도 많았다. 책 내용 중에서 내가 눈여겨 본 것은 두 가지다.

 

먼저, 도덕본능에 대한 것이다. 언어가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이듯이 도덕도 인간이 본능 속에 내재한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이 내리는 결론이다. 인간은 도덕성을 발달시킴으로써 자연 속에서 더 훌륭하게 적응했다고 한다. 도덕 본능은 도덕적 정서(분노, 감사, 죄책감, 동정)에 의해서 작동하는 도덕적 직관과 합리적 이성에 의해 결론에 도달하는 도덕적 추론으로 나뉜다. 책에서 예로 드는 이야기가 있다. 생닭을 집에 가지고 와서 닭을 요리해 먹기 전에 통닭과 성관계를 가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그 뒤에 통닭을 맛있게 요리해 먹는다. 이 사람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용납이 되는가? 우리의 도덕적 직관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이성에 의한 도덕적 추론에 의하면 이상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가 동물을 죽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므로. 그러나 인간의 직관은 추론에 우선한다. 이것은 오랜 세월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이 터득한 것이다. 그렇지만 인류사회의 도덕은 문화권마다 똑같지는 않고 약간씩 다르게 진화했다. 도덕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도덕성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타인의 곤경을 돌보며 남을 함부로 해치지 않음. 정의. 자기집단에 대한 충성. 권위에 대한 존경. 신성과 순결을 떠받듦서유럽사회는 ,를 주로 강조하는 반면 비유럽사회는 다섯 가지 요소를 골고루 나타내는 편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종교는 왜 존재하는가이다. 진화론에 의하면, 자연선택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게끔 정교하게 설계된 적응과 거기에 부수적으로 연결된 부산물을 가져온다고 한다. 탯줄이 적응이라면 배꼽은 적응의 부산물이다. 종교활동만을 위한 뇌부위가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종교현상은 적응이라기보다는 적응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행위자 탐지가설과 민간심리 가설을 가지고 종교현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행위자탐지 가설이란 이렇다. 자연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일단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피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호랑이가 나타난 것으로 가정하고, 컴컴한 곳에 있는 식별되지 않는 물체를 살아 움직이는 포식자로 믿어버리는 것이 생존에 도움을 준다. 그렇게 해서 그 심리가 발전해서 종교적인 믿음까지 생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민간심리가설은 타인의 행동에서 타인의 마음을 유추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게 유추하는 마음이 발전해서 신이나 요정, 영혼 같은 것을 인간이 믿게 되었다는 식이다. 본문에서는 해설이 간략해서 약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진화심리학은 처음 접하는 분야라서 읽을 때는 아하하고 무릎을 치지만, 읽고 나서 내용을 요약하고 해설하라고 하면 난감하다. 이 책에 대한 내 이해도는 60점 정도 될까? 비슷한 유형의 책들을 대여섯 권 더 보고 나면 익숙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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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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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기니 고원에 사는 남자들은 팔로카프(phallocarp)라고 부르는 덮개로 음경을 가리고 다닌다.  칼집 비슷하게 생겼는데, 길이가 60cm, 지름은 10cm 정도이다. 문명국가에서 남자들이 넥타이를 매고 다니듯이, 이들은 다양한 색깔의 팔로카프를 구비해놓고 상황에 맞는 종류를 골라서 차고 다닌다. 그들은 팔로카프를 차지 않으면 벌거벗은 느낌이 들고 예의에 벗어난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이들은 그 밖에는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는다. 세상에 별일도 다 있구나 싶지만, 이것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은 남자들이 음경을 최대한 확대한다면 어느 정도 크기까지 키우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다. 인간 수컷의 음경은 다른 유인원들에 비하면 상당히 큰 편이다. 고릴라는 3cm, 오랑우탄이 4cm, 인간이 13cm다. 덩치에 비한다면 지나치게 큰 편이다. 왜 이렇게 큰 것일까? 남자들은 음경의 크기에 집착이 강하다. 왜일까? 인간암컷이 음경을 중요한 신체기관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조사에 의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숫사슴의 뿔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본다. 동성의 경쟁자에 대한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종류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넘치도록 많이 나온다. 책은 진화생물학의 시각으로 인간의 성행동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91년작인 저자의 <제3의 침팬지>의 2부 '이상한 라이프사이클을 가진 동물'에서 다룬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더 깊이있는 분석이 들어있다. 이 책은 영국의 오리온 출판사에서 나온 '사이언스 마스터스'시리즈의 한 권으로 나왔다. 문고판보다 조금 큰 크기에 분량은 280쪽 정도 되는 정도에 불과하다. 내용은 모두 7장으로 이루어져있다. 1장 '가장 특이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에서는 인간의 성생활이 다른 동물들, 특히 포유류와 얼마나 다른 점이 많은가를 다루고 있다. 2장 '성의 전쟁'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벌이는 온갖 투쟁이 생겨난 이유를 다룬다. 3장 '왜 남자는 젖을 먹이지 않을까?'에서는 남자도 젖을 먹일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머리가 띵해진다. <제3의 침팬지>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던 내용이라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4장 '사랑해서는 안 될 때'에서는 여자인간의 '감추어진 배란'이 생겨난 사연을 다룬다. 5장 '남자는 대체 무슨 쓸모가 있을까'에서는 남자의 사냥행동, 혹은 그에 준하는 행위의 실제 이유를 찾아본다. 6장 '폐경의 진화론'에는 인간여성이 폐경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진화적인 이유가 분석되어 있다. 7장 '섹스어필의 진실'에서는 인간육체의 성적장식물인 남성의 근육과 음경, 여성의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가 형성된 진화적 이유를 담고 있다.  

조류생태학자인 저자는 새와 인간을 참 많이 비교해서 이야기한다. 특이하게도 인간은 포유류보다는 조류와 닮은 성행동을 보인다. 그것은 인간이 일부일처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를 꾸미다보니 새와 비슷한 성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끊임없이 혼외정사를 통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더 퍼뜨리려는 전략을 쓴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조류로 들고 있는 것이 알락딱새다. 알락딱새 수컷은 먼저 둥지를 틀 나무구멍을 구한 뒤에 암컷에게 구애를 한다. 구애에 성공하면 암컷과 교미를 하고, 암컷은 둥지에 알을 낳는다. 수컷은 암컷이 임신하고 알을 낳은 뒤에는 알을 품느라 다른 수컷에게 관심을 돌릴 수 없을 거라는 데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 동안에 수컷은 근처에 있는 다른 나무 구멍을 찾아낸 뒤에 또다른 암컷에게 구애를 한다. 그러면 이 암컷은 둘째부인이 되는 셈이다. 둘째부인이 알을 낳을 무렵이면 첫째부인이 낳은 알들에서 새끼가 나오게 된다. 그러면 수컷은 부지런히 자식을 키우기 위해 먹이를 물어다 준다. 그리고 둘째부인이 낳은 새끼에게는 신경을 덜 쓰게 되거나 무심하게 된다. 수컷은 첫째부인이 낳은 자식에게는 1시간에 14번 먹이를 물어다주고, 둘째부인이 낳은 자식에게는 1시간에 7번 물어다준다. 이건 인간세상과는 반대현상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둘째부인이 고생한다. 첫째부인은 자기 새끼를 위해서 1시간에 13번 먹이를 나른다. 둘째부인은 20번 먹이를 나른다. 둘째부인은 고생이 심해서 일찍 죽기도 한다. 첫째부인과 둘째부인의 자식이 생존하는 비율은 5.4마리 : 3.4마리 정도이고, 둘째부인의 자식들이 덩치도 더 작게 된다. 둘째부인은 이런 결과를 알고도 수컷에게 넘어가는 것일까?  알고보니 그게 속임수에 넘어가서 그렇단다. 이런 속임수 이야기는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영화를 통해서 우리도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컷은 자신의 첫번째 둥지에서 적어도 2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두번째 둥지를 구한다. 그 사이에는 다른 이웃들의 둥지가 있다.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교묘한 속임수인 셈이다.  이것과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 '혼합생식전략'이다. 이것은 이웃의 수컷이 없는 새를 틈타서 이웃의 암컷에게 구애하는 전략이다. 수컷이 잠시 제 짝을 놔두고 둥지를 비우면 평균 10분에 한번씩 다른 수컷이 그의 영토에 들어오고, 평균 34번에 한번씩 침입자가 홀로 있는 암컷과 몰래 교미를 한다. 알락딱새의 교미 가운데 29퍼센트가 혼외정사이고, 새끼의 24퍼센트가 다른 수컷의 새끼인 것으로 과학자들이 보고하고 있다. 알락딱새에 비하면 인간의 2세는 대부분 혼외정사가 아닌 혼인의 결과물인 것으로 드러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까. 

지구상에 있는 4300종의 포유류 중에서 수컷이 자식에게 젖을 먹이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당연히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1994년 말레이시아 인근 섬에 사는 디아크큰박쥐 수컷 11마리를 잡았는데, 기능이 활성화된 유선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손으로 짜니 젖이 나왔단다. 인간의 경우에도 남자가 특이하게 젖이 나온 경우가 왕왕 있었다. 기아상태에서 회복되는 과정의 남성에게서 유방이 발달하는 일은 흔히 관찰되었고, 젖이 나오는 사례도 여러번 보고되었다. 기아상태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호르몬의 이상이 생겨서 그렇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젖은 호르몬의 문제일까? 인간의 경우 젖의 생산은 프로락틴(prolactin)이라는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반드시 임신과 출산을 해야 젖이 나오는 것이 아니란다. 처녀나 할머니도 젖을 일정기간 자극하면 호르몬이 자극되고, 유선이 발달해서 젖이 나온다니 참 상식밖의 이야기다. 남자도 신체적으로는 충분히 젖을 먹일 수 있는 몸을 가지고 있다. 진화는 여성에게 그 역할을 맡겼을 뿐이다. 그 대신 남자는 젖을 만드는 영양분(살코기)을 가져오는 성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이론적으로는 프로락틴 호르몬을 주입하고 젖꼭지를 일정기간 동안 자극해주면 남자도 충분히 아기에게 젖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단지 그것을 허용하는 심리적, 사회적 경계선이 너무 높기 때문일 뿐이다. 남자도 아기에게 젖을 주는 문제가 사회운동의 쟁점이 되고, 그것을 어떤 세력이 돌파하기 시작한다면 백년 안에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남녀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것조차 금기하던 시대가 불과 100년전인데, 오늘날 저렇게 허벅지 다 드러내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들을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가 되었으니 세상 일이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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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침팬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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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추천사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무엇이 인간에게 종교와 문명을 건설하게 하고, 언어를 발달시키고, 우주를 여행하게 만들었으며, 무엇이 인간에게 이 모든 업적을 하룻밤 사이에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는가?”  이 책은 바로 이 무엇에 대한 탐구에 있다.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 중에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파괴하는 능력에 대한 두려움이 책의 저술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동기는 물론 그렇지만 책이 다루고 있는 영역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 제3의 침팬지에 불과하던 인간이 왜 그토록 특별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었던지를 저자는 온갖 영역의 연구결과를 동원해서 입증하려고 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학자로서 그야말로 르네상스적 지식인이다. 대학에서는 생리학을 전공해서 지금은 캘리포니아 의대에서 생리학 교수로 있다. 어릴 때부터 새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뉴기니에서 새를 관찰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연구 영역이 더 확대되었다. 그는 뉴기니 새의 관찰을 통해서 조류생태학, 진화론, 생물지리학을 제2의전공으로 삼게 되었다. 뉴기니는 그린란드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섬이다. 현재 세계 언어의 5000개 중에서 1000개 정도가 뉴기니에 있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부족이 모여 사는 특이한 섬이다. 브라질의 아마존강 밀림과 비슷하게 인류학자들이나 생태학자들에게는 연구의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저자는 그곳에서 이룬 연구를 기반으로 해서 인류사의 다양한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해서 이와 같은 저작을 출판하게 되었다.   

책은 5부 19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제1부 '인간은 대형 포유류의 일종'에서는 인간이 왜 제3의 침팬지인지를 밝히고, 4만년전에 일어난 인류사의 대약진에 대해서 다룬다. 제2부 '이상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동물'에서는 인간의 성행동의 진화와 자웅도태, 인종의 기원 등에 대해서 다룬다. 제3부 '인간의 특수성'에서는 인간이 가진 문화적 특징인 언어,예술,농업,약물남용 등에 대해서 다룬다. 제4부 '세계의 정복자'에서는 인간문명의 발달속도가 지역에 따라 달라진 이유와 종족학살성향에 대해서 다룬다. 제5부 '갑자기 역전된 진보'에서는 인간에 의한 멸종, 문명의 붕괴 등에 대해서 다룬다. 이 책은 1991년에 영국에서 초판이 나왔다. 이 책에는 이후에 펴낸 그의 저작의 원료가 다 들어있다. 2부 내용은 1997년에 나온 <섹스의 진화>에서 더 심화된 형태로 발전했다. 3,4부는 1997년에 출판된 <총균쇠>에서 더욱 깊이있게 다루게 된다. <총균쇠>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5부는 2005년에 나온 <문명의 붕괴>에서 더욱 방대한 내용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책 제목이 재미있다. 데스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에서 느낀 대목과 비슷한 충격을 느낀다. 인간은 동물분류에서  세 번째 종류의 침팬지라는 이야기인데, 이 대목은 분자생물학자들이 밝힌 바에 기인하고 있다. 인류를 원숭이, 고릴라, 오랑우탄 같은 동물들도 포함되는 넓은 의미의 유인원이라기보다는 유인원 중에서도 고등한 종류에 유인원인 침팬지에 속하는 종이라고 보는 것이다. 침팬지는 공통적으로 꼬리가 없다. 인간도 그렇다. 이것은 진화의 역사에서 침팬지가 갈라져 나오면서 생긴 현상의 하나다. DNA 분석결과 인간은 일반 침팬지, 피그미 침팬지와 유전형질의 98.4%가 같다. 다른 점은 1.6% 정도다. 이 1.6%에서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고 본다. 직립자세, 커다란 두뇌, 말하는 능력, 숱이 적은 체모, 독특한 성생활 등 인간특유의 속성이 이 1.6%에 있다. 분자생물학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700만년 전에 침팬지에서 분화되어 독자적인 진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대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하빌리스, 네안데르탈인 같은 종류들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조상들이다. 현생인류와 해부학적으로 똑같은 종류는 크로마뇽인이다. 크로마뇽인은 4만년전에 등장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크로마뇽인이 멸종시켰을 가능성이 많다.  

인류역사에서 4만년전부터 일어난 일을 대약진이라고 보았다. 똑같은 구석기시대이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석기와 크로마뇽인의 석기는 질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대약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음성언어의출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다르게 해부학적으로 보았을 때 구강구조가 다르다. 거기서 언어의 혁명,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지능적으로도 놀라운 발전이 일어났을 거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인류가 가진 독특한 성행동양식이 가져온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예로 드는 것이 일부일처제에 의한 혼인과 동시에 존재하는 혼외정사의 문제, 여성이 50세 무렵에 폐경을 가져온 문제 등이다. 인종이 다양해진 이유를 자연토대가 아니라 자웅도태(성도태)로 보는 점도 인상적이다. 자웅도태의 문제를 처음 제기한 학자는 다윈이다. 현대과학에 끼친 다윈의 영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그 정도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상 각 장 하나 하나가 책 한 권에 해당하는 분량이 된다. 인간의 문제를 모든 영역에서 걸쳐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 인간에 의한 멸종과 종족학살의 문제는 워낙 많이 접하다보니 그렇게 새롭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영역은 언어와 예술의 기원문제, 뉴기니 탐험사였다. 새로운 언어의 출현 과정을 2단계로 나눈다. 피진이 1단계, 크레올이 2단계다. 외국인 통치자와 노동자 사이에 서로의 모국어를 고수하면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피진이라는 언어가 생겨난다고 한다. 조잡하고 단순한 피진의 단계에서 크레올이라는 언어가 생겨난다. 크레올은 좀더 복잡해진다. 언어의 크레올화 과정은 17-20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언어진화에 관한 자연적인 실험이다. 주로 유럽에 의한 세계의 식민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언어중에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의 언어가 바로 인도네시아어라고 한다.모든 크레올 언어들은 문법적인 유사성을 가진다고 한다. 이것을 저자는 인간의 언어본능과 연결시켜서 이해한다. 촘스키가 밝힌 것처럼 인간의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뇌 속에 내장된 '보편적인 문법'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간의 아기는 만 4세 정도만 넘기면 한 언어의 문법을 거의 완벽하게 익히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뇌 속에 보편문법이 들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전 세계의 크레올 문법이 비슷하게 되는 것을 보고 저자는 인간의 뇌 속에 들어있는 보편문법이 크레올적인 것이라고 결론내린다. 여하튼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게 언어와 예술이지만, 가장 인간적인 영역의 본질에 속한 것이 바로 언어, 예술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성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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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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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브라이슨이 바친 헌사가 없었다면 이 책을 끝까지 붙들고 읽긴 힘들었을 것 같다. "놀라운 역작. 리처드 포티는 그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최고의 과학 저술가이다." 이 헌사를 표지의 제목 위에다가 붙여 놓았다. 그만큼 글쟁이로서 브라이슨이 우리 독서계에서 신망을 얻고 있다는 소리겠다. 책은 부록을 빼면 모두 510쪽 분량이다. 글자는  빽빽하고, 종이는 얼마나 무겁고 두꺼운지. 지질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책으로는 처음 접해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힘들었다. 보통 책은 한 시간에 50-60쪽은 나가는 편인데, 이 책은 한 시간에 평균 40쪽도 나가기 힘들었다. 지질학을 공부하는 학생같은 심정으로 읽었다. 300쪽 정도를 읽고 나면 반타작은 한 셈인데, 솔직히 그 정도에서도 그만 내려놓고 싶어졌다. 정말 모르는 분야가 너무 많았다. 지질학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라야 화강암, 현무암, 판구조론, 맨틀, 화산, 지진 정도인데, 글쓴이는 지질학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어찌 쉽게 따라가겠는가? 정말 코뚜레 꿰인 심정으로 따라갔다. 그렇지만 번역은 매끄러웠다. 번역자인 이한음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단지 책이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웠다. 다 읽고 나서 돌아보니 정말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질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이제 겨우 눈을 뜬 느낌이다. 이제는 나도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지질학에 대한 놀라운 역작이다. 리처드 포티는 탁월한 과학저술가이다.  

원작은 2004년에 나왔고, 번역본은 2005년에 나왔다. 원제는 <Earth : an intimate history>다. intimate는 영어사전에 찾아보니 '친밀한, 은밀한, 지식에 정통한'의 뜻이 있다. 세 가지 모두가 책 내용에 어울리는 뜻들이다. 글쓴이 리처드 포티는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수석 고생물학자이다. 이미 <삼엽충-고생대 3억년을 누빈 진화의 산 증인>이란 책을 통해 알려진 과학저술가이기도 하다. 글쓴이는 서문을 통해서 이 책이 시작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판구조론이 지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설명할 가장 좋은 방법이 없을까 몇 년 동안 궁리하였다."
글쓴이는 이를 위해서 지질학적으로 유명한 사건들이 일어난 지구의 각 장소를 직접 찾아가 보고, 그 원인과 결과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따라서 이 책은 지질학적 유산 답사기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가 직접 찾아가 본 장소는 나폴리만, 하와이, 알프스 산맥, 산토리니 섬, 뉴펀들랜드, 뉴욕, 체코의 요아힘스탈, 인도의 데칸고원, 영국의 다트무어, 캘리포니아, 네바다사막, 데스밸리, 스코틀랜드, 콜로라도 강과 그랜드캐니언 계곡과 같은 지구가 만들어낸 지질학적 사건의 현장들이다.  

책의 맨 앞장에 등장하는 장소는 나폴리만이다. 그 곳은 고대 지질학과 근대 지질학이 탄생한 곳이다. 유명한 베수비오 화산이 근처에 있는 곳이다. 베수비오 화산은 25,000 여년동안  폭발을 거듭해왔다. 가장 유명한 폭발은 서기 79년의 폭발이다. 이 폭발로 근처의 헤라쿨라네움과 폼페이는 도시가 화산재에 완전히 파묻혔다.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로마시대의 작가인 플리니우스는 이 폭발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베수비오 화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서 피해를 입지 않고 관찰이 가능했던 덕분이다. 이로써 과학으로서 지질학은 시작되었다. 이후 1631년에 일어난 폭발은 로마시대 폭발보다 더 강력해서 두 배나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화산재는 단 하루만에 1,000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이스탄불까지 도착했다. 사실 근대 지질학의 탄생은 엄밀히 말해서 베수비오 화산과는 큰 관련이 없다. 근대 지질학은 찰스 라이엘의 연구에서 시작된다. 찰스 라이엘(1797-1875)은 나폴리만에 있는 로마시대의 세라피스 신전 유적지를 답사하고 나서 새로운 지질학의 원리를 통찰하게 된다. 세라피스 신전은 세 개의 기둥만 남아있는데, 이 기둥의 받침대에서 4미터 쯤 위에 검게 변색된 띠 같은 게 있다고 한다. 가까이 가서 보면 이것은 해양조개들이 뚫은 구멍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기둥은 처음엔 바다가 아닌 육지에 세워졌는데, 신전터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기둥의 아랫부분이 물에 잠겼던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 신전은 근처에 있는 화산의 폭발로 중간에 지각이 바다 밑으로 내려앉았다가 나중에 다시 솟아올랐다는 것이다.  결국 땅이 아래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의 증거물이 된 것이다. 여기서 라이엘은 새로운 지질학의 원칙을 확립하고 1830년 <지질학 원리>라는 책을 서술하게 된다. 세라피스 신전이 있는 그림은 라이엘의 책 앞장에 등장해서 지질학 혁명의 상징이 된다. 찰스 다윈은 5년간의 비글호 항해 도중에 라이엘의 책을 탐독했다.  라이엘의 원리는 다윈이 진화론을 구상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나폴리만은 지질학혁명과 생물학혁명의 한 상징이 되는 장소가 된 셈이다.

하와이 군도는 섬들의 집단이다. 그 섬들은 모두 화산활동으로 생겨났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화산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 원주민들은 그 화산활동을 관장하는 것은 여신 펠레라고 믿고 있다. 하와이 주변 바다의 평균 수심은 5,000미터 정도 된다. 바닥인 해저에서부터 따져보면 화와이의 화산은 높이가 거의  9,0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높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산인 셈이다. 하와이는 태평양 지각판에 얹혀있다. 태평양판은 매년 10센티미터씩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계산해보니 만년에 1킬로미터를 움직이고, 천만년이면 1000킬로미터를 움직이는 셈이다. 이른바 윌슨주기에 따르면, 2억년에 한번 정도씩 지구의 지각판들은 초대륙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주기를 되풀이한다. 하와이섬을 형성한 화산 활동은 지구 내부의 마그마 열원에 의한 것인데, 마그마 열원은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움직이는 것은 지각판이다. 마그마 열원 위를 지나가는 지각판이 몇 년에 한번 제대로 걸리면 거대한 화산폭발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하와이 군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하와이 섬들의 나이는 겨우 500만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태평양판의 움직임에 따라 그 섬들은 다시 가라앉을 운명이라고 한다. 지질학적 시간은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의 한계를 넘어선다. 글쓴이는 키츠의 시를 인용하며 우리를 달랜다. "시간, 늙은 유모가, 참으라고 나를 달래네."

 해양지각은 두께가 10킬로미터 정도 되고, 대륙지각은 두께가 30-40킬로미터 정도다. 항상 대륙지각이 해양지각보다 두껍다. 평균적으로 대륙지각이 해양지각보다 밀도도 낮고 두께도 훨씬 두껍다. 그 이유는 해양지각이 늘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지각이기 때문이란다. 이른바 중앙해령에서 새로운 지각이 계속 형성되고(이른바 해저확장), 해구에서는 지각이 대륙지각밑으로 섭입(subduction-가라앉음)되어 사라지고 있다. 주로 그런 쪽에서 격렬한 화산활동이 일어난다. 그래서인지 해양지각은 대부분 현무암이라고 한다. 현무암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되는 암석이니까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해구들은 대륙지각 밑으로 끌려들어가는 곳이다. 이동하는 해양지각이 옆에 버티고 있는 대륙지각의 가장자리와 부딪히면서 지진이 생기게 된다. 해구는 지각이 다시 맨틀로 들어가는 곳이다. 지각은 해령에서 태어났다가 대륙의 가장자리에 있는 깊은 무덤인 해구에서 죽는 셈이다. 이에 비해 두꺼운 대륙지각은 서로의 밑으로 가라앉을 수가 없다. 대신에 그것들은 충돌한다. 충돌의 현장에서는 땅이 뒤흔들리고 휘어지고 두꺼워진다. 그런 일이 수백만년에 걸쳐서 계속되면서 조산대가 솟아오른다. 히말라야산맥이나 알프스 산맥같은 거대한 산맥들도 그렇게 형성되었다. 

 지각판이라는 개념, 초대륙이라는 개념이 생겨날 때는 학계에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처음에는 누구도 그런 개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개념을 받아들이는 순간 기존의 이론과 전제들은 송두리째 무너지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흘러 온갖 증거들이 쌓이고 측정기술이 발전하자 그것이 주류개념으로 정착된다. 판게아나 곤드와나 같은 초대륙 개념도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구의 역사에서 그런 초대륙이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있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른바 윌슨 주기는 2억년에 한번 정도씩 그런 이합집산이 반복되었다고 본다. 글쓴이는 대륙이 이동한다는 개념보다는 해저확장이라는 개념이 더 올바른 개념이라고 한다. 대륙이 바다위에 둥둥 떠서 이동한 것이 아니라 해저가 확장되면서 지각이 움직였다는 것이 정확한 개념이 되겠다. 물론 그 원동력은 지구 내부의 맨틀 운동이다. 손톱이 자라는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지각이라고 하니 우리는 그 이동을 알아챌 수 없는 것이 당연한다. 백만년 이상의 지질학적 시간을 통해서만 그 이동은 우리의 눈에 확연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대로 지구는 지구는 내핵과 외핵, 맨틀, 지각으로 구성된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압력은 증가하고 밀도와 온도도 엄청나게 높아진다. 지구의 중심은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했을 때 6,370킬로미터 가량 된다. 내핵은 고체상태이며 지표에서 5,120킬로미터에서 시작하여 지구의 중심까지다. 외핵은 액체상태로 존재하며 지표에서 2,900킬로미터까지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맨틀이다. 지각은 해양지각이 10킬로미터 안팎이고, 대륙지각이 30-40킬로미터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은 1864년에 나온 공상과학소설인데, 지구의 중심이 비어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당대의 지식으로는 그 정도를 상상할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가 지구의 중심까지 구멍을 뚫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시추선이 7킬로미터 정도까지 뚷을 수 있다고 책에 나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구의 내부를 알 수 있을까? 지진파가 돌아오는 속도를 추론해서 지구의 내부 거리와 조성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곳은 맨틀이다. 맨틀은 산맥이 태어나고 지각판이 죽는 곳이다. 맨틀은 지구의 무의식과 같다. 지표면의 모든 존재들은 맨틀의 운동에 복종할 수 있을 뿐이다. 단 그 시간은 지극히 느리게 움직인다. 맨틀은 액체이지만 물보다는 점성이 100,000,000,000,000,000,000,000배 더 강한 액체다(10의 23승). 글쓴이는 지구에 딱 맞는 모형으로 알을 든다. 전체적인 비례를 볼 때 노른자와 흰자, 그리고 얇은 막을 지닌 알이 바로 지구의 축소 모형인 셈이다. 대부분의 민족신화에서 보이는 알을 통한 세계의 창조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다음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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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향연 - 광우병의 비밀을 추적한 공포와 전율의 다큐멘터리 메디컬 사이언스 7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광우병은 먼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난데없이 우리 식탁에 광우병이 걸린 소고기가 오르게 생겼다. 이것을 가장 심각하게 느낀 것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최초의 집회를 조직한 것은 그들이었다. 4.19이후 최초로 고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와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알린 경우라 한다. 나머지 세대들은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해서 촛불은 100만에 가까운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냈다. 나는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라서 좀 늦게 촛불집회에 가보았다. 시위대에 섞여서 “고시철회 명박퇴진”을 외치면서 흥분을 느끼기도 했다.

광우병이 도대체 무슨 병인지를 모르겠더라.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아도 세밀한 이야기는 알기가 힘들었다. 인터넷서점을 뒤져보니 소고기 정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책들을 소개해놓았다. 10권 가까운 책들을 후보로 올려놓았더라. 그 가운데서 내가 처음으로 읽어본 책은 스티븐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Deadly Feast>다. 사고 나서 하루 저녁에 다 볼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이 사람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자폭탄 만들기>라는 책으로 퓰리처상까지 받았다는 글쟁이다. 과학을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설하는 저술가라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은 한편의 공상과학소설처럼 읽힌다. 그렇게 흥미진진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칼턱 가이듀섹 박사다. 파푸아 뉴기니의 포레족이 걸렸던 쿠루병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수십년간의 연구를 진행한 사람이 바로 가이듀섹 박사다. 사실 난 이름을 외우기가 좀 어려웠다. 박사는 체코계 미국인이다. 어려서부터 천재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가이듀섹 박사는 쿠루병의 경과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알고 보니 쿠루병은 포레족이 동족을 먹었기 때문에 생긴 병이었다. 그들의 뇌세포를 분석해 보니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과 비슷했다. 죽기 전에 심각한 정신의 퇴조를 보이다가 죽은 환자들을 분석해보니 뇌에 스펀지 같은 작은 구멍들이 뚫려있더란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해면상 뇌증’이다. 문제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같은 경우에는 100만명당 1명 정도의 발병을 보이는 희귀병인데 비해서, 쿠루병은 포레족의 1/10 가까운 사람들이 걸렸던 병이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면 대규모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포레족들은 쿠루병에 걸려서 죽은 동족들도 먹었더란다. 남자들은 안 먹었고, 여자와 아이들만 먹다보니 그 병은 거의 대부분 여자와 아이들만이 걸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에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해면성 뇌증 이야기가 나온다. 양과 밍크, 사슴, 소가 해면성 뇌증에 걸린 동물이 된다. 원인을 밝히다보니 박테리아도 바이러스도 아닌 특이한 물질이 나온다. 그것이 이른바 프리온(Prion)이다. 프리온이란 물질이 해면성 뇌증을 전파하는 주범이라고 나온다. 더 연구해보니 프리온은 정상 프리온이 있고, 변형 프리온도 있단다. 이른바 변형 프리온이 해면성 뇌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미생물인지 단백질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견해는 그것이 단백질이라는 것이다. 그 견해를 밝힌 사람이 프루시너 박사다. 그는 프리온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내 빈약한 생물학 지식이 바닥이 나서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다. 그래도 공부하면 재미있는 내용이 더 많이 나올 듯 했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고 난 뒤 10년간의 이야기를 따라 가노라면, 과연 국민경제와 국민의 건강을 놓고 저울질하라면 경제보다 건강을 선택할 위정자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보수당 정부는 끝까지 광우병의 인간전염을 부인했다. 결국에는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것을 시인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기간이 10년이었다. 지금 미국의 축산업계 현황을 보면, 미국은 이제부터 광우병 드라마가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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