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제국
에번 D. G. 프레이저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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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인류문명의 흥망성쇠를 어떻게 지배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책 [음식의 제국]

 

 

이책은 땅의 분노, 기후의 저주, 끝없는 인간 탐욕의 현실이 만들어내는 식량난의 위기에 대하여 그 원인의 진원지를 알아보고, 해법을 생각해보고자 하는 책이다.

 

 

 

식품이 산업이 된 이유는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농부들의 잉여농산물, 농산물의 저장과 운반기술, 교환시장의 성립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시작이 인류의 문명에 지대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식품산업은 세 가지 잘못된 환상 위에 자리잡고 있다. 비옥한 지구토양, 항상 좋은 날씨, 소품종 집중화가 효율이 높다라는 잘못된 전제 위에 화석연료를 의지한 기술 위에 서 있는 식품산업은 마치 언젠가 터질지 모르는 위기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먼저 교환시장을 생각해보자. 지금의 교환시장이 커지게 된 배경인 신대륙발견은 동서교역로가 사막과 이슬람제국에 막히자 개척한 항로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항로의 개척은 새로운 대륙의 물건들을 교환하게 되는데 그 시초는 아이러니하게도 수도원에서 그 원초가 시작된다. 영적공동생활을 추구하던 수도원들이 식량생산이 늘어나면서 그 식량을 판매했던 것이 중세식량유통이 근간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지만이 아니라 새로운 황무지를 개척하는 신기술을 개발하였고 맥주 발견 등 저장기술도 발전시켰다. 이러한 식량생산의 결과 숲은 사라지고 점차 황폐화되는 결과를 만들어 중세의 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다음 식품저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로마는 자신을 괴롭히던 해적들을 소탕하고 지중해의 권력자가 된다. 그들이 아프리카에 새로운 땅을 개척하여 노예노동을 통해 농산물을 생산하고 호로레아라고 불리는 저장고에 저장한다. 큰 호로레아는 1층의 곡물만 가지고도 1만5천명을 먹일 수 있는 규모라하니 엄청났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먹었던 빵과 가룸이라고 하는 생선액젖은 지중해 연안에서 만들어져 로마까지 가져와도 상하지 않을 음식이었고 이러한 음식의 개발은 제국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결국 로마의 멸망이 훈족이 침공에 성벽으로 막았지만 도시의 식량고갈로 성문을 열면서 망한 것 같이 식량생산의 효율적 저장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오늘날 우리의 문제는 식량유통을 둘러싼 사람들의 문제로 인해 전략적 곡물비축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이것은 만약의 위기상황에서 우리를 망하게 할 요소가 된다.

다음은 식량생산의 문제다. 우리는 숲을 거둬내고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방식으로 농토를 개발해왔다. 그래서 그 농토가 황폐화되면 새로운 땅을 찾아 이동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이다. 식품저장산업의 발전이 더 큰 농토를 필요로 하게 되고 이러한 것이 계속적인 농토의 개발로 이어졌지만 지표면의 토양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미개간지 개척과 기후적 행운, 단일 작물의 집중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밀, 옥수수, 쌀, 콩과 같은 소수의 작물에 의존해있고 그 생산도 우크라이나, 북미, 양쯔강지역 등의 소수에 집중화되어 있는 모습은 우리의 식량산업이 얼마나 약한 고리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식량가격의 상승시기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농업시스템이 매우 비효율적인 문제로 인해(농민공으로 인해 농촌공동화) 유전자작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해 알아보자. 식량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물이다. 이러한 물 문제는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게 되고 이것이 국가를 만들게 되었다. 소위 관계를 위한 사람들의 징집을 위해 군사조직과 귀족들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농업의 탄생이 국가를 만들게 되고 전쟁과 성차별을 만들게 된 것이다. 물은 없어도 걱정이지만 많아도 걱정이다. 중국이 만든 세계최대의 댐 산샤댐은 이러한 문제를 인간의 힘으로 막으려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중국이 겪는 녹조, 환경위기 등은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게 할 것이다. 

다음은 토양이다. 인간의 DNA를 구성하는 물질에서 외부로부터 가져와야 할 필수적인 원소가 질소(N)다. 이 원소는 공기 중에 78%나 존재하지만 공기로부터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자연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번개나 콩과식물 방법밖에는 없다. 이 원소를 가장 많이 함유한 구아노(남미의 해안지대에 서식하는 새들의 똥)가 황금의 기회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의 BASF의 하버박사가 공기를 통해 암모니아를 만들게 되면서 질소비료으 탄생과 식량생산의 획기적 상승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나 질소의 생산이 폭약도 가능하게 하는 점이 세계대전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이다. 중요한 점은 한계가 있는 토양에 집중적인 농약과 비료로 만들어지는 지금의 식량생산시스템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식량에 있어 얼음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저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또 하나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터가 북미의 얼음을 잘라 남미와 인도에 수출하면서 시작된 냉동산업은 캘리포니아를 식량생산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생산한 오렌지를 냉동농축과즙으로 만들어서 수출하면서 썬키스트라는 상표를 세계적인 이름으로 만들게 한 것이 바로 얼음으로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기술들은 화석연료를 의존하는 기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가격의 상승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식량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이 녹조나 회색비의 공포에 살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식품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의 도덕성문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우기 중요한 것은 기후의 방아쇠 앞에 허약한 체질이라는 것이 문제다. 2008년 세계가 겪은 식량위기가 지구역사상 최고의 풍작을 이룬 해에 겪었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금의 식량유통을 장악했던 세력들이 홍차전쟁, 아편전쟁의 후손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미 앞에서 말했지만 우리의 식량생산시스템은 병충해의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 좁은 토양에 집중적인 생산과 단일 작물의 취약성이 그 원인을 제공한다. 한 예로 해출에 강한 슈퍼옥수수를 개발했으나 새로운 해충이 더 번성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방어전략이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대안들이 움트고 있다. 공정무역과 유기농, 슬로푸드 운동이 그것이다. 이러한 운동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자연스러운 식량의 생산과 유통을 통해 인류를 식품산업에서 지키는 운동이다. 이러한 운동이 성숙하여 더 이상 식품이 산업이 아닌 우리의 삶으로 들어와야 한다. 지금의 싼 먹거리는 우리의 건강, 환경파괴, 사회적 시스템의 붕괴 등 많은 것을 지불하고 얻은, 결코 싸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좋은 먹거리를 함께 만들어갈 문제들을 생각해야 한다.

 

 

 

식량에 얽힌 세계의 모든 문명과 사건들을 통해 음식이 인류문명에 영향을 끼친 이 책이 이야기를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장엄하다. 유럽과 아시아 미국,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류역사를 통해 음식이 어떻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생각해보는 측면에서는 역사책과 같은 느낌이지만 그 속에 벌어지는 사회의 모습과 인간의 욕망을 보면 사회학, 정치학의 모습도 보여진다. 

480여쪽의 두꺼운 페이지도 압권이지만 많은 조사와 다양한 데이타의 연결을 통한 논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끼의 식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 한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모습도 바뀌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대안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를 꺼내지는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라는 그의 말은 아직 우리의 대안이 실험실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식량산업의 조류를 바꾸기에는 아직도 먼 길이지만 반드시 걸어야 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것은 우리에게도 강조하는 바가 크다. 모든 정책적 기반이 공업과 수출을 위한 기반이고 농업정책마져도 농민의 기반을 생각하기보다는 농업유통자의 입장에 유리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기반이 세계식량위기의 뇌관에서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국의 식량안보와 더불어 안전한 식품의 유통을 책임지기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농민들도 노력해야 하지만 소비자들도 현명한 소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좋은 먹거리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좋은 움직임에 소비자들도 함께 힘을 보태야 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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