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몹시 분주했던 지난 연말에 마음을 사르르 녹인 책 한 권을 만났다. '농가에서 일상을 화보처럼 살아가는 콩콩 씨'란 부제의 <시골 낭만 생활>. 시골과 낭만이란 범상치 않은 조합의 제목과 살랑한 느낌의 표지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자 콩콩 씨는 네이버에서 잘 알려진 블로거인데,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날개에 소개된 네이버 블로그 주소로 달려가 먼저 그녀의 일상을 엿보았다. 블로그에는 감각 있는 사진과 사진과 잘 어우러지는 글로 가득했다. 그때 짐작했다. 이 책 참 느낌 있겠다 하고.

 

서울의 14평 작은 아파트에서 복닥복닥 지내다 2005년 남편의 권유로 시골의 작은 농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콩콩 씨농가는 '오렌지 카운티', 자신만의 작업실은 '콩콩 공작소'로 아기자기한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두 아이, 남편과 자전거 타기, 우쿨렐레 연주회, 캠핑을 즐기며 알콩달콩하게 시골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사계절 변화에 따른 재철 자연 식재료로 건강식을 만들어 먹고, 자신이 좋아하는 리폼, 바느질, DIY로 집안과 공방이자 가게 '가마가 텅 빈 날' 곳곳을 손수 꾸몄다. <시골 낭만 생활>은 시골 생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지난 8년간 도예가의 아내로두 아이의 엄마로, 블로거 콩콩 씨로 살아온 시간을 그대로 기록한 책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오솔길의 사계절 풍경을 시작으로 시골에서 보낸 행복의 순간들을 따뜻한 감성 사진에 담아 보여준다. 도예가 남편이 직접 제작한 멋스러운 식기들은 물론, 감각 있는 테이블 세팅, 인테리어도 자주 등장해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만 읽기 아쉬워 경기도 이천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책 속 모습처럼 화사한 웃음으로 맞아준 콩콩 씨. 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난로 옆에서 그녀가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책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와 함께한 차 한 잔의 여유, 조곤조곤한 이야기들을 글과 사진으로 전하고자 한다.


(
인터뷰 진행.정리 ㅣ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알라딘 :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책 느낌대로의 집이고, 실제 와보니까 살아 있는 느낌이 더해져 참 좋아요.

 

고민숙 : 감사합니다.(웃음)

 

알라딘 : <시골 낭만 생활> 전에 공저로 두 권의 책을 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책은 고민숙, 본명으로 나온 공식적인 첫 책인데, 소감 어떠셨는지.

고민숙 : 부담스럽기도 하고, 영광이기도 했어요.

 

알라딘 : 블로그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 들어가져 있는 거죠?

 

고민숙 : , 물론이죠. 블로그가 제 일기장이기도 했고, 꾸준히 기록해온 장소이기도 했으니까 빠질 수는 없었어요. 가끔 물어보세요. 어떻게 블로그를 꾸준히, 매일같이 운영할 수 있는지. 제가 그걸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절대 못했을 텐데, 그때 그때 사진 찍고, 느낌 정리하는 일이 무척 즐거웠어요.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커가는 순간 순간들을 쉽게 잊어버렸을 텐데, 동영상 찍듯이 블로그에 바로 글과 사진으로 담았던 것이죠. 제가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8년이나 기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알라딘 : 파워 블로거들이 대거 등장한 이후로 그들의 포스트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지는 일이 트렌드화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 책은 글과 사진이 잘 어우러져 유독 특별한 느낌이 들었어요. 연말이라 여유롭게 앉아서 이 책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출퇴근길에 짬짬이 읽으면서 읽는 순간만큼은 여유로움을 만끽했어요. 사진 중간 중간에 들어가는 글들도 마음에 착착 와 닿았어요.

 

고민숙 : 아유, 감사합니다.(웃음)

알라딘 :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영향을 주면 좋겠는지요?

 

고민숙 : 누군가처럼 자연에 큰 뜻을 품고 시골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생활인으로 내려온 한 아줌마가 시골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느낀 부분들을 잔잔하게 담은 것인데요, 저의 생활을 보면서 어떤 분들은 대리만족을 조금은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큰 의도 아래 낸 것은 아니고, 제가 자연에 녹아서 사는 모습을 통해 읽는 분들도 잠시 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알라딘 : 대리만족이 조금이 아니었어요. 누구나 로망하는 삶을 살고 계세요.(웃음)

고민숙 : 블로거들나 독자들께서 내가 그렇게 못하는 일을 콩콩님께서 하시는 걸 보고 위안을 받았다, 복작복작한 하루였는데 마음이 편해졌다이런 말들을 덧글이나 문자로 보내주세요. 그런 걸 볼 때마다 내가 의도한 바가 전달이 되는구나 싶으면서 신기하더라고요.

 

알라딘 : 8년 전이죠, 서울 생활을 접고 남편의 권유로 시골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기존의 삶에서 방향을 튼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에는 관련한 내용이 앞 부분에 약간만 소개되었는데, 결정적 계기, 아이들과 주변의 반응 등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고민숙 : 책에도 썼듯이, 저는 시골 출신이고 고향집이 아직 시골에 있어요. 그래서 시골의 삶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사실 요즘 세상에는 시골에도 컴퓨터 되고, 택배도 오고다른 집은 여자들이 너무 반대해서 시골로 옮기는 걸 못하신다는데 저흰 그렇지 않았어요. 저는 처음에 들었을 때도 , 나는 괜찮아이랬고, 이곳에 오기 전에 남편과 함께 안성이나 충청도 경계 어디의 땅을 몇 번이나 봤어요. 그리고 아들은 5, 딸은 3살 너무 어렸던 시기라 반대하고 말고 할 건 없었어요.(웃음)

 

알라딘 : 제 생각에 의견 조율하는 데 작은 불화가 있지 않았을까, 여러 고민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말씀 듣고 보니, 책에 나온 대로 시골로 이사하는 일이 수월하셨군요!(웃음)

 

고민숙 : 우리 남편은 정말 복 받은 사람이죠.(웃음) 저도 사실 열네 평 아파트가 너무 답답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살았듯이, 아이들도 어릴 때 시골에 살아보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알라딘 : ‘오렌지 카운티’(저자가 직접 지은 시골 농가 이름)를 보며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철마다 나는 자연 식재료들이었어요. 매실나무인 줄 알았던 살구나무, 냉이와 쑥, 엄나무 순(개두릅), 비염에 좋은 목련 차오렌지 카운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계절별 식재료, 그것을 이용한 음식이 뭘까요?

 

고민숙 : 봄에 채취할 수 있는 자연 식재료가 제일 많아요. 지천으로 깔리죠. 처음에는 관심이 없어서 농협에서 사다 먹곤 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어른들이 달래, , 냉이 캐는 걸 보면서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이 집 살면서 이렇게 넘치는 식재료들을 왜 안 캐먹냐고, 혼나기까지 했어요.(웃음) 여름 장마 오기 전까지는 풍성한 자연 식재료들을 먹다가 계속되는 비, 내리쬐는 뙤약볕 시즌이 되면 텃밭을 그냥 눌러 엎어요. 겨울엔 또 눈이 와서 쉬고요. 부모님께서 평생 농사 지으시는 걸 보고 자라서 그런지 직접 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배추 꼭 심어서 김장해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해요. 살 수 있는 건 사서 먹고, 가볍게 기를 수 있는 건 길러서 먹는 정도만 해요.

, 책에서 한 가지 빠진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 남편은 인삼 심어놓은 것처럼, 달래 있는 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아요. 밑이 동그랗게 잘 여물었는지 꼼꼼히 살폈다가 적정한 시기에 해랑이를 데리고 가요. 해랑이가 달래 다듬는 걸 정말 잘 하거든요. 둘이 환상의 복식조에요. 남편은 달래 뽑고, 해랑이는 옆에서 다듬고.(웃음) 자연 식재료들은 특별한 양념 안 하고 먹는 게 훨씬 더 맛있어요. 가볍게 들기름, 깨소금, 간장 정도만 넣어도 멋진 음식이 돼요.

 

알라딘 : 워낙 싱싱한 재료들이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웃음) 식비 부분은 어느 정도는 절약이 될 것도 같은데요, 도시에서 살 때보다 실제로 생활비가 덜 드나요? 

 

고민숙 : 봄에는 확실히 절약이 돼요. 그런데 그 외에 전기세, 수도세 이런 부분들은 도시생활과 큰 차이가 없어요.

 

알라딘 : 책 내용 중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이 자전거 타기, 우쿨렐레 연주회, 홈 캠핑이었는데요, 시골에서의 생활이 무료하지 않게 활동적인 일들을 잘 즐기셨더라고요. 또 다른 재미난 활동들이 있나요?

 

고민숙 : 책에도 살짝 언급되기도 했는데요,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일들이 너무 좋아요. 집 주변이 밭, 언덕이에요. 눈이 쌓이면 아이들이 뛰어다니면서 러브 스토리를 찍는 거에요.(웃음) 청둥오리들이 서식하는 웅덩이가 있어요. 그곳이 얼면 저희만의 아이스링크장이 되는 거에요. 남편이 못 쓰는 의자를 개조해서 눈썰매를 만들었어요. 그거 타면서 신나게 놀죠.

 

알라딘 : 오렌지 카운티, 손바닥 정원 등 공간에 딱 들어맞는 아기자기한 이름들을 잘 붙이시는 걸 보면서 네이밍 실력이 대단하시다 생각했어요. 이름 있는 공간, 혹은 사물이 또 있나요?

 

고민숙 : 주변에서 작명소 차리라는 소리도 듣긴 했어요.(웃음) 제 차는 블루고요, 제 작업실은 콩콩 공작소고요, 지금 인터뷰하는 공간은 데크룸이고요, 또 뭐 있을까요. , 자전거에도 이름을 붙였어요. ‘오렌지, 자두, 바나나…’(웃음)

2006년도 일본에 갔을 때 타샤 할머니 책을 처음 접했어요. 그 책을 본 순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할머니 책에 보면 버몬트 숲이 나와요. 할머니를 정말 좋아해서 저의 산책길을 비밀의 숲이라고 지었어요.

 


알라딘 : 집안 곳곳, 특히, 태랑, 해랑의 방 리모델링, 아기자기한 소품들 등 인상적인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요. 책을 읽다 보니 다 손수 작업하신 듯한데요, DIY 관련 전공을 하셨는지, 아니면 정식 클래스를 수료하셨는지요?

 

고민숙 : 요즘 엄마들의 특징은 관심만 있으면 다 하시는 것 같아요. 전공은 중어중문입니다.(웃음) 서울에 있을 때, 첫 취미는 바느질이었어요. 애들 옷 만들어 입혔었죠. 처음에는 손바느질을 하다가 나중에는 미싱을 사서 했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리폼을 하게 되더라고요. 리폼 하다가 목공에 관심이 옮겨갔어요. 목공소 같은 데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일본 잡지 보면 허술하지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돈 주고 사면 너무 비싸잖아요. 여기가 농장이 있던 자리라서 질 좋은, 오래된 자재들이 많았어요. 그걸로 만들어서 하다 보니까 진짜 되는 거에요. 재미가 붙었어요.

 

알라딘 : 기본적인 손재주, 감각을 갖추고 계신 것 같아요.

 

고민숙 : , 조금은 그런 것 같아요.(웃음) 사실은 호기심이 많아요. 호기심이 손을 따라가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걸 봤을 때 예쁘다, 하는 정도로 그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말 예뻐서 내 손으로 만들어봐야겠다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제 경우 후자라고 볼 수 있죠. 계속 하다 보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어요.

 

알라딘 : 제 경우, 결혼 전에는 손 하나 까딱 안 했다가 결혼하면서 그릇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릇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와 베이킹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관심사가 퍼져나가게 되더라고요. 저는 결혼이라는 걸 통해서 새롭게 눈이 열리는 부분들이 생긴 것인데, 언제부터 DIY에 관심을 두게 되셨어요?

 

고민숙 :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제가 그때부터 뭔가를 만드는 일을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제 방이 남달랐다고 해요. 크리스마스에 색종이로 오너먼트를 만들어 장식했다던가, 팬시점에서 상품을 사서 다른 방식으로 변형시켰다던가. 가만 생각해보면 친정엄마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엄마가 한복천과 레이스를 활용해서 믹서기 받침을 만드실 때 저는 그 옆에서 레이스를 잘라 인형 치마를 만들어줬어요. 엄마가 만드시는 걸 옆에서 보고 저도 만들곤 했어요.

 

알라딘 : 제가 봤을 때 오래 전부터 감각이 있으셨던 것 같고, 삶에 적용하면서 보다 구체화된 것 같아요.

 

고민숙 : 아이들 키우면서 본격적으로 만들게 된 거죠.

 

알라딘 : DIY에 도움이 된 책 혹시 있나요?

 

고민숙 : <Come home>이요. DIY나 리폼하는 주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바이블이죠. 그 책의 매력이 산만한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내추럴하다는 것이에요. 저희집도 마찬가지에요. 완벽하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반듯하지도 않지만 사람의 온기가 스며든 곳. <Come home>이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에요. 의류쪽으로는 <リンネル>를 추천할 만해요. 아이옷 만들어 입힐 때, 일본 서적을 많이 참고했어요. 일본 실용서의 장점이 바로 패턴이 잘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에요. 일본어를 몰라도, 그림 보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 찾아가면서 하니 되더라고요. 임신했을 때 5개월간 일본어 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바느질 책 많이 참고하면서 일본어 실력이 늘었어요. 요즘에는 북유럽이나 영국으로 관심을 돌렸어요.

 

알라딘 : 국내서에서 추천할 만한 책은요?

 

고민숙 : <어라운드 Around> 참 괜찮은 책 같아요.

 

알라딘 : 혹시 <킨포크 kinfolk> 아세요?

 

고민숙 : , 최근에 <킨포크 테이블> 번역서 샀어요. 킨포크 마인드도 정말 너무 좋아서 반했어요.

 

알라딘 : 비싸지 않고,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데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뭐가 있을까요?

 

고민숙 : 저는 정말 좋은 환경 속에서 살고 있어요. 남편이 그릇 만들어 주고, 철마다 새로운 꽃을 자연에서 취할 수 있고겨울이라 없을 것 같지만, 마당을 둘러보면 분명 무언가가 있어요. 빨간 찔레 열매도 장식품으로 사용하고 있고요, 넝쿨을 주워다가 앤티크 실패, 털실, 말린 꽃을 활용해서 리스를 만들었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무척 만족스러워해요. 그리고 딸과 함께 리스를 또 만들었어요. 저는 핀터레스트 Pinterest에서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찾아서 참고하여 만들려고 했는데, 해랑이는 이미지를 참고하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다면서 보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딸 아이 통해서 제가 배웠어요.(웃음) 해랑이는 있는 재료로 글루건 없이도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정말 근사하게 만들었어요. 참 신기했어요. 생각해보면 애들의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부분이 알게 모르게 시골에서 살면서 영향이 된 것 같아요.

 

알라딘 : , 정말 멋지네요. 해랑이의 그 모습을 저도 배워야 할 것 같아요.(웃음)

 

지금까지는 즐거운 이야기만 했는데, 가볍지 않은 질문을 드려볼게요.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책 제목이 <시골 낭만 생활>이긴 하지만, 사람의 삶이 어떻게 낭만적이기만 할 수 있겠는가. 이 책에서 시골 생활이 녹록하지는 않았다고 잠깐 언급하시긴 하셨어요. 책 자체의 컨셉을 고려한다면, 어두운 이야기들을 계속 드러낼 수는 없었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뵙게 되면 꼭 여쭙고 싶었던 부분이었어요.

 

고민숙 : 저는 사실 농가에서 일상을 화보처럼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이고 싶었어요. 제 경우는 귀농이 목적이 아니라, 남편의 직업으로 온 것이에요. 무조건 서울 작업실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왔던 처음 1년 동안 수입이 없었어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이천에 오고 약 2년 후부터 이천 도자기 축제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게 되었고, ‘가마가 텅빈 날이란 숍도 열게 되었어요. 가게는 남편의 이름을 걸고 작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뿐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 핸드메이드 제품들도 선보일 수 있는 장소에요. 알음알음 알고 찾아 오시는 분, 그리고 마니아도 생기면서 조금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었어요.

 

알라딘 : ‘이천 도자기 축제가 매년 열리는 행사인가요?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매년 언제 시행되는지요?

 

고민숙 : ‘이천 도자기 축제검색하시면 공식 홈페이지가 나와요. 매년 봄이나 가을에 시행되어요. 유동적이라 홈페이지 통해서 정보를 입수하시면 될 것 같아요.(이천 도자기 축제 : http://www.ceramic.or.kr/index.jsp)

 

알라딘 : 저도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다 보니, 고양이만 나오면 눈이 자연스레 커지면서 관심을 두게 되는데요, 책에 루시, 설이와 아기 고양이 네 마리 이야기가 나와요. 집 나간 설이와 아기 고양이 네 마리는 여전히 무소식인가요?

 

고민숙 : , 아직 행방을 모르겠어요. 제 추측으로는 어떤 위협을 느끼고 새끼들을 피신시키면서 터전을 옮긴 것 같아요.

 

알라딘 : 책을 받자마자 살림 노하우 관련 책을 내셔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책을 내실 생각이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관련한 내용 살짝 공개해주세요.

 

고민숙 : 핸드메이드의 경우, 좋아하는 대상들이 가지를 치면서 확장되기가 쉬워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 저를 이루는 것들에 대해서 정보를 나눌 수 있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을 준비 중이에요.

 

알라딘 : 2013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 2014년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고민숙 : 아무래도 2013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제 책을 출간한 것이죠.(웃음) 제 스타일은 계획 없이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이렇게 목표가 없어도 되나 싶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떤 기회가 있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즐겁게, 최선을 다해 살자라고 생각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중혁 작가는 등단 11년이 되던 해인 2011년에 펴낸 첫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로 그만의 기발하고도 유쾌한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첫 산문집을 읽고 작가의 산문 읽는 즐거움에 깊이 매료된 독자들에게 이번 새 책 소식은 무척이나 반가울 일이다. 전작의 뒤를 잇는 유쾌한 두 번째 산문집에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 바로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음악'.

김중혁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썼고, 소리에 대한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펴냈으며, 20여 곡이 넘는 노래도 만들었다. 그만큼 음악, 그리고 소리 그 자체는 작가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30년이 넘도록 함께해온 옛 가요부터 최신가요까지, 인디음악부터 대중음악까지,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과 삶이 맞닿는 스토리들을 사계절에 따라 펼쳐 보인다. 멋 부리지 않는 편안한 문체로, 톡톡 튀는 기발함으로, 특유의 위트로 음악을, 뮤지션을, 소설가의 일상을 독자들과 즐거이 공유한다.

 

<뭐라도 되겠지> 출간 기념 인터뷰 차 김중혁 작가를 만났던 날이 2011년 10월 26일.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2년 전의 인터뷰 기사를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뭐라도 되겠지> 인터뷰 > http://blog.aladin.co.kr/graceshome/5198256)

2년 만에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서 김중혁 작가를 다시 만났다. 무려 2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젊은 작가(?)였고, 여전히 유쾌했다. 가을의 어느 날 오후, 그와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을 공개한다.

 

(인터뷰 진행.정리 ㅣ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알라딘 : 이전 인터뷰 일자를 보니 2011년 10월 26일이에요. 정말 2년 만에 다시 뵈었습니다!
<모든 게 노래>는 노래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책인데, 언제부터 집필하신 건가요?

 

김중혁 : 거의 10년에 걸쳐 쓴 글을 모은 거에요. 월간 ‘DVD 2.0’(현재는 폐간 상태)에 있을 때 쓴 가을 추천 노래 관련 글, 그 사이 사이 다른 지면에 썼던 글, ‘씨네21’에서 연재했던 글과 새로 쓴 글… 모두 모아 엮었어요. ‘씨네21’ 연재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해요. 최신가요 중에 잘 만든 노래들이 참 많아요. 그런 노래들을 소개해주고 싶어서 최신가요에 관한 글도 이 책에 많이 실었어요.

 

알라딘 : 그럼 30대, 40대에 걸쳐서 쓰신 원고들이군요?

 

김중혁 : 왜 나이 얘길 하고 그러세요.(웃음) 네, 맞아요.

 

알라딘 : 이 책은 서문 전에 들어간 짧은 문구부터 인상적이었어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현재를 느끼게 된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붙든다.
현재를 정지시키고 순간을 몸에다 각인한다.

 

어머니에 관한 에피소드(소설가 아들을 둔 걸 몹시 기뻐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김중혁 : 사실 그 글을 썼던 당시, 어머니께서 약간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잠깐 어머니와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글을 읽어드렸어요. 정말 좋아하셨죠.

 

알라딘 :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듣는다’(p.35)를 보면 작가님의 소설 중 일부를 여러 사람들에게 읽게 한 뒤, 그 목소리를 녹음, 편집 작업한 내용이 나와요. <미스터 모노레일> 저자행사에서 그 목소리 파일을 공개하신 적 있는데, 저도 흥미롭게 들었어요. 혹시 그 이후로도 재도전하셨는지요?

 

김중혁 : 사실 너무 귀찮아서 안 했어요.(웃음) 제 소설의 일부를 읽으셨던 분 중에 전문 성우분도 계셨는데, 제가 직접 들으니까 민망했어요.

 

알라딘 : 음악의 3대 기능(p.41), 배경음악 / 실용음악 / 기능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배경음악’은 책을 읽거나 간단한 메모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듣는 음악, ‘실용음악’은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듣는 음악, ‘기능음악’은 운동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방을 치울 때 듣는 음악이라고 하셨죠. 요즘 즐겨 듣고 계신 배경음악 / 실용음악 / 기능음악, 구체적인 앨범을 소개해주세요.

 

김중혁 : 책 읽을 때는 무조건 클래식을 들어요. 제일 많이 듣는 건 글렌 굴드의 피아노 음악이에요. 글렌 굴드의 경우, 클래식 장르인데, 목소리는 안 나오면서 리드미컬하거든요. 듣고 있으면 축 처지지도 않고, 집중도 잘 돼서 글렌 굴드의 시리즈를 사서 많이 들어요. 헬스 클럽에서는 최신가요, 락을 들어요. 달리기 하거나 운동하기에 좋은 템포가 있어요. f(x), 락큰롤이 속도감 있게 해주죠. 소설 쓸 때는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글렌 굴드의 앨범 몇 장과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몇몇 앨범, 그랜트 그린의 <<Green Street>>, 케니 버렐의 앨범, 엔리코 카루소의 앨범, 본 아이버를 자주 들어요.

 

알라딘 : <모든 게 노래>는 일반 산문집보다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어요. 책 속에 다채로운 음악이 소개되어 있어 들으면서 읽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문자화된 음악들을 직접 들으면서 그 느낌을 경험하고 싶기도 해서 음악 찾아 들으며 읽느라 자연스레 오래 걸렸던 거죠. 아마 저처럼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신 분들이 꽤 많이 계실 것 같아요. 

 

김중혁 : 들으면서 읽으실 거라 생각했고, 또 그렇게 해주시길 바랐어요. 전체 분량이 300 페이지가 안 되는 책이지만 이 안에 소개된 음악들을 꼼꼼히 들으면서 보면 굉장히 오랫동안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알라딘 : 바람이 차지 않게, 많이 부는 오늘이잖아요. 뵙기 전에 작가님께서 추천하신 이아립의 <<바람의 왈츠>>, 오지은의 <<Wind Blows>> 두 곡을 들었는데 오늘의 날씨와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음악 들으면서 책을 다시 훑다가 결국 책은 내려놓고, 음악만 들었어요.(웃음)

 

김중혁 : 맞아요, 오늘 같은 날 어울리는 곡들이죠.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도 생각 나네요.  

 

알라딘 : 그럼 오늘의 만남에 어울리는 음악, 혹시 떠오르는 거 있을까요? 

 

김중혁 : 전 디제이가 아닙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웃음)

 

알라딘 : (웃음)
‘몸빼바지는 허공에서 펄럭이고’(p.45)에서 책 제목 선정 과정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번 신간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이번 책은 작가님께서 지으셨어요?

 

김중혁 : 이 책은 솔직히 대작 시리즈였어요. 음악에 관한 일반적인 책, 가요에 대한 책, 팝에 대한 책 이렇게 얇은 책 3권으로 분권, 그리고 세트로도 판매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세트의 제목을 <모든 게 노래>로 하고, 예를 들어 가요에 대한 책은 <최신가요인가요> 뭐 이런 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너무 오랫동안 써야 하고, 노래라는 것도 시대와 상관 있는 것들이 많아서 너무 늦게 내면 안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한 권으로 <모든 게 노래>로 낸 거에요.

 

알라딘 : 표지도 작가님께서 작업하신 건가요? 상업적 고려 없이요?(웃음)

 

김중혁 : 제가 그렸는데 출판사에서 만져주시긴 했죠. 근데 제가 심플했음 좋겠다고, 농담을 해야 하니까 노란색이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었어요.(웃음)

 

알라딘 : 저는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빵 터졌거든요. 정말 ‘작가님답다’ 생각했어요.(웃음)

 

이 책에는 인상적인 문구가 많아 모서리가 접힌 부분들이 많아요.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을 당신들’(p.212)에서는 감동적이기까지 했어요. ‘표지란 누군지 모를 당신들,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을 당신들, 차곡차곡 접어놓은 글자들을 풀어 헤칠 당신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봉투’, 특히 이 표현이요!

 

김중혁 : 아, 제가 그렇게 썼던가요?(웃음) 표지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도 보여주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며, 이 책의 분위기는 무엇인지 담아내는 것인데, 이번 표지를 제가 직접 디자인해서 참 좋았어요.

 

알라딘 : <뭐라도 되겠지>도 작가님께서 하신 거 아니에요?

 

김중혁 : 네, 그것도 제가 손댄 부분이 있는데, <모든 게 노래>가 저의 손길이 더 많이 간 표지죠. 심플한 표지가 책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알라딘 : <닉혼비의 노래들> 2011년 인터뷰 때 추천해주신 책 중 한 권이었어요. <모든 게 노래>를 읽으면서 그 책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이번처럼 한 가지 주제로 다시 집필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어떤 주제로 내고 싶으세요? 

 

김중혁 : 네, 그럴 생각이 있어요. 에세이를 묶어서 낼 일은 없을 것 같고, 다음에 에세이를 낼 때도 하나의 테마를 정해서 쓰게 될 것 같아요. 지금도 집필 중이죠. 현재 한겨레에 연재 중인 ‘공장 탐방 시리즈’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하게 된 거에요.

 

알라딘 : 산문집으로 가장 빨리 나올 법한 책은 ‘공장 탐방 시리즈’겠네요?


김중혁 : 네, 그게 아무래도 빨리 나오겠죠. 아, 공장 탐방 이야기하니까 문득 생각 났어요. 지난 주에 재미있는 기사가 나갔어요. ‘콘돔’ 공장.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 주제였어요.(웃음) 내년 1월이나 2월 연재 종료되니까 상반기에 단행본으로 나올 것 같아요.

 

알라딘 : 가장 마음에 드는 소제목이 있어요. ‘맥주는 술이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p.73) 그리고 소개된 음악 바비빌의 <<맥주는 술이 아니야>>를 들어봤어요. 정말 농염하더군요. 그 음악 말고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악, 혹은 맥주 같은 음악이 있다면요?

 

김중혁 : 술 마실 때는 음악을 안 듣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소리에 예민하니까 술집 찾는 기준이 옛날에는 술이 맛있는 집이었다면, 이제는 약간 타협을 해서 술맛은 조금 떨어지되 조용한 집이에요. 예전에는 톰 웨이츠의 음악을 듣곤 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모든 노래가 다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음악 뭐 좋아하세요?

 

알라딘 : 제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음악을 자주 듣진 않는데, 독서할 때 주로 듣는 음악은 보컬이 없는 뉴에이지 음악이에요. 박종훈 혹은 손성제. 보컬이 있는 건 사라 바렐리스, 오지은,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을 즐겨 들어요. 이번 책이 제겐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사실 평생 가도 절대 안 들을 것 같은 장르의 음악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작가님 덕분에 새로운 음악들을 많이 접했던 거죠.

 

저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이 ‘형돈이와 대준이’에 관한 글이였어요.

 

김중혁 : 데프콘이 정말 능력 있는 뮤지션이에요. 데프콘은 노래를 잘 만들고, 정형돈씨는 가사를 굉장히 잘 쓰죠. 제가 볼 때는 음악적으로 훌륭한 팀이에요. 제가 가사 쓴 음악 중에서도 웃긴 거 있어요. 발표하지 않은 곡.

 

알라딘 : 언제 작가행사하실 때 그 미발표곡 불러주세요.

 

김중혁 : 죽을 때까지 발표 안 하고 없애버릴 거에요.(웃음)

 

알라딘 : (웃음) 이렇게 음악 관련된 작업을 하다 보면 실제로 뮤지션을 만날 기회가 있긴 있죠?

 

김중혁 : 상상마당에서 쇼케이스 진행을 담당했었는데, 그때 여러 인디 뮤지션들을 많이 만났어요. 오지은씨와도 친해진 계기가 저는 오지은씨의 음악을, 오지은씨는 저의 글을 좋아하고, 교류하면서였어요. 음악인으로서도 그렇지만 친구로서도 만나는 경우도 많아요. ‘더블유앤자스’의 배영준씨께서 가사에 제 이름을 쓴 것도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문화적인 코드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교류를 하는 게 즐거워요.

 

알라딘 : 제가 작가님을 좋아하는(공개적으로 밝힌다!) 이유가 '해변의 아침의 오후’(p.83)에 들어 있어요. 그간 수권의 책을 출간하시고도 여전히 책 출간 이후의 반응들을 신기해하시고,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이 작가님답다 생각했어요. 제가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죠. ‘인간적이다’. 이렇게 대놓고 말씀 드리니까 부끄러우시죠?(웃음)

 

김중혁 : 때리고 싶어요.(웃음) 그 글에 제 이야기만 계속 하다가 음악 이야기 딱 한 줄 나오지 않나요? 너무 했단 생각이 든 글이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그런 글들이 많죠.

 

알라딘 : 그쵸. 이것만 그렇지 않죠.(웃음)

 

김중혁 : 음악을 소개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거에요. 전 평론가가 아니니까 음악의 장르, 배경, 비트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도 재미 없잖아요. 제가 음악에 대해 쓰는 방식은 음악이 나에게 뿜어내는 상상들을 펼쳐 보인 다음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거에요. 제가 소개한 음악을 독자들이 직접 들어볼 때, 저의 상상을 보기도 하지만, 독자들 나름의 다른 상상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저는 그렇게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알라딘 : 그래서 저는 작가님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음악에세이지만, 한편으로는 작가님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일기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그래서 흥미로웠어요.

 

김중혁 : 음악 관련 책이 대중들을 끌어들이기가 사실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식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어요.(웃음)

 

알라딘 :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체온을 느끼게 해준다.
‘위로가 필요하다’(p.92) 예술을 통한 위로 방식의 글도 참 좋았어요. 유머를 선호하는 작가님이시긴 하지만 사람이니까 우울할 때도 있잖아요.

 

김중혁 : 그럼요. 사람이 늘 밝을 수는 없죠. 저도 침울할 때 있어요. 그런데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 게 침울한 순간이 오면 그걸 이용한다는 거에요. 침울할 때는 이런 감정이 느껴지지, 우울한 건 이런 거야 나중에 소설에 써야지, 이런 생각을 해요. 감정 분석이라기보다 우울할 때의 감을 기억해 놓으려고 해요. 소설 속 주인공들이 약간 우울할 때가 생기면 음악을 틀고 내가 우울했을 때의 그 기분을 생각하면서 대사를 쓰면 잘 써지더라고요.

 

알라딘 : 그때의 감정을 저장해두시는 거군요. 멋져요! 그래도 사람을 통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으실 텐데요, 어떤 형태의 위로가 가장 마음에 와 닿던가요?

 

김중혁 : 위로라는 건 받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재미있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평상시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지만, 같이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위로를 받는 순간들이 있어요.

 

알라딘 :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위로를 받으시는 거군요.

 

김중혁 : 40대는 누가 먼저 위로를 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알아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나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알라딘 : 저는 작년 11월부터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통한 위로'를 경험하곤 해요.

 

김중혁 : ‘아이고, 힘들었어’ 이러면서 고양이가 위로를 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고양이를 통해서 위로를 받는 거죠. 

 

알라딘 : 네, 말씀하신 것처럼 위로 받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자’(p.147)에 의외로(?) 사랑에 관한 묘사 글이 있는데,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2011년 인터뷰 때 마지막 질문으로 2012년의 키워드를 여쭈었는데, 2012년에는 ‘성인 소설가 김중혁’이라고 대답하셨어요.(웃음)

 

김중혁 : (웃음) 그 뒤로 비록 성인용은 아니지만 사랑에 관한 단편들을 많이 썼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요요>도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긴 하는데, 전혀 ‘성인’답지 않게 쓴 글이긴 해요. 사실 그 작품은 사랑보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요. 아, 포르노 여배우가 주인공인 소설도 있어요. 하지만 전혀 야하지 않죠.(웃음)

 

알라딘 : 현재 작업 중이신 작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곧 만나볼 수 있을까요?

 

김중혁 : 단편집은 내년 정도에, 올해 안에는 문학과지성사에 연재한 장편 소설이 있어요. 죽으면 남겨진 것들 중에 부끄러운 것이 있나요? 뭐 일기장이라던가, 기억이라던가.

 

알라딘 : 저는 물건 말고 어떤 순간은 있어요. 제가 행동했던 어떤 순간…

 

김중혁 : 지워버리고 싶은 물건은 전혀 없어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일기장이라던가…

 

알라딘 : 아… 있어요. 컴퓨터에 있는 예전의 사진들이요.

 

김중혁 : 아! 그런 걸 지워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요.

 

알라딘 : 와, 흥미로운 내용인데요! 출간일만 손꼽아 기다릴게요.(웃음)

 

라스처럼 질문 드려 볼께요. 김중혁에게 음악이란?

 

김중혁 : 음악은 피부다. 피부가 몸을 지켜주는 방어막 같은 거잖아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듣게 된 게 상대방으로부터 절 보호해주는 방어막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지금도 길거리 다닐 때 시끄러운 소음으로부터 절 보호하기 위해서 음악을 듣곤 해요. 음악은 피부처럼 저를 보호해주고, 체온도 유지해주는 중요한 존재인 거죠.

 

알라딘 : 지난 인터뷰 때 추천 도서 목록을 말씀해주셨으니, 이번에는 책 특성상 추천 음악 리스트를 여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미 책에 많은 음악들을 추천해주셨기 때문에 책으로 대신하면 될 것 같아요. 책의 뒷면에 또 깨알 같이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음악 리스트를 넣어주셔서 잘 듣고 있어요.(웃음) 2년 전처럼 유쾌한 오늘의 만남,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도 당분간 자주 듣게 될 것 같아요.(웃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 : 제가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해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 그리고 <나쁜 고양이는 없다>까지 모두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나쁜 고양이는 없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마지막 편이라고 해서 꼭 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침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도 개봉했고, 겸사겸사 뵙고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이효리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고양이 춤' 관련 이벤트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용한 : 압구정 CGV에서 90명의 티켓과 팝콘, 음료수까지 제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이효리씨가 유기견, 길고양이한테 관심이 많아서 캠페인도 여러 차례 해오셨는데, 이번 일도 그런 부분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배급사에서도 이효리씨가 이벤트를 한 사실을 몰랐다고 해요. 개인적 친분이 있는 건 전혀 아니고, 이효리씨께서 트위터 통해 영화 개봉 소식을 접하셨나봐요. 그것 뿐만이 아니라 2PM의 준호씨도 공식적으로 그 영화를 보겠다고 밝혔어요. 만화가 강풀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고양이 춤' 예고편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리트윗하면서 화제가 됐죠. 근데, 트위터 밖에서는 되게 잠잠해요.(웃음)

 

알라딘 : 독립영화인데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이용한 :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에서는 개봉관 수를 가장 많이 확보했는데, 도토리 키 재기죠. 상업영화에 밀려서 독립영화들이 좋은 시간대를 확보하긴 힘들어요. 대부분 조조나 심야로 배정되서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기가 부담이스럽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날부터 그 주 주말까지 관객동원수는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에서는 최고치라고 해요.

 

알라딘 : '고양이 춤' 10%를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용한 : ‘고양이 춤은 윤기형 감독님께서 자비를 들여서 만든 건데, 영화제에서 반응이 꽤 좋았어요. 인디 다큐 페스티벌에서 역사상 매진을 기록했어요. 상은 못 타도 관객들의 반응은 정말 좋았던 거에요. 그리고 배급사에서 그 영화에 관심을 가져줬어요. 워낭소리 배급사인 인디스토리에서 배급을 하게 되었죠. 그 전부터 감독님께 영화 개봉되면 수익금의 최소 10%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께서 그런 제 의견을 받아들여주셨어요.

 

알라딘 : 영화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원작으로 한 거죠?

이용한 :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의 일부를 원작으로 한 거에요.

 

알라딘 : 영화화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용한 :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가 출간되고 얼마 후에 윤기형 감독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CF 감독인데 제 책을 읽고 영화가 만들고 싶어졌다,고요. 제일 처음에는 사진만 가지고 아주 짧은 사진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제가 제공한 사진으로만 편집을 했는데, 밋밋했어요. 감독님께서 본인 주변의 길고양이를 틈틈이 찍으셨어요. 그리고 그걸 영상의 중간 중간에 삽입하게 된 거에요. 사진과 영상이 병렬식 구조로, 사진 나오고 영상 나오는 형태로 만들어서 결국에는 한 시간 정도 분량의 영상이 됐어요. 그 후에 감독님께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다가, 우연히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시는 캣맘을 만나게 됐는데, 그분이 가수 'FIN'을 소개시켜줬어요. 가수 'FIN'께서 고양이 노래에 고양이 그림으로 작업해둔 뮤직 비디오를 영화용으로 재작업을 해서 그것도 추가했어요. 사진과 애니메이션과 영상이 교차하는, 한 편의 영화가 최종 완성된 거에요.

 

알라딘 : 정말 그 영화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거군요. 한 권의 책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고양이 춤'도 깊은 인연이 모여져 탄생할 수 있었네요.

 

이용한 : 블로그에 연재를 하고 있을 때 보기 드물게 구독자 수와 방문자 수가 굉장히 많았어요. 가끔 포털사이트 메인에 뜨기도 했었죠. 그걸 보시고 네 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북폴리오를 최종 선택하게 된 건, 제가 먼저 출판사측에 요구한 조건을 받아들여줬기 때문이에요. 첫 책이 1, 2천부가 나가던 일본에서도 출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 약속을 지켜줘서 올 연말에 일본판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가 출간될 예정이에요.
일본에 갔을 때 대형 서점엘 들렀는데, 큰 규모의 고양이 코너가 별도로 있었어요. 고양이 책들을 다 훑어봤는데, 제 책 같은 책이 없더라고요. 볼륨이 작고, 예쁘고, 귀엽고, 개성있는 고양이들이 나오는 책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길고양이처럼 학대 받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책이 일본에 없어서 어쩌면 일본독자들이 제 책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알라딘 : 그런데 왜 굳이 일본에서 책을 내고 싶으셨던 거에요?

 

이용한 : 일본 뿐만 아니라, 영어권으로도 내고 싶었어요. 제 노력만으로는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이 학대 받는 현실을 타개해나간다는 것,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요. 몇 년 동안 해봐도 안 됐던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책을 외국에서 출간하면 외국독자들이 그걸 보고 한국의 길고양이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목소리를 낼 거라고 기대해요. 사실 제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국제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이고, 보다 빠른 인식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알라딘 : 제가 원래는 개를 좋아했고, 고양이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계기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를 개보다 더 좋아하게 됐어요.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쾌적하게 유지되는 편이라 길고양이를 거의 만날 수가 없는데 어느 날 한 마리를 만났어요. 귀 잘린 거 보고 중성화된 고양이구나 생각했죠. 그 뒤로 만날 때마다 먹을 걸 챙겨줬어요. 그리고 배고픈 길고양이를 만나면 주려고 늘 천하장사, 참치캔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고양이도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작가님의 책들을 읽고 저 또한 길고양이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더디지만, 책을 통해서 변화되는 저 같은 독자들이 많을 거라고 믿어요.

 

사실 처음에 드렸어야 하는 질문인데오랜 기간 동안 여행을 했고, 최근 4년 동안 길고양이와 함께했다고 하셨는데, 길고양이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이용한 : 저도 처음엔 길고양이에 대해 무관심 했어요. 여행가로 올해로 16년 째 접어들었는데, 주로 오지로 다니면서 관련 여행기를 냈죠. 여행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도 늦어졌어요.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내가 집 앞에서 전화를 했어요. 잠깐 나와보라고. 집 앞에 누가 버려둔 은갈색 소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 다섯 마리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어요. 고양이들한테 달빛이 비췄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다가가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는데 도망 가버려서 실패했어요.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며칠 동안 떠나질 않는 거에요. 그 후로 15일 정도 지났을 때 집 앞에서 놀고 있는 그 고양이들이 만났어요. 집에 있는 멸치, 탕수육, 맨밥 같은 걸 가져다 줬더니 싹싹 비워 먹더라고요. 제가 주는 걸 잘 먹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고 기뻤어요. 점점 사이가 가까워지니까 스스럼 없이 저를 대하더라고요. 한 달 정도 후에 고양이들을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고양이들도 제가 사진 찍는 걸 허용해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찍기 시작했어요. 그때 만났던 애들이 희봉이, 깜냥이죠. 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취미 삼아 한 두 컷 정도만 찍겠지 생각했는데, 찍고 밥을 계속 주다 보니 밥을 줄 고양이들이 더 많이 보이는 거에요. 결국엔 동네 전체 고양들에게 사료를 주게 됐어요.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호응을 보여주셨어요. 시골로 이사를 가서도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밥을 줬어요. 그러다 보니 고양이 책도 내고, 지금까지 오게 된 거에요.

 

알라딘 : P.56 '고양이의 사랑과 전쟁' 편에서 숫기 없는 덩달이(수컷)와 발정난 삼색이(암컷)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는데, 그 후로 둘이 진전을 보였나요?

 

이용한 : 덩달이가 철창에 갇힌 얘기도 책에 나오는데, 장마철에 풀려났다가 다시 갇혔어요. 그래서 진전을 보일 겨를이 없었죠.

제가 덩달이에게 가면 엄청나게 울어요. 그러면 주인이 나와서 막 뭐라 그래요. 보면 마음이 아프니까 발길을 아예 그쪽으로 안 돌리려고 해요. 또 궁금해서 가보면 엄청 울고, 주인이 안 보이면 철창 사이로 사료를 주고 와요.

 

알라딘 : 손자를 데려다 키운 대모, 그리고 꼬미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이용한 : 장마 이후로 영역을 다 떠난 것 같아요. 꼬미, 재미, 소미는 동네의 폐차장쪽에 임시로 영역을 옮겼는데, 한 달 정도 지내다 다시 사라졌어요.

 

알라딘 : 이번 책에는 특히 슬픈 이야기들이 많이 수록되었어요. 철창에 갇힌 덩달이, 달타냥의 죽음, 삼월이와 새끼의 생이별, 쥐약으로 뱃속 새끼와 함께 죽은 몽당이...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놀라웠던 게 시골 인심이 더 야박하다는 사실이었어요.

 

이용한 : 우리 동네만 그런가 했는데,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멤버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시골이 대부분 그렇더라고요. 특히 쥐약으로 인한 죽음이 많아요. 한창 사료를 많이 줄 때는 옆 동네까지 60마리 정도였는데, 지금은 40마리가 채 안 되요.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너무 많아서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동네랑 옆 동네만 해도 급감하고 있어요. 거의 절반 수준으로 된 상태인데, 대부분 쥐약으로 인한 피해인 거죠. 다른 부분에 대한 인심은 좋은데, 고양이에 관한 인심은 아주 안 좋아요.

 

알라딘 : 이웃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용한 :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고양이 복지를 위해서 신경을 써달라는 건 아니에요. 이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명이고, 살아갈 권리를 갖는 동물인데, 그 동물을 해치지만 말아달라는 것. 제가 바라는 건 이것뿐이에요.

 

알라딘 : 무분별하게 교미하고, 번식하는 점에 대해서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에 대한 방지책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이용한 : 지자체에서 TNR을 시행하고 있는 게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TNR 규칙을 지키면서 시행하는 데가 드물다는 거에요. 현재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TNR에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게 큰 문제에요. 지자체에서는 직접 고양이를 잡을 수 없으니까 관련 업체를 선정을 해요. 선정된 업체가 고양이를 포획해서 수술시킨 후에 증거 사진을 구청에 제출하면 마리 당 보수를 받아요. TNR 규칙에는 이미 중성화 수술을 받았거나 임신한 고양이, 3개월 미만의 새끼 고양이 등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데, 업체에서는 그 규칙을 무시하고 갓 태어난 새끼부터 새끼를 밴 어미까지 무분별하게 다 잡아버리는 거에요. 돈을 받은 뒤에 제자리에 방사만 시켜줘도 그나마 나은데 야산 같은 데 한꺼번에 다 풀어놔요.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요. 제자리에 방사를 시켜야 한다는 게 또 하나의 TNR 규칙이에요. 그 많은 고양이들을 안락사 시키는 경우도 많아요. 말이 안락사지, 안락사가 아니에요. 독극물 주사로 고통스럽게 죽이는 거에요. 모든 지자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TNR 규칙을 어기는 곳, 업체들의 불법 행위 자체를 모르는 곳들이 꽤 많아요. 특정 지자체에서 비일비재하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데, 최근에는 캣맘들이 나서서 항의도 하고, 감독.관리하는 걸 지켜봐서 제대로 TNR 규칙을 지키게 됐어요. TNR이 급증하는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유일한 대책이 될 수도 있는데, 악용하는 업체들, 지자체들이 많아서 과연 불법적인 TNR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볼 부분인 것 같아요. 이렇게 얘기하는 절 보고 TNR 반대론자로 보는 경우도 많아요. 길고양이 사진을 찍고 책을 내면서 TNR을 반대하느냐 하고 말이죠. 저는 TNR을 반대하는 게 아니에요. TNR을 하되, 불법이 아닌 규칙에 맞게 제대로 하라는 거에요.
(*고양이 중성화 사업(TNR, Trap-Neuter-Return) : 서울시에서 늘어나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8 31일부터 시행했다. 고양이 중성화 사업은 '잡아서 중성화 수술 후 다시 돌려 보낸다'게 기본 원칙이다. 2008 127일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길고양이 문제를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3개월 이상의 고양이에 한해 실시하고 있다. 암컷의 경우 난소를 제거하고 수컷은 정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 48시간 이후 이전 장소로 방사한다.)

 

알라딘 : 제가 캣맘은 아직 아니지만, 길고양이를 케어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초보 캣맘, 캣대디들이 갖춰야 할 자세나, 필요한 준비사항들이 있다면 뭘까요?

 

이용한 :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이론적으로 캣대디로서 완벽한 상태는 아니에요. 오랫동안 고양이를 돌봐온 분들은 천하장사 소시지나 우유, 사람이 먹는 음식은 염분이 높아서 고양이들의 신장병을 유발한다고 주지 말라고 해요. 그런데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을 해요. 집고양이들처럼 365일 내내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데, 일주일이 넘도록 배를 주린 고양이들에게는 천하장사 소시지가 그 고양이를 살릴 수가 있어요. 사실 사람이 먹는 우유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고양이의 특성에 따라 다르니까 고양이가 잘 받아들인다면 주면 되요. 캣맘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고양이 사료를 당연히 준비해야겠죠. 그 전 단계에서는 그렇다는 거에요.

 

알라딘 :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천하장사, 참치캔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어느 날 길고양이를 만나서 주면 허겁지겁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면 얼마나 짠한지 몰라요. 그런데 냐옹, 냐옹 크게 울어서 난감할 때가 많아요. 저는 동네 분들한테 들킬까봐 마음 졸이면서 밥을 먹이는데, 고양이가 계속 크게 울어대니까 막 더 마음이 떨리고 난감해지는 거죠.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불편한 자세로 밥을 먹고, 저는 저대로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참 슬픈 순간이 많아요.  

 

이용한 : 그게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에요.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들은 활개를 치는데 그런 고양이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은 007 작전처럼 몰래몰래 밥을 줘야 하는 현실이죠.

 

알라딘 : 동네에서 쫓겨날까봐 걱정이에요. (웃음;)

'구름씨네 고양이 식당' 얘기도 재밌는데, 새롭게 출현한 고양이가 있나요?

 

이용한 : 새롭게 출현한 고양이는 없고요, 몽롱이가 지금 제일 열심히 찾아와요. 전원주택에서 건너온 너구리도 계속 와요.

 

알라딘 : 게걸조로는요? 저는 게걸조로만 보면 웃음이 나요. 카리스마 넘치게 생긴 것과 다르게 소심하고 엉뚱하고… P.333 밥 먹다가 작가님께서 거실 문을 여니까 기겁을 하고 도망치다 계단에서 넘어졌던 그 에피소드는 정말 웃겼어요. (웃음)

 

이용한 : 게걸조로는 오늘도 두 번이나 왔어요. 와이프도 게걸조로만 보면 깔깔거리고 웃어요. 오늘도 밥 먹다 말고 논쪽에 있는 몽롱이를 쫓아가다가 개울에 빠졌거든요. 사람으로 치면 정말 개그맨 같아요.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그래요. (웃음)

 

알라딘 : 행방불명된 무럭이 삼남매 중에서, 무심이가 아기고양이를 데리고 나타났는데 잘 지내고 있나요?

 

이용한 : ... 무심이네들이 또 없어졌어요. 책 작업하던 여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그 후로 또 안 보여요. 제가 보지 않아서 장담 할 수는 없지만또 쥐약으로 죽은 게 아닌가 싶어요.

 

알라딘 :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는 산둥이네 하트냥이에요. 잘 지내나요

 

이용한 : , 그럼요. 지금도 제일 가까이 오고 자주 쓰다듬어줘요. 생긴 대로 귀여운 짓을 많이 하죠.

 

알라딘 : EPILOGUE 내용 중에서 루와 체는 남매끼리... 민망했어요.; (남매가 관계를 맺고 니코를 낳았다 : 랭보와 랭 > 루와 체 > 니코)

니코는 랭보를 만만하게 보나요? 그 뒤로 재밌는 에피소드 없나요?

 

이용한 : 니코는 여전히 랭보를 만만하게 봐요. (웃음)
책에도 썼듯이, 한 번 집 나갔다 고생한 이후로는 저한테 살갑게 굴어요. 그 뒤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알라딘 : 처음에 키우신 랭보와 랭이 모두 길고양이인가요? 

 

이용한 : 랭보는 길고양이를 제가 데려온 거고, 랭이는 엄마가 길고양이에요. 제가 아는 시인이 랭이 엄마를 키우다가 새끼를 두 마리 낳는데, 그 중 한 마리인 랭이를 제가 키우게 된 거죠. 랭보와 랭이 사이에, 루와 체가 태어난 거에요.

 

알라딘 : 랭보, 랭이와는 함께 지낸지가 얼마나 됐죠?

 

이용한 : 3년 같이 지냈죠.

 

알라딘 : 고양이들이 수명이 긴 편이라고 들었어요.

 

이용한 : 집고양이는 15년 안팍 살고요, 지인이 키우는 고양이 중에는 16년 째 살고 있기도 하고요. 길고양이는 3년 안팍 정도 살아요. 평균 3년이라곤 하지만 길고양이는 대부분 새끼 시절에 많이 죽어요.

 

알라딘 :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많이 고려해야 할까요?

 

이용한 : 요즘 트렌드가 고양이니까, 혹은 단순히 예뻐서 충동적으로 키우겠다면 굉장히 반대해요. 예쁜 모습을 보고 싶으면 동영상, , 그림을 보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고양이와 15년 정도 같이 살겠다는 결심이 설 때 입양해서 데려다 키우면 되요. 고양이에 대해 알레르기를 가진 체질도 있어요. 키우기 전에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봐야 해요. 천식이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키울 수가 없어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고양이를 키워야지, 단순한 생각에 키우거나 선물해서는 안 되요.

 

알라딘 : 길고양이와 함께한 4년 동안, 가장 슬픈 이야기와 가장 기쁜 이야기가 있다면?

 

이용한 : 슬픈 이야기는 너무 많죠. 1~3권 다 치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들이 엄청 많고, 그럴 때마다 슬펐어요.
제 책을 읽고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바람이' 얘기를 제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바람이는 무뚝뚝하고 상냥하지도 않은데 어느 날 갑자기 선물을 해주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에요. 그런 면 때문에 여자분들께서 바람이를 많이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바람이도 기억에 많이 남는데, 우리 부부에게 공통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고양이는 달타냥이에요. 우리가 산책할 때마다 달타냥의 파란 대문집을 지나치는데 꼭 나와서 알은 체를 하고, 산책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도 또 알은 체를 하고... 남의 집 고양이었지만 저와 너무 친하게 지냈고, 함께 산책도 자주 했어요. 감정 조절을 많이 하는 편이라 고양이들이 죽을 때 잘 울지 않아요. 그런데 목줄 잘못 매서 달타냥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으로 울었어요. 와이프도 퇴근 길에 그 소식을 접하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많이 울었어요. 왜 자주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랭보는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데려와서 어떻게 보면 자식같기도 해요. 약한 이빨로 길 거리에서 닭뼈를 씹어먹어서 앞쪽 작은 이빨들이 다 부러져있어요. 또 목소리에 장애가 있어서 소리를 크게 잘 못 내요. 밖에서 살았다면 위험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를 못 했을 거에요. 랭보는 데려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고양이에요. 

 


 

알라딘 : 이번이 '안녕 고양이' 시리즈 완결 편인데, 더 이상 작가님의 고양이 책을 만나볼 수 없는 건가요?

 

이용한 : 묘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안녕 고양이' 시리즈는 이제 끝이지만, 다른 스타일의 고양이 책을 낼 생각이에요.

 

알라딘시집 출간 계획은 없으신가요? 

 

이용한올해 안에 시집을 내려고 했는데, 편수가 모자라서 내지 못 했죠. 내년 쯤에는 내고 싶어요.

 

알라딘 : 고양이 책, 시집, 여행에세이 중 가장 먼저 출간될 법한 건 뭔가요?

 

이용한 : 그간 15개국 정도 다녔는데, 주로 오지에서 생태여행을 했어요. 오래 전에 티베트나 몽골 여행기도 냈지만 가볍진 않았어요. 이번에는 가벼운 여행에세이 형식으로 그간 여행했던 것들을 묶어서 내려고 해요. 내년 봄 출간하는 걸로 예상하고 있어요.
책 작업을 끝내고 우리나라 고양이 여행을 시작했어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두 가지, 여행과 고양이를 엮어보자고 생각했던 거에요. 사계절을 배경으로, 여행 중에 만난 고양이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어서 나중에 낼 계획이에요. 최소 1년은 작업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알라딘 : 저도 사실 여행과 고양이를 엮은 책을 작가님께서 내시면 좋겠다 내심 생각하고 있었어요. 애묘인인 고경원 작가께서 일본 고양이 여행기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를 출간한 적도 있죠. 작가님의 책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알라딘 공식적인 질문을 드릴게요. 읽으신 책 중에서 몇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용한 : 고양이 관련한 책으로는 <고양이 문화사>을 가장 재밌게 읽었어요. 고양이에 관한 역사부터, 예술가와 고양이에 관한 에피소드, 잡다한 상식까지 재밌게 풀어냈어요. 고양이를 문화사쪽으로 풀어낸 건 그 책 한 권뿐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행복한 길고양이>는 제 책과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아름답고 재밌고 행복한 모습이 가득해요. 그 책을 보면서 사람들이 흐뭇해하죠. 모든 고양이 책이 다 잘 되면 좋겠어요. 고양이는 문화적인 트렌드는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지만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이슈로 넘어가게 다리 역할을 해주는 고양이 책, 고양이 영화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행복한 길고양이>도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여행 관련한 책으로는 후지와라 신야의 <티베트 방랑>을 재밌게 읽었어요. 후지와라 신야는 사진작가지만 글도 굉장히 잘 쓰는 사람이죠. 시적인 여행글이랄까요... 티베트에 관한 책을 그 사람 처럼 잘 쓰는 작가는 드물어요. 티베트를 문학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소설로는 <미국의 송어 낚시>를 꼽고 싶어요. 포스트모던한 소설인데, 소설의 형식을 많이 파괴한 재밌는 책이에요. 미국의 산업화, 현대화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을 가볍고 재치 있게 이야기해요.

 

알라딘 : 다양한 분야로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알라디너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이용한 : 알라딘에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어요. 제가 고양이 책을 낼 때마다 특별하게 생각해주시고, 호응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그 덕분에 고양이 분야에서는 제 책이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독자분들의 많은 사랑이 저한테 사실 과분해요. 그분들께 보답하는 길은 고양이 책을 계속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안녕 고양이' 시리즈로는 마지막이지만, 다른 고양이 책으로 다시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epe217 2012-01-2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저도 냥이를 키우는데, 꼭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우리집 애들도 10년, 7년 됐는데, 주변에 집에 털날린다고, 가구 긁는다고 알레르기 등등으로 버리시는 분들 많죠. 인형이 아닌데. 어디 산에 풀어주라고 하면서 갖다 버리는 부모님들은 생명을 자기편의에 맞춰서 갖다버리는 모습으로 자식에게 무슨 교육을 시킨다는건지??? 한번씩 가슴이 턱턱 막히더군욤. 평생 까만옷을 포기하거나 열심히 털을 떼며 입거나 그정도 열의가 있는 분들만 꼭 키우시길.........ㅎㅎㅎ

동경 2012-01-2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양이+여행 책자가 좋은 퀄리티로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 ^^ 제가 좋아하고 찾고 원했던 그런 책이거든요. 저도 국내에 고양이 관련 서적들이 더욱 다양하고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고양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xofks25 2012-01-2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원래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좋아했거든요
근데 고양이를키우다보니 고양이가 더좋더라구요 애교도 얼마나많은지ㅜㅡ

그저그렇다 2012-02-2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냥이 2마리도 있꼬 참 좋아하는데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ㅋㅋ

wheel balancer 2012-03-1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아하는데 한번 읽어 보고 싶
 

 

<효재처럼 풀꽃처럼>에서는 효재가 사랑하는 풀꽃을 비롯한 각종 식물, 사계절이 변화하는 모습, 효재가 사랑하는 시와 노래, 그리고 효재가 사랑하는 사람에 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낸다. 효재의 시선으로 마주한 풀꽃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효재의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한다. '이런 풀꽃도 있구나, 이런 모습이구나' 효재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풀꽃과 눈 맞추며 그 안에 깃든 강한 생명력을 보고나니 이 세상에 눈부시지 않은 존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효재. 이번 신작은 그의 따스한 시선과 향기로운 내면과 소녀같은 감성을 담은 책이다.  
2009년 4월 23일, <효재처럼 살아요> 출간을 계기로 한복샵 '효재'에 방문하여 작가와 인터뷰 했다. (http://www.aladin.co.kr/author/wauthor_interview.aspx?AuthorSearch=@241362) 2년 반이 흘러 <효재처럼 풀꽃처럼>으로 또 다시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다. 2년 반 전이나 지금이나 에세이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 다행히도 이효재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길상사 부근에 위치한 '효재'의 고즈넉한 풍경은 여전히 멋스러웠다. 계단길에 피어난 야생풀꽃, 아담한 정원의 이름 모를 다양한 식물들, 실내를 장식한 자수 천들과 보자기들... 그리고 단아한 모습의 이효재. 친정집에 들른 것처럼 모든 풍경이 친근했고, 작가와 함께 나눈 시간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인터뷰 진행.정리 ㅣ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2년 반만의 새 책 , 풀꽃과 눈 마주치며 나눈 이야기들


알라딘 : 2년 반 전에 연두색 보자기에 곱게 싼 <효재처럼 살아요>를 출판사 통해 제게 선물해주셨어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풀어보기가 아까워서 거실 피아노 위에 2년 반 동안 장식용으로 둬왔는데, 고무줄이 삭아서 끊어져버렸어요. 작가님께 다시 부탁드리려고 이렇게 가져왔어요.(고무줄이 삭아서 헝크러진 상태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이효재 : 세상에...! 고무줄이 원래 잘 삭아요, 꼭 우리 인생 같은 거죠.

알라딘 : 2009년 인터뷰 이후에, 배용준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출판기념회에서 작가님을 뵀었고, 또 TV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통해 작가님의 소식을 접했어요. 2년 반 만에 새 책을 접한 독자분들은 작가님께서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이전 인터뷰에서 '효재는 문화적 본'이라고 하셨던 게 인상적이였는데, 문화활동을 중심으로 2년 반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이효재 : 그간 정말 바빴죠. 근데 요즘은 더 바빠요. 지금도 주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KBS '효재처럼 사는 법'이라는 프로그램을 금요일마다 맡고 있어서 일주일에 2일은 지방에 가고, 하루는 생방송 진행 때문에 새벽에 나가요. 또, 화요일은 '임백천의 라디오 7080' 초대 손님으로 나가니까, 제가 쓸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이 정말 바쁘게 살고 있어요.

알라딘 : 여러 활동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일은 무엇인가요?

이효재 : 역시 보자기 싸기에 관련된 건데, 세계 육상 대회에서 보자기 5000개를 싸서 각 숙소에 비치했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최근에는 보자기 관련된 책을 영어로 전자북을 만들고 있어요.

옷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감동적이었던 건,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세계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브랜드인 '이세이미야키'에서 저를 지목해서 공동 전시하고 싶다고 했던 일이에요. 옷하는 사람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공동 전시한 일은 개인적으로 제일 감격스럽기도 했어요. 세계적인 사람을 만나서 경험할 일이 별로 없는데, 함께 전시하는 동안 그들의 섬세함, 따뜻함, 겸손함을 많이 배웠고 감동 받았어요. 

가끔 세계적인 명사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효재에 들러서 문화체험을 1시간씩 하고 가요. 그들을 직접 만나서 많은 걸 경험하는데, 저한테 특별한 일이죠. 경험한다는 건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하거든요.

알라딘 : 여전히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효재처럼 살아요>로 인터뷰 했을 때 차기작으로 12권 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고, 여행 관련한 책을 처음으로 낼 것 같다고 말씀주셔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행이 아닌 풀꽃 관련 책이 출간되서 색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이효재 : 전작 <효재처럼 살아요>는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독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빈 공간이 많은 책이에요. 그 책을 읽고 많은 독자들이 울기도 했고, 위안을 받았다고 해요.

이번 책은 조금 더 풀어쓴 얘기에요. 효재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구경시켜드리고, 효재집에 마실 온 느낌을 주는 책인 것 같아요.

알라딘 : 전작은 속 얘기를 다 털어놓은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이전에 비워놓은 공간을 차곡차곡 채우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인 것 같아요. 기억해두고 싶은 글귀가 많이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이효재 : 글을 많이 읽고 쓴 친구들이 보면 중간중간에 효재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읽다가 웃는다고 하더라고요.

알라딘 : 네, 맞아요. 정말 효재 식 어휘가 있어요. (웃음)

여행책은 언제 쯤 내시나요?

이효재 : 한국은 사계절이 있고, 사진과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어서 여행책을 내기까지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요.
<효재처럼 풀꽃처럼> 다음에 어린이 동화책, 효재 살림책, 그 다음에 여행책이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직접 기록하고 직접 사진 찍는 살림책을 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에 사진을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영상 작업을 재밌어해요. 아무래도 구도 같은 것이 다른사람하고는 다를 테고, 연출로는 안 되는 순간 순간의 모습을 담을 수 있겠죠.

알라딘 : 풀꽃, 계절, 사람, 좋아하는 작품들을 다 실으셨어요. 특히나 생소한 꽃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작가님께 가장 큰 의미가 되는 꽃을 꼽는다면 뭘까요?

이효재 : 그런 풀은 없어요. 둥글레를 열군데로 나눠서 심었는데 싱크대 근처에 심은 건 매일 쳐다볼 수 있는 반면, 어떤 것들은 심어둔 데도 잊어버리거든요. 그런데 지나가다 우연히 만날 때가 있는데 '어머 내가 여기에 심었었지, 잘 크고 있네?' 신기해해요. 박주가리, 산들깨.. 풀꽃들이 주는 감동이 저마다 달라서 하나만 꼽기는 힘들어요.

알라딘 : 요즘들어 눈에 잘 띄고 관심이 가는 풀꽃은 뭔가요?

이효재 : 제철에 피는 산들깨요. 온 천지에 하얗게 피어있어요. 어찌나 강한지 손님 온다고 꺾어서 꽃병에 꽂아놓으면 한 달은 너끈히 그대로 있어요. 그리고 어떤 건 옹기에 꽂으면 뿌리까지 나와요. 그렇게 생명력이 강해요. 기운 없다가 풀꽃들을 보면서 또 생각하죠. '풀꽃들도 이렇게 잘자라는데 나도 잘 살아야지'

알라딘 : 책 속에 소개된 박주가리는 말씀하신 것처럼 생긴 것과 이름이 너무 차이가 나더라고요.(p.114)

이효재 : (찻잔에 밑에 깐 잎을 가리키며) 이게 박주가리 잎이에요. 이렇게 손님 대접할 때 툭툭 따다가 깔개로 사용해요.

알라딘 : 둥글레꽃에 관한 에피소드(p.22)도 재밌게 읽었어요. 모르는 택시기사분께 집 키를 줘서 둥글레에 물까지 줄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이셨죠. 둥글레꽃은 사계절 중 언제 피나요?

이효재 : 봄에 올라와서 가을에는 누렇게 시들죠. 서울만 그렇고, 아랫녘에는 아직도 남아 있더라고요.

알라딘 : 작가님께 풀꽃은 어떤 의미인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이효재 : 저 같아요. 전 식물나라에 장미꽃이나 소나무로 태어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강인하고, 소박하게 제 할 일 하면서, 계절되면 죽고... 그런 면에서 풀꽃은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알라딘 : 최근에 에세이 5권을 추천해주셨는데, 추천하신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http://www.aladin.co.kr/shop/wbrowse.aspx?CID=68248

이효재 :
1. <김점선 그리다> : 화가시면서 글도 너무 잘 쓰세요. 김점선 선생님께서 잡지에 기고하신 글을 뜯어서 가지고 다니며 자꾸 소리내어 읽어요. 선생님처럼 잘 쓰고 싶은 욕심에.

2.<위로> : 이시형 박사님은 뇌 과학자답게 항상 섬세하시면서 정확해요. 섬세하고 급하면 묻히는 게 많은데 박사님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게는 아버지 같으신 분이죠. 급하고 섬세하면서도 정확한 그 점은 남편과 꼭 같아요.

3. <사랑해, 파리> : 정말 사랑하는 후배 황성혜가 혼자서 얼마나 외롭게 파리의 골목골목을 누볐을까 생각하곤 하죠. 파리에 한번 가본 적 없는데도 이 책을 읽다 보면 파리의 골목길을 서성이는 후배의 외로운 뒷모습이 보여요.

4. <청춘불패> : 이외수 선생님의 이 책은 아무 데나 펴서 읽어도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자신'를 깨우쳐 줘요. 정보가 담긴 책은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되는 기쁨이 있지만 아는 만큼 또 복잡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이 책은 같은 구절이더라도 다른 때 읽으면 또 다른 깨달음을 줘요. 채찍인데 채찍인 줄 모르고 맞는, 달콤한 솜사탕 같은 따끔한 말씀들이죠.

5.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 정말 좋아하는 김혜자 선생님은 '아, 나도 저렇게 흐트러지지 않게 나이를 먹어야겠다' 싶은 분이에요. 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 선생님스러워요. 늘 봉사하는 삶을 사시는 선생님처럼 저도 저렇게 나이 들어야지, 다짐하곤 해요. 
 
알라딘 : <사랑해, 파리>도 추천해주셨고, 책 속에 황성혜 기자 관련한 내용이 나오는데 두분이 어떻게 친분을 맺게 되신 거에요? 또 '황성혜 소나무'는 어떻게 붙여지게 된 건가요?

이효재 : 그 친구와는 아주 오래 전 부터 인연을 맺게 됐는데,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아요. 너무 오래 된 일이라. 소나무 씨를 뿌리고 싹이 났을 때, 그 친구가 밥을 먹고 글을 쓰러 왔어요. 그 소나무를 보곤 그 친구가 무척 좋아하기도 했고, 그 친구에 관계된 여러 사연 때문에 '황성혜 소나무'라고 붙여준 거에요. 황성혜 기자의 친구들이 그 소나무를 보러 가자고 난리가 났대요. (웃음)


이효재에게 서재와 책의 의미는?


알라딘 : <지식인의 서재>에 작가님의 서재가 소개되었죠.

이효재 : 다른 분들의 서재는 고상한데, 제 경우에는 만화가 꽉 들어찬 서재라 방송국에서 재밌어하고 취재하러 온 적 있어요.

알라딘 : 저도 2년 반 전에 작가님의 서재를 직접 본 적 있었어요. 그간 어떻게 변했을까요?

이효재 : 책이 더 많아졌어요. 책장이 엄청 휘어진 상태죠.

알라딘 : 작가님께 서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효재 : 보물창고이자, 에너지창고에요. 지구의 공간 중에 화려한 곳이 책방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별도의 장식이 필요없어요. 엎어놔도 멋있고, 쌓아놔도 멋있고. 제 집에서 가장 멋부린 방이 만화방이에요. 이태리제 책장을 사용하는 한 부부가 제게 책장을 짜주겠다고 했는데, '이게 나의 역사야, 휘는 게 멋이야' 하면서 거절했어요. 온몸의 힘이 빠졌을 때 서재에 가서 손에 잡히는 책을 읽어보면 거기에 얽힌 추억이 생생하게 살아나요. 그러면서 힘이 팍 솟죠. 서재는 그렇게 제게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에요.

알라딘 : 책 내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 부분이에요.

식물을 키우며 배웠다.
시간의 힘을 믿는것. 사랑으로 기다려줄 것.
나는 그냥 기다려주는 것.
나는 참새네 방앗간이고,
동네 아낙들 쉬어가는 정자나무이고,
새들이 둥지 트는 고목나무이고,
열심히 일하다가 막혔을 때 찾아와 퍼먹는 우물이고......
가르치려고 하면 갑가해져 어찌 계속 오고 싶을까.
다만 조용히 들어주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뿐.(p.63)

이효재 : 전 칡 뿌리 얘기(p.150)가 제일 좋아요. 제가 기다리지 못 해서 칡이 죽은 것에 대한 애통함 때문에 칡 얘기를 사무치게 좋아해요. 칡 뿌리 내용 갖고 유행가 가사 하나 만들고 싶어요.

알라딘 : 보자기책, 에세이, 동화책... 지금까지 낸 책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뭔가요?

이효재 : 개인적으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 건 <효재처럼, 보자기 선물>을 낸 거에요. 한복집에 태어나서 한복집만 하고 있지 않고, 보자기 아트를 만들어낸 걸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요. 손가락을 사용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거든요. 보자기를 사용함으로써 사람이 창의적으로 바뀌어요. 그리고 보자기는 자신이 쓰기 위한 것보다 남에게 선물하는 일이 더 많아요. 베푸는 마음이 더 생기게 만들죠. 가리고 덮고 하는 보자기를 다루다보면 그것처럼 따듯한 마음도 생겨요. 아까 얘기 했듯이, 보자기 책을 전자북으로 만들고 있는데 우리 보자기를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알라딘 :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효재 : 2년 반 전에 말씀 드린 것과 똑같아요. 책을 많이 읽으세요. 제 나이가 되면 글씨가 잘 안 보이거든요. 자기 전에, 혹은 눈 뜨면 한 페이지라도 꼭 읽어요. 한 권의 책을 단숨에 안 읽어도 되요. 접기도 하고, 엎어놓기도 하면서 계속 읽다 보면 자기 속이 보이기 시작해요. 종이책을 손가락으로 느끼면서 읽고, 오래된 색바랜 책을 보면서 색다른 감동도 느껴보시면 좋겠어요. 책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재산이에요. 책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줘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치 2011-11-1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효재처럼 풀꽃처럼 읽었습니다.
효재님의 사근사근하고 따뜻한 말씨가 글에 묻어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앞으로는 길가의 풀 한 포기, 나뭇잎, 꽃잎 한 장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알라딘문학/종교MD 2011-11-18 10:5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블랙라빗님. 저도 그런 점이 좋았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
 


독특하고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소설가 김중혁. 문학 혹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그를 둘러싼 세계를 관찰하는 일은 흥미롭다. 운 좋게도 김중혁 작가의 화려한 입담을 바로 눈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가졌다. 만남이 잦아질수록 그의 문학과 그의 세계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마침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졌다.  

2010년 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에 이어, 최근 2011년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그가 등단 11년 만에 처음으로 산문집을 냈다. 첫 산문집의 타이틀 보다 <대책 없이 해피엔딩>과 몇 번의 작가행사에서 보여준 그의 유머가 이번 산문집에는 어떻게 녹아져 있을까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표지, 작가의 말, 추천사마저도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뭐라도 되겠지>, 기대 이상으로 웃겼다. 하지만 웃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100세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는 한참 웃다가도 마음이 짠해지게 만들었고, 한국사회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막걸리 야구 이야기는 옛 친구들을 추억하게 했다. 김중혁 식 농담이 대부분이지만, 따듯함과 진지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던져줬다.

‘김중혁 세계’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하지만, 재밌는 작가를 지루하게 만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큰 부담감이 몰려왔다. D-3,2,1… D-DAY! 성곡 미술관 부근의 어느 한 카페에서 김중혁 작가를 마주하는 그 순간 몹시 떨렸는데… 대화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두려움과 부담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 시간 내내,  웃고 또 웃었다. 열심히 웃느라 바쁘기만 했던 김중혁 작가와의 유별난 인터뷰를 공개한다.
(인터뷰 진행.정리 ㅣ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등단 11년 만의 첫 산문집

알라딘 : 2010년 <대책 없이 해피엔딩> 출간 당시, 작가님과 김연수 작가님의 단독 행사 때 뵙고, 1년 만에 <미스터 모노레일> 행사에서 다시 뵈었어요. 그 후에 김애란 작가님 행사에서 또…! 오늘로 4번 째 만남이에요.  
1년 사이에 작가님이 많이 변하신 것 같아요. 확실히 작년과는 다른 느낌이 있어요. 이번 책
에서 ‘카메라의 시기에서 수다의 시기로 넘어가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이 영향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편한 느낌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김중혁 : 살쪘나? 작년에도 편하지 않았어요? 그날 제가 더 웃기기도 했는데.. (웃음)

알라딘 : (웃음) 네, 웃기셨죠, 웃기셨어요. 그때도 편했는데 두 분이 동시 진행하시다 보니 작가님만의 매력을 제대로 발견하기가 그리 수월치 않았던 것 같아요. 

<미스터 모노레일> 작가행사 때도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가본 행사 중에서 제일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김중혁 : 서점 별로 작가행사를 세 번, 다른 스타일로 진행했어요. 알라딘이 제일 학구적인 분위기였어요.
<악기들의 도서관> 첫 번째 행사 때 알라딘에서 기타 치고 노래 불렀는데… 길이길이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이죠. (웃음)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알라딘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 시도해보고 싶어서, <미스터 모노레일> 행사 때, 실은 알라딘만을 위한 노래 세 곡을 만들었어요.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평론가분과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죠.

알라딘 : 작가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웃음)

김중혁 : 아쉽죠? 언젠가 한 번 하죠. (웃음)

알라딘 : 7월 <미스터 모노레일>에 이어, 바로 산문집을 내서 쉴 틈이 별로 없으셨을 것 같아요.

김중혁 : 오래 전부터 차곡차곡 에세이를 써왔어요. 그 중에서 버릴 건 버리고 젊은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를 비롯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로 추리는 정리 작업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금방 마무리했어요. 추가 일러스트 작업 외에는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어요. 원래는 11월에 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왔어요.

알라딘 : 한겨레에 연재했던 글이 일부 실리기도 했는데, 책 속의 글 모두 연재된 적이 있나요?

김중혁 : 카툰 외 모든 일러스트, 몇 개의 텍스트는 새로 작업했고, 거의 대부분이 연재되었어요.

알라딘 : <대책 없이 해피엔딩>처럼, 이 책도 작가의 말이 깨알 같은 재미가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책 표지, 접지 식의 목차, 거기다 추천사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더라고요.  

김중혁 : 그런 부분들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사소한 아이디어를 내는 걸 좋아하고 그런 작업들을 굉장히 재미있어해요. 사무실 차려서 표지, 약력 등을 만들어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웃음)

알라딘 : 김연수 작가님의 글은 추천사로 봐야 할까요? (웃음)

김중혁 : 망하라고 준 거죠. (웃음) 김연수, 박찬일, 오지은 세 명의 추천사가 있는데, 야구로 치면 박찬일은 커브공과 같고 오지은은 돌직구(스트레이트 정면승부)고, 김연수의 공은 빈볼에 비유할 수 있어요. 빈볼이 뭐냐면 타자를 향해 던지는 공, 맞춰서 죽이려고.. (웃음) 야구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거에요.  

알라딘 : 11년 전부터 막연하게 꿈꿔오던 책을 내셨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김중혁 : 되게 부끄러워요. 커피 좋아하고, 귀 예민하다고 하니까 저를 굉장히 예민한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작가의 말에도 언급했지만, 평상시에 성격이 좋거든요. (웃음) 사람들이 저와 밥 먹으러 갈 때도 맛있는 집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맛 없으면 어쩌나 고민하더라고요. 저는 전혀 상관 없는데…

이 글을 쓴 김중혁은 실제 김중혁과 사실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에세이를 쓰는 자아'라는 게 있는데, 실제 김중혁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모든 걸 대변하는 자아는 아니라는 거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기 때문에 이 책의 자아가 곧 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와 거리도 있고요.
알라딘 : 그런데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책 속의 자아가 김중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가 쉽죠. 그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도 같고요.

김중혁 :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 걸 의도한 거죠. 약간 각색된 ‘나’이기 때문에 그게 보여주고 싶은 ‘나’일 수는 있는 것 같아요. 감추고 싶은 ‘나’는 드러내지 않았으니 포장된 김중혁이겠죠.

산문이란 건 저한테 중요해요. 초반에는 산문 쓰는 게 힘들었어요. ‘어떤 얘기를 써야 할까,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떤 나를 보여주면 좋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산문이 약간 재밌어졌어요. 소설은 많은 공략집과 스토리보드와 장면들을 떠올리고 구축한 다음에 써 내려가는 반면, 산문은 머리에 떠오른 것들을 붓 가는 대로 풀어헤치는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소설을 쓰다가 산문을 쓰면 정신 없이 재밌게 쓸 때가 많더라고요. 그 맛이 있어서. 예전의 쓴 소설을 보면 약간 미성숙한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어요. 산문은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해서 재밌어요. 12년 정도 쓴 산문들은 '소설가 김중혁이 어떻게 폭을 확장하면서 지내왔는가'에 대한 기록들이 꼼꼼하게 되어 있어서 저한테는 값지죠. 타인에게는 '뭐 이런 것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들까봐 좀 창피하다고 생각했어요.

알라딘 : 이 산문은 가볍지만은 않아요. 가벼움 속에서도 무거움, 진중함이 느껴졌거든요. 되게 재밌다가도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외할아버지 일화 같은 경우에 웃기면서도 짠했어요. 막걸리 야구도 그런 경우였고요.

김중혁 : 한겨레에서 추석 특집으로 콩트 제의를 해왔는데, 콩트는 못 쓰겠다고 하고 에세이로 대신했어요.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가 그 에세이를 보고 연락을 해왔더라고요. 그걸로 단편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그러시라고 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네요? (웃음)

알라딘 : 재밌기만 한 건 아니었고, 작가님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김중혁 : 이게 다는 아니에요. 더 있어요. (웃음)

알라딘 : 최근 에세이 5권(시계이야기, 닉 혼비의 노래들, 다방기행문, 상상목공소, 발명 마니아)을 추천해주셨는데,
http://www.aladin.co.kr/shop/wbrowse.aspx?CID=68251 
 <닉혼비의 노래들>처럼 어떤 한 주제로 산문을 써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김중혁 : 아, 그런 산문을 예전에 써보고 싶었어요. 한 곡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닉혼비의 노래들>이 먼저 나왔더라고요. 언젠가 음악으로 써보고 싶긴 해요. 옛날에 그 책처럼 연재하려고 칼럼 제목을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최신 가요를 제 식 대로 풀어서 소개하고 싶어서 '최신가요인가요'… 근데 지면이 없네요? (웃음)  

(씨네 21에 한 달에 한 번 인디음악가들의 연대기 ‘No Music No Life’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김중혁씨는 누구세요?  


알라딘 : 오늘 인터뷰 오기 전에 네이버 약력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미당문학상, 동인문학상, 리브로 웹디자이너가 남아있더라고요. (웃음) 인터넷 서점 근무 경력은 책에도 소개되었는데, 얼마 동안 어떤 일을 하셨어요?

김중혁 : 사진은 바뀌었어요. 약력은 바뀌면 안 되요. 사람들이 수정 요청할까봐 두렵네요. (웃음)

인터넷 서점 근무는 창립 때부터 한 2년 했어요. 시작은 웹진이었고요, 김연수(현 소설가) 팀장과 고경원(현 작가, <작업실의 고양이>)씨, 저 이렇게 3명이 같은 팀이었죠. ‘이것들은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낸다’고… 결국 와해됐어요. (웃음) 김연수, 고경원씨는 나가고 저는 계속 남아서 6개월 정도 북 MD를 했어요. 음반팀으로 갔다가, DVD팀 그리고 매장관리까지 했어요.

알라딘 : 정말 멀티플레이어셨네요. (웃음) 북 MD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 없나요?

김중혁 : 멀티플레이어라기보다 시키는 대로 다 했던 거죠. (웃음)

기억에 남는 책은 없고, 제일 힘들었던 건 최신간 50권 추천 목록 같은 걸 뽑을 때였어요. '오늘의 책'을 첫 페이지에 배치하는 작업은 재밌었어요.

알라딘 : 책 내용 중에서도 창고 일화(p.176)가 있는데, 포장이 잘 맞았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보고 많이 공감했어요. 1년에 하루는 물류 근무를 하는데, 저한테도 포장이 적성에 맞더라고요. (웃음)
그렇다면 지금 책은 그 서점에서 주문하시겠네요?

김중혁 : 아니에요, 저는 알라딘에서만 사요. (웃음)

알라딘 : 한 달에 한 번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인디밴드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 프로듀서에 각종 공연 기획..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김중혁 : 이상하게 올해는 말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요. 발음이 굉장히 안 좋은 저한테 '문장의 소리'란 DJ를 맡기시더라고요. 근데 시작해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에요. 생각지도 못한 재능을 발견하게 됐어요. 부스 안에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있다고 상정하고 머릿속에 떠올려가면서 말을 해야 하거든요. 게스트 작가들한테 길게 물어봤는데 상대방이 '아니오!' 이렇게 단답으로 반응하면 혼자 굉장히 얼굴 빨개지고 민망해했어요. (웃음) 어떻게 대화하면 좋은지를 알게 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빨리 파악하게 되는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재능이라기 보다 경험이 쌓이게 된 거겠죠. 말하는 게 재밌어졌고, 잘 하게 됐어요. 상상마당 쇼케이스도 제의가 왔을 때 재밌을 것 같아서 하게 됐어요.
예전의 소설은 이미지나 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최근 2-3년 동안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예를 들어, 35살의 사람에게는 35년의 경험 치들이 그 안에 다 들어있거든요. 그 사람과 얘기를 해보면,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떻게 말하는구나,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구나 다 보이더라고요. 그 어떤 텍스트보다, 사람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게 더 흥미로웠고, 저절로 사람 만나는 게 재밌어졌어요. 사람들과 많이 만나면서 수다의 시기에 접어들게 된 것 같아요.

알라딘 : '문장의 소리'는 언제부터 하신 거에요?

김중혁 : 한 3년 전부터 한 것 같아요. 2년 동안 DJ를 하고, 현재는 PD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황정은(<백의 그림자> 작가)씨가 DJ를 맡고 있어요.

알라딘 : 수다의 시기 다음에는 어떤 시기가 올까요?

김중혁 : 내년에는 달라질 거에요. 기존의 소설과 약간 다른 소설을 쓰고 싶어요. 내년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소설을 집중적으로 쓰는 시기’를 갖고 싶어요.

알라딘 : 그렇다면 침묵의 시기가 오겠네요. 아닌가요?

김중혁 : 혼잣말 하면서 쓰지 않을까요? (웃음)

알라딘 : ‘1중혁 원고지 0.5매’(p.95)라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팔백 일 동안 팔백 매를 써서 ‘일매 김중혁 선생’이라고 불리기도 하신다면서요? 요즘은 평균 하루에 몇 중혁을 쓰고 계신지요?

김중혁 : 이젠 바뀌었어요. ‘열매 김중혁’으로. 사실 '열면 김중혁'으로 바뀌었어요. 노트북을 열면 바로 쓴다고… (웃음)  


차기작, 영화, 여행 그리고 소울푸드


알라딘 : 차기작의 컨셉과 출간 시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김중혁 : 요새 책이 자주 나와서 좀 걱정되는데요, 내년 초에 단편집이 나올꺼에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장르로 '도시'에 대해서 써왔어요. 차기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로, 내년 5월 쯤일 것 같아요. 한 가지 주제로 에세이를 한 번 더 쓰고 싶긴 해요. <놀이터 옆 작업실>이라고 예전에 고경원씨가 기획해서, 홍대 앞 희망시장의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한 책이 있어요. 그런 식의 취재 형식의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올해 상영작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뭔가요?

김중혁 : ‘활’이요. 활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가 있어요. 박해일이 활을 쏘고 나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고 했는데, 그거 보고 굉장히 감동 받고 누구한테 이렇게 얘기했는데... '원고량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작가들이 글 쓰면서 원고량을 계산을 많이 해요. 그래서 작가들은 이 말에 많이 공감 하던데요. (웃음)

알라딘 : 이탈리아 여행 에피소드(p.328)에 등장하는 요리사 P씨는 박찬일 셰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맞더군요. <어쨌든, 잇태리>를 읽었거든요. 딱딱한 빵과 부드러운 치즈와 질깃한 프로슈토, 세 가지의 절묘한 조화에 대해서 두분 모두 같은 얘길 해주셨어요. 배 터지게 먹은 얘기 외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책에 소개되지 않은 내용으로요.

김중혁 : 박찬일 셰프와 L 셰프가 식당을 새로 운영하기로 하고, 식자재 및 기구류를 사기 위해서 이태리에 간다는 거에요. 밥 숟가락을 하나만 얹으면 된다고 해서 따라 갔는데… 정말 대책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별로 까다롭지도 않고, 길거리에서 널부러져 자는 스타일이라 불편한 건 전혀 없었어요. 요리사들이랑 같이 다니니까 재밌는 게, 모든 재료를 갖고 음식을 잘 만들더라고요. 요리사랑 다니면 좋구나 싶었죠. 로마 시내에 있을 때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줬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요리사들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일화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먹은 기억 밖에는. (웃음) 여행을 하면서 사람을 알게 된다고 하잖아요. 그 여행을 통해서 박찬일 셰프를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아, 이태리 여행에서 좋은 와인을 샀는데,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X고기집에서 다 마셔버렸어요. 사람들이 다 대책이 없었어요. (웃음)

알라딘 : ‘에스프레소는 나의 연료’(p.345)를 읽으면서 서서 마시면 2천원 하는 서울의 어느 카페와, 2006년 파리 여행을 떠올렸어요. 파리 여행의 에스프레소..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노천 카페에서 트러플을 곁들인 그 맛..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에스프레소는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외국여행 가면 많이 드시겠네요?

김중혁 : 음식 잡지사에 몸담았던 2002년부터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일하면서 취재할 일이 많으니까,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셨죠.
외국에 나가면 정말 많이 마시죠. 하루에 몇 잔씩.. 한국에서도 하루에 한 잔씩은 무조건 마시는 것 같아요. 지방에 가면 제일 힘든 게, 잘 하는 에스프레소 집이 잘 없다는 거에요. 제가 고향이 김천인데, 명절 때 내려가면 며칠 동안 못 마시거든요. 엄청 마시고 싶어져요. 그래서 서울에 오면 바로 마시죠.

알라딘 : 최근에 <소울푸드>란 책이 출간됐는데, 작가님의 소울푸드는 뭔가요?

김중혁 :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분식점을 운영하셔서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떡볶이, 어묵, 우동, 도너스를 많이 접할 수 있었어요. 분식이 저의 소울푸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중혁의 서재는 거리에 있다 

(여기서 잠깐! 거리의 서재 속 물건들을 사진으로 만나보세요.) 

알라딘 : 최근에 문화.예술인 15인의 서재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출간됐는데, 작가님께서도 서재를 갖고 계시죠? 작가님께 서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책을 구입할 때의 습관이 있나요? 룰을 정해놓고 구입한다던지..

김중혁 : 네, 있어요. 심지어 작업실도 있어요. 근데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책도 장르 별로 분류하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또, 사람들이 제가 수집광인 줄 아는데, 수집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CD나 책 같은 것도 필요한 사람들한테 선물로 줘요. 지금의 서재는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창고처럼 되어버렸어요.  

제 서재는 동네카페인 것 같아요. 돌아다니면서 글을 쓰니까요. 언제부턴가 힘들이지 않고 글을 쓰려고 노력해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힘들이지 않고 쓰게 됐어요. '열면 김중혁'이란 말도 농담 같은 진담인 게, 게으르게 관찰하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순식간에 쓰거든요. 쓰면서 고민하는 건 많이 줄였어요. 생각은 늘 할 수 있죠. 버스에서나 어디에서나. 생각을 늘 하고 있다가 장소에 앉으면 집중력을 발휘해서 쓰고, 다 쓴 만큼 썼으면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래요. 아이디어가 제일 많이 떠오를 때가 주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샤워할 때인데 요즘엔 샤워할 때 아이디어가 잘 떠올라요. 그래서 요즘에 샤워를 자주 해요. (웃음)

꼭 필요한 책만 사는 편이고, 많이 사거나 정해놓고 사진 않아요. 책을 물질처럼 생각하게 되서 책을 본다기보다, 갖고 놀죠. 그래서 이제는 서가나 서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책을 모아두는 장소가 별 의미가 없어요. 글도 아무 데서나 쓰거든요.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온 데가 서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이 서재인 것 같아요. 사람 속에 책이 있고,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게 서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서재라는 공간은 저한테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아요. 

알라딘 :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서재나 공간을 엿보는 걸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서재를 보고 싶은데 사진으로 보여주실 수 있나요?

김중혁 : 제 경우에는 거리를 보시면 되요. 거리에 있으니까요. (웃음)
예전에 책은 지식이었는데, 요즘에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쉽게 다 알 수 있으니까 지식은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그 지식을 자기 식으로 변형하느냐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외부의 지식 보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나를 어떻게 단련시키는가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모든 일이, 말하자면 마라톤을 뛰기 전에 체력 단련하는 것과 비슷해요. 매일 그런 식으로 저를 단련시켜 놓으면, 어떤 게 다가올 때 제 방식대로 변형해서 재생산해낼 수 있거든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재가공하고 변형시켜서 만들어내는 것. 그런 일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서가를 꾸미기 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게 지금의 저한테는 중요한 것 같아요. 서재를 안 보여드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웃음) 십여 년 전에 고경원씨가 제 서재를 취재한 적 있었어요. 그땐 깨끗한 상태였는데, 대학신문인가에 게재됐었죠. 혹시 집에 가서 깨끗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하지만 그 후로 소식은 없었습니다.)

알라딘 : 여러 편의 소설과 더불어, 이번 산문집까지,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뭔가요?

김중혁 : 장편소설 <좀비들>에 가장 애착이 가요. 독자분들이 크게 좋아해주진 않았지만, 그 작품은 아주 오랫동안 썼어요. 제 시간이 가장 많이 녹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이에요. 제가 제일 많이 담겨 있는 책은 <악기들의 도서관>인 것 같아요. 제일 많이 팔렸고.. (웃음) 그 책이 일본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12월에 일본에 가서 작가의 만남을 할 예정인데, 재밌을 것 같아요. 일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알라딘 : 일본어는 구사할 줄 아세요?

김중혁 : 곰방와? (웃음) 또 뭐 있죠?

알라딘 : 카와이~ (웃음)

김중혁 : 그거 제가 말하도록 요구하시는 거에요? 지금? (웃음)

알라딘 : 일본 독자들과의 만남이라.. 큰 의미가 될 것 같아요.

김중혁 : 네, 그렇죠. 의도하지 않은 건데 번역본이 순식간에 나오게 됐어요. 번역하시는 분을 오래 전 부터 알았어요. 나오게 된 계기는, 그분이 제 소설을 좋아하셔서 단편 <악기들의 도서관>을 'NHK 한국어 강좌' 교재로 사용하셨어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그 교재를 좋아했대요. 저한테 몇 분이 팬레터를 보내기도 했어요. <악기들의 도서관>이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란 문장으로 시작 되요. 칠십 세의 할머니께서 한국어를 시작했는데, 그 내용을 보고 '첫 문장이 좋았다,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뭘 해보려고 한다'고 메일을 주셨어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책이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독자와의 만남 재밌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카툰 읽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카툰에 소개된 발명품이 실제로 나오면 좋겠다고도 생각 했어요. 혹시 카툰집을 낼 생각은 없으세요?

김중혁 : 산문집에 카툰을 더 넣으려고 했는데, 좀 걸러냈죠. 카툰집을 낼 생각은 없어요. 카툰집을 낼 정도면 훨씬 더 재밌어야 하는데, 더 연습을 해야죠. 
 

2011년 & 2012년의 키워드


알라딘 : 2011년이 곧 마무리되는데, 2011년의 키워드는 뭘까요? 이뤄야겠다고 생각한 일 이루셨어요?

김중혁 : 2011년은 말 많은 해인 것 같아요. (웃음)
이루고 싶은 건 이뤘네요. 제 책이 다른 나라 언어로 출간되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곧 나올 거고, 꼭 한 번 내고 싶었던 에세이도 냈으니까... 많은 걸 이룬 것 같아요.

알라딘 : 2012년의 키워드와 이루고 싶은 일은요?

김중혁 : 2012년에는 되게 재밌는 장편을 쓰고 싶어요.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인데,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소설을 쓸 것 같아요. 소재는 미정인 상태에요. 사람들이 제 소설을 얘기할 때 남녀가 나와서 사랑은 하지 않고 사라진다고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섹스신이 나온다는 거? (웃음)

알라딘 : 아, 기대할게요! 그럼, 키워드는 섹스신인가요? (웃음)

김중혁 : 그럴리가요. (웃음) 평론가와 대담을 한 적 있었어요. 그분이 ‘김중혁의 소설은 중간에 화자가 껴있는데 소년이다. 소년이 바라보는 세계이고, 놀이를 다루는 세계다’고 했는데. 2012년에는 '성인소설가 김중혁'으로.. (웃음)

알라딘 : 마지막으로 알라디너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김중혁 : 저도 알라디너에요. (웃음)
아까 몸을 단련시키는 얘기를 했는데, 가을.겨울이 제가 보기에는 '문화적인 몸'을 단련시키기에 제일 적합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저는 독서의 계절은 가을 보다는 겨울이라고 생각해요. 따뜻한 아랫목이나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책보기 정말 좋잖아요. '문화적인 몸'을 단련시키는 일을 많이 하시면 좋겠어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옹이 2011-11-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성인소설가' 김중혁 완전 기대만빵. ㅋㅋ

알라딘문학/종교MD 2011-11-18 11: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수옹이님. 저도 무척 기대됩니다! ㅎ
현재 김중혁 & 박찬일 이벤트 진행 중입니다. http://blog.aladin.co.kr/culture/5211234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

단발머리 2011-11-2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도 되겠지> 읽고 중혁님 팬 됐어요.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고요. 일단 <악기들의 도서관>부터 시작해볼께요. 기대됩니다. ㅋㅋ

알라딘문학/종교MD 2011-11-28 23: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뭐라도 되겠지> 참 재밌죠? ㅎ <악기들의 도서관>도 좋아요. 개인적으로 표제작 '악기들의 도서관' 단편이 젤 좋았답니다. :-)

감기약 2011-11-2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님 팬인데.. 인터뷰 보고 더욱 좋아졌어요 ..ㅜㅡ 근데 왜 독자과의 만남을 그렇게 어긋나는지 서글픕니다. 쩝~ 이번이벤트도 저는 까맣게 몰랐고 .. 오늘 날짜보니 29일로 찍는 뿐이고 그래서 너무 늦었고 으악으악 ㅜㅡ암튼
김중혁작가님 멀리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잊지 버리고 마세요 ^^

알라딘문학/종교MD 2011-12-13 17: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기약님.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을 출간하실 테니, 작가님을 뵐 수 있는 기회는 또 오겠지요? 저도 기대해봅니다. 12월 마무리 잘 하세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