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 제가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해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 그리고 <나쁜 고양이는 없다>까지 모두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나쁜 고양이는 없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마지막 편이라고 해서 꼭 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침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도 개봉했고, 겸사겸사 뵙고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이효리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고양이 춤' 관련 이벤트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용한 : 압구정 CGV에서 90명의 티켓과 팝콘, 음료수까지 제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이효리씨가 유기견, 길고양이한테 관심이 많아서 캠페인도 여러 차례 해오셨는데, 이번 일도 그런 부분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배급사에서도 이효리씨가 이벤트를 한 사실을 몰랐다고 해요. 개인적 친분이 있는 건 전혀 아니고, 이효리씨께서 트위터 통해 영화 개봉 소식을 접하셨나봐요. 그것 뿐만이 아니라 2PM의 준호씨도 공식적으로 그 영화를 보겠다고 밝혔어요. 만화가 강풀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고양이 춤' 예고편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리트윗하면서 화제가 됐죠. 근데, 트위터 밖에서는 되게 잠잠해요.(웃음)

 

알라딘 : 독립영화인데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이용한 :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에서는 개봉관 수를 가장 많이 확보했는데, 도토리 키 재기죠. 상업영화에 밀려서 독립영화들이 좋은 시간대를 확보하긴 힘들어요. 대부분 조조나 심야로 배정되서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기가 부담이스럽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날부터 그 주 주말까지 관객동원수는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에서는 최고치라고 해요.

 

알라딘 : '고양이 춤' 10%를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용한 : ‘고양이 춤은 윤기형 감독님께서 자비를 들여서 만든 건데, 영화제에서 반응이 꽤 좋았어요. 인디 다큐 페스티벌에서 역사상 매진을 기록했어요. 상은 못 타도 관객들의 반응은 정말 좋았던 거에요. 그리고 배급사에서 그 영화에 관심을 가져줬어요. 워낭소리 배급사인 인디스토리에서 배급을 하게 되었죠. 그 전부터 감독님께 영화 개봉되면 수익금의 최소 10%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께서 그런 제 의견을 받아들여주셨어요.

 

알라딘 : 영화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원작으로 한 거죠?

이용한 :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의 일부를 원작으로 한 거에요.

 

알라딘 : 영화화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용한 :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가 출간되고 얼마 후에 윤기형 감독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CF 감독인데 제 책을 읽고 영화가 만들고 싶어졌다,고요. 제일 처음에는 사진만 가지고 아주 짧은 사진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제가 제공한 사진으로만 편집을 했는데, 밋밋했어요. 감독님께서 본인 주변의 길고양이를 틈틈이 찍으셨어요. 그리고 그걸 영상의 중간 중간에 삽입하게 된 거에요. 사진과 영상이 병렬식 구조로, 사진 나오고 영상 나오는 형태로 만들어서 결국에는 한 시간 정도 분량의 영상이 됐어요. 그 후에 감독님께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다가, 우연히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시는 캣맘을 만나게 됐는데, 그분이 가수 'FIN'을 소개시켜줬어요. 가수 'FIN'께서 고양이 노래에 고양이 그림으로 작업해둔 뮤직 비디오를 영화용으로 재작업을 해서 그것도 추가했어요. 사진과 애니메이션과 영상이 교차하는, 한 편의 영화가 최종 완성된 거에요.

 

알라딘 : 정말 그 영화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거군요. 한 권의 책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고양이 춤'도 깊은 인연이 모여져 탄생할 수 있었네요.

 

이용한 : 블로그에 연재를 하고 있을 때 보기 드물게 구독자 수와 방문자 수가 굉장히 많았어요. 가끔 포털사이트 메인에 뜨기도 했었죠. 그걸 보시고 네 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북폴리오를 최종 선택하게 된 건, 제가 먼저 출판사측에 요구한 조건을 받아들여줬기 때문이에요. 첫 책이 1, 2천부가 나가던 일본에서도 출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 약속을 지켜줘서 올 연말에 일본판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가 출간될 예정이에요.
일본에 갔을 때 대형 서점엘 들렀는데, 큰 규모의 고양이 코너가 별도로 있었어요. 고양이 책들을 다 훑어봤는데, 제 책 같은 책이 없더라고요. 볼륨이 작고, 예쁘고, 귀엽고, 개성있는 고양이들이 나오는 책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길고양이처럼 학대 받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책이 일본에 없어서 어쩌면 일본독자들이 제 책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알라딘 : 그런데 왜 굳이 일본에서 책을 내고 싶으셨던 거에요?

 

이용한 : 일본 뿐만 아니라, 영어권으로도 내고 싶었어요. 제 노력만으로는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이 학대 받는 현실을 타개해나간다는 것,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요. 몇 년 동안 해봐도 안 됐던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책을 외국에서 출간하면 외국독자들이 그걸 보고 한국의 길고양이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목소리를 낼 거라고 기대해요. 사실 제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국제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이고, 보다 빠른 인식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알라딘 : 제가 원래는 개를 좋아했고, 고양이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계기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를 개보다 더 좋아하게 됐어요.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쾌적하게 유지되는 편이라 길고양이를 거의 만날 수가 없는데 어느 날 한 마리를 만났어요. 귀 잘린 거 보고 중성화된 고양이구나 생각했죠. 그 뒤로 만날 때마다 먹을 걸 챙겨줬어요. 그리고 배고픈 길고양이를 만나면 주려고 늘 천하장사, 참치캔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고양이도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작가님의 책들을 읽고 저 또한 길고양이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더디지만, 책을 통해서 변화되는 저 같은 독자들이 많을 거라고 믿어요.

 

사실 처음에 드렸어야 하는 질문인데오랜 기간 동안 여행을 했고, 최근 4년 동안 길고양이와 함께했다고 하셨는데, 길고양이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이용한 : 저도 처음엔 길고양이에 대해 무관심 했어요. 여행가로 올해로 16년 째 접어들었는데, 주로 오지로 다니면서 관련 여행기를 냈죠. 여행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도 늦어졌어요.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내가 집 앞에서 전화를 했어요. 잠깐 나와보라고. 집 앞에 누가 버려둔 은갈색 소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 다섯 마리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어요. 고양이들한테 달빛이 비췄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다가가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는데 도망 가버려서 실패했어요.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며칠 동안 떠나질 않는 거에요. 그 후로 15일 정도 지났을 때 집 앞에서 놀고 있는 그 고양이들이 만났어요. 집에 있는 멸치, 탕수육, 맨밥 같은 걸 가져다 줬더니 싹싹 비워 먹더라고요. 제가 주는 걸 잘 먹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고 기뻤어요. 점점 사이가 가까워지니까 스스럼 없이 저를 대하더라고요. 한 달 정도 후에 고양이들을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고양이들도 제가 사진 찍는 걸 허용해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찍기 시작했어요. 그때 만났던 애들이 희봉이, 깜냥이죠. 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취미 삼아 한 두 컷 정도만 찍겠지 생각했는데, 찍고 밥을 계속 주다 보니 밥을 줄 고양이들이 더 많이 보이는 거에요. 결국엔 동네 전체 고양들에게 사료를 주게 됐어요.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호응을 보여주셨어요. 시골로 이사를 가서도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밥을 줬어요. 그러다 보니 고양이 책도 내고, 지금까지 오게 된 거에요.

 

알라딘 : P.56 '고양이의 사랑과 전쟁' 편에서 숫기 없는 덩달이(수컷)와 발정난 삼색이(암컷)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는데, 그 후로 둘이 진전을 보였나요?

 

이용한 : 덩달이가 철창에 갇힌 얘기도 책에 나오는데, 장마철에 풀려났다가 다시 갇혔어요. 그래서 진전을 보일 겨를이 없었죠.

제가 덩달이에게 가면 엄청나게 울어요. 그러면 주인이 나와서 막 뭐라 그래요. 보면 마음이 아프니까 발길을 아예 그쪽으로 안 돌리려고 해요. 또 궁금해서 가보면 엄청 울고, 주인이 안 보이면 철창 사이로 사료를 주고 와요.

 

알라딘 : 손자를 데려다 키운 대모, 그리고 꼬미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이용한 : 장마 이후로 영역을 다 떠난 것 같아요. 꼬미, 재미, 소미는 동네의 폐차장쪽에 임시로 영역을 옮겼는데, 한 달 정도 지내다 다시 사라졌어요.

 

알라딘 : 이번 책에는 특히 슬픈 이야기들이 많이 수록되었어요. 철창에 갇힌 덩달이, 달타냥의 죽음, 삼월이와 새끼의 생이별, 쥐약으로 뱃속 새끼와 함께 죽은 몽당이...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놀라웠던 게 시골 인심이 더 야박하다는 사실이었어요.

 

이용한 : 우리 동네만 그런가 했는데,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멤버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시골이 대부분 그렇더라고요. 특히 쥐약으로 인한 죽음이 많아요. 한창 사료를 많이 줄 때는 옆 동네까지 60마리 정도였는데, 지금은 40마리가 채 안 되요.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너무 많아서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동네랑 옆 동네만 해도 급감하고 있어요. 거의 절반 수준으로 된 상태인데, 대부분 쥐약으로 인한 피해인 거죠. 다른 부분에 대한 인심은 좋은데, 고양이에 관한 인심은 아주 안 좋아요.

 

알라딘 : 이웃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용한 :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고양이 복지를 위해서 신경을 써달라는 건 아니에요. 이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명이고, 살아갈 권리를 갖는 동물인데, 그 동물을 해치지만 말아달라는 것. 제가 바라는 건 이것뿐이에요.

 

알라딘 : 무분별하게 교미하고, 번식하는 점에 대해서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에 대한 방지책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이용한 : 지자체에서 TNR을 시행하고 있는 게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TNR 규칙을 지키면서 시행하는 데가 드물다는 거에요. 현재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TNR에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게 큰 문제에요. 지자체에서는 직접 고양이를 잡을 수 없으니까 관련 업체를 선정을 해요. 선정된 업체가 고양이를 포획해서 수술시킨 후에 증거 사진을 구청에 제출하면 마리 당 보수를 받아요. TNR 규칙에는 이미 중성화 수술을 받았거나 임신한 고양이, 3개월 미만의 새끼 고양이 등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데, 업체에서는 그 규칙을 무시하고 갓 태어난 새끼부터 새끼를 밴 어미까지 무분별하게 다 잡아버리는 거에요. 돈을 받은 뒤에 제자리에 방사만 시켜줘도 그나마 나은데 야산 같은 데 한꺼번에 다 풀어놔요.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요. 제자리에 방사를 시켜야 한다는 게 또 하나의 TNR 규칙이에요. 그 많은 고양이들을 안락사 시키는 경우도 많아요. 말이 안락사지, 안락사가 아니에요. 독극물 주사로 고통스럽게 죽이는 거에요. 모든 지자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TNR 규칙을 어기는 곳, 업체들의 불법 행위 자체를 모르는 곳들이 꽤 많아요. 특정 지자체에서 비일비재하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데, 최근에는 캣맘들이 나서서 항의도 하고, 감독.관리하는 걸 지켜봐서 제대로 TNR 규칙을 지키게 됐어요. TNR이 급증하는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유일한 대책이 될 수도 있는데, 악용하는 업체들, 지자체들이 많아서 과연 불법적인 TNR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볼 부분인 것 같아요. 이렇게 얘기하는 절 보고 TNR 반대론자로 보는 경우도 많아요. 길고양이 사진을 찍고 책을 내면서 TNR을 반대하느냐 하고 말이죠. 저는 TNR을 반대하는 게 아니에요. TNR을 하되, 불법이 아닌 규칙에 맞게 제대로 하라는 거에요.
(*고양이 중성화 사업(TNR, Trap-Neuter-Return) : 서울시에서 늘어나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8 31일부터 시행했다. 고양이 중성화 사업은 '잡아서 중성화 수술 후 다시 돌려 보낸다'게 기본 원칙이다. 2008 127일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길고양이 문제를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3개월 이상의 고양이에 한해 실시하고 있다. 암컷의 경우 난소를 제거하고 수컷은 정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 48시간 이후 이전 장소로 방사한다.)

 

알라딘 : 제가 캣맘은 아직 아니지만, 길고양이를 케어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초보 캣맘, 캣대디들이 갖춰야 할 자세나, 필요한 준비사항들이 있다면 뭘까요?

 

이용한 :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이론적으로 캣대디로서 완벽한 상태는 아니에요. 오랫동안 고양이를 돌봐온 분들은 천하장사 소시지나 우유, 사람이 먹는 음식은 염분이 높아서 고양이들의 신장병을 유발한다고 주지 말라고 해요. 그런데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을 해요. 집고양이들처럼 365일 내내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데, 일주일이 넘도록 배를 주린 고양이들에게는 천하장사 소시지가 그 고양이를 살릴 수가 있어요. 사실 사람이 먹는 우유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고양이의 특성에 따라 다르니까 고양이가 잘 받아들인다면 주면 되요. 캣맘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고양이 사료를 당연히 준비해야겠죠. 그 전 단계에서는 그렇다는 거에요.

 

알라딘 :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천하장사, 참치캔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어느 날 길고양이를 만나서 주면 허겁지겁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면 얼마나 짠한지 몰라요. 그런데 냐옹, 냐옹 크게 울어서 난감할 때가 많아요. 저는 동네 분들한테 들킬까봐 마음 졸이면서 밥을 먹이는데, 고양이가 계속 크게 울어대니까 막 더 마음이 떨리고 난감해지는 거죠.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불편한 자세로 밥을 먹고, 저는 저대로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참 슬픈 순간이 많아요.  

 

이용한 : 그게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에요.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들은 활개를 치는데 그런 고양이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은 007 작전처럼 몰래몰래 밥을 줘야 하는 현실이죠.

 

알라딘 : 동네에서 쫓겨날까봐 걱정이에요. (웃음;)

'구름씨네 고양이 식당' 얘기도 재밌는데, 새롭게 출현한 고양이가 있나요?

 

이용한 : 새롭게 출현한 고양이는 없고요, 몽롱이가 지금 제일 열심히 찾아와요. 전원주택에서 건너온 너구리도 계속 와요.

 

알라딘 : 게걸조로는요? 저는 게걸조로만 보면 웃음이 나요. 카리스마 넘치게 생긴 것과 다르게 소심하고 엉뚱하고… P.333 밥 먹다가 작가님께서 거실 문을 여니까 기겁을 하고 도망치다 계단에서 넘어졌던 그 에피소드는 정말 웃겼어요. (웃음)

 

이용한 : 게걸조로는 오늘도 두 번이나 왔어요. 와이프도 게걸조로만 보면 깔깔거리고 웃어요. 오늘도 밥 먹다 말고 논쪽에 있는 몽롱이를 쫓아가다가 개울에 빠졌거든요. 사람으로 치면 정말 개그맨 같아요.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그래요. (웃음)

 

알라딘 : 행방불명된 무럭이 삼남매 중에서, 무심이가 아기고양이를 데리고 나타났는데 잘 지내고 있나요?

 

이용한 : ... 무심이네들이 또 없어졌어요. 책 작업하던 여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그 후로 또 안 보여요. 제가 보지 않아서 장담 할 수는 없지만또 쥐약으로 죽은 게 아닌가 싶어요.

 

알라딘 :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는 산둥이네 하트냥이에요. 잘 지내나요

 

이용한 : , 그럼요. 지금도 제일 가까이 오고 자주 쓰다듬어줘요. 생긴 대로 귀여운 짓을 많이 하죠.

 

알라딘 : EPILOGUE 내용 중에서 루와 체는 남매끼리... 민망했어요.; (남매가 관계를 맺고 니코를 낳았다 : 랭보와 랭 > 루와 체 > 니코)

니코는 랭보를 만만하게 보나요? 그 뒤로 재밌는 에피소드 없나요?

 

이용한 : 니코는 여전히 랭보를 만만하게 봐요. (웃음)
책에도 썼듯이, 한 번 집 나갔다 고생한 이후로는 저한테 살갑게 굴어요. 그 뒤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알라딘 : 처음에 키우신 랭보와 랭이 모두 길고양이인가요? 

 

이용한 : 랭보는 길고양이를 제가 데려온 거고, 랭이는 엄마가 길고양이에요. 제가 아는 시인이 랭이 엄마를 키우다가 새끼를 두 마리 낳는데, 그 중 한 마리인 랭이를 제가 키우게 된 거죠. 랭보와 랭이 사이에, 루와 체가 태어난 거에요.

 

알라딘 : 랭보, 랭이와는 함께 지낸지가 얼마나 됐죠?

 

이용한 : 3년 같이 지냈죠.

 

알라딘 : 고양이들이 수명이 긴 편이라고 들었어요.

 

이용한 : 집고양이는 15년 안팍 살고요, 지인이 키우는 고양이 중에는 16년 째 살고 있기도 하고요. 길고양이는 3년 안팍 정도 살아요. 평균 3년이라곤 하지만 길고양이는 대부분 새끼 시절에 많이 죽어요.

 

알라딘 :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많이 고려해야 할까요?

 

이용한 : 요즘 트렌드가 고양이니까, 혹은 단순히 예뻐서 충동적으로 키우겠다면 굉장히 반대해요. 예쁜 모습을 보고 싶으면 동영상, , 그림을 보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고양이와 15년 정도 같이 살겠다는 결심이 설 때 입양해서 데려다 키우면 되요. 고양이에 대해 알레르기를 가진 체질도 있어요. 키우기 전에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봐야 해요. 천식이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키울 수가 없어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고양이를 키워야지, 단순한 생각에 키우거나 선물해서는 안 되요.

 

알라딘 : 길고양이와 함께한 4년 동안, 가장 슬픈 이야기와 가장 기쁜 이야기가 있다면?

 

이용한 : 슬픈 이야기는 너무 많죠. 1~3권 다 치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들이 엄청 많고, 그럴 때마다 슬펐어요.
제 책을 읽고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바람이' 얘기를 제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바람이는 무뚝뚝하고 상냥하지도 않은데 어느 날 갑자기 선물을 해주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에요. 그런 면 때문에 여자분들께서 바람이를 많이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바람이도 기억에 많이 남는데, 우리 부부에게 공통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고양이는 달타냥이에요. 우리가 산책할 때마다 달타냥의 파란 대문집을 지나치는데 꼭 나와서 알은 체를 하고, 산책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도 또 알은 체를 하고... 남의 집 고양이었지만 저와 너무 친하게 지냈고, 함께 산책도 자주 했어요. 감정 조절을 많이 하는 편이라 고양이들이 죽을 때 잘 울지 않아요. 그런데 목줄 잘못 매서 달타냥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으로 울었어요. 와이프도 퇴근 길에 그 소식을 접하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많이 울었어요. 왜 자주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랭보는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데려와서 어떻게 보면 자식같기도 해요. 약한 이빨로 길 거리에서 닭뼈를 씹어먹어서 앞쪽 작은 이빨들이 다 부러져있어요. 또 목소리에 장애가 있어서 소리를 크게 잘 못 내요. 밖에서 살았다면 위험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를 못 했을 거에요. 랭보는 데려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고양이에요. 

 


 

알라딘 : 이번이 '안녕 고양이' 시리즈 완결 편인데, 더 이상 작가님의 고양이 책을 만나볼 수 없는 건가요?

 

이용한 : 묘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안녕 고양이' 시리즈는 이제 끝이지만, 다른 스타일의 고양이 책을 낼 생각이에요.

 

알라딘시집 출간 계획은 없으신가요? 

 

이용한올해 안에 시집을 내려고 했는데, 편수가 모자라서 내지 못 했죠. 내년 쯤에는 내고 싶어요.

 

알라딘 : 고양이 책, 시집, 여행에세이 중 가장 먼저 출간될 법한 건 뭔가요?

 

이용한 : 그간 15개국 정도 다녔는데, 주로 오지에서 생태여행을 했어요. 오래 전에 티베트나 몽골 여행기도 냈지만 가볍진 않았어요. 이번에는 가벼운 여행에세이 형식으로 그간 여행했던 것들을 묶어서 내려고 해요. 내년 봄 출간하는 걸로 예상하고 있어요.
책 작업을 끝내고 우리나라 고양이 여행을 시작했어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두 가지, 여행과 고양이를 엮어보자고 생각했던 거에요. 사계절을 배경으로, 여행 중에 만난 고양이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어서 나중에 낼 계획이에요. 최소 1년은 작업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알라딘 : 저도 사실 여행과 고양이를 엮은 책을 작가님께서 내시면 좋겠다 내심 생각하고 있었어요. 애묘인인 고경원 작가께서 일본 고양이 여행기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를 출간한 적도 있죠. 작가님의 책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알라딘 공식적인 질문을 드릴게요. 읽으신 책 중에서 몇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용한 : 고양이 관련한 책으로는 <고양이 문화사>을 가장 재밌게 읽었어요. 고양이에 관한 역사부터, 예술가와 고양이에 관한 에피소드, 잡다한 상식까지 재밌게 풀어냈어요. 고양이를 문화사쪽으로 풀어낸 건 그 책 한 권뿐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행복한 길고양이>는 제 책과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아름답고 재밌고 행복한 모습이 가득해요. 그 책을 보면서 사람들이 흐뭇해하죠. 모든 고양이 책이 다 잘 되면 좋겠어요. 고양이는 문화적인 트렌드는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지만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이슈로 넘어가게 다리 역할을 해주는 고양이 책, 고양이 영화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행복한 길고양이>도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여행 관련한 책으로는 후지와라 신야의 <티베트 방랑>을 재밌게 읽었어요. 후지와라 신야는 사진작가지만 글도 굉장히 잘 쓰는 사람이죠. 시적인 여행글이랄까요... 티베트에 관한 책을 그 사람 처럼 잘 쓰는 작가는 드물어요. 티베트를 문학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소설로는 <미국의 송어 낚시>를 꼽고 싶어요. 포스트모던한 소설인데, 소설의 형식을 많이 파괴한 재밌는 책이에요. 미국의 산업화, 현대화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을 가볍고 재치 있게 이야기해요.

 

알라딘 : 다양한 분야로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알라디너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이용한 : 알라딘에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어요. 제가 고양이 책을 낼 때마다 특별하게 생각해주시고, 호응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그 덕분에 고양이 분야에서는 제 책이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독자분들의 많은 사랑이 저한테 사실 과분해요. 그분들께 보답하는 길은 고양이 책을 계속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안녕 고양이' 시리즈로는 마지막이지만, 다른 고양이 책으로 다시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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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e217 2012-01-2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저도 냥이를 키우는데, 꼭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우리집 애들도 10년, 7년 됐는데, 주변에 집에 털날린다고, 가구 긁는다고 알레르기 등등으로 버리시는 분들 많죠. 인형이 아닌데. 어디 산에 풀어주라고 하면서 갖다 버리는 부모님들은 생명을 자기편의에 맞춰서 갖다버리는 모습으로 자식에게 무슨 교육을 시킨다는건지??? 한번씩 가슴이 턱턱 막히더군욤. 평생 까만옷을 포기하거나 열심히 털을 떼며 입거나 그정도 열의가 있는 분들만 꼭 키우시길.........ㅎㅎㅎ

동경 2012-01-2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양이+여행 책자가 좋은 퀄리티로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 ^^ 제가 좋아하고 찾고 원했던 그런 책이거든요. 저도 국내에 고양이 관련 서적들이 더욱 다양하고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고양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xofks25 2012-01-2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원래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좋아했거든요
근데 고양이를키우다보니 고양이가 더좋더라구요 애교도 얼마나많은지ㅜㅡ

그저그렇다 2012-02-2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냥이 2마리도 있꼬 참 좋아하는데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ㅋㅋ

wheel balancer 2012-03-1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아하는데 한번 읽어 보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