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작가는 등단 11년이 되던 해인 2011년에 펴낸 첫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로 그만의 기발하고도 유쾌한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첫 산문집을 읽고 작가의 산문 읽는 즐거움에 깊이 매료된 독자들에게 이번 새 책 소식은 무척이나 반가울 일이다. 전작의 뒤를 잇는 유쾌한 두 번째 산문집에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 바로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음악'.

김중혁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썼고, 소리에 대한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펴냈으며, 20여 곡이 넘는 노래도 만들었다. 그만큼 음악, 그리고 소리 그 자체는 작가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30년이 넘도록 함께해온 옛 가요부터 최신가요까지, 인디음악부터 대중음악까지,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과 삶이 맞닿는 스토리들을 사계절에 따라 펼쳐 보인다. 멋 부리지 않는 편안한 문체로, 톡톡 튀는 기발함으로, 특유의 위트로 음악을, 뮤지션을, 소설가의 일상을 독자들과 즐거이 공유한다.

 

<뭐라도 되겠지> 출간 기념 인터뷰 차 김중혁 작가를 만났던 날이 2011년 10월 26일.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2년 전의 인터뷰 기사를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뭐라도 되겠지> 인터뷰 > http://blog.aladin.co.kr/graceshome/5198256)

2년 만에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서 김중혁 작가를 다시 만났다. 무려 2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젊은 작가(?)였고, 여전히 유쾌했다. 가을의 어느 날 오후, 그와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을 공개한다.

 

(인터뷰 진행.정리 ㅣ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알라딘 : 이전 인터뷰 일자를 보니 2011년 10월 26일이에요. 정말 2년 만에 다시 뵈었습니다!
<모든 게 노래>는 노래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책인데, 언제부터 집필하신 건가요?

 

김중혁 : 거의 10년에 걸쳐 쓴 글을 모은 거에요. 월간 ‘DVD 2.0’(현재는 폐간 상태)에 있을 때 쓴 가을 추천 노래 관련 글, 그 사이 사이 다른 지면에 썼던 글, ‘씨네21’에서 연재했던 글과 새로 쓴 글… 모두 모아 엮었어요. ‘씨네21’ 연재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해요. 최신가요 중에 잘 만든 노래들이 참 많아요. 그런 노래들을 소개해주고 싶어서 최신가요에 관한 글도 이 책에 많이 실었어요.

 

알라딘 : 그럼 30대, 40대에 걸쳐서 쓰신 원고들이군요?

 

김중혁 : 왜 나이 얘길 하고 그러세요.(웃음) 네, 맞아요.

 

알라딘 : 이 책은 서문 전에 들어간 짧은 문구부터 인상적이었어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현재를 느끼게 된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붙든다.
현재를 정지시키고 순간을 몸에다 각인한다.

 

어머니에 관한 에피소드(소설가 아들을 둔 걸 몹시 기뻐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김중혁 : 사실 그 글을 썼던 당시, 어머니께서 약간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잠깐 어머니와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글을 읽어드렸어요. 정말 좋아하셨죠.

 

알라딘 :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듣는다’(p.35)를 보면 작가님의 소설 중 일부를 여러 사람들에게 읽게 한 뒤, 그 목소리를 녹음, 편집 작업한 내용이 나와요. <미스터 모노레일> 저자행사에서 그 목소리 파일을 공개하신 적 있는데, 저도 흥미롭게 들었어요. 혹시 그 이후로도 재도전하셨는지요?

 

김중혁 : 사실 너무 귀찮아서 안 했어요.(웃음) 제 소설의 일부를 읽으셨던 분 중에 전문 성우분도 계셨는데, 제가 직접 들으니까 민망했어요.

 

알라딘 : 음악의 3대 기능(p.41), 배경음악 / 실용음악 / 기능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배경음악’은 책을 읽거나 간단한 메모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듣는 음악, ‘실용음악’은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듣는 음악, ‘기능음악’은 운동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방을 치울 때 듣는 음악이라고 하셨죠. 요즘 즐겨 듣고 계신 배경음악 / 실용음악 / 기능음악, 구체적인 앨범을 소개해주세요.

 

김중혁 : 책 읽을 때는 무조건 클래식을 들어요. 제일 많이 듣는 건 글렌 굴드의 피아노 음악이에요. 글렌 굴드의 경우, 클래식 장르인데, 목소리는 안 나오면서 리드미컬하거든요. 듣고 있으면 축 처지지도 않고, 집중도 잘 돼서 글렌 굴드의 시리즈를 사서 많이 들어요. 헬스 클럽에서는 최신가요, 락을 들어요. 달리기 하거나 운동하기에 좋은 템포가 있어요. f(x), 락큰롤이 속도감 있게 해주죠. 소설 쓸 때는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글렌 굴드의 앨범 몇 장과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몇몇 앨범, 그랜트 그린의 <<Green Street>>, 케니 버렐의 앨범, 엔리코 카루소의 앨범, 본 아이버를 자주 들어요.

 

알라딘 : <모든 게 노래>는 일반 산문집보다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어요. 책 속에 다채로운 음악이 소개되어 있어 들으면서 읽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문자화된 음악들을 직접 들으면서 그 느낌을 경험하고 싶기도 해서 음악 찾아 들으며 읽느라 자연스레 오래 걸렸던 거죠. 아마 저처럼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신 분들이 꽤 많이 계실 것 같아요. 

 

김중혁 : 들으면서 읽으실 거라 생각했고, 또 그렇게 해주시길 바랐어요. 전체 분량이 300 페이지가 안 되는 책이지만 이 안에 소개된 음악들을 꼼꼼히 들으면서 보면 굉장히 오랫동안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알라딘 : 바람이 차지 않게, 많이 부는 오늘이잖아요. 뵙기 전에 작가님께서 추천하신 이아립의 <<바람의 왈츠>>, 오지은의 <<Wind Blows>> 두 곡을 들었는데 오늘의 날씨와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음악 들으면서 책을 다시 훑다가 결국 책은 내려놓고, 음악만 들었어요.(웃음)

 

김중혁 : 맞아요, 오늘 같은 날 어울리는 곡들이죠.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도 생각 나네요.  

 

알라딘 : 그럼 오늘의 만남에 어울리는 음악, 혹시 떠오르는 거 있을까요? 

 

김중혁 : 전 디제이가 아닙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웃음)

 

알라딘 : (웃음)
‘몸빼바지는 허공에서 펄럭이고’(p.45)에서 책 제목 선정 과정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번 신간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이번 책은 작가님께서 지으셨어요?

 

김중혁 : 이 책은 솔직히 대작 시리즈였어요. 음악에 관한 일반적인 책, 가요에 대한 책, 팝에 대한 책 이렇게 얇은 책 3권으로 분권, 그리고 세트로도 판매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세트의 제목을 <모든 게 노래>로 하고, 예를 들어 가요에 대한 책은 <최신가요인가요> 뭐 이런 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너무 오랫동안 써야 하고, 노래라는 것도 시대와 상관 있는 것들이 많아서 너무 늦게 내면 안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한 권으로 <모든 게 노래>로 낸 거에요.

 

알라딘 : 표지도 작가님께서 작업하신 건가요? 상업적 고려 없이요?(웃음)

 

김중혁 : 제가 그렸는데 출판사에서 만져주시긴 했죠. 근데 제가 심플했음 좋겠다고, 농담을 해야 하니까 노란색이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었어요.(웃음)

 

알라딘 : 저는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빵 터졌거든요. 정말 ‘작가님답다’ 생각했어요.(웃음)

 

이 책에는 인상적인 문구가 많아 모서리가 접힌 부분들이 많아요.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을 당신들’(p.212)에서는 감동적이기까지 했어요. ‘표지란 누군지 모를 당신들,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을 당신들, 차곡차곡 접어놓은 글자들을 풀어 헤칠 당신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봉투’, 특히 이 표현이요!

 

김중혁 : 아, 제가 그렇게 썼던가요?(웃음) 표지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도 보여주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며, 이 책의 분위기는 무엇인지 담아내는 것인데, 이번 표지를 제가 직접 디자인해서 참 좋았어요.

 

알라딘 : <뭐라도 되겠지>도 작가님께서 하신 거 아니에요?

 

김중혁 : 네, 그것도 제가 손댄 부분이 있는데, <모든 게 노래>가 저의 손길이 더 많이 간 표지죠. 심플한 표지가 책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알라딘 : <닉혼비의 노래들> 2011년 인터뷰 때 추천해주신 책 중 한 권이었어요. <모든 게 노래>를 읽으면서 그 책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이번처럼 한 가지 주제로 다시 집필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어떤 주제로 내고 싶으세요? 

 

김중혁 : 네, 그럴 생각이 있어요. 에세이를 묶어서 낼 일은 없을 것 같고, 다음에 에세이를 낼 때도 하나의 테마를 정해서 쓰게 될 것 같아요. 지금도 집필 중이죠. 현재 한겨레에 연재 중인 ‘공장 탐방 시리즈’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하게 된 거에요.

 

알라딘 : 산문집으로 가장 빨리 나올 법한 책은 ‘공장 탐방 시리즈’겠네요?


김중혁 : 네, 그게 아무래도 빨리 나오겠죠. 아, 공장 탐방 이야기하니까 문득 생각 났어요. 지난 주에 재미있는 기사가 나갔어요. ‘콘돔’ 공장.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 주제였어요.(웃음) 내년 1월이나 2월 연재 종료되니까 상반기에 단행본으로 나올 것 같아요.

 

알라딘 : 가장 마음에 드는 소제목이 있어요. ‘맥주는 술이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p.73) 그리고 소개된 음악 바비빌의 <<맥주는 술이 아니야>>를 들어봤어요. 정말 농염하더군요. 그 음악 말고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악, 혹은 맥주 같은 음악이 있다면요?

 

김중혁 : 술 마실 때는 음악을 안 듣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소리에 예민하니까 술집 찾는 기준이 옛날에는 술이 맛있는 집이었다면, 이제는 약간 타협을 해서 술맛은 조금 떨어지되 조용한 집이에요. 예전에는 톰 웨이츠의 음악을 듣곤 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모든 노래가 다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음악 뭐 좋아하세요?

 

알라딘 : 제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음악을 자주 듣진 않는데, 독서할 때 주로 듣는 음악은 보컬이 없는 뉴에이지 음악이에요. 박종훈 혹은 손성제. 보컬이 있는 건 사라 바렐리스, 오지은,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을 즐겨 들어요. 이번 책이 제겐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사실 평생 가도 절대 안 들을 것 같은 장르의 음악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작가님 덕분에 새로운 음악들을 많이 접했던 거죠.

 

저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이 ‘형돈이와 대준이’에 관한 글이였어요.

 

김중혁 : 데프콘이 정말 능력 있는 뮤지션이에요. 데프콘은 노래를 잘 만들고, 정형돈씨는 가사를 굉장히 잘 쓰죠. 제가 볼 때는 음악적으로 훌륭한 팀이에요. 제가 가사 쓴 음악 중에서도 웃긴 거 있어요. 발표하지 않은 곡.

 

알라딘 : 언제 작가행사하실 때 그 미발표곡 불러주세요.

 

김중혁 : 죽을 때까지 발표 안 하고 없애버릴 거에요.(웃음)

 

알라딘 : (웃음) 이렇게 음악 관련된 작업을 하다 보면 실제로 뮤지션을 만날 기회가 있긴 있죠?

 

김중혁 : 상상마당에서 쇼케이스 진행을 담당했었는데, 그때 여러 인디 뮤지션들을 많이 만났어요. 오지은씨와도 친해진 계기가 저는 오지은씨의 음악을, 오지은씨는 저의 글을 좋아하고, 교류하면서였어요. 음악인으로서도 그렇지만 친구로서도 만나는 경우도 많아요. ‘더블유앤자스’의 배영준씨께서 가사에 제 이름을 쓴 것도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문화적인 코드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교류를 하는 게 즐거워요.

 

알라딘 : 제가 작가님을 좋아하는(공개적으로 밝힌다!) 이유가 '해변의 아침의 오후’(p.83)에 들어 있어요. 그간 수권의 책을 출간하시고도 여전히 책 출간 이후의 반응들을 신기해하시고,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이 작가님답다 생각했어요. 제가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죠. ‘인간적이다’. 이렇게 대놓고 말씀 드리니까 부끄러우시죠?(웃음)

 

김중혁 : 때리고 싶어요.(웃음) 그 글에 제 이야기만 계속 하다가 음악 이야기 딱 한 줄 나오지 않나요? 너무 했단 생각이 든 글이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그런 글들이 많죠.

 

알라딘 : 그쵸. 이것만 그렇지 않죠.(웃음)

 

김중혁 : 음악을 소개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거에요. 전 평론가가 아니니까 음악의 장르, 배경, 비트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도 재미 없잖아요. 제가 음악에 대해 쓰는 방식은 음악이 나에게 뿜어내는 상상들을 펼쳐 보인 다음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거에요. 제가 소개한 음악을 독자들이 직접 들어볼 때, 저의 상상을 보기도 하지만, 독자들 나름의 다른 상상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저는 그렇게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알라딘 : 그래서 저는 작가님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음악에세이지만, 한편으로는 작가님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일기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그래서 흥미로웠어요.

 

김중혁 : 음악 관련 책이 대중들을 끌어들이기가 사실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식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어요.(웃음)

 

알라딘 :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체온을 느끼게 해준다.
‘위로가 필요하다’(p.92) 예술을 통한 위로 방식의 글도 참 좋았어요. 유머를 선호하는 작가님이시긴 하지만 사람이니까 우울할 때도 있잖아요.

 

김중혁 : 그럼요. 사람이 늘 밝을 수는 없죠. 저도 침울할 때 있어요. 그런데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 게 침울한 순간이 오면 그걸 이용한다는 거에요. 침울할 때는 이런 감정이 느껴지지, 우울한 건 이런 거야 나중에 소설에 써야지, 이런 생각을 해요. 감정 분석이라기보다 우울할 때의 감을 기억해 놓으려고 해요. 소설 속 주인공들이 약간 우울할 때가 생기면 음악을 틀고 내가 우울했을 때의 그 기분을 생각하면서 대사를 쓰면 잘 써지더라고요.

 

알라딘 : 그때의 감정을 저장해두시는 거군요. 멋져요! 그래도 사람을 통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으실 텐데요, 어떤 형태의 위로가 가장 마음에 와 닿던가요?

 

김중혁 : 위로라는 건 받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재미있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평상시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지만, 같이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위로를 받는 순간들이 있어요.

 

알라딘 :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위로를 받으시는 거군요.

 

김중혁 : 40대는 누가 먼저 위로를 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알아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나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알라딘 : 저는 작년 11월부터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통한 위로'를 경험하곤 해요.

 

김중혁 : ‘아이고, 힘들었어’ 이러면서 고양이가 위로를 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고양이를 통해서 위로를 받는 거죠. 

 

알라딘 : 네, 말씀하신 것처럼 위로 받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자’(p.147)에 의외로(?) 사랑에 관한 묘사 글이 있는데,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2011년 인터뷰 때 마지막 질문으로 2012년의 키워드를 여쭈었는데, 2012년에는 ‘성인 소설가 김중혁’이라고 대답하셨어요.(웃음)

 

김중혁 : (웃음) 그 뒤로 비록 성인용은 아니지만 사랑에 관한 단편들을 많이 썼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요요>도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긴 하는데, 전혀 ‘성인’답지 않게 쓴 글이긴 해요. 사실 그 작품은 사랑보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요. 아, 포르노 여배우가 주인공인 소설도 있어요. 하지만 전혀 야하지 않죠.(웃음)

 

알라딘 : 현재 작업 중이신 작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곧 만나볼 수 있을까요?

 

김중혁 : 단편집은 내년 정도에, 올해 안에는 문학과지성사에 연재한 장편 소설이 있어요. 죽으면 남겨진 것들 중에 부끄러운 것이 있나요? 뭐 일기장이라던가, 기억이라던가.

 

알라딘 : 저는 물건 말고 어떤 순간은 있어요. 제가 행동했던 어떤 순간…

 

김중혁 : 지워버리고 싶은 물건은 전혀 없어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일기장이라던가…

 

알라딘 : 아… 있어요. 컴퓨터에 있는 예전의 사진들이요.

 

김중혁 : 아! 그런 걸 지워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요.

 

알라딘 : 와, 흥미로운 내용인데요! 출간일만 손꼽아 기다릴게요.(웃음)

 

라스처럼 질문 드려 볼께요. 김중혁에게 음악이란?

 

김중혁 : 음악은 피부다. 피부가 몸을 지켜주는 방어막 같은 거잖아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듣게 된 게 상대방으로부터 절 보호해주는 방어막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지금도 길거리 다닐 때 시끄러운 소음으로부터 절 보호하기 위해서 음악을 듣곤 해요. 음악은 피부처럼 저를 보호해주고, 체온도 유지해주는 중요한 존재인 거죠.

 

알라딘 : 지난 인터뷰 때 추천 도서 목록을 말씀해주셨으니, 이번에는 책 특성상 추천 음악 리스트를 여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미 책에 많은 음악들을 추천해주셨기 때문에 책으로 대신하면 될 것 같아요. 책의 뒷면에 또 깨알 같이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음악 리스트를 넣어주셔서 잘 듣고 있어요.(웃음) 2년 전처럼 유쾌한 오늘의 만남,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도 당분간 자주 듣게 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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