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서사는 우리를 취약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말하고 곱씹고 퍼즐조각을 맞추듯 이야기를 해석한다. 해석하다 보면 ‘날 취약하게 만들었던 이야기‘가 방향을 틀어 힘을 갖게 되는 순간과 만난다. 이를테면 정상성의 궤도에 머무는 기존의 이야기들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순간들. 이 순간이 지나면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고, 사회가 정해둔 길로 갈 수 없다. 이 힘의 세계, 긍정의 세계, 정상의 세계가 ‘우리‘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이 막혀 있기에 다른 길을 꿈꾼다. 지금의 삶을 살 수 없기에 다른 세상을상상한다. 상상하기 위해 가능성을 찾는다. 가능성이 보여야 상상을하고 새로운 행보를 할 수 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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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성과사회의 여성들은 우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불안을 덮어쓴다. 우울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 불가능없는 신화속 세상에서 자신만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불안은 커진다. - P148

직장이 괜히 직장인가. 그곳에서 일할 이유가 있으니 직장이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다. 돈 벌기 위해 하는 일일지라도,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것을 바랐을 뿐인데, 우리는 야금야금 미쳐갔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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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성실한가‘ 묻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성실은 눈금없는 자이다. 그것으론 무엇도 잴 수 없음을 알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그 자를 가져다 댄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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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 탈모, ADHD, 갱년기의 사회학 크로마뇽 시리즈 4
피터 콘래드 지음, 정준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시기에 따라, 환경에 따라, 필요에 따라 병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은 사실인 듯. 내용이 자세한 것은 장점인데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나중에는 좀 지루해진 바람에 대충 읽었지만 ‘의료화‘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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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질병을 마케팅함으로써 약품을 홍보하는 방식은 제약 업계에서흔한 일이 되었고, 이는 소비자 대상 직접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더욱 수익성 높은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P275

변화하는 의료 체계 속에서 소비자는 중요한 참여자가 되었다.
보건 의료는 상품화되고 시장의 힘에 좌우되면서 점차 다른 소비재나 서비스와 닮아 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의료보험을고르고, 시장에서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며, 의료 기관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소비자가 되었다. 이제 병원과 의료 기관들은 환자를 소비자로 두고 경쟁하게 되었다.  - P280

의료화의 측면에서 관리 의료는 보상인 동시에 제약이다.
이는 특히 정신의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관리 의료는 정신적·감정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심리 치료의 보험적용 범위를 크게 축소했지만(Shore and Beigel 1996), 향정신성의약품 보장에는 훨씬 너그러웠다. 이로써 관리 의료는 성인과아동을 대상으로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을 늘리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Goode 2002). 의사들 역시 정신 질환에는 [심리 치료가아닌] 약물 처방을 해야 관리 의료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약물치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 P285

의료화의 확대를 추진하는 동력은 의료 전문가, 전문가나 조직간의 경쟁, 사회운동, 이익집단에서 생명공학, 소비자 관리 의료 기구로 변하고 있다. 의사는 여전히 의학적 치료의 문지기역할을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의료화의 확대와 수축에 있어서점차 종속적인 위치가 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의료화의 동력이 되는 주체들이 급증하면서, 이제 전문적인 의료화 주장제시자들보다 기업과 시장의 이해관계가 의료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P287

사회의 광범위한 의료화에 대한 내 주된 우려는 인간의 다양성을 병리로 바꾸어 놓는다는 점이다. 학습 능력의 차이는 ADHD나 학습장애가 되고, 성욕이나 성 기능의 차이는 성기능장애가된다. 극단적으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행동은 성 중독, 쇼핑 중독 인터넷 중독이 되고(Quinn 2001), 개개인의 성격이나 외모 차이에는 사회공포증이나 특발성 저신장증 같은 진단이 내려진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반적인 삶의 사건, 즉 임신에서 출산, 완경 같은 자연스러운 일들을 의학적 사건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가슴 크기, 작은 키, 대머리를 의학적 증강이 필요한 문제로바꾸어 놓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유전학적 개입을 통해 작은 키, "중독"에 대한 취약성, 낮은 학습 능력과 운동신경 등 우리가 병리라고 생각하는 특성을 사전에 배제한 태아를 디자인하게 될지 모른다. 모든 인간적 차이를 병리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이를 진단할 수 있는 질병으로 간주해, 의학적 개입의 대상으로삼을 것이다. 낸시 프레스의 지적대로, "의료화는 단순히 인간기능의 다양성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들을 병리화한다"(Press 2006, 138). 가장 큰 위험은 모든 차이를 병리화함으로써 인간 삶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갉아먹게 된다는 점이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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