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말하다


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소리 없이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지요. 가까이할수록, 잡으려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이 바로 말입니다. 엄청난 학식으로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해서 쏜살같이 지나가는 말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전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내일 있을 말은 물론이거니와 어제 흘렸던 말 역시 마찬가집니다. 존재하지도 않은 미래를 이야기하거나 과거라는 시간을 통과하는 순간 말은 그 원래의 성격을 잊어버립니다. 말이 갖는 함축성은 듣는 이로 하여금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수십개의 잔가지를 뻗으며 뇌리 속에 각인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각색되어 타인에게 전달됩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혹은 분노의 감정이 포함된다면 기름을 뒤집어 쓴 불꽃처럼 엄청나게 불어나기도 합니다. 말은 생활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닙니다. 부디 한마디의 말에 현혹되어 그 실체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십시오.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 말, 말, 말의 무서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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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기념회

 알라딘 블로거로 활동 중인 파란여우님이 그간의 서평을 정리해 책으로 출판했다. 그 전에 몇 번 이름은 들어봤지만 관심을 갖고 그의 글을 찾아 읽지는 않았는데 알라딘 메인에 걸린 그녀의 출판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봤다.
  일단 그녀의 블로그를 통해 그간의 행적을 유추해봤다. 공무원 생활을 때려치우고 귀농, 염소를 키우며 살고 있으며 그즈음 시작된 본격적인 책읽기로 5년 동안 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물론 대충 읽고 넘긴 것도 아닐 것이고 알라딘 블로그에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서 올렸을 테니 그 시간과 노력은 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책이 출판된 상황 때문인지 현재의 블로그에서는 직접 서평을 읽을 수 없지만 나머지 글들을 통해서나마 그녀의 ‘글빨’을 가름해 볼 수 있었다. 서평이든 일상을 적은 글이든 한 가지 소재에서 시작된 글이 가지를 뻗으며 그 영역을 사회, 문화, 역사, 예술로 넓혀나가고, 서로의 공통점과 이질적인 면을 적절히 배합해 하나의 주재로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기성 작가 못지않았다. 오히려 기성작가들 같았으면 이슬만 먹고 사는 외계인쯤으로 치부하고 말았겠지만 알라딘이라는 둥지에서 오랫동안 먼 이웃으로 공존해온 파란여우님의 경우에는 그 존재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오며 가며 만난 동네 사람이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아무게 였더라는 식의 놀라움과 나는 왜 그렇게 되지 못했는지, 나는 왜 그렇게 할 수 없는가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똑같은 그림을 보거나 똑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내가 얻고 느끼는 것은 단지 그 상황의 단면에 불과할 뿐, 깊이 있는 분석과 날카로운 성찰은 부족하게만 보였다. 어떤 시선으로, 어떤 느낌과 방법으로 생각하기에 그런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이해가 가능한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머릿속에 맴도는 그런 복잡한 생각들을 어떻게 유려한 글로 풀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함을 넘어 불안함으로까지 다가왔다. 물론 파란여우님이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독서와 깊이 있는 생각, 그리고 적절한 메모가 쌓여 지금의 글이 완성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글에 ‘미친’ 그녀의 입장일 뿐 나에게는 쉽게 다가오거나 설명되지 못했다. 당신네들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단편적이고 어설픈 이런 내 글들을 보자니 한숨만 더 깊어져버렸다.
  세상에 잘나가는 글쟁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기성작가 못지않은 그들의 배 아픈 행보를 보자니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어깨를 내리누르는 의기소침이 동시에 몰려오는 것 같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들의 생각의 깊이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글이라는 결과물과 그 부속물이 부러운 것은 아닐까 반문해본다. 책이나 사회현상, 일상의 일을 글로 표현하고 블로그에 올림으로써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방문자가 다녀가고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 그 껍데기가 부러운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글을 쓰고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나의 느낌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부턴가 이런 글도 남이 읽어 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가 적은 글을 누군가가 읽지 않는다면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반문한 적이 많았다. 물론 그럴 때마다 누구를 위한 글쓰기가 아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글쓰기임을, 책이나 여행, 일상에 대해 되돌아보고 정리해 보기위한 것이라고 되새겨 보지만 가끔씩 치밀어 오르는 과시욕은 사라지질 않았다.
  결국 문제는 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을 뽐내려고 하는 허세에서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파란여우님의 멋진 글과 수많은 댓글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좋은 글들은 어디 하루아침에 써 지겠느냐 말이다. 오랜 시간 자신과, 독서, 글쓰기에 대한 투철한 연마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경지이기에 그 외형만을 흉내 내려고 한다면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욕심과 부러움을 삭히고 글에 대한 처음의 생각으로 돌아가야겠다.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야 없겠지만 일단 자신에게 충실해져야겠다. 더 많이 읽고 더 깊이 생각해야겠다. 좀 더 솔직해지고 더 자주 메모해야겠다. 작가의 의도를 뒤집어 생각해보고 그 결과를 한발 앞서 추론해봐야겠다.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담으려하지 말고 핵심이 되는 내용을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 그리고 글을 통해 나를 되돌아봐야겠다.


- 2009/12/04
    파란여우( http://blog.aladin.co.kr/bluefox )님의 블로거를 보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에 몇 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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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쿠 2009-12-0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멋진 글을 쓰고 계시는걸요. 저는 책을 잘 읽지 않아서인지 요즘은 가끔 헤깔리는 한글도 있을 정도에요. >.< 제가 보기엔 쓰신글 이해가 잘 될 정도로 멋진 글 실력이 아닐까 싶네요. 블로그 글들을 왠만하면 큰 주제만 보고 넘기지만, 이 글은 읽기가 매우 편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갑니다.
저도 블로그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봐주길 원하는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방문자가 계속해서 줄어들면 글이 줄어들고,, 몇주뒤에 다시 포스팅을 시작하고.. 반복되는 블로그네요. ^^
그리고 제 생각은 블로그의 질과 방문자 수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떤 곳은 연예기사를 빨리 올려서 베스트 블로그가 되는곳도 있구요. 어찌보면 세상 원리랑 비슷한듯, 결국, 블로그도 사람들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마케팅이 아닐까요?! 훌륭한 글쓰기는 기본 조건은 되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 결국..

쓸대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모쪼록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참 그리고 올블로그에 어제 베스트 글에 있더군요. ^^ 축하드립니다.

프리즘 2009-12-06 22:52   좋아요 0 | URL
누가 봐준다고 좋은 글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응원은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인기를 위한 ‘보여주기’식 글도 또한 문제겠죠. 요즘엔 스스로를 많이 되돌아봅니다. 건강하세요~
 
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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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글을 잘 썼기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요리했기에...’ 하는 마음이 부러움과 함께 밀려왔다.
 소설이라는 걸 써 보려고 몇 날을 바동거린 적이 있었다. 평소 즐겨 써오던 여행기에 소설적 사건을 추가해 작은 단편을 하나 써보려고 했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만큼은 '김훈 저리가라'였지만 이를 구성하고 써내는 능력은 갓 글 읽기를 시작한 유치원생 수준이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은 많되 그것을 내 것으로 써내려갈 실력은 되질 못했다. 결국 한 움큼의 머리털만 뽑아버린 체 간단한 산문으로 마무리했었다.
 그렇게 어려운 소설을, 단편도 아닌 장편을, 그것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 자체는 부러움을 너머 범접하기 힘든 신의 경지처럼 다가왔던 게 사실이었다. 약간의 자괴감과 신에 대한 경외감이 뒤섞인 마음으로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펼쳤다.

 소설의 배경은 정신병원. 미쳐서 들어온 이들과 들어와 미쳐버린 사람들이 세상을 비웃으며 살아가는 수리 희망병원을 무대로 한다.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이곳까지 오게 된 이수명은 같은 날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끌려오는 류승민을 만난다. 하지만 첫날부터 류승민의 탈출소동에 휩싸여 호된 신고식을 치른다.
 두 젊음은 단절된 세상과의 끈을 잡기위해, 불행했던 과거의 기억과 자신을 옭죄려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모든 시도가 실패로 끝났고, 급기야 류승민은 시력마저 잃어버려 자포자기하며 현실에 멈춰 버린다.

 정신병원이라는 특수한 상황, 세상과 담을 쌓은 체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무엇이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내동댕이쳤는지 모르지만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체 좀처럼 나오려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 속에 자신을 숨겨버리고 미쳐버린 세상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하지만 '미쳤다'고 손가락질 하는 세상과는 달리 오히려 그 속에서 평안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닫혀버린 마음의 문보다 더 육중한 철문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기에.

 그들은 세상을 향해, 자신을 등진 세상을 향해 모든 열정을 쏴 버리려 한다. 계속되는 탈출 실패와 약물치료, 폭력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억압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지금 막 시작되었다. 자유를 향한 그들의 비행에 박수를 보낸다.
 봄 햇살 같은 미소가 글 속에 녹아있는 것 같다. 봄바람 같은 간결함과 간간히 섞인 유머가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잘은 모르지만 세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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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이혜승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쌍둥이라는데... 어떻해~”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들뜬 목소리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근심과 걱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첫째아이 돌을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쌍둥이라니. 물론 ‘쌍’이 갖고 있는 ‘Double(두 배)’의 기쁨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세 명의 아이를 누가 돌보며 이들에게 들어가는 엄청난 양육비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하지만 막상 쌍둥이들이 태어나자 이런 외적인 어려움보다는 어린 쌍둥이 동생을 마주하게 된 첫 아이에 대한 문제가 더 급하게 다가왔다. 어린 두 동생을 때리고 꼬집는 것은 다반사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떼를 쓰고, 고함을 지르는 등의 행동이 두드러지게 잦아졌다. 물론 부모의 사랑을 나눠 갖는 것에 대한 첫째의 질투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화내고 야단치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커가는 아이들에 비해 특별히 변화된 것은 없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문득 내가 자녀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정작 그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봤다. 

 “그래, 사랑하는 방법을 공부하자.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렇게 읽기 시작한 <부모>는 이전에 봤던 육아 관련 서적과는 접근방식부터 달랐기에 그 느낌도 자못 컸다. 자기 계발서로 유명했던 스펜서 존슨의 글이라 더 의미 있었는지 모르겠다.
 책은 일상에서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1분 교육법’을 강조한다. 1분 목표, 1분 칭찬, 1분 훈계와 같이 얼핏 들을 때는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 같았지만 그 가치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예화를 바탕으로 되짚어 본다.
 1분 목표, 먼저 아이에게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게 한다. 단 1분 이내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목표가 없는 삶이란 지도 없이 먼 항해를 떠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그 목표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정확한 목적지도 없이 어찌 제대로 된 출발점이 있을 수 있겠는가. 1분 목표는 좋은 시작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목적 달성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스스로 찾아보게 만든다.
 1분 칭찬, 아이의 잘한 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칭찬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했고, 어떤 점이 엄마, 아빠를 기쁘게 했는지 자세하게 말해준다. 얼마 전에 화제가 되었던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처럼 한마디의 칭찬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잘한 점을 찾아 칭찬해 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고, 긍정적인 생활방식을 키우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장점은 더 발전시키고, 단점은 극복될 수 있도록 내적 강화를 줄 수 있으리라.
 1분 훈계,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명확한 표현으로 즉시 훈계한다. 이때 아이의 가치는 존중해 주되 잘못된 행동만을 훈계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결과가 있게 마련인데 이를 잘 활용한다면 또 한 번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자신의 잘잘못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나이기에 주위의 엄마, 아빠가 도움은 필수적인 것 같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아이를 야단치다보면 잘못한 행동 이외의 모든 것까지 부정하고 단죄하려는 경향이 있다. 꼭 아이의 잘못만을 훈계해야지 아이의 존재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는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되지 싶다.
 부모가 알아야 할 세 가지 지침뿐만 아니라 이것이 왜 중요한지도 자세히 일러준다. 우리가 미처 실행하지 못했던 단순한 교육법을 막강한 결과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목표를 통해 자신의 할 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그 해결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칭찬은 아이들의 행동에 자신감과 확신을 주며 훈계를 통해서는 실수나 잘못을 바로잡아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문제를 미연에 해결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아이들의 ‘자존감’에 귀결된다고 하겠다. 여러 연구물을 통해서도 알고 있듯이 “스스로를 좋아하는 아이는 바르게 행동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단순히 아이들의 교육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고 읽었지만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엉터리 사랑이 아니라 부모도 아이들과 똑같이 웃고 우는 인간이라는 점을 인식한 체계적인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함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칭찬, 훈계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가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치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겠다.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어나서 밥 먹고 세수하고 출근하고, 서류 정리하고 수업하고 보고서 만들고, 아침부터 시작되는 하루를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은 아닌지. 그저 사고 없이 하루를 버텨내야하는 하루살이처럼 생활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그날 할 일을 정해놓고 퇴근할 때에는 그날의 일을 정리해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처세법이 없지 싶다. 그날의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으니 당연히 능률도 오를 것이고 흥미도 자연스레 뒤따라올 것이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또 얼마나 클 것이며 설사 실수가 있었다고 한들 다음에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직장, 학교, 군대, 교회, 공사장, 어디하나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에게도 최고의 처세서가 아닌가 싶다.
 이제 막 세 살을 넘긴 첫째아이에게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두고두고 읽으며 음미해야겠다. 책을 이끌어가는 화자인 헬렌이 마지막에 강조했듯이 ‘오늘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아내와 이웃들과 함께, 훗날에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봐야겠다. <부모>와 함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점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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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 국회의장 김형오의 우리 땅 생생 탐방기
김형오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사회에서 나름의 한 자리를 맡고 있는 어머니가 국회의원을 만나고 왔다며 받아온 책이다. 표지와 제목을 보니 텔레비전에서 몇 번 본적이 있는 정치인이 한명 등장했다. 국회의장이라는 칭호를 달고 적혀있는 이름은 다름 아닌 김형오.
 하지만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정치나 국회의원에 대한 뿌리 깊은 선입견, 가령 거침없는 공약으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놓고는 당선만 되면 태도가 돌변한다거나 자신들의 이권을 국익으로 포장해 추진하는 모습으로 각인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3류 무협활극은 정말이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그들이 출판한 책 역시 자신을 미화하고 정당화 시키는 내용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닌지, 대필이란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직접 쓴 글 인양 너스레를 떠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런 느낌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았었는데 화장실에서 읽을 책을 급히 찾다가 무심결에 읽게 되었다.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정감사 기간을 이용해 전국을 돌며 쓴 산문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수필가라는 이력답게 자연환경이나 문화재는 물론이고 산업시설을 돌며 느꼈던 내용을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적고 있다. 정치인의 글이라 어렵고 딱딱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는 편안하고 소박한 글 속에 묻혀버렸다.
 현역 의원이기에 드러내는 공치사 역시 어색하지 않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가 자신의 업적인양 포장하는 정치인과는 구별되기에 얄밉지 않다. 정치인이라는 선입견을 넘어서는 이런 점이 책을 놓지 않은 이유였던 것 같다.
 하지만 매 편지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홍보 팸플릿 같은 설명글은 조금 형식적으로 보인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에게 쓰는 편지에 포함된 비전문가(저자)의 소개 글이 편지의 진실성을 반감시킨다. 무지한 독자를 생각한 방편이겠지만 상대에 대해 가르치고 설명하려는 정치인 특유의 직업병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교사인 나 역시도 이런 권위적이고 교화적인인 태도가 은연중에 배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세간이 손가락질 하는 정치판이라는 곳에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이런 노력이라도 기울인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고 이를 쓰다듬기 위한 노력들이 모여 한국정치의 미래를 밝게 하리라.
 책 뒤표지에 적힌 "저자의 수익금 전액은 결식아동을 돕는 데 사용됩니다."는 문구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조금씩만 조절해도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워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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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2009-12-02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새삼 읽고서 놀란 책입니다.
정치인 답지 않은 글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아이러니.
김형오란 사람을 다시 보게 됐답니다.

프리즘 2009-12-06 22:53   좋아요 0 | URL
실제로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런 노력들이 모이면 우리 정치도 더 좋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