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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여행 라군 - 과학은 그리스 작은 섬 레스보스의 라군에서 시작되었다
아르망 마리 르로이 지음, 양병찬 옮김, 이정모 감수 / 동아엠앤비 / 2022년 2월
평점 :
아리스토텔레스가 과학자였다고? 철학에 노관심이라서 그런지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물학자이기도 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나름 고등학교 때 생물을 좋아했는데, 과학 선생님이 절대절대 말해주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심지어 레스보스의 라군(석호)에서 500여종의 생물을 관찰하여 <동물 탐구>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썼다고 한다. 물론 책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안타깝지만(특히 생물이나 동물의 관찰에는 그림이 필수인데 결정적으로 도해집이 소실되었다고 하니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림 실력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잘 알려졌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는 미케도니아 알렉산드리아 대왕의 스승이었다. 그러다보니 알렉산드리아가 한창 나이에 갑자기 사망했을 때 정치적 여파에 휩쓸려 레스보스섬으로 일종의 피신을 했는데 <동물 탐구>라는 책은 그 때 많은 부분이 기록되었다고 한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의 생물학자로까지 불리우기는 하지만 사실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그의 작업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자신이 기술한 동물들을 실제로 본 적 없이 다른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역사서들을 참고하여 개연성 없는 이야기는 버리고 나머지만 취하는 식으로 쓴 듯 한 기록도 많고 실제로 관찰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해부작업 없이 해부학적 구조를 잘못 설명하는 오류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리고 그런 일종의 '카더라'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출처 미표기'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오류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초로 관찰에 의거하여 생물을 기록하고 분류하려고 시도한 생물학자로 불리우는데 손색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어류란 식재료일 뿐이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걸 관찰하고 이해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다는 점이 포인트다(책에서는 그리스인들에게 어류는 '욕망의 대상이었지 철학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멋진 표현을 사용한다). 게다가 생명이나 영혼과 같은 철학적 개념을 생물학과 접목시키려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책에서 다루는 중점 내용은 생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이지만 그의 철학적 사고가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어 (철학이 어려운 개인적인 입장에서) 좀 난해한 부분도 있었다.
본문만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저자는 생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를 무조건 우쭈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나 명백한 오류에 대해서 가차없이 까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명체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했던 진정한 과학자였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지 분량이 방대한 반면 실제 다루는 생물의 종류는 빈약해서(아마도 기록의 소실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좀 아쉽긴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물학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굉장한 소득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