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티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 서광사 / 1990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너무 거창한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간행된 스피노자에 관한 연구서적과 논문들을 살펴보면 이 말을 부분적으로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데, 68혁명 전후의 프랑스에서 간행된 게루, 마트롱, 마슈레이, 발리바, 그리고 들뢰즈의 주해서가 그렇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간행된 컬리의 저작선집과 요벨의 연구서적과 편저가 그러하다. 사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엄격함과 난해함으로 전문철학자들도 상당히 꺼려했던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스피노자 전공자는 꽤 드물다. 그러나, 이진경 선생이 '근대 속에서 탈근대를 사유한 철학자'라고 평했던 것처럼, 스피노자를 깊이 공부하면 그만큼 철학적인 학자도 없다.
우선, 그의 주적인 '에티카'를 읽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이슬람 철학을 공부해야 하고, 토미즘과 둔스 스코투스 등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 아니, 중세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데카르트의 사유에 대해 정통해야 하며, 라이프니츠와 서신을 주고 받았던 것처럼, 그의 철학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호이겐스가 그와 친분이 있었던 것처럼, 근대의 과학에 대해서 알아야 하며, '에티카'의 방법론인 기하학에 정통해야 한다. 물론, '에티카' 및 그의 주요저작이 라틴어로 쓰인 점을 감안해, 라틴어를 독해할 줄 알아야 한다.
(1910년 즈음에 나온 라틴어 판본은 구할 수 없을 것이다. 1980년 즈음에 독일에서 라틴어-독어 대역본을 구하라!) 마지막으로, 당시의 네덜란드의 정치적 혼란과 드 비트 형제와의 친분, 그리고 '신학-정치학 논고'에서 그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한다면, 당시 홉즈의 사유와 근대의 민주주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 주변의 인물에 대해서만 개괄한 것이다. 그의 사유체계 안에서는 '내재성' 개념, 'potentia/potestas', '자기 원인', '실체', '존재', '능산적 자연/소산적 자연', '속성', '양태', '코나투스', '인식의 3가지 종류'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에티카'를 읽어보되, 컬리가 편집한 저작선집(85년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 간행)을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꼼꼼한 라틴어/영어 개념비교와 함께 '신학-정치학 논고'를 제외한 저작들을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피노자 이후, 헤겔,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주석가들 이외에 네그리와 하트의 정치적인 변용 등을 살펴보라. 스피노자가 20세기 들어 상당히 연구되었지만, 이제 시작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피노자의 저작은 그만큼 중요하다. 긴 글을 여기 적을 수는 없을 것이다. 혹시 참고문헌이 필요하다면 메일을 보내달라. 가장 완벽한 참고문헌 목록을 내가 만들어놓았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정말 매혹적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아직까지 '에티카' 안에서 필연적인 오류를 발견한 것을 보지 못했다. 해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그런 비판은 요원한듯 하다. 정말 이 책은 철학 바깥의 철학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