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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패러독스 - 기발한 상상력과 통쾌한 해법으로 완성한 경제학 사용설명서!
타일러 코웬 지음, 김정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경제학' 하면 우선은 딱딱하고, 난해하고, 여러가지 수학적인 공식이 가득 찬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어찌할 수 없는 반응일 겁니다. 전공자들이라면 다르겠지만, 실제로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기본적인 원론서 수준의 책이나 경제용어에 대한 사전류를 대하다 보면 분명 내용이 난해하고 지루하고 딱딱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에 들어서는 책제목에 '경제학'이나 '이코노미'라는 단어가 들어간 일반인들을 위한 책들을 상당히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일반인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들려줄 이야기들이 많아졌다는 것일 수도, 아니면 조금 지루하고 어렵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경제학에 대한 관심과 인내의 수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일수도, 그것도 아니라면 어렵고 지루하고 딱딱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경제학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어서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능력있는 이가 많아졌다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한 책들의 특징은 우리의 일상에서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바로 본 이야기거리를 찾아서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인 듯 하구요.
'경제학 패러독스' 이 책도 우리가 생활할 때 대하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 예를 들면 음식점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그림이나 음악 감상에는 어떤 방식이 좋은 것인지 등에 대한 경제학자의 시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방식은 단순히 비용과 효과 또는 수익면에서의 효율을 따지는 죽은 경제학이 아닌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위해서 가장 적절한 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따뜻한 피가 흐르는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경제학이 그러한 유익한 경제학이 되기 위해서는 중간 크기의 엽서 뒷면에 내용을 모두 적을 수 있을만큼 간결하고 명확해야 하며, 주장하는 경제학의 논리가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독자들이 저자가 주장하는 경제학적인 면에서의 생활의 여러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해했다는 의미의 '아하'하는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을 통해,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경제학자를 깨우고 해방시키고 힘을 주기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센티브라는 윤활유를 통해서 움직이는 듯한 세상에서 금전적인 보상이나 처벌이 어떤 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될까? 보상과 처벌이 잘못 사용되어, 원하는 바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인센티브의 예들은 어떤 것이 있고, 그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고급 음식점이나 외국 여행 중에, 또는 집에서 요리를 먹을 때,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경제적일까? 사람들이나 데이트 상대에게 근사하게 보이고 싶거나, 혹여 오해로 인하여 인질이 되어 고문을 당할 때 상대에게 자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보일 수 있는 말이나 행동방식 등에는 어떤 것이 효과적일까? 우리는 자기 기만을 통해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세상을 행복(?)하게 또는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자기 기만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이러한 완충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게 하면서도, 특정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대가를 치루지 않고 자기 기만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음악이나 미술작품, 또는 책을 경제적으로 감상하거나 읽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장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지만 7대죄악 -교만, 탐욕, 정욕, 시기, 땀식, 분노, 나태-을 파는 극단적인 시장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경제학적으로 생각했을 때, 세상을 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빈곤을 퇴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등등등.....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안의 경제학자를 깨우기 위한 내용들입니다. 각각의 주제가 어찌보면 경제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인센티브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오류투성이의 세상적인 이론에서 벋어나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 본다는 것에 대해 조금씩 알수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녀에게 설거지를 시키려면 어떤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할까요? 용돈을 준다고 한다면 내 안의 경제학자는 아직도 잠자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이가 가족의 일원으로서 부모를 돕는다는 자긍심과 즐거움이라는 내적동기를 가지고 하는 일에 돈이라는 외적동기를 부여하여 역효가가 낼 수 있습니다. 자신도 집안 일에 한 몫을 하고 있으며, 가족 모두가 자신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건강한 내적동기를 가진 아이에게 설거지가 단순히 돈을 받기 위해 하는 일로, 부모는 가족이라기 보다는 일을 하면 돈을 주는 고용주와 같은 위치로 전락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자녀에게 설거지를 시키려면 가족으로서의 내적동기를 꾸준히 부여하고 격려하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 받는 사람에게 가치있는 선물을 주고자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보다는 경험하는 것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 착안하다면, 값비싼 CD보다는 콘서트 표가 더 낫고, 아이들이 커서 의미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면 차를 살 돈보다는 해외여행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선물이 될 거랍니다.
위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언급된 몇가지 인상적인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저자는 세상을 경제학자의 눈으로 단순히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경제학을 이용하여 세상의 여러 일들을 설명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민들을 자신의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는 생각입니다. 일차적으로는 각각의 독자들이 살면서 더 좋은 것들을 얻어내는 방법들에 대한 일깨움을 전하고 있지만, 더 나아간다면 그러한 우리의 삶을 모아서 더 자유롭고 나은 사회를 꿈꾸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는 것은 '내 안의 경제학자를 활용하여, 나 자신을 위해서, 친구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의 가족들을',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를 위해서 더 나은 일을 꿈꾸고 실천할 수 있는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