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너무 파고들면 지치는 법이다. 결국은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여 나를 덮친다. 아무리 신나는 일이라도, 엔돌핀이 퐁퐁 솟아오르는 일이라도, 역시 피로는 알게 모르게 천천히 누적되어 왔을 것이다. 그래도 무려 2년이 조금 못 되는 동안 내 마음의 무언가를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었더랬다. 2017년을 맞이하며 문득 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 피로를 이겨내려고 억지로 억지로 막아보기보다는, 잠시 쉬어가면서 마음을 다잡아보기로 한다. 140자에 우겨넣은 수많은 사람들의 말의 파도 속에 너무 깊게 나를 몰아넣어 지치게 하기 보다는 멀리서 관망하며 조금은 가늘지언정 좋은 감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돌파구는 역시 소설의 바다로 향하는 것이다. 물론 내 삶에서 책을 아예 안 읽고 방치한 세월은 보름을 채 넘지 않았으니 작년에도 나름대로 꾸준히 책은 읽어왔지만, 기록을 게을리하기 시작하니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고, 그래서 2017년의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 2017년 1월의 기록이라도 남겨본다. 어덕행덕, 어차피 하는 덕질 행복하게 덕질해야지 지치면 잠시 쉴 때도 필요하다. 그 대상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 와중에 책은 야금야금 산 게 제일 어이없는 부분인데, 일단 집에 있는 책이나 좀 읽을 것을. 집에 있는 책을 읽어치우고, 공간이 없어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은 알라딘에 팔고, 야금야금 산 책은 언젠가 또 펼치겠지라는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 순환의 고리는 가늘고 길게 책을 읽기 위한 나 나름의 장치다. 책은 결코 배신하지 않음을 알고 있으니 이 고리가 문득 현재의 나를 갑자기 덮쳐 질식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01. 코난 도일을 읽는 밤 _ 마이클 더다 _ 을유문화사 _ 276쪽


  셜로키언을 넘어선 도일리언들이 들려주는 풍부한 코난 도일의 세계. 생각보다 그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02. 팬티 인문학 _ 요네하라 마리 _ 마음산책 _ 272쪽


  속옷의 고찰을 통한 다양한 인류 문화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잇는 에세이. 문득 궁금해했지만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던 질문들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어 흥미롭지만, 역시 일본 속옷 문화에 대한 고찰이 많아 조금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여사님이 더 고찰하고 다듬어 내놓을 시간이 주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모두에게나 같겠지.




03. 백만 광년의 고독 _ 김보영 외 6명 _ 오멜라스 _ 296쪽


  세계 천문의 해를 맞이해 선보였던 우주의 이야기들. 벌써 2009년의 일이다. 더할 나위 없는 김보영씨의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와 표제작인 박성환씨의 [백만 광년의 고독] 두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독서. 덧붙여서 [백만 광년의 고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 속 고독이 느껴지는 도입부가 매우 좋다.





04. 얼어붙은 섬 _ 곤도 후미에 _ 시작 _ 256쪽


  [얼어붙은 섬]의 화자가 담담히 서술하는 인간의 감정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읽다 맞이한 결말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05. 사요나라 사요나라 _ 요시다 슈이치 _ 노블마인 _ 230쪽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읽을 때 [사요나라 사요나라]와 [악인]은 둘 중 하나만 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렇다고.





06. 에마 _ 제인 오스틴 _ 민음사 _ 728쪽


  에마 우드하우스양의 오지랖에 진저리치며 도중하차한 뒤 몇 년 만에 다시 펼쳐 만난 에마 우드하우스양은 매우 사랑스럽다. 그 때의 나는 왜 그렇게 속이 좁았던 걸까.





07. 밤의 첼로 _ 이응준 _ 민음사 _ 276쪽


  이응준씨가 용기 있게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고발한 뒤, 처음으로 만난 작품. [밤의 첼로]에서 느껴지는 문학에 대한 고독한 구도(求道)가, 나에게는 사실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여전히 한국문학에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2017년의 나.





08. 러시안 윈터 _ 대프니 캘로테이 _ 시작 _ 512쪽


  읽고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넘겨야지, 하고 가볍게 시작한 책이 뜻밖의 보석임을 발견했을 때의 환희.





09. 하루살이 上 _ 미야베 미유키 _ 북스피어 _ 376쪽

10. 하루살이 下 _ 미야베 미유키 _ 북스피어 _ 384쪽


  상권을 사 놓은 시기는 에도 시리즈 컬렉팅의 과정에서 아주 초창기였으나 이제서야 [얼간이]를 읽고 [하루살이]를 읽었다. 두 작품 모두 연작 단편인듯 시작한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러 한데 어우러져 사건 해결의 클라이막스로 달려가는 과정이 아주 일품. [진상] 역시 [하루살이]에 여전히 남아있는 한가지 불씨를 되살린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빠른 시일 내에 구입하여 읽을 예정.





11. 상심증후군 _ 제스 로덴버그 _ 비채 _ 436쪽


  죽음을 통해 맞이한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엄청 유치하겠거니 하고 펼쳤으나 꽤 사랑스러운 이야기.





12.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_ 아서 코난 도일 _ 북스피어 _ 216쪽


  [코난 도일을 읽는 밤]에서 만난 작품이 떡하니 책장에 꽂혀 있어 매우 황당했으나 잽싸게 읽었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도일은 셜록 홈즈 보다는 에드거 앨런 포에 가깝다. 어디서나 느껴지는 거장의 그림자.





13. 롤리타 _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_ 문학동네 _ 560쪽


  English is not my first language! 그래서 가능했던 걸까, 나보코프의 언어유희는. 미국스러운 소설을 쓰고자 했던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한 번 읽었을 때, 롤리타는 '미국의 모텔들'이다. 한없이 펼쳐진 도로 위에 낮게 서 있는 건물과, 네온사인.





14. 활자 잔혹극 _ 루스 렌들 _ 북스피어 _ 264쪽 


  달드리 감독의 [더 리더]를 읽고 돌아와서 펼친 책이 [활자 잔혹극]이었던 것은 '활자'라는 단어와 강렬한 이 책의 첫 번째 문장을 기억하고 있던 나의 의식이 향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한나'가 떠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책 읽어주는 남자]를 다시 읽을 것!





15. 섀도우 _ 미치오 슈스케 _ 노블마인 _ 332쪽


  야쿠마루 가쿠의 [허몽]과 미치오 슈스케의 [섀도우] 중 먼저 나온 작품은 [섀도우]였던가. 다른 이야기가 비슷한 결말로 향한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섀도우] 승.





16. 구적초 _ 미야베 미유키 _ 북스피어 _ 352쪽


  [비둘기피리꽃]이라는 제목으로 예쁜 표지로 재출간되었던데, 작품을 읽어봐도 굳이 '구적초'로 번역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개정판에서는 소설 속에서도 '비둘기피리꽃'이라 지칭하는걸까?) 어쨌든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 리퍼브도서를 인터넷으로 구매한 책을, 개정판이 나온 이 시점에서야, 읽었다. 미야베 미유키는 초능력을 생각보다 엄청 좋아하는군. 다음 번 고모가 방문하셨을 때 추천해 드리고 나는 개정판을 살테야.





17.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_ 우타노 쇼고 _ 블루엘리펀트 _ 388


  설 연휴에 정말 시간 때우기 용으로 읽었고, 그 정도의 작품집이다. '집'이라는 공간의 의외성을 그리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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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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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리 아키마로는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로 제1회 애거서 크리스티상(이라 해봤자 영국도 애거서 크리스티와도 별 상관 없고 일본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듯)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작가인 듯하다. 일본에서의 입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나라에는 저 책이 번역되며 소개가 된 작가이니 그렇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어찌되었든 나도 그 이력과 '미학과 에드거 앨런 포'를 어떻게 녹여내는지 궁금하여 책을 펼쳤다 뜻밖의 로맨스에 당황하고 그것조차 미적지근해하다 책을 덮었던 기억이다. 다시 말해서 그냥 그랬다는 소리다. 이도 저도 아닌 듯한 애매한 소설, 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블랙 로맨스 클럽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가 출간되었다. (검정고양이의 후속작이 없는 걸 보면.. 크흑..) 그래도 한 번 더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펼쳤으나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만 것이다. 이 책은 [블랙 '로맨스' 클럽]이라는 라벨을 달고 있다는 것을...!


 

  사카즈키 조코는 과거 아역배우로 활동했던, 그러나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 두꺼운 안경과 긴 앞머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재수 끝에 고향을 떠나 도쿄의 도야마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추리연구회, 약칭 '추연'에 가입하기 위해 수많은 동아리의 유혹을 뿌리치며 추연을 찾아헤매던 중 무심코 들려온 단어에 냉큼 동아리에 가입을 해 버린다. 그러나 그 곳은 추리연구회가 아닌 '취연', '취리연구회'였는데… 조코로 하여금 '취연'에 가입하게 만든 이는 바다같이 깊은 눈동자를 지닌 미키지마 선배. 그리고 그들은 매일같이 술독에 절어 사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캠퍼스를 방황하며 술독에 빠졌다 나오길 반복하는 이들에게도 종종 수수께끼가 찾아오고, 그렇다 해도 거창한 사건이 일어나기보다는 소소한 의문점을 풀어나가는 정도로, 조코와 미키지마의 사연을 하나 둘 풀어나가며 그들의 썸이 순조로이 진행되는데 아주 찰지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의 작풍이 이러한 것인지, 역시나 수수께끼보다는 '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있으면서 아닌 척, 미스터리에 꽤 발을 걸친 척 하는 이 미묘함이 나로 하여금 이번에는 혹시? 하고 책을 읽게 만들었으나, 그럼에도 무언가 조금 부족하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그래도 '검정고양이'보다는 훨씬 더 캠퍼스를 누비는 청춘의 발랄함이 중점이 되어 있어(생각해보니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차이인가보다 이것이...;;) 애초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다는 생각으로 펼치기엔 이 작품이 더 낫다는 느낌. 무언가에 기꺼이 취할 수 있는 청춘의 단면을 상징하는 것이야말로 '아직 취하지 않은', '이름 없는 나비'의 알콜라이프를 빙자해 어딘가에 '취하고자 하는' 상큼발랄함을 느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청춘' 그리고 '로맨스'를 느끼고 싶을 때 펼치기 좋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역시 이 작품에는 미스터리의 색채가 거의 없다고 무방할 정도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역시 '청춘 연애 미스터리'의 탈을 쓰고 있는 이상 조금 더 미스터리의 측면이 강하면 좋았을텐데, 일상 미스터리의 측면에서 조금 더 재미를 느끼기에도 조금 부족하고, 그렇다고 '청춘 연애'를 강조하자니 '청춘'의 헛소리를 마음껏 누리기에도 조금 아쉽다. '취연' 멤버들의 술에 의한 다양한 기행들의 묘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본어의 번역투가 많이 강조된 점은 의도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읽는데 조금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는 점도 이왕 말한 김에 덧붙여본다.



  무엇보다 이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두 작품이다. 바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닷쿠 & 다카치 시리즈' 그리고 모리미 도미히코의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가 그러한데, 술과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측면에서는 '명징추리'의 닷쿠 & 다카치 시리즈가, 똘끼 넘치는 대학 생활의 묘사에 있어서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가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오는지라 그 사이의 왠지 모를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뭔가 애매한 듯 어정쩡한 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다. 이름 없는 독자는 아직 취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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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과학 수다 1~2 세트 - 전2권 과학 수다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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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언스, 25가지 난제 선정'이라는, 사이언스지에서 인간들이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각 분야의 도전 목록을 정리한 글이 꽤 오래 전부터 인터넷 공간을 떠돌아다녔던 모양이다. 우연히 얼마 전에 그 게시글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을 글을 새삼 다시 살펴봤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동안 과학 지식을 어마어마하게 비축한 덕분에 이제는 그 정도는 교양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 수다>를 읽고 있던 차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여러 번 진행한 '과학 수다' 중에서도 나름대로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를 선별해서 책으로 엮는 과정에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난제들의 목록도 어느 정도 참고를 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팟캐스트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각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이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러한 대화 혹은 수다를 종이에 활자로 새겨두는 것 역시 지나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일까, 과학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수다'를 엮어낸 <과학 수다>가 출간되었다. '수다'라는 단어만으로 마냥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딱딱해 책을 펼치기도 전에 흠칫 겁을 먹게하는 책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과학을 '쉽게' 설명해 달라는 것은 현대 과학이 이른 시점에서 지금까지 누적된 학문의 빛나는 성취를 모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과학이라는 학문은 몇 명의 천재들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무시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지성집단들의 끊임없는 의사소통과 탐구의 결과로서, 마냥 딴 세계인 것마냥 모른척 할 필요도 없다. 그 미묘한 경계에서 이루어진 수다가 책으로 엮였다. 뉴스에서 만난 '이런 기술이 가능하단 말이야?' 싶었던 3D 프린터의 등장이나 '빛보다 빠른 물체가 등장'했다는 놀라운 소식 그 이후 알지 못했던 이야기와 같이 과학과 그다지 인연이 없음에도 충분히 놀랄 만한 소재에서부터 기생충에 얽힌 오해(서민 교수님의 입담으로 또 빵 터지게 된 건 덤이다.ㅋㅋㅋ)나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황우석의 그림자와 같이 이모저모 공감할 수 있는 주제도 있었고, 정말 아예 문외한에 가까운 주제에 뭣도 모르는 무지로부터 나오는 용감함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낭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우주와 생명의 비밀에 대한 수다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 과학 수다를 읽으면서 매력적이었던 것은 과학과 사회는 뗄레야 뗄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3D 프린터, 줄기세포를 둘러싼 논란, 핵융합 에너지 등)를 통해 기술의 발달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과 결국 철학자들의 질문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생명이 작동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세상을 이루고 있는 구성 입자들은 무엇일까?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상상력으로 꿈꾸어왔던 시간 여행이나 투명 망토의 가능성을 '과학적 탐구'를 통해 해명해 보려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었다 할 수 있는 SF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다도 기다리고 있고.


  아직 수수께끼는 많이 남아 있음에도 가설을 통한 연역적 추론, 그 추론 과정을 확인해 나가는 관찰과 실험이라는 방법론이란 얼마나 매력적인지! '과학'이라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낭만은 바로 이런 식으로 발휘되는구나 싶어 그 시도를 해볼 만한 여건을 갖춘 그들이 새삼 부러워진다. 그렇기에 여기에 새삼 다채로운 '과학 수다'를 풀어놓는다는 것은 나의 이해력이 딸려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말빨 센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는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란다. 아마 나처럼, 이 세상의 수수께끼를 해명하고자 하는 과학의 '낭만'을 발견하고 다음 생에는 부디 물리학자로 태어나길 꿈꾸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사람은 과학 연구 결과가 어느 한순간에 탄생하는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나 뉴턴의 '사과나무'같은 건 그 상징이고요. 그런데 사실 과학 연구는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아요. 아로슈의 연구 결과도 100년에 걸친 이론과 또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실험이 축적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거든요._1권, p.127~128



그러니까 당대 최고의 과학자도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경망을 바꿔서 생각의 회로를 바꿀 정도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거예요. 아인슈타인이 양자론을 격렬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건 그 단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이런 양자론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끔 소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 그런 풍토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해야 해요. 왜냐하면, 미셸 푸코의 철학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라고 어느 누구도 요구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은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얘기를 해야 하나요?_1권, p.185



이렇게 오늘날 과학은 수많은 과학자의 협력 없이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나올 과학 이론은 실험이 가리키는 방향에 더욱더 의존해야 할지 모릅니다. (…) 이젠, 아인슈타인을 잊을 때입니다._1권, p.190~191



과학 기술에 대한 관점의 일관성 문제도 짚고 싶어요. 핵 발전소를 옹호하는 이들의 가장 큰 오류는 '모든 문제를 과학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라는 맹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분명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방사성 폐기물은 그 대표적인 예죠._1권, p.216



그런데 SF에서 중요한 것은 거기서 등장하는 과학의 실현 가능성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특정한 과학 기술이 등장하는 SF 속의 세계가 얼마나 모순 없이 창조되었느냐는 거예요._2권,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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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살인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4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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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학 중에서도 꽤나 직관적인 영역에 속하는 기하학은 그리스 문명이 꽃을 피울 때 이미 연역적인 체계가 완성되었다. 무정의 용어와 명백히 참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을 공준과 공리로 상정하여 연역적으로 도형의 성질들을 추론하는 <원론>에 그 정수가 담겨 있다. 누구나 3차원 평면 세계에서 명백히 받아들여지는 다섯 개의 공준은 다음과 같다.


  1. 임의의 점과 다른 한 점을 연결하는 직선은 단 하나뿐이다.
  2. 임의의 선분은 양끝으로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
  3. 임의의 점을 중심으로 하고 임의의 길이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릴 수 있다.
  4. 직각은 모두 서로 같다.
  5. 두 직선이 한 직선과 만날 때, 같은 쪽에 있는 내각의 합이 2직각(180˚)보다 작으면 이 두 직선을 연장할 때 2직각보다 작은 내각을 이루는 쪽에서 반드시 만난다.


  그런데, 문장으로도 충분히 명백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1,2,3,4공준과는 달리 흔히 평행선 공준으로 알려져 있는 제5공준은 다른 공리들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정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오랜 세월 수학자들은 제5공준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왔고, 그 결과 뜻밖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유클리드 제5공준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충분히 기하의 연역 체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입증했는데 이것이 바로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다. 제5공준이 성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발상의 전환은 구면기하학을 비롯해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이끌어냈다.


  점, 선, 그리고 면. 2차원의 평면 위에서 가장 먼저 구성되는 도형은 무엇일까? 바로 모든 다각형의 기본 요소가 되는 삼각형이다. 점과 선을 연결하여 평면의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는 첫 번째 도형, 삼각형. 그래서였을까? 3이라는 숫자는 수없이 많은 상징을 가지고 있다. 지니가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세 번까지이고, 언제나 가장 현명한 것은 셋째다. '서로 다른 논리나 시점을 만나게 하는 데 가장 고전적이며 보편적인 방법은 세 가지 입장을 나열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키시모토 마시시의 만화 <나루토>에서 센쥬 일족과 우치하 일족은 끝없는 반목을 반복해 왔으나 전설의 3닌자 '지라이야, 오로치마루, 츠나데'는 서로를 견제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표본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책상 위, 정교하기 그지 없는 오로치마루의 문신.

도가쿠시야마의 깊은 산속에서 지라이야, 쓰나데히메라는 두 괴인과 요술 실력을 겨루었다는 이 요술사는 지금도 미늘 옷을 걸치고 덥수룩한 가발을 쓴 채 사람들을 비웃듯 냉소를 흘리며 토르소의 등 뒤에서 당장에라도 주문을 외울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_p.19



  그리고 여기, 다카기 아키미쓰의 <문신 살인사건>에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적 발상과 삼각형의 완벽한 균형 속에서 자신의 완전 범죄를 그려보는 이가 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오묘한 문신 속에 감추어둔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옛부터 문신에는 몇 가지 금기가 있다고 한다. 뱀이나 이무기를 새기는 경우 겨드랑이 쪽은 꼭 비워둬야 한다거나, 지라이야, 오로치마루, 쓰나데히메의 삼자견제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이 셋을 동시에 새기지는 않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전후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문신에 매혹된 이들을 둘러싸면서 벌어진 참혹한 밀실 살인은 그 시작부터 파격적이다.



일례로 첫 번째 살인사건은 일본의 가옥 구조상 존재할 수 없다는 밀실 안에서 펼쳐진 지옥도였다.

게다가 오로치마루 문신이 사라진 뒤에 홀연히 나타난 거대한 민달팽이가 이 사건의 끔찍한 진상을 음산하게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다._p.24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개구리는 민달팽이를 잡아먹고, 민달팽이는 뱀을 녹여버려요. 이걸 이른바 삼자견제라 하죠._p.78


뱀과 개구리와 민달팽이, 이것을 한 사람의 몸에 새기면 그 세 마리가 서로 싸워 죽고 만다는 거지. 부탁을 받더라도 절대 새겨주지 않아. 문신사라면 절대 못 할 짓이야._p.84




  문신사로서는 꽤 이름을 날린 자의 딸로 태어난 노무라 기무에라는 여성은 등 전체에 오로치마루의 거대한 이무기를 새기고 있다. 법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마쓰시타 겐조는 학술적인 목적으로 참석한 파격적인 문신 대회에 참석했다가 노무라 기무에의 문신에 마음을 빼앗기고, 이윽고 그녀를 둘러싼 참혹한 밀실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밀실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본식 전통 가옥에서 단 한 군데, 완벽한 밀실 상태에 놓인 욕실에서 몸통이 사라진 토막난 시체 조각이 발견된다. 마치 뱀을 녹여버리기라도 한 듯 욕실에 나타난 민달팽이 한 마리는 이 사건을 더더욱 기괴하게 만들고,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빈틈이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다카기 아키미쓰의 충격적인 데뷔작이자 일본의 3대 명탐정으로 일컬어지는 가미즈 교스케의 첫 등장은 과연 비유클리드적 발상으로 범인의 속내를 밝혀낼 수 있을까?




나는 괴담 자체보다 괴담을 만들어내야만 할 정도로 절박한 인간의 심리가 훨씬 무서워. 이 사건도 에도 시대의 이야기 속 세상에나 나올 법한 분위기인 만큼, 이런 예스러운 포장을 두르고 있는 만큼, 오히려 범인의 의도를 추측할 수가 없어. 마치 박보 장기처럼.

그래. 난 이런 범죄 수사와 박보 장기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 완전한 판이라면 박보 장기의 올바른 풀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그 외의 방법으로는 풀리지 않고, 상대의 왕을 놓치고 말지._p.180




  그렇다. 분명히 범인은 밀실을 만들어냈고, 수사를 미궁에 빠지게 함으로써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완벽하게 마련했다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올바른 풀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틀림없겠지만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설의 데뷔작이라 일컬어지는 전대미문의 밀실 트릭을 독자에게 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고, 이에 모자라 문신 콜렉터 하야카와 박사의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이용해 풀어야 한다'는 말로 노골적인 힌트를 주고 있음에도 발상의 전환은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평행선은 절대로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는 진리 앞에서 두 평행선이 한 점에서 만날지도 모른다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적 발상은 밀실로 이루어진 욕실의 토막난 시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가? 문신이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요염한(?) 특성은 사건을 바라보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고,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는 진리를 부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덧씌워지는 밀실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은 더더욱 밀실을 더더욱 밀실답게 만들고 있으니, 결국 해결사를 부르는 수밖에 없다. 바로 가미즈 교스케를 말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어떤 일이든 나중에 돌이켜보면 신과 같은 지혜가 나오는 법이지._p.397




  그리고 가미즈 교스케의 풀이는 명징하다. 처음에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연역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모순이 없는 체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물론 쉽지 않지만 처음 만큼의 어려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밝혀진 다음 되돌아보면 이 이상의 해답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신 살인사건>의 결말 역시 그렇다고 일단 밑밥을 깔고, 조금의 사족을 더 덧붙인다면 역시 오랜 세월이 지난 작품이라는 점에서, 물리적 트릭을 사용하는 점에서 늘 느끼곤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아마 직접적으로 말하진 못해도 다들 어떤 기분인지 아시리라 믿는다.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밀실 트릭과 달리 이중 장치를 둠으로써 최근의 신본격 미스터리에서 맛볼 수 있는 밀실 트릭의 짜릿함이 그 아쉬움을 조금 덜어주고,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삼자견제의 팽팽한 균형, 그리고 그 기괴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문신이라는 소재가 전후 일본의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와 어우러져 마쓰시타 겐조가 헤매는 거리를 실감나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덧붙여 작가 후기에 덧붙여진 소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과정을 읽어보는 것 역시 훌륭한 지침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미즈 교스케 시리즈에서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해 색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단편도 실려있으니 어느 5층 주택에서 떨어진 시체의 행방을 (조금은 비현실적이게 느껴지는 트릭일지라도) 찾아보는 재미도 기다리고 있다.

 

 

* 참고 : 위키피디아(유클리드 기하학), 요네하라 마리, 유머의 공식,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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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마지막, 그리고 벌써 상반기가 지나갔네요. 시간 참 빠르다... 흑흑..ㅠ_ㅠ

  책 목록을 만들려고 지난 달 마지막 권수를 봤더니 59권. 헐..? 언제 이만큼 읽었죠? 예상 외로 많이 읽어서 당황당황 열매를 먹으며 6월에 읽은 책을 정리해 봅니다.



60. 나와 춤을 _ 온다 리쿠 _ 비채 _ 304쪽

 

 

  여사님.. 사랑합니다..♡ 온다 리쿠의 장편의 최고봉이 [유지니아]라면 단편의 최고봉은 [나와 춤을]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단은요, 일단 제가 읽은 데까지는!!

 


 




61. 파이어플라이관 살인사건 1 _ 마야 유타카 _ 북스토리 _ 264쪽

62. 파이어플라이관 살인사건 2 _ 마야 유타카 _ 북스토리 _ 272쪽

 

 

 

 

  마야 유타카 치고 얌전한 소설입니다. 재미는 있습니다만 좀 덜 충만한 똘끼와 너무한 분권 구성이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군요. 그래도 마지막 장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언젠가 다시 읽긴 읽을듯 합니다. 그냥 그런 채 지나가도 되지만 왠지 궁금해서 ㅋㅋㅋㅋ 아시는 분의 제보 기다립니다.. 헤헤..





63. 서루조당 파효 _ 교고쿠 나쓰히코 _ 손안의책 _ 472쪽

 

 

 

  우째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를 왕창 모으는 와중에 결국 먼저 읽게 된 것은 새로운 시리즈,군요. 뭐지. 메이지 유신 이후 급변하는 근대 일본에서 자신만의 책 한 권을 찾아다니는 사람, 그리고 그런 책을 팔아 책을 공양하는 서루조당의 주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직접 등장하거나 혹은 지나가듯 언급되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도 있는데 이즈미 쿄카와 나쓰메 소세키 밖에 모르겠더군요. 게다가 그 밖의 인물을 굳이 찾아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이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왠지 그 시절의 일본의 이야기는 뭔가 꺼려지는 탓도 있고요.....ㅋㅋㅋㅋ 결국은 자가당착이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흑.. 걍 괜히..;;






64. 우리가 고아였을 때 _ 가즈오 이시구로 _ 민음사 _ 452쪽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빛깔을 바꾸며 등장해 깜짝 놀란 소설입니다. 탐정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부모님의 행방을 찾으려 하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의 상하이에서의 어린 시절, 그리고 다시 찾은 전쟁 중인 상하이에서 그가 만나게 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고아였을 때'의 상징성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남아 있는 나날]과 닮은 듯 닮지 않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세계는 계속해서 만나보고 싶습니다.







65. 뱀이 깨어나는 마을 _ 샤론 볼턴 _ 엘릭시르 _ 624쪽

 

 

 

  뭔가 현대적인 고딕 소설 어쩌고 하길래, 그 와중에 감각적인 표지에 왠지 모를 [탐정 매뉴얼]의 망삘이 들었으나 제 예상을 엇나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언가 결핍되어있는 여자 주인공이 유령과 뱀 소동, 그리고 그를 잇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다시 찾아가는 성장적인 요소가 흥미롭습니다. 캐릭터들이 아주 잘 그려져 있어서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66. 로봇 _ 카렐 차페크 _ 모비딕 _ 216쪽

 

 

 

  [도롱뇽과의 전쟁]을 읽을 당시 카렐 차페크가 '로봇'이라는 용어의 시초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모비딕에서 [로봇]이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기회에 그의 희곡을 읽게 되었어요. 역시 그의 통찰력은 대단합니다. 이 희곡에는 앞으로의 SF 소설 속 인공지능 (기타 등등)의 요소들의 클리셰..라 하긴 좀 그런가, 어쨌든 그에 대한 통찰이 아주 돋보입니다. [도롱뇽과의 전쟁]과도 결을 비슷하게 하고 있구요. [로봇]과 [도롱뇽과의 전쟁]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함께 읽어보고 싶어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인간이 바라는 최고의 유토피아의 모습을 꿈꾸던 이들에게 어떤 일이 닥치게 될까요?







67. 치아키의 해체 원인 _ 니시자와 야스히코 _ 북로드 _ 416쪽

 

 

 

  그 시체는 왜 토막났을까! 해체에 대한 흥미로운 해설들.

 

 

 

 

 

 68. 집 나간 책 _ 서민 _ 인물과사상사 _ 328쪽

 

 

  재미있게 칼럼을 읽고 있는 기생충학의 권위자 서민 교수님(a.k.a. 알라디너 마태우스님)의 서평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입담과 책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 책을 사회에 녹여내는 말솜씨에 웃다가 울다가, 했습니다. 제일 먼저 영업당한 책은 여태 계속 꽂아만 두고 있는 [리뎀션]이지요. 흐흐.






69. 사기꾼 _ 에드 맥베인 _ 피니스아프리카에 _ 276쪽

 

 

 

  현재 제일 판치고 있는 범죄가 바로 이 사기 아닙니까? 큰 사건 작은 사건 어디있나 여기있지. 사기꾼과 살인범의 멋진(?) 콜라보레이션(?).





70. B컷 _ 김태형 외 6인 _ 달 _ 416쪽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한 책 표지들과 그에 대한 작업과정을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표지족들이여, 한 번쯤은 들춰보소서!

 

 

 

71. 벚꽃, 다시 벚꽃 _ 미야베 미유키 _ 비채 _ 632쪽


72.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_ 앤터니 호로비츠 _ 황금가지 _ 424쪽

 

 

 

  이 대형 떡밥은 지나칠 수가 없다! 그래도 셜록 홈즈가 보고 싶네요. 훌쩍. 나중에 나타났지만.

 

 

 

  6월을 마지막으로 장식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고 있는데요, 와 3일간 50페이지 읽었어요... 핵노잼이라 그냥 제끼고 다른 책부터 읽어야겠다며 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달에는 비소설을 두 권이나 읽어서^_^ 개인적으로 괜히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2월에 못 읽은 걸 만회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헤헤..

  6월의 마지막 날을 반가운 장밋비로 장식하고 7월부터 또 달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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