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모리 아키마로는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로 제1회 애거서 크리스티상(이라 해봤자 영국도 애거서 크리스티와도 별 상관 없고 일본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듯)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작가인 듯하다. 일본에서의 입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나라에는 저 책이 번역되며 소개가 된 작가이니 그렇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어찌되었든 나도 그 이력과 '미학과 에드거 앨런 포'를 어떻게 녹여내는지 궁금하여 책을 펼쳤다 뜻밖의 로맨스에 당황하고 그것조차 미적지근해하다 책을 덮었던 기억이다. 다시 말해서 그냥 그랬다는 소리다. 이도 저도 아닌 듯한 애매한 소설, 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블랙 로맨스 클럽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가 출간되었다. (검정고양이의 후속작이 없는 걸 보면.. 크흑..) 그래도 한 번 더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펼쳤으나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만 것이다. 이 책은 [블랙 '로맨스' 클럽]이라는 라벨을 달고 있다는 것을...!


 

  사카즈키 조코는 과거 아역배우로 활동했던, 그러나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 두꺼운 안경과 긴 앞머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재수 끝에 고향을 떠나 도쿄의 도야마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추리연구회, 약칭 '추연'에 가입하기 위해 수많은 동아리의 유혹을 뿌리치며 추연을 찾아헤매던 중 무심코 들려온 단어에 냉큼 동아리에 가입을 해 버린다. 그러나 그 곳은 추리연구회가 아닌 '취연', '취리연구회'였는데… 조코로 하여금 '취연'에 가입하게 만든 이는 바다같이 깊은 눈동자를 지닌 미키지마 선배. 그리고 그들은 매일같이 술독에 절어 사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캠퍼스를 방황하며 술독에 빠졌다 나오길 반복하는 이들에게도 종종 수수께끼가 찾아오고, 그렇다 해도 거창한 사건이 일어나기보다는 소소한 의문점을 풀어나가는 정도로, 조코와 미키지마의 사연을 하나 둘 풀어나가며 그들의 썸이 순조로이 진행되는데 아주 찰지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의 작풍이 이러한 것인지, 역시나 수수께끼보다는 '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있으면서 아닌 척, 미스터리에 꽤 발을 걸친 척 하는 이 미묘함이 나로 하여금 이번에는 혹시? 하고 책을 읽게 만들었으나, 그럼에도 무언가 조금 부족하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그래도 '검정고양이'보다는 훨씬 더 캠퍼스를 누비는 청춘의 발랄함이 중점이 되어 있어(생각해보니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차이인가보다 이것이...;;) 애초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다는 생각으로 펼치기엔 이 작품이 더 낫다는 느낌. 무언가에 기꺼이 취할 수 있는 청춘의 단면을 상징하는 것이야말로 '아직 취하지 않은', '이름 없는 나비'의 알콜라이프를 빙자해 어딘가에 '취하고자 하는' 상큼발랄함을 느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청춘' 그리고 '로맨스'를 느끼고 싶을 때 펼치기 좋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역시 이 작품에는 미스터리의 색채가 거의 없다고 무방할 정도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역시 '청춘 연애 미스터리'의 탈을 쓰고 있는 이상 조금 더 미스터리의 측면이 강하면 좋았을텐데, 일상 미스터리의 측면에서 조금 더 재미를 느끼기에도 조금 부족하고, 그렇다고 '청춘 연애'를 강조하자니 '청춘'의 헛소리를 마음껏 누리기에도 조금 아쉽다. '취연' 멤버들의 술에 의한 다양한 기행들의 묘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본어의 번역투가 많이 강조된 점은 의도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읽는데 조금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는 점도 이왕 말한 김에 덧붙여본다.



  무엇보다 이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두 작품이다. 바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닷쿠 & 다카치 시리즈' 그리고 모리미 도미히코의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가 그러한데, 술과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측면에서는 '명징추리'의 닷쿠 & 다카치 시리즈가, 똘끼 넘치는 대학 생활의 묘사에 있어서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가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오는지라 그 사이의 왠지 모를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뭔가 애매한 듯 어정쩡한 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다. 이름 없는 독자는 아직 취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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