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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ㅣ 미슐레의 자연사 1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솔직히 고백하건대 만약 누군가가 이 책을 추천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외모>(책으로는 표지와 제목이 되겠다.)라는 첫인상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단 [바다]라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바다]라는 것은 비록 명사지만 얼마나 추상적인가? 만약 [바다]라는 제목의 책을 쓴다고 하면 얼마나 두꺼운 종이가 필요할까?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나 자원 같은 것만 다 적어도 엄청난 두께의 책이 탄생할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400쪽도 안되는 책이 감히 [바다]라는 제목을 들고 나왔으니….
사실 나 자신이 뭔가 수학처럼 딱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고 감상적인 내용이 많이 담긴 책을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특히 폭풍우를 묘사하면서 "그래 괴물아, 뭘 원하는 거냐? 사방에 보이는 난파에 취했구나, 뭘 더 바라느냐? - 너와 세계의 죽음을, 지구의 멸망을, 카오스로의 회귀를"(p.84)과 같은 문구를 보고 있으면 닭살이 돋으면서 글쓴이가 과대망상이 아닐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나마 3부 <바다의 정복> 부분에서는 감상적인 내용에서 비교적 벗어난 이야기가 많아서 즐겁게 독서할 수 있었다.
글쓴이가 이 책에서 하고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처음으로 생명을 나은 바다를 인간은 존중하고…모든 종이 자연의 기능을 누리도록 해야한다."(p.295~296) 이에 대해서는 나도 적극 공감하고 있다. 사실 우리 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이면서도 바다를 소홀히 다뤄오고 있었다. 예컨대 <새만금 간척사업>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군산~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하여 간척토지 28300ha와 호소 11800ha를 조성하기 위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아래 사진과 같은 오늘날 환경 대재앙으로 돌아 왔다.
이에 각계 각층에서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서명 운동도 벌였고 심지어 소송까지 했으나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나 역시 유사 법조계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이와 같은 사안의 경우 법원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새만금 간척 사업을 무효화 할 경우 이에 투자된 세금을 회수할 길을 막막해지고 새만금 간척 사업을 추진한 곳에 대한 대대적인 후폭풍이 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법원으로서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이 바다를 희생시키는 일을 강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금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게임 이야기를 할까 한다. 어렸을 때 잠시 여수에서 살았던 적을 제외하면 나는 KOEI사의 명작인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통해 바다를 접했었다. 게임 상에서 [바다]라 함은 정복의 대상이고 전투의 공간일 뿐 어떤 감흥을 주는 공간이 아니었다. 물론 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긴 하지만 게임을 통해 이렇게 바다를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후에 바다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할 우려가 있다. 이제는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되는 것 같은데 게임과 다른 진정한 바다 이야기(여기서 바다 이야기는 도박 게임이 아니다.)를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