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사IN> 선정 "2008 올해의 책"은 단촐하게 준비했다면서도 먹을거리는 한가득이다. 남다른 점은 4개 분야의 구분에서 자연과학과 더불어 '생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과학과 '생태'는 그간 기나긴 여정을 서로 대척점에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과학은 점차 '생태'에 어떤 식으로든 이바지해야할 입장에 서 있다. 여하간 이번 <시사IN> 선정 "2008 올해의 책" 생태·자연과학 분야 선정작 및 추천작 목록에서도 그러한 일면들이 보이는 것 같아 의미롭다. 우리는 "생태적으루다가 살아야 헌다!"

생태·자연과학 분야는 "강양구(프레시안 사회팀장), 고중숙(순천대 교수·과학환경교육학부), 김국현(IT 평론가), 이강준(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 이억주(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 장성익(계간 환경과생명 주간), 최규홍(연세대 교수·천문우주학), 표정훈(출판 평론가)"이 참여했다. 이들이 어떤 책들을 꼽았는지 유심히 정리해 두자.

'자연과학' 앞에 '생태'가 당당히 머리를 차지하고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이 분야 올해의 책으로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의 『땅의 옹호』(녹색평론사)가 뽑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땅의 옹호'라는 제목과 '공생공락(共生共樂)의 (가난한) 삶을 위하여'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배타적인 탐욕과 약자에 대한 착취 없이는 한순간도 존속할 수 없는 근대적 삶의 방식을 뛰어넘어 오랜 세월 '대지에 뿌리박고' 살아온 사람들의 공생의 지혜로 돌아가자'라는 저자의 일관된 소신이 담겨 있다."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흙의 문화' '자율과 자치' '농적(農的) 순환사회' '진보가 아닌 개안(開眼)'이 필요하다고 절절히 호소한다. 물신과 경제 지상주의의 노예로 전락한 우리 시대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준열한 경고이자, 주류 세태와는 전혀 다른 전복적인 행복 안내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장성익)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철저히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해왔는지 알 수 있다. 현실의 유력한 세력, 담론 중에 그의 편은 그 어디에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경제)성장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정당론, 녹색정당론, 사민주의 복지국가론 모두 저자의 비판 대상이다."

나는 <녹색평론>을 얼마전부터 정기구독하고 있다. 꼼꼼히 읽고는 싶지만, 여간 부담이 아니라 쌓아만 두고 있는 노릇이다. 얼마 전, <녹색평론> 본거지를 서울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의 서교동 쪽이라고 기억하는데, 심심할 때 찾아가 놀아도 된다던데.

 

 

 

 

김종철 선생은 올해 『땅의 옹호』뿐 아니라, 그간 발행해온 <녹색평론>의 글들 중 가려뽑아 묶은 『녹색평론선집 2』와 자신이 썼다 <녹색평론> 서문을 엮어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를 내어놓았다. 이전에도 『녹색평론선집 1』(이미지가 안 보이는 것)이 있었고, 괄목할 만한 번역 작업으로는 최근의 것으로, 리 호이나키의 글을 번역한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가 있고, 감동적 작품 더글라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등이 있다. 『간디의 물레』가 예전부터 유명하다.

"<녹색평론> 창간(1991년) 이후 지난 17년간 쉼없이 "소농과 그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생태적 순환사회'에 대한 지향을 설득해왔지만 저자 스스로 밝힌 대로 '(세상은) 본질적으로 조금도 변하지 않았거나 질적으로 더 열악해졌고, 근대의 어둠은 훨씬 더 깊어졌다'. 그럼 어쩔 것인가? 저자도 묻는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우리가 믿을 데는 정말 '기적'밖에 없는가?'"

"하지만 저자가 더욱 더 강조하는 것은 '우정'과 '환대'에 기초한 어떤 삶의 자세다. 그는 머리말에서 '우정'에 대해 "지금 세계를 황폐화하는 자본과 국가의 논리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아무리 암울한 시대일지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필수적인 '희망'을 제공하는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채식 전문 뷔페에 가서 각자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 것보다, 라면을 먹을지언정 여럿이 둘러앉아 함께 나눠 먹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추천작으로는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산책자), 마이클 폴란의『잡식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 제임스 콜먼의 『내추럴리 데인저러스』(다산초당), 제롬 보날디의 『(거의) 석유 없는 삶』(고즈윈), 이유진의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등이 올라왔다. "먹을거리 문제, 에너지 위기 등 2008년의 최대 관심사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의 『지식의 대융합』(고즈윈)도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혔다. 자연과학·인문학·경제학·예술·종교·환경 등을 통합하는 지식 융합 과정과 역사, 새로운 지식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 이 책에 대해 고중숙 순천대 교수는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 지식의 영역을 넓혀온 연구자들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천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뛰어넘어 생태·환경 관련 서적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로의 속삭임』(사이언스북스), 레스터 브라운의 『플랜B3.0』(환경재단 도요새), 장회익의 『공동체적 삶과 온생명』(생각의나무) 등이 그러한 관심에 따른 추천작이다.

이들과 함께 '올해의 책' 후보로 오른 책들은 프랑수아즈 모노외르의『수학의 무한 철학의 무한』(해나무), 김명진의 『야누스의 과학』(사계절),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바다출판사), 마이크 데이비스의 『조류독감』(돌베개), 게일 A. 아이스니츠의 『도살장』(시공사), 박문호의 『뇌, 생각의 출현』(휴머니스트) 등이 올랐다.

 

<시사IN> 선정 "2008 올해의 책" - 문학분야


<시사IN> 선정 "2008 올해의 책" -어린이·청소년 분야

<시사IN> 선정 "2008 올해의 책" - 인문·사회과학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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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8-12-1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에 나온 책이 아니라도 선정하나보네요 ^^;; 제가 읽은 책이 다섯권쯤 되네요. 가장 대중적으로 좋았던 책을 제게 꼽으라면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어느 계층이 읽어도 참 좋은 책인거 같습니다.

멜기세덱 2008-12-17 12:05   좋아요 0 | URL
올해 출간된 책이 아닌 것은 제가 참고 삼아 덧달아넣은 것입니다. 본의 아니게 혼란을 드린 것 같습니다. "경제성장이 ~" 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죠. 많이들 읽어 보아야 할 책임에 분명합니다.

순오기 2008-12-17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난 문학위주의 독서라 여기는 '죽음의 밥상' 하나뿐~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도 않았고요. 그래도 중3 아들이 완독한 것으로 위로 삼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