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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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유명한 작품이라 읽기 시작했답니다. 흔한 괴기담이겠지, 하고 먼저 생각했고, 원래 괴기담이란 언제봐도 재미있는 것이라서 6월 장마비가 내리기 시작한 며칠전 한 밤에 읽기 시작했답니다.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마지막 장을 접을 때까지... 아직 완결된 작품이 아니라서 굳이 뭐라 말할 수 없지만...제 느낌은 아주 아름답고 부드러우면서 묘하군요.

괴기담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다니, 제가 이상한가, 싶어 그 이유를 이리저리 생각하여 보았답니다. 어떨 때는 피가 튀기는 공포영화에서도 자극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있답니다. 하지만 이 '백귀야행'의 아름다움은, 봄밤 떨어지는 분분한 벚꽃을 보는 그런 아쉬움과 같은 아름다움이랍니다. 봄밤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한번 자세히 보세요. 그 분홍 꽃잎들은 전혀 시들지 않은채 그냥 뚝..뚝 떨어져 날린답니다.

그렇게 봄날이 가듯 덧없이 젊은날에 이승을 버린 영혼들의 이야기가 백귀야행입니다. 그 영혼들의 애닳기도 한 사연을 우리가 주인공 리쓰가 되어 들어주게 됩니다. 물론 슬픈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일본의 토속신앙과 괴담, 전설, 민담, 신화가 한꺼번에 작품 안에 녹아서 오래된 꽃나무 그늘처럼 깊이를 더한답니다. 일본에는 귀신이 많기도 하구나 하면서도 오래 묵은 술처럼 사람을 취하게 하는군요.

그러나 막상 이불불밑에서 손전등을 켜고 그런 '귀신이야기'를 하기에는 '백귀야행'은 적당하진 않네요. 말로서는 도저히 리쓰가 바라보게 되는 따뜻하고 애닯은 백귀야행의 기기묘묘한 세상을 나타낼 수가 없답니다. 이 여름밤 깊이있는 괴기담을 원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는 것이 어떨지...'백귀야행'을 적극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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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HTML 무작정 따라하기 무작정 따라하기 컴퓨터
고경희 지음 / 길벗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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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이 책에 대한 서평써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태그 공부는 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책이 없어 고심하던 중... 알라딘의 서평을 읽고 이 책을 구입하여 한달 동안 내내 소스 만들면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책을 처음 받는 순간, 한 번 읽고 하룻만에 동영상하고 이미지 링크하여 인터넷의 게시판에 올렸답니다. 워낙 초보인데도 안에 명령어들이 찾기 쉬워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답니다. 그 다음에는 하루 2시간씩 소스를 직접 입력하면서 공부하고 있답니다. 막상 소스를 입력하면서 공부하니 양이 많지만, 예제가 쉽고 재미있어 지루한 줄 모른답니다. 홈페이지의 기초인 html를 아주 쉽게, 재미있게 써놓은, 진짜 초보자를 위한 책이네요.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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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머리카락 - 이토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1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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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페인 가득한 블랙커피 같은 만화다. 처음에는 뭔 맛으로 마시나 싶다가도, 점점 자극적인 쓴 맛에 빠져드는, 그런 만화다. 일상이 너무 지루해서, 무심결 잡아든 만화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 피가 난무하고 악령이 배회하고 평소에는 그냥 무심결 지나쳤던 달팽이의 껍질이 갑자기 공포스럽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 그래서 그 낯선 당혹감을 만나기 위하여... 나는 이토준지의 만화책을 다시 찾을 것이다.

2. 결국 공포 콜렉션과 소용돌이 등을 거진 다 읽고 말았다. 평소에 친근했던 물건들이 역시 다르게 느껴진다. 풍선, 머리카락, 달팽이 껍질 등... 내 나이가 30대라서 이렇게 안도감을 느낀 적은 처음이다. 아마 10대였으면 밤잠 자는 데 어지간히 힘들어 했을 것 같다. 과학 교육을 많이 받아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초심령현상을 다 믿는 이였다면 한동안 이 작가를 사이비교주로 추앙했을 터이다.

작은 이미지가 모여서 독립된 소품이면서 긴 줄거리를 지닌 연결된 장편 작품들은 작가의 공포세계에 폭 빠지게 한다. '소이치의 즐거운 일기', '사자의 상사병', '소용돌이'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소이치의 즐거운 일기'는 이토준지의 작품치고는 따뜻한 유머가 있다고 보고, '사자의 상사병'은 단순히 내뱉는 말 한 마디가 인간의 운명을 바꾼다는 설정이 설득력이 있다. 역시 공포콜렉션에 소개되지 않고 따로 소개된 '소용돌이'는 소용돌이 무늬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관찰력이 압권이다. 대표작인 '토미에'는 너무 잔인해서 별로 권하고 싶지 않지만 이토준지의 그림체에 빠져들수록 토미에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아름다워진다.

3. 이토준지의 '프랑켄슈타인'을 읽던 그 날 저녁, 텔레비젼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도 했었다. 여주인공의 잘 다듬어진 몸매에 몹시 감탄했었나 보다. 난 꿈을 꾼다. 칼을 들어 툼레이더의 머리를 잘라 버리고 그 멋진 몸뚱아리에 내 머리를 갖다 붙인다. 아직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목을 한 번 쓰다듬으면서 씨~익 웃는 내 자신을 꿈 속에서 본다. 둥근 내 얼굴과 잘 빠진 몸의 엄청난 부조화. 경악...이런 이런, 너무 만화책을 많이 읽었군...

이토준지가 불쌍하다. 만화책을 읽은 내 꿈자리가 이렇게 사나운데 작가의 꿈 속은 얼마나 공포스러우며 악령이 배회할까, 독자에게 좀더 신선하고 자극적인 만화를 보여 주기 위해, 고통받는 작가의 뇌세포를 생각하면 작가가 불쌍하다. 그러나 내가 이 만화책을 별 넷이 아닌 별 셋을 주는 까닭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밤잠을 설치고 건강에 해롭듯이, 이토준지의 만화도 자극적이라 조금 가리면서 읽어야 할 듯 싶어서다. 외진 곳이나 밤이 무서운 노약자나 임산부는 절대 접근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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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반양장)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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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봄밤 바람은 따뜻한 입김을 품고 한 소녀가 한 소년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소녀는 말솜씨가 없었기에, 가장 짧은 이야기를 골랐다. 나비가 애벌레가 되는 얘기를. 어느 작은 애벌레 두 마리가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리고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이야기를. 소녀는 말을 몹시 더듬거린다. 아주 오랜, 그 오랜 봄밤이 지나고 또 지나고 한 권의 책과 기억만 남는다. 말을 몹시 더듬거리던 그 소녀와 또 그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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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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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한 친구가 있다. 5년전 겨울, 아마 이 무렵이었는가 보다. 내가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고 참 재미있다고 상상력이 놀랍다고 얘기를 하자, 그 친구는 내게 '타나토노트'를 권했었다.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나는 그 말을 얼결에 넘겨 들었나 보다.

그 뒤 친구는 무엇인가 찾아 인도여행을 갔었고, 한 번 돌아와 만났다. 그 만남에서 우리는 다시 찾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말다툼은 아니었다. 삶의 길이 막 달라지기 시작한 우리가 다시 만나서는 안된다고 그 때는 그냥 확신했었다. 그 뒤 또다른 친구에게서 그 친구의 소식을 묻고 하면, 그는 어느 암자에선가 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5년 동안 나는 현실 속에서 내 자신을 정의하기에 바빴다. 친구와의 약속을 희미하게 가슴에 품으면서, 문득 '타나토노트'를 읽는다. 그 때 그의 가슴과 머리 속에 무엇이 소용돌이쳤는지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사후세계, 우리가 살아서는 가 볼 수 없는 곳... 인도에 그걸 물으러 갔었니? 아님 죽음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삶의 비밀을 엿보려고 갔었니? 평생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그걸 아직도 찾고 있니? 아님 그외에 무엇을...

소설 자체는 아주 재미있다. 대단한 상상력이다. 감탄이 절로 난다.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소설로서 짜 놓았는지 놀랍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황당한 설정에, 현실과의 괴리감도 크게 느껴진다. 또 서양의 사후 세계관에 동양의 환생론이 억지로 혼합되어 있다는 느낌도 많다.

하지만 이 소설 역시 내겐 묻는다.
넌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5년 전의 나와 현재 이 겨울의 나는 전혀 다르다. 과거의 나였다면 죽음 그 너머의 세계에 경외심과 애착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암전을 생각한다. 어느 날 밤늦게 혼자서 TV를 보다가 애국가가 끝나면 찾아오는 암전..그냥 아무것도 없다.

그러기에 감각할 수 있는 현재가 중요하고 삶은 중요성을 지닌다. 그럼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죽음 너머를 믿지 않는다면 죄를 지어도 상관 없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그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현실을 사랑하고 선을 지키는 것은, 소설 속 주인공 '미카엘 팽송'과 같은 입장이다. 착하게 살면 남을 간섭하지도 않고 남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살 수 있다.(2권, 727쪽에서)

친구야, 아직도 나는 나 자신을 정의하기에 바쁘구나. 언제 너를 만날 수 있겠니? 또 소설책 한 권을 읽으면서 너를 생각하고 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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