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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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책 한권을 한번에 다 읽었다. 

오랜만에 일요일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지하철 대신 이불 위에 누워서 책을 읽었다는 거, 마침 그 책이 마르케스의 책이었다는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득템이다. 하하하 

한동안 진빠지는 책을 읽었던 게 사실이다. 요 몇 주동안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문체나 내용 등으로 사람 괴롭히는 책들만 어찌 그리 만났는지- 그런 내게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하나의 청량제- 나는 이런 음료 좋아하지 않으니,-가 아닌 뭐랄까.. 더운 여름날 에어컨 빵빵하고 사람 없는 좌석버스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미친 속도가 붙어서 중간중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짜릿함을 느끼면서 책을 읽느라고, 사실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어질어질했다. 그래서 덮자마자 다시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1. 앙헬라 비꼬리오- 라니, 이름이 진짜 아름답지 않은가- 나 나중에 콜롬비아 가서 예명 앙헬라라고 지으면 혼날까? (Angel이란 뜻)

2. 도대체 명예가 뭐라고, 부자의 목숨보다 명예를 지키라고 다들 선동 혹은 관망했던 걸까, 게다가 이 두명의 살인자들은 3년밖에 형을 살지 않는다. 물론 덱스터나 이탈리안잡을 볼 때처럼 범죄자의 편에 서서 제발 잡히지 않길-, 혹은 별 고생 않고 빨리 풀려나길- 이런 요상한 생각들이 자꾸 들더라. 이게 요상한 생각인지 아닌지는 헷갈리지만.  

3. 게다가 쌍둥이 동생은 감옥에서 임질도 고쳐서 나온다. 

4. 우리의 가장 불쌍한 희생자 바야드로 산 로만이 들고온 앙헬라 비까리오가 보낸 수천통의 뜯지 않은 편지묶음. 

5. 다트로 찍혀버린 나비처럼 벽에 박힌 산띠아고 나사르의 이름. 

그의 작품의 읽을 때의 나는 파도에 휩쓸려서 두세바퀴 회전하고, 짠물이 입으로 코로 막 다 들어가서 정신이 없는 상태라고나 할까- 크크 그래서 파도에서 기어나와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들어가야 한다. 그치만 굳이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느낌만 기억하면 되니까 :) 

 

- 하이드님의 리뷰에서 그의 작품이 롤러코스터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 이책 읽고 낮잠 자다가 롤러코스터 타는 꿈꿨다. 어느 건장한 남자의 품에 안겨서 '-')* 그거 타다가 회사에서 짤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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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08-12-25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품에 안겨서 롤러코스터를 타다'
고풍스런 표현이군요.

Forgettable. 2008-12-25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풍스러운 꿈이었죠. 히히 매력적이지 않나요ㅡ 꿈속 그대로의 남자라면 진짜 황홀-
 
황야의 이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7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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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세계명작전집에서 이 책을 접했던 적이 있다. 그 땐 닥치는대로 읽었기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읽었다. [해저 2만리]를 책이 닳도록 읽었을 때였는데, [황야의 이리]는 엄청 재미 없어서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던 그런 책이었다.

헤르만헤세를 다시 알게되면서부터 다른 책은 푹 빠져서 다 읽어도 이 책만은 손이 가질 않았다. 사실은 최근까지도 헤르만헤세의 책인줄도 몰랐다.

황량한 술집에 황량한 사람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던 이미지가 남아 있었다.

그래. 헤르만헤세에 공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약간 실망하면서부터 마음이 멀어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공감하지 않을테다!'라며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하기도 했거니와, 이제 그와의 이별이 다가오길 예감 혹은 기대하며 책을 읽었기에 지금까지 헤세에게 열광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로 시작했다.

처음의 냉소적인 태도는 역시나 책장을 넘길수록 수그러들었고,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으면서 술에 취해서 이 책을 읽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나는 절망에서 어떤 희열감을 느끼는 것인지, 불우한 천재의 아름다운 피아노곡과 인간이 만들어낸 넥타와 함께 끝도 없는 바닥으로 우리의 황야의 이리와 함께 침몰해가는 기분은 솔직히, 그 어떤 쾌락 만만치 않았다.

1. 헤르미네
읽는 내내, 나는 그녀- 헤르미네 였던가 -가 황야의 이리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한 사람이 아니다.' 라고 분명하게 처음에 명시를 했기에 나 역시도 급 공감을 하면서

- 아 이에 대해서는 지금 읽고 있는 [다중인격의 심리학]에서 매우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고 있다. 크크 난 요새 내 행동을 다 다중인격으로 해석하면서 이 이론에 집착하고 있다. 취하면 술취한 나와 정상적인 나와 대화까지 시도 ㅇ리ㅏㅜㅠㅣ아ㅟㅏ나 미쳤고-

아주 당연하게 헤르미네를 그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헤르미네가 죽었을 때 난 드디어 그가 정신적으로 통합된 모습을 보이며 성장하는구나 라며 뿌듯해했는데, 왠걸 혼나고 깨지고, 심지어 끝에 비평에서는 그녀를 하나의 인간으로 못박아버리는.. '-'* (두둥)
그렇지만 뭐 책은 온전히 독자의 것이니 난 끝까지 그녀가 황야의 이리의 반대편에 있었던 따뜻한 인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2. 쓸쓸함
하루만에 책을 다 읽어버리는 습관은 어디론가 내팽개친 채, 책 한권을 갖고 며칠을 끌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책을 동시에 읽기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여튼 그 땐 이 책에 한참 빠져서 읽던 중이었는데 시를 쓰는 후배를 만났었다. 그날따라 아파서 술을 못마시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쓸쓸했던지, 난 황야의 이리를 읽으라고 한 5번 얘기했던 것 같다. 황야의 이리를 현실에서 만나는 것이 아마 그 마술극장을 만나는 것보다 더 신기한 일일 것이야.

3. 근 6개월동안 헤르만헤세의 작품들을 달려왔다. 마르케스와 소세키, 서머셋 몸에 이어서 4번째 작가였다. 황야의 이리를 끝으로 아마도 당분간 헤세와는 안녕이다. [유리알유희]는 아껴두고싶어. 다음 작가로 누굴 만나야 할지.. 지금 폴 오스터를 약간 건드려볼까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지만 역시나 현대작가들은 건방진 지식인의 태도가 단어와 문체에서 배어나와서 빈정상한다.

끝엔, 상당히 지친 기분이다. 끝낸지 꽤 됐는데 아직도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어젠 오랜만에 스무살 정도에 쓴 일기들을 봤는데 그 땐 이 정도로 절망적이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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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2-2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 소세키, 서머셋 몸, 그리고 헤르만 헤세라. 다음에 달릴 작가로는 E.M.포스터나 카잔차키스 정도면 어떨까요? E.M. 포스터는 그 특유의 단정하고 로맨틱하며 옛스러움이 있구요, 그 분위기는 중독되는 분위기. 카잔차키스는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두 작가 다 전집으로 많이 번역되어 있으니, 맘 먹고 달리기에 좋습니다.

Forgettable. 2008-12-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엄청 팬이고 ㅋㅋ 네, 안그래도 카잔차키스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리스인조르바]였었나요, 보관함에는 담아두었었는데.. ㅎㅎ E.M.포스터는 처음 듣는 작가인데 단정함과 로맨틱과 옛스러움이라니 급땡기네요, 하하 한권씩 시도해보아야겠어요! 그리고 [다중인격의 심리학]은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연말이 지나면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가만히 앉아 대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

2008-12-22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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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작가들을 시도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엘프리데 옐리네트의 [피아노를 치는 여자]를 읽을 땐 정말이지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실용 경제서가 아니고서야 끝까지 읽어내고야 마는게 버릇이어서 [피아노-]를 볼 때에도 무지 괴로웠지만 끝까지 읽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책을 거의 2/3가량 읽었을 때부터 책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작가의 책을 처음 시도할 때면 참 그 문체가 눈에 잘 읽히지 않아서 적응하는데에 시간을 약간 필요로 한다. 일기장인 것 마냥 있는대로 배설해내는 소설아닌 소설들이야 전혀 적응할 필요가 없지만,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소설들이 있다. 미카엘 하네케가 선택한 작품이란 이유 하나로 책을 선택하긴 했다만 읽는 내내 적응하고 싶어서 혼났다. 그만큼 어렵다. 그러나 방관자적인 태도로 난 절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멀찌감치 물러 서 있다가 마지막무렵에 책을, 그녀를 이해하기 시작했단 것은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나 왜 딴 얘기하고 앉았니,

 [고리오영감]도 도전하고 싶었던 작품 중의 하나로 기꺼이  넣어 줄테다. 발자크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렇지만 책 제목부터가 ~영감이라니 정말 손이 안가는 이름이다. 재미 없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온다. 그러나 의외로 이 작품은 순수한 젊은 청년과 화려하지만 뒤가 구린 사교계의 이야기다. _ 물론 이름만큼이나 불쾌한 영감의 이야기도 주를 이루고 있긴 했다.

 한 사람을 두고 '으젠', '라스티냐크', '청년', '법대생' 등등 다양한 주어를 쓰는 것을 한시간을 읽은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니 한 시간동안 도대체 이 작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오리무중이었을 수 밖에. 또한 부르짖고, 크게 외치고, 풀썩 쓰러져버리는 주인공들 탓에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매우 흥미로움.

 책을 읽을 때 나는 항상 '나라면-'을 염두해 두고 읽는다. 그런 면에서 가장 공감을 했던 인물은 바로바로 보트랭을 밀고했던 '늙은' 노처녀-! 나도 삼천프랑을 준다면야 ㅋㅋㅋ 하면서 그녀가 한대로 했을 것이다.

 갑자기 귀찮다................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발자크가 자신은 굳이 대중의 편이라고 했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 듯 하다. 그가 대중을 염두해 두지 않았다면 부르주아와 귀족과 민중을 극명히 대비시켜 놓은 글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사드를 계속계속 생각했다. 불우하고 비참한 빈곤한 돼지들, 화려하되 가난했던 사교계의 인사들을 문학 작품 속에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약간 과장됨에도 불구하고 아주 따스한 시선으로-

 근데 왜 사드가 생각났을까? 같은 프랑스니까? 같은 세대의 사람이라서? [숏버스]에선 이야기를 섹스로 풀어내더군. 같은 소재로 반대지점에서 세상을 표현해낸거라고 본다. 여튼 사드가 이야기 하고 싶어했던 비참한 세상이 고리오 영감의 것은 아니었을까 싶어서 사드가 자꾸 생각나나 보다.

 지구의 가장자리에서 발 붙이고 있겠다고 바둥바둥 거리는 사람들이 별거냐, 우리 모두가 그러고 있다. 인간들이 사는 지구 땅바닥이라는게 늪이 아니면 얼음이거든.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비참해질 수도, 그럼에도 행복할 수도 있고 어디에 서 있는지 상관 없이 으젠처럼 소신껏 인간의 행동이라고 정해진 길을 의젓하게 걸을 수도 있는거다. 

 가끔은 이렇게 완벽한 주인공이 나와서 환상문학인 작품도 읽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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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8-12-0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불끈 솟는데요. 요새 전공책이나 관련책만 보늘 어려운 책에는 손이 안 가고 있어요. 가끔 화장실 갈 때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들고 가긴 하지만서도 ㅋㅋ지금 저는 겨울 방학을 노리고 있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스캇 펙 박사의 길 1부작을 끝내고 3부작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 그나저나 글 너무 잼나요 ㅋㅋ알라딘 읽으면서 피식 거린 건 이번이 처음 ㅋㅋ

Forgettable. 2008-12-02 16:5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ㅋㅋ 제가 원래 좀 (많이) 산만한데다가 읽는사람 배려안하는 글 쓰기로 유명해서 이런 댓글 정말 감동이에요 ㅋㅋㅋ 아 에쿠니 가오리는 옛날에 멋부린답시고 막 읽었는데 요즘엔 너무 가벼워서 못읽겠어요ㅠ (요런 편견도 멋들어서 그런거겠죠 ㅋㅋ) 저에겐 방학이 없는 첫번째 겨울입니다!!!! ㅠㅠ 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가야 할지............
 
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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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을 산건 순전히 표지와 'lost'라는 단어에 대한 이끌림때문이었던 것 같다. 무언가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상상해왔지만 결코 지겹지 않았기에 기본은 하겠지-란 생각에 이 책을 구입했다.

 아 근데 이게 왠걸, 대충 흘겨보는 내 눈에까지 캐치된 오탈자며, 말도 안되는 번역- (사실 말이 되긴 하지만 읽는 내내 영어문이 떠올라서 도저히 집중할래야 집중이 안된다.) 때문에 보관함에 담아둔 원서가 자꾸 눈에 아른거렸다. 게다가 은근히 멋부리는 듯한 작가의 말투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써도 이정도는 되겠다 싶었다. ㅎㅎ

 그렇지만 아마 쓰려 하지도 않을테고 쓰지도 못할걸 알고 있다. 여튼 이 돈내고 사서 볼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할인해주면 약간 더 기꺼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만,

 원래 재미없었던 책의 리뷰는 쓰지 않는 편인데 지금 이렇게 툴툴대며 적이고 있는건 그래도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의 흡입력은 있었다는 것이다. 번역이 엉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가끔씩 잊어버릴 정도의 재미는 있다.

 그치만 문제는,동화 속의 환상적인 세계는 가서 살고 싶어야 맛인데, 이건 뭐 환상을 깨뜨려 놓는데다가 절대 들어가서 살고 싶지 않은 세계를 막 멋대로 그려놓으니 어린이를 위한 동화도 아니고 어른을 위한 동화도 아닌거다. 보는 내내 기분만 상했다. (왜일까?)

 여튼 난 뭔가 신기한 환상의 나라를 기대했는데 우중충한 어둠의 세계를 보고 나온 기분이다.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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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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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봤어도 아마 내던졌으려나,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안가기로 유명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나로써는 읽는 내내 마음이 괴롭고 불편하여서 몇번이나 책을 접었다가 폈다가 했다. 아무리 괴로워도 이 책이라도 안보면 시간이 안가니까..

 그러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던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던가- 하는 리뷰를 상기했다.

 이런 책을 어떻게 그리 쉽게 볼 수 있는지?

 주제 사라마구의 [모든 이름들]을 꽤나 건조하게, 그러나 따뜻한 느낌으로 봤기 때문에 [눈먼자들의 도시]는 충격이었다. 주제 사라마구가 진정 [모든 이름들]의 작가가 맞는지 다시 확인해 봤을 정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사람들이 너무 싫어졌다. 지하철을 오가는 인간들이 싫었고, 내가 혐오스러웠고, 인간 자체가 한 덩어리로 느껴지면서 그냥 인간이라는 것이 끔찍한 존재였다.

 끝으로 갈수록 그 동안 감추고 있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고 약간(아주 조금) 훈훈한 분위기가 되면서, [황야의 이리]로 갈아타면서, 다시 마음이 쓰다듬어지긴 했다만 아직 끝을 내지 못하고 있다.. 괜히 줄거리를 읽는 바람에 스포에 공격당했기 때문인가?!

 (알라딘은 줄거리에 결말까지 다 써놓는 거 지양해주길 바래요!!)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책을 참 빨리 읽는 편에 속한다. 속도가 붙는 책은 몇시간이면 다 읽고, 그렇지 않은 책이라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그런데 [눈먼자들의 도시]는 거의 3주를 넘게 붙잡고 있었으니, 3주 내내 우울해하며 자기파괴적인 심성으로 생활을 했다는 것이,,, 원래 책을 읽을 때 좀 심하게 몰입하기는 하지만 이 책만큼 깊이 빠져서(질척질척) 헤어나오기 힘들었던 책은 처음이다. 나름 색다르고 놀라운 경험!!   

 영화로 개봉되면서 너무 유명해졌기 때문에 일단 나의 리스트에서는 제외-

 레어아이템만 좋다는 이상한 이기주의 일지도 모르겠다?

 보는 내내 굉장히 힘들었다. 가독성 어쩌구를 떠나서 내용 자체가 받아들이기 괴로운 사실과 대화들의 나열- 혼자 회사가면서 5초 동안 눈감고 걸어봤는데 답답해서 토할 뻔 했다! 줄리안 무어가 나오는 영화지만. 아마 보지 않을 것이다. 힘들게 겨우 빠져나왔는데 어떻게 그 구덩이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그치만 매혹적인 구덩이라 쪼금 유혹적인건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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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8-11-1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완전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보았어요. 그냥 소설이니깐 가볍게 넘겼던 기억이;;저도 영화는 별로 기대하지 않아요. 소설이 워낙 대단한 작품이어서 영화가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실제로 칸 개막작이었는데 평론가들 평이 별로 안 좋았다는 소문이;; 암튼 요새 들어 사람들 이 책 많이 읽으시더군요. 저는 한 고3때 정도에 친구 추천으로 읽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게 보았어요. 지금은 대충 내용만 기억 나네요;

Forgettable. 2008-11-11 16:1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술술 읽히는 문장도 아닌데, 오래 지났는데도 재미있게 봤다고 기억하시니 진짜 신기하네요! 아 저 어제 이책 꿈꿨어요.. 나는 눈 언제 멀까,,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눈이 멀어가는 걸 보고 있는데 아예 악몽이던데요- (너무 책에 몰입하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