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Watchmen 1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70~80년대 만화라고 한다면 아마 보통은 2가지 정도가 머릿속에 떠오를텐데 하나는 이른바 보물섬으로 대표되는 어린이 만화나 담배 냄새 자욱한 어둠침침한 만화방의 대본소 만화일 것이다.그러다 보니 만화란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매체로 치부되어 어린이날 종종 학부모단체나 일부 시민 단체에 의해 치도곤을 맞곤 했다.하지만 2천년대 들어 만화는 양지로 나왔고 먼나라 이웃나라나 WHY시리즈와 같은 학습 만화외에도 여러나라의 만화-특히 일본 만화-가 국내에 소개된다.

만화는 대체로 장편만화 위주인 일본만화와 예술적 성향이 강한 유럽만화,그리고 슈펴맨,배트맨으로 대표되는 미국만화를 들수 있는데 제각기 성향이 다른 편이다.일본 만화야 우리가 자주 접할수 있기에 논외로 치지만 컬러, 양장, 커다란 판형, 얇은 분량등 서로 비슷해 보이는 유럽만화와 미국만화역시 그 내용적인 면에서는 서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 만화를 흔히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는데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그림이 있는 소설이다.이렇게 말하자니 일본의 라이트 노벨과 유사하게 들리는데 라이트 노벨은 텍스트가 8~9이고 그림이 1~2라면 그래픽노벨은 일반적으로 그림 5에 텍스트가 5정도 된다고 보면되는데(만화는 그림이 8정도 텍스트가 2이다),책을 보면 알겠지만 그래픽 노블은 일반 만화처럼 그림이 있지만 텍스트는 거의 웬만한 소설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글씨체도 대략 5~6포인트정도밖에 안되 오래 읽으면 눈이 다 침침해질 정도이니 우리가 흔히 보는 만화와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보면된다.

<왓치맨의 한장면,나이트 야올과 실크 스펙터가 대화를 나눈는 장면.이 장면에서 알수 있듯이 그래픽 노블은 우리가 그간 흔히 보았던 일본식 만화는 차원을 달리한다.올 컬러에 눈이 아플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글자들을 볼때 만화가 아니라 소설이란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 그래픽 노블은 히어로물(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주로 나오는 코믹스와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코믹스가 저작권을 출판사가 가지면서 주로 10대 소년을 타겟으로 몇십년간 시리즈를 내왔다고 한다며,그래픽 노벨은 이에 반발해서 작가들이 저작권을 가지며 어른들 위주로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며, 개성 있는 그림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근래 영화된 300이니 씬 시티,혹은 왓치맨을 들 수 있다.

 

그래픽 노블의 대표작중 하나이면서 영화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왓치맨은 만화이면서도 특이하게 Time Magazine이 선정한 1923년 이후 영어소설 베스트 100 안에 포함되는 작품이다.그래선지 책에서 이 타이틀이 책 표지에 당당히 표시되어 있다.

1980년대 미국 그래픽 노블의 흐름을 새로운 차원으로 인도한 작가 앨런 무어의 대표작인 왓치맨은 비록 만화(그래픽 노블)지만 1988 SF상인 휴고상을 수상했고 앞서 말한대로 타임지 선정 '1923년 이후 발간된 100대 소설 베스트'에 포함된 유일한 그래픽 노블이므로 그 작품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수 있을 것이다.

 

<처음 나온 왓치맨의 경우 제본상 불량이 있다고 해서 2쇄를 하면서 표지 모습도 바꾸었다.갖고 있는 노랑바탕의 빨간 핏자국도 마음에 들지만 주요 등장 인물이 나오는 처음 표지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국가 정책에 따라 초능력자 권한을 반납하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갔던 히어로즈들이 전직 초능력자의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모인다는 내용이다.

<왓치맨의 주요 등장 인물들:실크 스펙터,닥터 맨하턴,나이트 야올,코메디언,오지맨디아스,
로어세크>


하지만 간단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상당히 복잡한데 왓치맨은 법망을 피해 다니는 법죄자들을 처단하기위한 일종의 자경단원들인데  초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들 이기에 고된 훈련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고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기면서 범죄자들을 처단하게 된다.하지만 왓치맨이 비록 나치, 공산주의자와 싸우면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 하기위해 범죄자들을 처단한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일종의 범죄이고 또한 경찰등 기존 권력의 기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자경행위를 철저히 금지하는킨 법령이 제정되면서 히어로들은 스스로 은퇴하거나 허가제로 활동하는 처지가 된다.이에 왓치맨들은 스스로 가면을 벗고 정체를 숨기면서 인생의 낙오자처럼 조용히 살아가는데  그들중 한명인 코메디언이 살해되며서 이들은 다시금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다.

 

그래픽 노블인 왓치맨은 현재와는 다른 역사를 가진 세계 즉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승리를 하고, 닉슨 대통령은 3선에 성공하며, 소련과는 여전히 냉전 상태를 유지한 채로 대치중인 상황-핵 시계는 항상 지구 멸명 몇분전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세계를  핵의 공포에서 구하기 위해 일부러 뉴욕을 파괴시키려는 영웅,이를 막지못해  괴로워하는 영웅,그리고 이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간 우리가 읽어봤던 만화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어둡고 허문하며 음울한 모습을 그리면서  이미 쇠락한 전직 히어로들의 추구하는 정의감의 대한 각자의 생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데 그와 함께 인류가 느끼고 있는 멸망의 공포감을 적나라게 보여준다.

왓치맨은 그간 보아왔던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같은 슈퍼 히어로의 캐릭터가 아닌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예를 들면 선과 악 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 적극적으로 활동 했던 코메디언, 범죄자를 응징하기 위해 잔인한 수단을 가리지 않지만 원칙을 지키고, 도덕적으로도 결벽에 가까운 로어세크, 심약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에서 영웅적인 모습을 되 찾아가는 나이트 야울,진정한 초능력자 닥터 맨하턴,천재 오즈맨다이즈등이 등장하여 내용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왓치맨은 비록 그래픽 노블이지만 내용이 상당히 심오하고 철학적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데다가 책의 구성도 단순히 그림에 텍스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홀리스 메이슨의 자서전, 뉴욕 경찰국의 로어셰크에 대한 조사 보고서, 밀톤 글라스 교수의 닥터 맨허튼에 관한 논문, 다양한 신문과 잡지의 기사, 검은 난파선의 이야기까지 뼈대를 이루는 주된 이야기에 더해져 있어 이런 새로운 형식이 매우 참신하고 흥미가 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꽤 많은 양의 텍스트들을 읽어야 하고 또한 정독을 해야하기에 만화라고 단순히 대했다간 큰 코를 다칠수 있을 것이다.

왓치맨은 한국 독자들이 갖고 있는 만화는 유치하다는 편견을 깨는 작품으로 아주 복잡하고 미묘하며 무거운 주제를 다르고 있는데 허구의 세계를 그리는 만화라는 특성을 잘 이용하고 있어 소설보다도 더 훨씬 생동감있고 강한 설득력을 주고 있다.

 

왓치맨은 단순한 만화가 아닌 묵직한 주제가 있는 그래픽 노블이기에 장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고 한번쯤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위해서 읽어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만화형식이라 쉽게 읽을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림에 작은 글씨가 복잡다단하게 들어가 있어 눈이 나쁜 독자들에게 그닥 권하고 싶지 않다.조금만 집중해서 읽어보면 곧 피곤해 질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왓치맨은 영화로도 나왔는데 책 내용과 약간 틀리기는 하지만 DVD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사실 영화는 거의 만화의 장면을 그대로 살렸는데,영화를 보고 그래픽 노블을 읽으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왓치맨의 그림체는 사실적이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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