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마을 식당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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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항구 마을 식당]


[★★]


[오쿠다 히데오는 오쿠다 히데오다.]


[2017. 1. 2 완독]





 나는 그런 식으로 여기 저기 끌려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원고 집필을 약속하곤 한다.

p12

 

 소설과 달리 여행기에는 끊임없이 작가 자신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같은 산을 보고도 '멋지다!' 라고 감탄을 할 수도 있고 '힘든데 오늘 산에 가지는 않겠지?'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항구 마을 식당>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작가 오쿠다 히데오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독방에 자신을 가두고 치열하게 글을 써내려가 세상을 놀래킬 작품을 내놓는 '프로' 작가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나는 슬럼프야"라고 직접 말하며 속편한 한량처럼 몇 달씩 노는 오쿠다 히데오가 좋다. 아직 통장에 돈이 있으니 놀아도 된다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편집부 관계자들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게도 한다. (캬..역시 능력자는..)



 어느 여름 밤, 이름 없는 소설가 한 명이 미야기 현 시오가마에 있었습니다. 이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게 여행이다. 나는 여행의 그런 익명성이 제법 좋다.

p121


 80%이상은 등떠밀려 떠난 '항구 도시에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여행기'는 편안하기 그지 없다. 여행이 주는 특별한 경험이나 낭만따위는 상관없이 피곤하면 일찍 숙소에 들어가 잠을 자고, 볼거리 보다는 먹거리와 한잔의 술에 집중하는 여유 낙낙한 스타일의 여행이었다.


 덕분에 '항구 마을'이라는 거창한 제목치고는 여행지에 대한 풍경은 단. 한. 개. 도. 남지 않고, 소박한 항구마을에 잘먹고 푹쉬었구나...라는 감상평이 전부인 다소 황당한 여행기라 웃긴다. 배멀미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소박한 자랑과 남이 사주니까 열심히 먹는 다는 오쿠나 히데오의 털털함.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춤을 추는 익살스러운 면과 여행 중에 지네에게 물리고, 배에서 숙면하는 것이 특기라는 그를 상상하는 재미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책.


 하하.

이제까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작품으로 그를 조금 더 알고 싶어 읽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굳이 찾아 볼 필요는 있을까? 그의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곧 오쿠다 히데오의 분신인걸. 더우기 그가 찾은 곳은 따로 찾아보지 않거나 가보지 않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니 그냥 어딘지 모르는 곳이라 별 관심도 없더라. (부산과 후쿠오카는 그나마 상상이 되는 듯.)



 여행의 좋은 점은 일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어찌 즐기지 않으리.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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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캠프 사계절 1318 문고 106
김영주 지음 / 사계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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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캠프]


[★★]


[좀비처럼 퍼져나가는 왕따라는 질병]


[2016. 12 20 완독]





스포일러 일부 포함.


 아.. 오늘은 끄적거리기 귀찮으니까 짧게 쓸 수 있는 책으로.. 하자!




 이게 다 너 때문이야.


 <Z캠프>라는 제목에서 유추에 볼 수 있듯이, Z는 Zombie(좀비)를 상징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물론, 피부가 썩어들어가고 문들어지는 '일상생활(?)'의 좀비와는 살짝 다른 '좀비 바이러스' 상징하는 단어였지만 말이다. (책, 영화, 게임 등의 문화 전반에서 혹사당하는 중인 좀비 선생이라 몸이 그렇게 망가졌나 하는 측은함도 든다.)


 으르렁대고 눈이 빨갛게 변하면서 공격적으로 변해 주위 사람을 공격하는 속수무책의 바이러스가 세상에 등장한다. 특히 청소년에게 쉽게 발병하는 이 병을 관찰하고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최초 감영자와 접촉한 7명의 아이들이 캠프를 가장한 격리 시설에 감금된다.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채로 캠프를 온줄만 알던 아이들에게 바이러스가 하나 둘씩 퍼지면서 상황은 극단적으로 변한다. 피가 나고 온몸이 상하도록 서로를 공격하는 와중에 어느 아이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가 발병되지 않는다. 왜일까?




 왜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 유택이는 이해할 수 없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이해를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남는게 가장 좋다.

p51

 

 음...

작가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는 좀비 바이러스를 통해 사회적 문제 중의 하나인, '왕따'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는 것을 끝에 가서 알았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마지막 5장을 남기고서 <Z캠프>가 왕따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야할 정도로 너무 급격하게 끝이 난다.


 좀비라는 단어가 지닌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것일까?


 왕따를 당한 피해(좀비 바이러스가)가 결국에는 가해자와 방관자에까지 미친다(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7명의 대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왕따 피해자이자 바이러스의 최초 감염자가 왕따였는지 쉽사리 생각할 수 없었다.


 기억나는 것은 그냥 바이러스에 걸쳐 발광하다가 밖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것뿐, 왜 피해자가 되었는가에 대한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뉴스에서 접하는 정신나간 이유들로 왕따를 시키는 가해자의 무논리를 어느것도 차용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르나, 거창한 의도로 독자를 몰아가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더우기 '왕따'라는 문제가 단순한 청소년기의 문제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직장내의 따돌림'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라는 울타리안에 우겨넣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러한 의도는 작중에 좀비 바이러스가 발병하는 나이가 청소년기라는 점을 드는 것을 발견 할 수가 있다. 넘치는 or 급격하게 변하는 성 호르몬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어떠한 일을 저지른다는 청소년에 대한 이러한 편견도 하루빨리 없어져야 하는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는 자신을 좀 더 성숙하게 만들 기회를 많이 가졌을 뿐이지, 성숙했다고 보기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평이 내려지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보다 나이가 적다고 못난것도 없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잘난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 까짓게 뭔데 남을 판단하니? 나 하나 제어하기 힘들구만...)


 죽을 때까지 인격의 성숙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보자 우리. 나는 효율적인 이타주의자(개인주의자)가 목표니까.(이 책은 또 왜 정리 안했데..)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제는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고.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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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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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어떤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야]


[2016. 12. 24 ~ 2016. 12. 25 완독]


[북로그 컴퍼니 서평단 활동]






 너의 가치를 생각할 때, 네 삶은 지금보다 한결 나아져야 해.

p124



 어찌 되었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절판'된) 책이 리뉴얼(renewal:신어) 되어 다시 세상에 나오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SF 소설 중 하나인 <엔더의 게임>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어 따르는 시리즈를 보려 했으나, <사자의 대변인> <제노사이드>가 이미 절판되어 읽을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고 도서를 이 잡듯이 뒤졌어나 권당 5만 원/ 1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결국에는 원서(原書)까지 구매했으나... 영어 실력이 국어보다 좋지 않아서 (당연한 얘기 아닌가?) 쭉쭉 읽어 나가는 가독성이 떨어져, 얌전히 책장에 모셔두었다. (보려면 한 1년 걸리려나...)


 이러한 경험이 있어 절판본이 다시 나온다면, 내 독서 편력에 맞지 않아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북로그 컴퍼니와 인연이 닿아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라는 책의 리뷰를 맡게 되었는데, 가벼운 연애 소설로 생각하고 읽어 내려갔다가 '아들러/ 프로이트/ 융'같은 거창한 심리학자까지 생각나게 해준 알쏭달쏭 한 책이었다.


 


 스포일러 일부 포함




 우리의 삶은 이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p26


 시작은 단순했다. 주인공 '나(클로에)'는 남편 아드리엘의 배신(바람)으로 충격을 받아 딸 둘을 데리고 한적한 시골로 잠시 도피를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도피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사람이 시아버지라는 점이다. 평소에도 무뚝뚝한 사람이라 별다른 친밀감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동행하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불륜은 두 사람 간의 신뢰를 깨는 가장 큰 행동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내로남불) 시아버지가 따라온다는 행위에 대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불륜을 정당화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자신의 아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작은 속죄일까? 시아버지는 왜 그녀(클로에)와 함께하려 했을까? 아리송하기만 하다.



 "엄마랑 아빠는 언젠가는 다시 사랑하게 되는 거야?"

 "아니"

p45

 이제 그 매듭은 풀어야 해. 이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야. 네가 알아듣게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을 들어다오. 어떤 실 하나를 잡아당겨야 하는데, 어느 걸 잡아당겨야 할지 모르겠구나.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

p77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감정의 늪 깊숙한 곳에 떠있는 있는 그녀를 끄집어 내려고 시아버지의 모습이 안쓰럽지만 답답하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처음 보는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린 시아버지가 눈에 들어올까? 두 집안의 연결 고리인 부부 관계가 깨져버렸는데 말이다. 그저 답답한 늙은이 소리로만 들리겠지. 문득, 젊은 시절, 시아버지는 지금의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했었다는 자조 섞인 고백을 들으며 이야기는 혼돈으로 빠져든다.


 그저 젊은 날에 겪은 사랑의 잔상이라고 생각했던 고백 속의 그 사랑이 '아직도 유효하고 잊을 수 없는 진짜 사랑이었다.'라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순간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단순한 사랑 얘기가 아니게 되었다. (충격과 공포다!)




 나는 사랑이라는 것을 최면과 미신의 중간쯤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 내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건 거의 욕이나 다름없었지.

p101

 .나는 내 자식들에게 하나의 모델이다.

 .아이들이 내게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이들에게 가장 착실하고 가장 가까운 귀감으로 남아야 한다.

p165


 착실하게 자신의 가정을 지켜온 시아버지의 고백은 놀라웠다. 명백한 불륜이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되돌리기 위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불륜 속의 그녀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여인이었다. 평범한 일상 속의 내가 아닌 나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주는 완벽한 여자 말이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결혼하고 적당히 아이를 낳고 사는 그런 적당한 삶의 뒤에 묻힌 사랑, 꿈, 친구. 어느 날 갑자기 땅 속에서 튀어나온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의 끝이 대부분 파국으로 치달으며 끝이 나버렸지만, 적당한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을 했었기에 그는 후회하지 않는단다.


 


 그게 인생이야.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그래. 에움길로 돌아가고 상황에 적당히 맞춰가며 사는 게 인생이야. 우리 안에는 약간의 비열함이 있어. 그 비열함은 애완동물과 같아. 그것을 쓰다듬어 주면서 기르다 보면 애착을 갖게 돼. 그게 인생이야. 용감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어. 타협하며 사는 게 한결 덜 피곤하지.

p170

 "아, 글쎄 사람들이 이렇다니까! 자기들이 무얼 원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꼭 막판에 가서 사람을 고생 시킨단 말이야 ……."

p181



 거의 넘어갈 뻔했다. 딱 한 단어로 얘기하면 그냥 불륜이데, '꿈, 미래, 삶'과 같은 후회하고 싶지 않은 단어와 동일 선상에 놓으며 불륜을 정당화하는 시아버지의 작태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다면 클로에와 아드리엘의 관계가 깨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소린가? 과거에 시아버지가 열렬히 원했던 '후회하지 않았을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아들의 불륜도 '억지로 맞춰 사느니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찾아 떠났다는 것처럼 들린다. (쓰레기야...)


 이러한 생각에 든 순간부터 나는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은 본성을 이기지 못하는 것인가?', '이성이 본성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그토록 주장해온 -지구에서 가장 잘난 종-이라는 타이틀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닌가?', '근원적인 욕구에 대한 프로이트의 주장과 환경적인 부분의 융, 다양한 개인적 특성의 아들러... 뭐가 맞는 거지?' …….


 한편의 사랑과 전쟁 추억 편이 지나고 난 뒤 현재의 그들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난로에 장작을 던져 넣으며 오가는 이야기가 어마어마했다.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인간이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이성)은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는 투로 조곤조곤 얘기하는 시아버지의 모습은 끝까지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본성에 대한 월등함을 피력) 결국 크게 생각해 봤을 때 '인생을 이끌어 가는 것은 본인 스스로니 어떠한 선택을 하던 후회는 하지 말 것! 하지만 행동에 따른 책임은 질 것!' 정도로 생각이 되는데, 이런 얘기를 불륜을 통해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악마 같은 작가... 참 대단하다.

 좋은 소설이라 하기도 뭐 하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뭐 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각자가 읽고 판단해 보시길.




 "그 고집스런 딸아이는 좀 더 행복한 아빠랑 살기를 바라지 않을까?"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자식과 아내를 버린 시아버지의 충격적인 한마디...)

p218

+ 유명한 번역가 '이세욱' 옮김이네? (<개미>를 만나게 해준 당신께 감사합니다.)  

+ 핸드폰이 구려서 그냥 표지 사진으로 대체..

+ 이 리뷰는 <북로그컴퍼니>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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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 환경과 생태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상상력 아우름 16
최원형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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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당신은 포기할 수 있는가?]

[2016. 12. 7 ~ 2016. 12. 8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삶의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p8

"현재 세대는 미래 세대의 자원을 당겨서 쓰고 있다."는 비슷한 말을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수천년을 굳건하게 버텨온 빙하가 한순간에 녹아 북극곰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인지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빙하가 녹음으로 인해서 어떤 섬들은 수년안에 바다 속으로 잠기게 될 것이라는 경고. 수많은 운송수단을 움직이는 석유/석탄 등의 자원을 얻기위해 파헤쳐지는 자연. 이러한 모든 행동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여러가지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최고의 품질을 뽑아내기 위해서 마음껏 유전자 변이를 거쳐 탄생한 종자(씨앗)들은 종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고, 매년 변화되는 기후로 인해 수확 어종의 변화, 기저 지반의 약화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씽크홀의 위협. 해결의 실마리조차 얻을 수 없는 미세먼지. 인간이 이룩한 모든 것의 뒤에는 이와 같은 자연 파괴가 있어왔고 우리는 이를 개발/ 진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외면해 왔다.

'개발'에 생명의 논리 따위는 들어 있지 않다.

만년 동안 쌓인 시간을 그토록 빨리 없애는 기술을 우리는 과학적 진보라 부릅니다.

p61

수많은 학자가 이에 대해 연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끊임없이 경고를 해왔지만, '인간의 이익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환경파괴'였기 때문에 누구도 거부를 하지 않았다. 아무렴, 누가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누리는 모든 혜택이 자연 파괴의 산물인데,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할 자신이 있는가? (너무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조금도 양보할 마음이 없을 것이다.)

편리함으로 무장한 '과학적 진보'를 포기할 수 있는 이는 아마 드물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 등장한지 20년도 되지 않은 스마트 폰의 수많은 장점에 필적하는 수많은 단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미 스마트 폰의 편리성에 물들은 우리는 손에서 스마트 폰을 놓고 있지 못하지 않는가? (나는 내가 여기에 푹빠질 것을 알기에 폴더폰을 쓰면서 조금 미루고 있지만 결국 나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풀과 나무와 소박한 작은 집이 있던 공간이 거대한 빌딩과 찻길 빼곡한 도시로 바뀌는 걸 소위 발전이라 합니다. (중략) 자연이 줄어드는 것을 발전이라 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그리워하는 걸 보면 그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p90

그렇다고 당장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대책이 있어도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방법뿐이려나? 교토 의정서로 '각 나라마다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제한해서 자연을 지키자!'라고 했지만 탄소의 양을 줄이기는 커녕, 잘나가는 선진국이 다른 나라에게서 탄소 배출권을 사들여 거리낌없이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모습은 본래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결과라고 생각된다.

결국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행위가 오직 '현재의 편리함'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환경보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뻔하지 않은가? 심지어 처지곤란의 핵폐기물로 인해 세계적으로 핵발전소의 가동을 줄이거나 없애는 와중에도 '고효율'을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를 꿋꿋하게 늘리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래를 여는 원자력 에너지'로 포장할뿐 어떠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원전 비리는 물론 지진으로 안전성에 까지 문제가 제기되는데...)

분명, 지금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미세먼지, 대지의 사막화, 먹을 수 있는 담수가 없어지는 등 이미 자연은 빨간불을 맹렬하게 키며 경고하고 있다. 그래도 대책이 없으니 답답할뿐... 그저 재미로 읽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미래를 물려주고 있을까?

사고가 나면 그 모든 책임은 이 땅에서 살아야만하는 이들에게로 떠넘겨질 것입니다.

p98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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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 춘추전국,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의리를 찾아서 아우름 15
공원국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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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역사'라는 맛집]

[2016. 12. 12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공자나 맹자의 말이라고 맹신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략) 생각을 통해 우리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면 그뿐입니다.

나는 역사서라는 것을 완전히 신용하지는 않는다. 역사는 시대에 따라서 아니면 어딘가 숨어있다가 역사학자들을 엿 먹이려고 튀어나온 사료(史料) 들에 의해서 역동적으로 바뀌는 성질을 지녔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고 물으면 교양 삼아 한국사 1급을 따놓은 것이 전부일뿐, 그 후에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모른다!"라고 대답해도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역사에서 배워야 할 점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렇듯 한 핑계가 생각나 몇 자 적어본다.

그렇다면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과거로부터의 성찰?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슷한 사례를 과거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 아니면 끊임없이 반복됨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 (요즘은 한 5천 년 전으로 갔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샤머니즘이라고..)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여러 소스를 제공해주는 훌륭한 맛 집(?)이라고 하겠다.

인의(仁義)란 말하자면 안락한 집과 넓은 길이다. 안락한 집과 넓은 길을 버릴 필요가 있는가?

p11

이런 점을 비추어 보면서<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라는 책을 읽었으면 한다. 아마 한 번쯤은 춘추전국시대, 항우와 유방, 삼국지연의, 초한지, 열국지 등 각종 중국의 역사에 관한 픽션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지만 말하고 다니지만, 앞서 언급한 모든 책이 떡하니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대도 불구하고 삼국지 이외는 본 책이 없다. 그저 간략하게 내용만을 알고 있거나 오며 가며 들은 잡다한 지식으로 조금 알고 있는 정도를 다루고 있어, 작가가 말하는 언급하는 과거의 사건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떠한 역사적 사건을 예로 들더라도 인의, 정도, 도의와 같은 오래되었더라도 항시 강조에도 부족함이 없는 주제에 대해 언급하여 어렵지는 않다. (아니 실천하기가 쉽지 않으니 어렵다고 해야 하나?) 흥미로운 점은 "너는 올바른 길을 갈지어다!"라고 머릿속에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과거에 있었는데 이런 일에 관해서는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있냐? 그래도 올바른 길을 가라고!"(p19)라고 에둘러 말하는 작가의 노력이 귀엽다 못해 가상하다.

요즘은 모두가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평범하게 산다'라는 말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맺을 수 있는 과실임을 깨달은 이후에는 더욱 그런 느낌이다. 물론, 올바르게 사는 일은 항상 옳다. 지겹도록 들어도 또 들어야 하고 가슴속에 깊이 새겨야 하는 말이다. 조금만, 조금만 용기와 희망을 지녔으면 한다. 아무리 사회가 컴컴하고 찐득한 늪 속에 있더라도 결국 이곳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곧 올바르게 사는 일이니까. 저번에도 언급했듯이, 때가 오면 나는 올바른 길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거든.

실제 역사에서 용기 있는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일은 허다하다... 하지만 용감하되 실천하는 방법마처 의롭다면 개인이라고 세상을 바꾸지 못할 리 있을까.

p158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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