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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종말 1 샘터 외국소설선 13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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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종말]


[★★★☆]


[전쟁에 마침표를 찍다]


[2017. 8. 21 완독]






스포일러 일부 포함.





 우린 재미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p234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시리즈>!

독특한 설정의 SF 소설이라 아주 재미있게 봤던 <노인의 전쟁>. 블로그에도 찾을 수 있지만 이 시리즈를 전부 봤다. 국내에 정식 발매된 소설은 꼬박꼬박 찾아서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하지만 <노인의 전쟁>, <유령 여단>, <마지막 행성>, <조이 이야기>에 등장 했던 '존 페리'의 필적(匹敵)하는 등장 인물의 부재가 아쉽다.


 속칭 '존 페리 연대기'를 마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우주 시대를 그려낸 <휴먼 디비전>의 해리도 뛰어난 전사가 아닌 뛰어난 전술가/ 협상가의 포지션이라 두들기고 때려 부수는 스페이스오페라(우주를 무대로 한 모험담을 다룬 공상 소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간 섭섭한 변화가 아닌가 싶다.






 장군님께 저는 외계인 입니다. 장군님은 저에게 외계인이고요. 우리 모두 서로에게 기이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친구입니다.

p203






  <모든 것의 종말>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평이하다는 코멘트를 달고싶어서랄까? 우주 연합 콘클라배와 개척연맹, 지구의 갈등과 새롭게 등장하는 이퀄리브리엄이라는 조직의 떡밥이 하나 둘씩 던져지는 초반과 중반에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모종의 이유로 우주선에 '뇌'만 탑재된 조종사 로언과 콘클라배의 수장인 가우 장군의 보좌관인 소르발, 협상가 해리의 활약상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한방'으로 보기에는 애매해서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뇌만 있는 우주선 '챈들러호'의 로언은 이퀄브리엄에 붙잡힌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여정이 끝난 이후에 어디론가 사라져 매력을 발산할 기회도 없었다. 그리고 가우 장군 뒤에서 암약(暗躍)하던 보좌관 소르발이 콘클라배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지만 그것도 비중있게 다루어 지지 않았다.


 그래서 인물은 제쳐두고 고조되는 세력간의 갈등과 그 갈등을 조장(助長)하는 새로운 세력의 등장에 초점을 맞추고 읽었는데 마지막이 너무 순조롭고 끝나서 맥이 탁 풀려버렸다. 완전히 'WE ARE THE WORLD!! 우리는 친구! 우리는 하나! '라니...







 지금껏 고문관님은 늘 누군가의 뒤에서 걸으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무도 고문관님 앞에서 걷지 않습니다. 콘클라배를 위해 앞으로 나서셔야 합니다.

p288






 이제 존 스칼지는 <노인의 전쟁> 시리즈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나 보다. 이퀄리브리엄의 빠른 몰락으로 콘클라배와 개척연맹의 갈등이 너무나 쉽게 없어져 버리고 , 그리고 새롭게 우주에 등장한 지구는 활약은 커녕 '등장이 없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음에 나올 시리즈를 위한 떡밥인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시리즈를 놓고보면 평범했던 <모든 것의 종말>.






 대체 우리가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중위님? 불 끄는 일만 하며 돌아다니고 있어요. 뭐, 좋습니다. 우린 소방대 입니다. 우리 임무는 불을 끄는 거죠. 어쩌다 불이 났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불만 끕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소방대도 과연 누가 이 모든 불을 질렀는지, 어째서 계속 우리만 그 불을 꺼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마련입니다.

p96

 당신들이 얼마나 피곤한 존재인지 아십니까?

p228







이 시리즈의 개인적인 순위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1. <노인의 전쟁>

2. <마지막 행성> = <조이 이야기>

3. <유령 여단> = <모든 것의 종말>

4. <휴먼 디비전>







 오늘 우리는 우주의 역사를 바꾸는 일이 얼마나 간단한지 배웠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추악한 일들을 먼저 겪었을 뿐이죠.

p255




※추신 : 오슨 스콧 카드의 <죽은자들의 대변인> 읽고싶다. 제길. 뭔 중고를 저렇게 비싸게 팔어!

(하지만.. 그렇게 원서를 구하게 되고... 하지만 에필로그 읽다가 던짐, 영어 읽는 속도가 느려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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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


[1%만 높게...]


[2017. 8. 19 ~ 2017. 8. 21 완독]




 악이 번성하고 어둠이 빛을 물리치는 세상, 그것이 바로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드라마나 픽션의 세계에서 경험하는 권선징악을 통해 얼마간이나마 마음을 달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p1





 나는 아직도 '인간'이라는 종(種)이 다른 종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어떤 것이 있는지 확실하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물론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 차별화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껏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인간이라는 종(種)의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논문을 써왔던 연민, 사랑, 질투, 분노 등과 같은 것이 다른 종에게도 있음이 발견되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러할까?


 작가는 이러한 물음에 '악(惡)'이라는 답을 들고 나온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잔악한 연쇄 살인마, 돈 때문에 가족을 계획적으로 죽인 사람, 단지 사람을 죽여보고 싶다고 해서 살인을 한 사람 등.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마음은 짐승과 같은 광기로 가득한 악(惡)을 말한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가 결코 명확할리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은 하나의 수수께끼이며, 그러한 비밀에 대해 언제까지고 경외의 마음을 품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이 깃들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p32

 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그 사람의('이'라고 오자 있음) 인간성, 즉 인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드러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p32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복잡성과 불완전함은 공허함과 불안함을 불러오고, 결국에는 이해 불능의 악이 탄생한다는 논리는 꽤 설득력 있다. 아우슈비츠, 위안부, 난징 대학살 같은 인간의 잔악한 면을 근거로 들었으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겠냐만은 '원죄'는... (생략).


 하지만 우리가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온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 수많은 피가 흐르는 것을 알면서도 '남의 일'이라 치부하는 것도, 엘리트 카르텔, 정부와 기업의 유착에 강한 비판을 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이 되는 일에 손쉽게 넘어가는 형태를 보면, 악은 어디서나 언제나 일관되게 존재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저 우리가 그 악을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에 따라 마음속의 악이 커질 수도 잘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통 그 자체가 그 (=인간)의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운가'라는 외침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 니체 <도덕의 계보> 中 -

 악의 대척점 세 가지 요소 (안전, 정의, 자유)

-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충만한 사회

- 공정함이 비교적 보장되는 사회

- 자유가 널리 퍼진 사회






 '악이 어디서 오는가? 악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끝으로 갈수록 지지부진하고, 어떠한 성찰도 없이 결국에는 '인간애'나 '사랑'으로 끝나는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너무 상투적이지 않나. 어떤 세대라도 선(善)의 시대만을 살지는 않는다. 분명 악이 대두되는 악(惡)의 시대가 있다. 한낱 평범한 인간일 뿐인 내가 '악의 연결 고리를 끊겠다!'라고는 외치기 쉽지 않다.

 그저 내 안의 선(善)이 악(惡)보다는 1%라도 앞서도록 채찍질해야 할 뿐.








<다이아몬드의 가치 = 5C>

- 색 Color

- 연마 상태 Cut

- 투명도 Clanty

- 무게 Carat

- 분쟁 Conflict





<책 속의 책>


- <핀처 마틴> : 윌리엄 골딩

- <악의의 수기> : 나카무라 후미노리

-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 <브라이던 록> : 윌리엄 골딩

- <도덕의 계보> : 니체

- <블러드 다이아몬드>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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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


[인간다움에 관하여]


[2017. 8. 17 ~ 2017. 8. 18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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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의 페니, 나의 형제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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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가 사랑스럽다.

세상에 존재하는 감동이라는 감동은 전부 끌어모아서 꼭 안고있는 어느 인디언의 모습과 '그게 뭐?'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라고 말하는 차분한 표정의 개를 보니,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켰는지는 대충 감이 올 정도이다. 사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는 띠지나 커버는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물론 관리 차원에서 그랬겠지만)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각적인 장치를 못보는 것은 또 아쉽기도 하다. (그니까 책을 사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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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읽어버린 것의 향기가 저 어둠으로부터 희미하게 전해지고 있는 지금, 그런 것 따위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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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짧게 얘기하자면 '인디언판 은혜갚은 제비'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마푸체 인디언 마을에서 자란 개 '아프마우(=충직하다)'가 마을이 윙카(=외지인)의 손에 불타 없어지고, 강제로 끌려가 도망치는 인디언을 쫓는 개가 되었지만 결국에는 다시 몸바쳐 보은(報恩)하는 한편의 대서사시.


 인간의 입장에서는 단지 동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잘해준 전주인의 목숨을 스스로를 희생해서까지 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스스로가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을 기꺼이 하는 아프마우를 보니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는 모든 종들 중에서 가장 뛰어남을 자부하고 또한 그러하나, 이러한 뛰어남 때문에 쉽사리 남을 돕지 못한다.


 속담에는 '검은 머리 가진 짐승은 구제 말란다'는 말이 있다. 은혜를 입어도 은혜를 값지 않는 사람을 꼬집는 말로 '

일부'만 그러하다고 하기에는 속담까지 만들어져 내려올 정도면 그 일부가 인간의 단면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면을 질책이라도 하는 아프마우의 모습은 '인간다움'을 강조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복잡성에 대해 말하는게 아니다. 조금더 착하게 조금만 더 착하게, 선함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악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을 강조하는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이야기는 가벼우나 그 주제는 가볍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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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치웨우 페니" 

(형제여, 우리는 앞으로 열 번은 더 이겨낼거야.)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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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체 인디언 어>

- 라쿤(rakonn) : 죽음

- 롱코(longko) : 영적 지도자

- 안투(antu) : 태양

- 윙카 : 외지인

- 아프마우 : 충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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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좋아 저것 싫어 - 눈치 보지 않고 싫다고 말하는 행복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이것 좋아 저것 싫어]


[★★☆]


[또 만나요! 멋진 사람!]


[2017. 7. 2 ~ 2017. 7. 5 완독]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멋대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사람의 글에 돈을 내고 책을 살 필요는 없답니다.

p267




 사노 요코.

그녀의 책은 항상 바로 옆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이미 돌아가신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다니... 이런 점이 작가라는 직업이 가지는 최대의 강점이 아닐까? 내 육신이 먼지가 되어 슬어 없어져도 내 모든 것이 활자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과거에도 그녀는 그녀다. 진중하지만 제멋대로고 사려 깊지만 가벼우며 낭만적이지만 냉철한..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다. <이것 좋아 저것 싫어>라는 책 자체의 재미는 확실히 뒤떨어진다. 실제로 책은  'O코님에게 보내는 편지'인지라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 얘기하고 안부를 물을 뿐이지, 뭔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하지도 못하면서, 째째함과 절약의 구분도 명확하게 하지 못하면서, 절약은 미덕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p82







 진심으로 기원하는 대상은 자신 및 지극히 가까운 사람뿐이라는 이기주의를, 4만 엔 짜리 불단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p115






 아무런 거리낌 없는 것이 그녀의 매력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착하게 굴지 않고, 잘났다고 거들먹 거리지 않는 모습.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도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도 '나와 너는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그녀의 글 속에 항상 볼 수 있어서 좋다.


 자신도 돈때문에 치졸했던 적이 있었고, 절약을 다짐 한 후 과소비를 한적도 있었다는 말을 평생 남을 책에게다가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 온다. 유명한 작가라면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인데 말이다. 죽으면 꼭 뵈러 가야지.


반가웠어요. 사노 요코상.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도,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는지 본인도 알 수 없다.

그 때가 되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중략)

환자의 언어 건너편에 있는 언어화 되지 않은 감정은 그때가 오지 않으면 모른다. 이성이나 언어는 압도적인 현실 앞에선 그다지 강하지 않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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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행복은 간장밥 -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 샘터 필사책 1
법정 지음, 샘터 편집부 엮음, 모노 그림 / 샘터사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행복은 간장밥]


[우리의 가슴에 새겨진 그 이름]


[2017. 7. 1 ~ 2017. 7. 2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나그네 길에서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든

차라리 혼자서 갈 것이지 어리석은 자와 길벗이 되지 말라

<법구경 61>





 분명 개인 사정이 있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서평단이 잘려도 할 말 없는 상황인데, 지금까지 믿고(?) 책을 보내준 샘터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징한 샘터) 개인적인 일은 얼추 마무리 지었으니 다시 독서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서평 처리(?)를 못했던 책들을 하는 중이다.


 분명 책을 받자마자 읽고 연습장에 정리 한 뒤에 <서울 국제 도서전>가는 김에 친구네 집에서 정리나 해야지.. 하고 챙겨갔는데... 그래도 잊어버린 듯. (훗.. 나란 놈은..) 부랴부랴 다시 읽었다.



 

 내게도 꿈이 있습니다.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은 삶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고 싶군요.

 그리고 추하지 않게 그 삶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p77






 그 유명한 <무소유> 책을 집필하고 직접 그 삶을 실천했던 법정 스님. 내가 특히 그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각 종교가 결국에는 개개인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었던 것에 있다. 끊임없이 다양한 종교와 교류하고 배우며 서로를 인정하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똑같음을 알려 주었던 스님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더욱이 입적(入寂) 한 후에 스스로가 남긴 모든 것을 없애달라는 말을 남긴 일화가 유명하다. 무소유로 시작해서 무소유로 살다가 무소유로 가길 원했던 스님은 너무 큰 것을 남기고 가버렸다. 바로 '법정'이라는 두 글자를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버린 것이다.






무엇에도 쫓기거나 시들지 않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순응하는 것,

그러면서 순간순간 자신의 삶을 음미하는 것,

그것이 느리게 사는 것,

여유 있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삶의 귀한 태도이지요.

p28





 본인이 소유했으나 본인 것이 아닌 이름까지 지우고 가고 싶었지만, 그의 유지(遺志)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법정 스님을 잊으려고 하지 않았다. 절판된 <무소유>가 높은 가격에 책정될 정도로 왕성하게 거래되었고, 스님이 남긴 말들을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여기에 있어서 '스님을 존중하지 않는 돈에 환장하는 사람들'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스님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아 비난하기도 뭣하다.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p15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행복은 간장밥>이라는 책을 보면, 스님이 대단한 사람이기는 대단했나 보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고, 단지 단편적인 말씀만 읽어도 무지한 나를 위해 친절하게 쉬운 말로 풀어 놨다는 느낌이 강했다. 어쩌면 답이 없는 선문답 같기도 하지만 '좋다'라는 감상에는 더하지도 빼지도 않겠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스스로가 판단하고 마음속에 담아둘 것은 담아두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되면 그만인 책. 그래서 제목이 <행복은 간장밥>인가보다. 누구나 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처럼, 행복도 그렇게 먼 곳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 말이다.






 자, 이제 남의 책은 덮어 두고

자기 자신의 책을 읽을 차례다.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나 활자로 된 게 아니다.

펼쳐 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다.

p189










<다 적지 않는 책 속 한마디>


1. 활자화된 글은 물론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이 읽게 되지만, 나는 글을 읽을 대상을 거의 인식하지 않는다. 가까운 친지에게 편지를 쓰듯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리고 쉬운 단어를 골라가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p91


2.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아주 조용하다.

어리석은 자는 반쯤 물을 채운 항아리와 같고

지혜로운 이는 물이 가득 찬 연못과 같다.

<숫타니파타 721>


3.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서 왔는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내 것이 아니다.

 - 칼릴 지브란 -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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