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마을 식당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항구 마을 식당]


[★★]


[오쿠다 히데오는 오쿠다 히데오다.]


[2017. 1. 2 완독]





 나는 그런 식으로 여기 저기 끌려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원고 집필을 약속하곤 한다.

p12

 

 소설과 달리 여행기에는 끊임없이 작가 자신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같은 산을 보고도 '멋지다!' 라고 감탄을 할 수도 있고 '힘든데 오늘 산에 가지는 않겠지?'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항구 마을 식당>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작가 오쿠다 히데오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독방에 자신을 가두고 치열하게 글을 써내려가 세상을 놀래킬 작품을 내놓는 '프로' 작가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나는 슬럼프야"라고 직접 말하며 속편한 한량처럼 몇 달씩 노는 오쿠다 히데오가 좋다. 아직 통장에 돈이 있으니 놀아도 된다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편집부 관계자들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게도 한다. (캬..역시 능력자는..)



 어느 여름 밤, 이름 없는 소설가 한 명이 미야기 현 시오가마에 있었습니다. 이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게 여행이다. 나는 여행의 그런 익명성이 제법 좋다.

p121


 80%이상은 등떠밀려 떠난 '항구 도시에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여행기'는 편안하기 그지 없다. 여행이 주는 특별한 경험이나 낭만따위는 상관없이 피곤하면 일찍 숙소에 들어가 잠을 자고, 볼거리 보다는 먹거리와 한잔의 술에 집중하는 여유 낙낙한 스타일의 여행이었다.


 덕분에 '항구 마을'이라는 거창한 제목치고는 여행지에 대한 풍경은 단. 한. 개. 도. 남지 않고, 소박한 항구마을에 잘먹고 푹쉬었구나...라는 감상평이 전부인 다소 황당한 여행기라 웃긴다. 배멀미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소박한 자랑과 남이 사주니까 열심히 먹는 다는 오쿠나 히데오의 털털함.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춤을 추는 익살스러운 면과 여행 중에 지네에게 물리고, 배에서 숙면하는 것이 특기라는 그를 상상하는 재미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책.


 하하.

이제까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작품으로 그를 조금 더 알고 싶어 읽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굳이 찾아 볼 필요는 있을까? 그의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곧 오쿠다 히데오의 분신인걸. 더우기 그가 찾은 곳은 따로 찾아보지 않거나 가보지 않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니 그냥 어딘지 모르는 곳이라 별 관심도 없더라. (부산과 후쿠오카는 그나마 상상이 되는 듯.)



 여행의 좋은 점은 일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어찌 즐기지 않으리.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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