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어떤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야]


[2016. 12. 24 ~ 2016. 12. 25 완독]


[북로그 컴퍼니 서평단 활동]






 너의 가치를 생각할 때, 네 삶은 지금보다 한결 나아져야 해.

p124



 어찌 되었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절판'된) 책이 리뉴얼(renewal:신어) 되어 다시 세상에 나오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SF 소설 중 하나인 <엔더의 게임>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어 따르는 시리즈를 보려 했으나, <사자의 대변인> <제노사이드>가 이미 절판되어 읽을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고 도서를 이 잡듯이 뒤졌어나 권당 5만 원/ 1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결국에는 원서(原書)까지 구매했으나... 영어 실력이 국어보다 좋지 않아서 (당연한 얘기 아닌가?) 쭉쭉 읽어 나가는 가독성이 떨어져, 얌전히 책장에 모셔두었다. (보려면 한 1년 걸리려나...)


 이러한 경험이 있어 절판본이 다시 나온다면, 내 독서 편력에 맞지 않아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북로그 컴퍼니와 인연이 닿아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라는 책의 리뷰를 맡게 되었는데, 가벼운 연애 소설로 생각하고 읽어 내려갔다가 '아들러/ 프로이트/ 융'같은 거창한 심리학자까지 생각나게 해준 알쏭달쏭 한 책이었다.


 


 스포일러 일부 포함




 우리의 삶은 이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p26


 시작은 단순했다. 주인공 '나(클로에)'는 남편 아드리엘의 배신(바람)으로 충격을 받아 딸 둘을 데리고 한적한 시골로 잠시 도피를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도피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사람이 시아버지라는 점이다. 평소에도 무뚝뚝한 사람이라 별다른 친밀감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동행하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불륜은 두 사람 간의 신뢰를 깨는 가장 큰 행동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내로남불) 시아버지가 따라온다는 행위에 대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불륜을 정당화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자신의 아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작은 속죄일까? 시아버지는 왜 그녀(클로에)와 함께하려 했을까? 아리송하기만 하다.



 "엄마랑 아빠는 언젠가는 다시 사랑하게 되는 거야?"

 "아니"

p45

 이제 그 매듭은 풀어야 해. 이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야. 네가 알아듣게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을 들어다오. 어떤 실 하나를 잡아당겨야 하는데, 어느 걸 잡아당겨야 할지 모르겠구나.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

p77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감정의 늪 깊숙한 곳에 떠있는 있는 그녀를 끄집어 내려고 시아버지의 모습이 안쓰럽지만 답답하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처음 보는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린 시아버지가 눈에 들어올까? 두 집안의 연결 고리인 부부 관계가 깨져버렸는데 말이다. 그저 답답한 늙은이 소리로만 들리겠지. 문득, 젊은 시절, 시아버지는 지금의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했었다는 자조 섞인 고백을 들으며 이야기는 혼돈으로 빠져든다.


 그저 젊은 날에 겪은 사랑의 잔상이라고 생각했던 고백 속의 그 사랑이 '아직도 유효하고 잊을 수 없는 진짜 사랑이었다.'라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순간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단순한 사랑 얘기가 아니게 되었다. (충격과 공포다!)




 나는 사랑이라는 것을 최면과 미신의 중간쯤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 내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건 거의 욕이나 다름없었지.

p101

 .나는 내 자식들에게 하나의 모델이다.

 .아이들이 내게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이들에게 가장 착실하고 가장 가까운 귀감으로 남아야 한다.

p165


 착실하게 자신의 가정을 지켜온 시아버지의 고백은 놀라웠다. 명백한 불륜이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되돌리기 위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불륜 속의 그녀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여인이었다. 평범한 일상 속의 내가 아닌 나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주는 완벽한 여자 말이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결혼하고 적당히 아이를 낳고 사는 그런 적당한 삶의 뒤에 묻힌 사랑, 꿈, 친구. 어느 날 갑자기 땅 속에서 튀어나온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의 끝이 대부분 파국으로 치달으며 끝이 나버렸지만, 적당한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을 했었기에 그는 후회하지 않는단다.


 


 그게 인생이야.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그래. 에움길로 돌아가고 상황에 적당히 맞춰가며 사는 게 인생이야. 우리 안에는 약간의 비열함이 있어. 그 비열함은 애완동물과 같아. 그것을 쓰다듬어 주면서 기르다 보면 애착을 갖게 돼. 그게 인생이야. 용감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어. 타협하며 사는 게 한결 덜 피곤하지.

p170

 "아, 글쎄 사람들이 이렇다니까! 자기들이 무얼 원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꼭 막판에 가서 사람을 고생 시킨단 말이야 ……."

p181



 거의 넘어갈 뻔했다. 딱 한 단어로 얘기하면 그냥 불륜이데, '꿈, 미래, 삶'과 같은 후회하고 싶지 않은 단어와 동일 선상에 놓으며 불륜을 정당화하는 시아버지의 작태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다면 클로에와 아드리엘의 관계가 깨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소린가? 과거에 시아버지가 열렬히 원했던 '후회하지 않았을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아들의 불륜도 '억지로 맞춰 사느니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찾아 떠났다는 것처럼 들린다. (쓰레기야...)


 이러한 생각에 든 순간부터 나는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은 본성을 이기지 못하는 것인가?', '이성이 본성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그토록 주장해온 -지구에서 가장 잘난 종-이라는 타이틀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닌가?', '근원적인 욕구에 대한 프로이트의 주장과 환경적인 부분의 융, 다양한 개인적 특성의 아들러... 뭐가 맞는 거지?' …….


 한편의 사랑과 전쟁 추억 편이 지나고 난 뒤 현재의 그들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난로에 장작을 던져 넣으며 오가는 이야기가 어마어마했다.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인간이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이성)은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는 투로 조곤조곤 얘기하는 시아버지의 모습은 끝까지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본성에 대한 월등함을 피력) 결국 크게 생각해 봤을 때 '인생을 이끌어 가는 것은 본인 스스로니 어떠한 선택을 하던 후회는 하지 말 것! 하지만 행동에 따른 책임은 질 것!' 정도로 생각이 되는데, 이런 얘기를 불륜을 통해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악마 같은 작가... 참 대단하다.

 좋은 소설이라 하기도 뭐 하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뭐 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각자가 읽고 판단해 보시길.




 "그 고집스런 딸아이는 좀 더 행복한 아빠랑 살기를 바라지 않을까?"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자식과 아내를 버린 시아버지의 충격적인 한마디...)

p218

+ 유명한 번역가 '이세욱' 옮김이네? (<개미>를 만나게 해준 당신께 감사합니다.)  

+ 핸드폰이 구려서 그냥 표지 사진으로 대체..

+ 이 리뷰는 <북로그컴퍼니>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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