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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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


[옛 종족 최후의 생존자]


[2016. 8. 28 ~ 2016. 8. 29 완독]



 

스포일러 포함.




 중고 책방에서 득템한 책. 괴기스러운 표지가 취향은 아니지만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의 원작일 것이라는 느낌과 2005년에 나와 지금 보지 않으면 못볼 것 같다는 절판본에 대한 압박감으로 샀던 책. 사실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은 맞았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책으로 찍혀나오는 어마어마한 전설을 찍고 있는 책이었다. (오.. 몇쇄여 이건?.. 여담으로 <죽은자의 대변인>보고싶다... 중고 10만원! 망할! 원서를 팔길래 사옴. > 읽을 수는 있으나 오래걸림 > 보기싫다. > 보고싶다. > 비싸 > 원서는... 무한루드 中)



 한 시간 후면 놈들이 몰려올 것이다. 더러운 괴물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다.

p14


 로버트 네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인간. 매일 밤, 자신을 찾아오는 괴물들이 훼손하는 집을 수리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마늘의 향을 확인하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전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자신과 같은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 네빌의 봄에 흐르는 신선한 피를 빨기 위해서 찾아오는 괴물들은 한때는 이웃이자 동료이자 친구였던 사람들.




 그는 외로움을 아는 남성이다.

p11

 침묵이 부끄러우면서도 차가운 손으로 그의 목을 졸랐다.

p42


 멸망한 세상에 자신 뿐이라면? 그리고 밤마다 찾아와 목숨을 탐하는 괴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끔직하다.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이 무생물인 배구공에 얼굴을 그려주고 항상 데리고 다니며 말을 걸었던 것처럼, 사람은 그 어떤 누군가와라도 관계를 맺어야 살 수 있는 동물이다.


 단 한명이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나 네빌은 오로지 혼자. 차가운 침묵, 술이 아니면 하루를 보내기가 버거울 정도로 삶은 피폐해져 간다. 어느 날, 등장한 잡종견(도그밋)에 기뻐하고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상처를 입고 돌아온 개가 죽어 다시 그는 혼자가 된다.



 놈의 머리를 쓰다듬는 촉감을 느끼고 싶어 온몸이 욱신거렸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싶었다. 이 못생기고 더러운 개를 말이다.

p130

 "이제 곧 괜찮아질 거란다. 금방 좋아질거야."

...(중략)...

 일주일 후 개는 죽고 말았다.

p130

 

  어떠한 관계도 만들 수 없는 그에게 남은 것은 집 주위를 서성이는 괴물뿐. 네빌은 마늘, 십자가, 말뚝을 들고 괴물을 사냥하러 다닌다. 세상이 어떻게 망한지 모르는 네빌, 어떻게 괴물이 나타나게 된지 모르는 네빌. 분노를 몸에 두른체 사냥하러 다니는 그의 앞에 괴물이 햇볕에 치명상을 입고 바스라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거다!

신체 여러곳에 말뚝을 박아보기도하고, 괴물을 잡아 혈액을 채취하기도 하고, 성서를 읽어주기도 하는 등 괴물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하는 네빌앞에 나타난 여인, 루스. 분명 낮에도 돌아다니고 인간의 말을 하지만 그녀가 의심스러운 그는 경계를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피를 채취해 괴물인지 아닌지 판별해 내려는 순간. 네빌은 그녀에게 공격을 받고 그녀는 도망간다. 과연 그녀는 괴물이었단 말인가?




 로버트 네빌, 옛 종족 최후의 생존자.

p217





다시 한번 스포일러.



 인간이 멸망하거나 궁지에 몰린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종류의 소설. 유일한 생존자인 네빌의 고뇌를 그려내는 것을 물론, 고뇌가 '괴물'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승화하는 것까지 해피하게 진행된다. 그러다 루스라는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오면서 <나는 전설이다>의 전개는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괴물'병'을 치료하기 위해 괴물을 사냥하는 '인류의 희망'이었던 이미지가 괴물이 되는 병을 받아들이고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루스로 인해 네빌은 '없어져야할 구시대 유물'로 탈바꿈되는 모습이 신선하다. 자살까지 생각했던 비참한 삶을 끌어올린 '치료'라는 좋은 목적이 어느 순간 다른 종족을 살해하는 살해자가 되고, 처단해야할 대상이 되어버렸을 때.


 인류의 희망에서 비롯된 '전설'이 아니고, 다음 종족이 전면에 등장하기 직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설'이라니.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은 제치고 세상에 등장하는 그런 모습이 이러하지 않을까? 영원할 것 같았던 인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이라니...


 <나는 전설이다>에 그려지는 '신인류'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은 아닐지라도... 아니.. 너무 심한데? 이미 생명의 피를 섭취하는 반 흡혈귀의 모습을 마약(?!)으로 통제하여 이성을 유지하는 신인류라... <지구 최후의 사나이> <오메가 맨> <나는 전설이다>라는 3편의 영화의 모티브가 된 소설 답게 참혹한 미래를 잘(?) 그려낸 책이다.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참, 사망 시간은 언제인가요?"

...(중략)...

"내가 집에 가자마자죠"

 그는 넋이 나간 시선으로 섬뜩한 강철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칼날을 만져 보았다. 정말 아름다워. 그가 중얼거렸다. 살짝만 그어도 피를 뿜어낼 듯한 예기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나 특별한 존재감인가!



 <나는 전설이다>이후에 수록된 단편은 아내를 죽일려는 남편이 손수 장례식자을 예약하는 모습을 그린 <아내의 장례식>. 전장(戰場)을 휘어잡는 미지의 마녀들. 괴물의 장례식. 무심하게 던지기 놀이를 하는 남자 등 가끔은 '이건 뭔 내용이야?'라는 단편과 '섬뜩해서 얼른 넘어가야지'라는 단편이 섞여, 표현하기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물론, <나는 전설이다>가 주된 내용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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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표류
이나이즈미 렌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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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업표류]


[멈추면요, 불안해요]


[2016. 8. 25  ~ 2016. 8. 28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솔직히 말할게요. 멈추면요, 불안해요. 사실은 나한테 자신이 없으니 계속 달릴 수 밖에 없어요. 달림으로써 불안한 마음을 감추는 거죠.

p371

​ "결혼하여 아이낳고 아파트사면 끝나는 인생은 싫다."


​'KBS 스페셜 제29화' 2016년 8월 25일자에 방송된 "청년, 탈출 꿈을 찾아서"


http://nstore.naver.com/broadcasting/detail.nhn?productNo=570915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239127




 KBS 스페셜 '청년 탈출을 꿈꾸다'와 무한도전의 '도산 안창호 특집'을 봤다면 <직업 표류>라는 책에서 말하는 내용 +α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헬조선 (or 지옥불반도).

대한민국을 강타한 신조어 중에서 가장 일선(一線)에 서있는 단어이자 큰 논란을 불러온 단어. 각자가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맞다!'라고 말하는 이들과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정도로 상반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서로가 인정하는 부분에서 '소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공감점이 몇개 있다. 일이 힘들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통장보면 출근해야 겠다는 얘기. 맞벌이를 해도 아이를 기르고 양육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 노후에 연금으로 먹고 살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얘기. 등등. 대부분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전재로 하고 있다.


 온갖 뉴스에서 불안한 미래와 참혹한 현재에 대해서 우리를 자극하니까 '그런가 보다.'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크게 터진 사건만 저정도면 수면 아래 있는 자잘한 사건과 아직 터지지 않은 거대한 사건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마이너스가 될까라는 생각도 든다.


 반쯤 우스갯 소리로 '한국은 일본의 10년(or 20년)전의 모습이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 모델을 많이 차용해온 우리 나라는 일본이 지나간 길과 비슷하게 성장해왔고, 성장에 따른 문제점도 거의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말이다.


 1980년 대에 발생한 일본의 거품 경제의 소멸로 일본의 불황은 현재형이라는 말이 아직도 들린다.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이라 칭하며 불황을 자조적으로 평하며 이 시대를 살아온 세대에게 '로스트 레저레이션(잃어버린 세대)'라는 신조어를 붙어줄 정도로 엄청난 고난을 겪어 왔다.


 뭐 그리고는 현재로 넘어가 차츰 안정을 찾고 있다라는 기사가 보이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기사말미에 과거 일본이 겪었던 문제가 현재 한국에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는 점과 '일본은 버텨내고 있는데 과연 한국은?'이라는 뉘앙스의 기사와 댓글이 항상 따라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못 버틴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있지..)




 안정과 성장의 '신화'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성장 신화가 사라진 '시대' 상황에서 종신고용, 연공 서열 같은 제도도 믿을 수 없었다.

p19

 장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인데 근무시간이 끝나고도 잡일을 하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술을 따라야 한다면 어떻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p29



 <직업표류>도 이런 시류(時流)에 편승하여 '과거와 현재의 일본은 어떻했고 현재의 한국은 이러하니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상투적이지만 중요한 물음을 던지는 책이라 본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역설적인 관계에 놓인 한국과 일본. (오..형제..여)


 다양한 직업을 가진 8명이 풀어내는 '일본 사회'에 대한 얘기는 한국의 그것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꿈, 현실, 적성, 희망, 초조함, 불안, 허무감, 굳건한 의지 등 이제 막 성인이 되려하는 청년이 보이는 감정은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을 것이다.



 일하면서 설레고 흥분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어요.

p228

 조금 더, 조금 더. 발을 멈추면 불안해지게 만드는 그 말이 마음속에서 쉬지않고 맴돈다.

p194

 선택지는 늘었지만 성공 확률은 낮은 시대와, 선택지는 적어도 성공 가능성이 높았던 시대의 차이. 그런 차이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으로도 나타납니다.

p156


 특히, '일(Work)'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적혀 있어 공감을 얻을 요소가 많다.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온 '적성에 맞는 일',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내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이 돈이 되는 일'로 밀리고 있는 우리네가 슬프다. (이것이 비단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수저계급론, 헬조선, N포 세대' 등으로 대변되는 깊은 불안이 터져나오는 슬픈 그림자가 비추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떨어질 줄 모르는 실업률과 불안한 현실에 비정상적인 비율로 치솟는 공무원 지원. 내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에 월급 빼고 모조리 오르는 세상.




 회전 목마를 타고 도는 인재를 차례차례 밀어 떨어뜨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p267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을 지라도 살아가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갈수록 불확실하고 불안해져가는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에휴. 그렇다고 뭐 어쩌겠는가. 살아야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있지 않을까? 살만한 나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너무 큰 바람인가?


 대한민국을 탈.출.해야지만 꿈을 꿀 수 있는 청년들이 슬프다. 분명 어렵고 힘든 것이 타향살이라고 하지만, 타향살이어야 삶을 살 수 있다는 역설.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만났던 이민을 준비했던 사람들, 인종차별에 눈물을 흘린 사람들,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었던 사람들. 재외 동포는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작 한국에 사는 이들은 정체성을 버려야할 정도로 내몰린 지금이 아이러니 하다.



 힘내자. 청년은 물론 우리 모두. 화이팅. 희망을 가져보자.





 부모가 상상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신이 상상하는 '사회' 안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p323

 회사 이름에 의지하지 않고, 사소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모호했던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어요.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p280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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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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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켜라]


[우리 일에 영웅은 필요없어]


[2016. 8. 18 ~ 2016. 8. 25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우리는 이 마을의 만능 해결사야."

p107


 3개월.

기나긴 인생에서 3개월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각자에게 다가올까?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이 '일(Work)'과 관계가 있다면 '일이 일이지 뭐 다를게 있나'라고 나는 얘기하지 않을까. 아무리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더라도(덕업일치), 그것이 일이된다면 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본다.


 내 첫 직장은 어떠했는가.

얘기를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멍청했고, 그때는 왜 그랬고,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오.. 흑역사여...


 그런 면에서 <마을을 지켜라>라는 책은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일을 시작하는 이들의 이상과 현실을 세심하게 잡아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일본 영화를 즐겨본다면 느껴봤을 그 감성. 눈이 펑펑 내리는 장소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주인공과 함께 쏟아지는 격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영화 <러브레터>의 아련한 감정선.


 경찰과 러브레터를 연결 시키는 것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정 대상의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것이 탁월한 영화 <마을을 지켜라>를 봤다고 해야할까.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3개월 동안 따라간 새내기 경찰 '다카기 세이다이'의 모습은 내가 경험한 첫 직장의 설렘, 두려움, 의욕, 좌절, 현실, 이상을 잘 표현해낸 작품이라고 말하겠다.


 희안하게 높은 도덕적 의무를 주어지고, 사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 몇개 떠오른다. 소방관, 경찰... 대부분 공무(公務)와 관련된 공무원 계통을 떠올리는게 대부분이다. 어느 곳이나 쓰레.. 아니,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때(우리는 항상 '일부'라는 단어를 쓰지. 없는 것 같어? 그럼 당신이...) 희안하게 높은 잣대를 정한다.


 인간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하니 '그렇구나.'라고 생각이 되기는 한데. 소방관이나 경찰관을 친구로 두면 '저 놈을 믿어야 하나...'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나니, 결국 공무를 보는 사람도 평범한 사람임은 틀림없다. (그럴바에 정치인을 까자. 당신들은 진짜 좀 잘해야 하잖아?)




 "우리에게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말해두지만 얼굴도 상관없어. 언제든 '순경 아저씨'라고 불리면 그걸로 된거야."

p21

 구경꾼들은 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경찰이 시비건 것'은 잊지 않아.

p31


 악독한 범인을 뒤쫓고 선량한 시민을 지키는 그런 멋진 경찰. 악을 처단하고 선을 위해 헌신하는 영웅적인 경찰. 어릴적 동경해 왔던 경찰은 그랬다. 아니,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거리에 나뒹구는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고, 술취한 취객이 와서 난동을 부려도 화를 낼 수 없고, 일면식도 없는 이가 다가와 뜬금없이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기꺼이 빌려줘야 했던 이런 삶이, 다카기 세이다이가 상상했던 경찰의 모습은 아니였을 것이다.


 동료이자 친구인 미우라는 불심검문으로 공적을 쌓으며 칭찬은 받는데, 자신은 공적은 커녕 경찰봉 챙기는 것을 깜빡하여 칼을 든 괴한에게 당할뻔 하기도 하고, 시도때도없이 주민과 시비가 붙는데 경찰이라는 직업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너, 위세는 좋은데, 뜻밖에 소심하구나."

"섬세하다고 말해주세요."

"입만 살아서."

p272

"이 일이 싫어?"

"- 그렇진 않아요."

"뭔가 달리 하고 싶은 게 있는거야?"

"- 그런 것도 없어요."

"- 그래."

p361 


 이상과 현실. 분명 그 차이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지라도 현장에서 느낀 그 괴리감은 참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져도, 쉬는 날 자유롭게 거리를 거닐어도 경찰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 답답한 주인공은 결국 경찰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 와중에 마을에 수사 본부가 등장할 정도로 불을 지르고 다니는 연쇄 방화범이 등장하고, (소설 흐름상) 당연하게도 방화범의 뒤를 쫓으면서, 다시 주인공이 경찰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클라이막스에서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일에 영웅은 필요없다."

p448

 

 항상 영웅적인 일을 해오면서도 "영웅은 필요없다."라고 말하는 선배의 말이 와닿는다. 아주 어려운 일을 아주 당연히, 일상적인 일인 양 해내는 모습이 멋지면서 존경스럽다. 아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경찰 다카기 세이다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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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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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이런 염병할, 나는 내거야]


[2016. 8. 16 ~ 2016. 8. 18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작은 고양이야, 작은 고양이야.

길에서 뭐하니?

너는 누구 거니, 누구 거니?

이런 염병할, 나는 내거야.

<스톡홀름 라임 中>


 일단. 서평단에 감사한다.

내가 책을 읽는 성향상. 쭉! 읽으면 계속 읽는데 어느 지점에 멈춰 버리면 손을 놔버려서.. 8월에 제대로 읽었다 할 책이 없다. 혹여 있다고 하더라도 '리뷰'가 동반되지 않는 한! 노카운트로 치기 때문에 ... 반강제로(?) 라도 독서를 하게해준 관계자분께 감사한다. (물론... 제끼는 경우도.. 있지만 ...)


 '나는 고양이를 키운다.'는 기분은 평생 모르지 않을까? 꼬꼬마부터 개와 함께 지냈던 기억이 강렬하기도 하지만,  같이 커온 몇몇 반려 동물의 죽음. 마지막으로 12년간 지내온 친구를 무지개 다리로 보낸 뒤로는 지금까지 누구를 곁에 두지 않았다. 아마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


 

 "요즘은 고양이도 키운다.

 아니, 고양이가 나를 키우는 건가?"

p9


 그래서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라는 책이 식상하지만 재미있는 소재가 아닌가 싶다. 반려 동물에 관한 일상 에세이는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라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작가가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궁금하니까 봤다.


 참. 드라마틱 하다.

갑자기 자신의 삶 속으로 폴짝 뛰어들어온 한 마리의 고앙이를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고양이, 성가신 것?, 나비, 귀염둥이, 새침떼기?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매력이지. 작가는 자신의 곁에 서서 같이 걷기 시작한 자그마한 생명체의 집사를 자처한다.



 "나비는 어떻하지?"

p117


 고양이를 위해 직접 잠자리를 제공하고, 밥도 챙겨주고, 집에 전용 출입문을 달고, 오랜 시간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찾으로 다니기도 하는... 이 모든 행동을 읽노라면 드라마의 여느 주인공 처럼 같이 변화하고 같이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 절로 흐뭇해진다.



 

 우리 둘은 잘지내는데 비록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이 역시 공존의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86

 초반에는 보통 사람이 애묘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후반부에는 '박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답게 고양이의 '정신분석'까지 하려고 드는 모습을 보고는 ... 끄응. 웃겼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다.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반려 동물이라는 단어 보다는 애완 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다. '애완'이라는 단어의 뜻이 '곁에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라 귀속. 즉, 소유물의 의미가 강했었는데, 이제는 '짝'이라는 동반자라는 의미를 지닌 '반려'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나라의 반려 동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인데... 과연 이에 따른 합당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을까? 반려라는 이름으로 묶여 집에서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보면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라고 느낄 뿐이라서.


 여하튼 한 마리의 고양이로 인해 회색빛 삶이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좋네 그냥. 고양이가 부럽기도하고...




내 휴식은 큰 계획 속에 포함될 때가 많다. '지금부터 한시간 쉬어야 그 다음해야 될 일이... ... ' 고양이는 그런 유보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지금을 산다.

p172


고양이 이름 짓는 건 어려운 문제,

재미삼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처음 당신은 우릴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고양이에겐 반드시 세 가지 이름이 필요하답니다

우선 가족들이 평상시에 부르는 이름

피터, 오거스터스, 알론조, 제임스 같은 것,

빅터, 조나단, 조지, 빌 베일리 같은 것,

모두 그럴듯한 평상시 이름

더 환상적인 이름도 있지요, 당신이 더 달콤하게 들린다 생각하실 만한

신사분을 위한 것도 있고, 숙녀분을 위한 것도 있어요.

플라톤, 아드메토스, 엘렉트라, 데메테르 같은 것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그럴듯한 평상시 이름


거듭 말씀드리지만, 고양이에겐 특별한 이름이 필요하답니다,

독특한 이름, 좀더 위엄있는 이름,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꼬리를 꼿꼿이 세울 수 있을까요?

어찌 그리 수염을 쫙 펴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런 이름을 몇가지 들어보자면,

문커스트랩, 쿼억소, 코리코팻 같은 이름,

봄바루리나, 젤리로럼 같은 이름ㅡ

오직 한 마리 고양이를 위한 단 하나의 이름.


어쨌거나 아직 한 가지 이름이 더 남아 있으니,

당신은 상상도 못할 이름,

인간이 아무리 연구한들 찾아낼 수 없는 그런 이름ㅡ

고양이 혼자만 알고 있을뿐,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이름

고양이가 심오한 명상에 잠겨 있는 걸 발견하신다면,

그것은 늘 같은 이유

바로 깊은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

자신의 이름을 생각하고 생각하고,또 생각하며 음미하는 시간

말할 수 없는, 말로 하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고 불가해한 단 하나의 이름.


<고양이 이름 짓기(THE NAMING OF CATS) - T.S. 엘리어트(T.S. ELIOT)>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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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 나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이 하나라는 깨달음 아우름 12
김경집 지음 / 샘터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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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정의, 공짜 아님]


[2016. 7. 3 ~ 2016. 7. 18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누구나 정의로운 사회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p4


 '정의'라는 단어를 내 언어로 표현할 문구를 아직 찾지 못했다.

기라성같은 천재들도 콕 집어 '인간은 이렇게 정의 된다.'라고 얘기하지 못하고 성선설, 성악설, 발달 심리학, 개인 심리학 등의 견해를 내어 놓았는데, 내가 뭐라고 저 단어를 쉽사리 언급할 수 있을까.


 약한 자가 선한 것이 아니고 강한 자가 악한 것만도 아니라는 것. 상황에 따라서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 어떤 사건을 보았을 때, 어떤 이는 선을 논하고 어떤 이는 악을 논하는 것. 등등. 개인을 '천성적인 성향과 자라온 환경 + 알파'가 섞여 규정된다고 믿는 나는 정의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한다.


 성향과 환경이 악으로 가득차 있어도 알파라는 선이 더 크다면, 그 사람은 선한 '편'이고, 환경과 알파가 선할지라도 성향이 크게 악하면 악한 '편'이라고. 물론, 귀에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골이인 줏대없는 말이지만 많은 문화에서 '인간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카오스적인 존재이다.'라는 말에 잘 부합되는 설명... 인가?!


 


 정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니까요.

p28

 질서를 강요할 수 없는 선은 악보다 나쁘다.

< 다음 웹툰 : 트레져 헌터 >


 그래서 나는 <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라는 답에 위의 말과 함께 "손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추악한 방관자이자 관조자. 선하지 않은 인간. 선한 빛을 부러워 하는 악의 그림자. 또라이, 싸이코. (실제 별명) 이런 나에게 정의를 묻는다면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연대할 줄 아는' 접두사를 붙여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자 한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지금 악의 세대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기본적인 성격도 있겠지만 이전 세대로 부터 습득한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선을 물려주고 있는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너무 비관적인가? 뉴스를 끊어야 겠어...) 그래서 선을 택해야 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하는 그의 호기로움이 빛난다.


 

 "얘야, 혼자 된게 힘들자? 하지만 넌 고립된게 아니라 고독을 느낄 수 있게 된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중략)

p53


 하지만 묻고 싶다. 왕따가 된 아이에게 위와 같이 말하는 것은 자식이 왕따를 당할 때 "니가 잘못해서 왕따가 된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것과 같이 아슬아슬한 질문이 아니겠냐고. (당해보면 얼마나 더러운지 알지) 남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해 왕따를 시키는 가해자가 걸렸을 때 과연 진정성 있는 뉘우침을 하겠냐고. 그냥 잘못걸렸다고 말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이전 세대로 부터 습득한 것이 그러니까 말이다.

​ 그래서 잊어버릴만 하면 "청소년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뉘앙스의 뉴스를 볼 때마다 코웃음이 난다. 과연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얼마나 올바르게 살고 있냐고. 비단 교육의 문제로 몰아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강자가 언제든 약자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사회에 대해 사람들이 믿음과 충성을 가질 수 있을 까요? 언제든 기회가 주어지면 탈출해서 그 끔찍한 나라에서 벗어날 마음을 키울 겁니다. 그러면 그 국가나 사회는 곧 무너집니다.

p61

​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피해자와 똑같이 분노할 수 있을 때 정의는 실현된다.

p68


 대한 민국이라는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 각종 혐오의 프레임이 존중과 배려, 이해와 관용으로 다시 방향을 잡으려면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자유와 책임을 다하고 존중과 배려, 이해와 관용으로 무장한 정의로운 이가 선의 명맥을 잇고 있음을 주위에서 찾아 볼 수 있으니까.


 내가 죽음에 이르러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 "나는 정의롭게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음을 믿는다. 실천할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정의가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보편의 문제이며 가치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p159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불행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p168




<책 속의 책>

1. 정의론 - 존 롤스

2. 리바이어던 (계약 사회론에 관한 책)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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