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이런 염병할, 나는 내거야]


[2016. 8. 16 ~ 2016. 8. 18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작은 고양이야, 작은 고양이야.

길에서 뭐하니?

너는 누구 거니, 누구 거니?

이런 염병할, 나는 내거야.

<스톡홀름 라임 中>


 일단. 서평단에 감사한다.

내가 책을 읽는 성향상. 쭉! 읽으면 계속 읽는데 어느 지점에 멈춰 버리면 손을 놔버려서.. 8월에 제대로 읽었다 할 책이 없다. 혹여 있다고 하더라도 '리뷰'가 동반되지 않는 한! 노카운트로 치기 때문에 ... 반강제로(?) 라도 독서를 하게해준 관계자분께 감사한다. (물론... 제끼는 경우도.. 있지만 ...)


 '나는 고양이를 키운다.'는 기분은 평생 모르지 않을까? 꼬꼬마부터 개와 함께 지냈던 기억이 강렬하기도 하지만,  같이 커온 몇몇 반려 동물의 죽음. 마지막으로 12년간 지내온 친구를 무지개 다리로 보낸 뒤로는 지금까지 누구를 곁에 두지 않았다. 아마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


 

 "요즘은 고양이도 키운다.

 아니, 고양이가 나를 키우는 건가?"

p9


 그래서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라는 책이 식상하지만 재미있는 소재가 아닌가 싶다. 반려 동물에 관한 일상 에세이는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라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작가가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궁금하니까 봤다.


 참. 드라마틱 하다.

갑자기 자신의 삶 속으로 폴짝 뛰어들어온 한 마리의 고앙이를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고양이, 성가신 것?, 나비, 귀염둥이, 새침떼기?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매력이지. 작가는 자신의 곁에 서서 같이 걷기 시작한 자그마한 생명체의 집사를 자처한다.



 "나비는 어떻하지?"

p117


 고양이를 위해 직접 잠자리를 제공하고, 밥도 챙겨주고, 집에 전용 출입문을 달고, 오랜 시간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찾으로 다니기도 하는... 이 모든 행동을 읽노라면 드라마의 여느 주인공 처럼 같이 변화하고 같이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 절로 흐뭇해진다.



 

 우리 둘은 잘지내는데 비록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이 역시 공존의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86

 초반에는 보통 사람이 애묘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후반부에는 '박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답게 고양이의 '정신분석'까지 하려고 드는 모습을 보고는 ... 끄응. 웃겼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다.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반려 동물이라는 단어 보다는 애완 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다. '애완'이라는 단어의 뜻이 '곁에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라 귀속. 즉, 소유물의 의미가 강했었는데, 이제는 '짝'이라는 동반자라는 의미를 지닌 '반려'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나라의 반려 동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인데... 과연 이에 따른 합당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을까? 반려라는 이름으로 묶여 집에서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보면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라고 느낄 뿐이라서.


 여하튼 한 마리의 고양이로 인해 회색빛 삶이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좋네 그냥. 고양이가 부럽기도하고...




내 휴식은 큰 계획 속에 포함될 때가 많다. '지금부터 한시간 쉬어야 그 다음해야 될 일이... ... ' 고양이는 그런 유보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지금을 산다.

p172


고양이 이름 짓는 건 어려운 문제,

재미삼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처음 당신은 우릴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고양이에겐 반드시 세 가지 이름이 필요하답니다

우선 가족들이 평상시에 부르는 이름

피터, 오거스터스, 알론조, 제임스 같은 것,

빅터, 조나단, 조지, 빌 베일리 같은 것,

모두 그럴듯한 평상시 이름

더 환상적인 이름도 있지요, 당신이 더 달콤하게 들린다 생각하실 만한

신사분을 위한 것도 있고, 숙녀분을 위한 것도 있어요.

플라톤, 아드메토스, 엘렉트라, 데메테르 같은 것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그럴듯한 평상시 이름


거듭 말씀드리지만, 고양이에겐 특별한 이름이 필요하답니다,

독특한 이름, 좀더 위엄있는 이름,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꼬리를 꼿꼿이 세울 수 있을까요?

어찌 그리 수염을 쫙 펴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런 이름을 몇가지 들어보자면,

문커스트랩, 쿼억소, 코리코팻 같은 이름,

봄바루리나, 젤리로럼 같은 이름ㅡ

오직 한 마리 고양이를 위한 단 하나의 이름.


어쨌거나 아직 한 가지 이름이 더 남아 있으니,

당신은 상상도 못할 이름,

인간이 아무리 연구한들 찾아낼 수 없는 그런 이름ㅡ

고양이 혼자만 알고 있을뿐,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이름

고양이가 심오한 명상에 잠겨 있는 걸 발견하신다면,

그것은 늘 같은 이유

바로 깊은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

자신의 이름을 생각하고 생각하고,또 생각하며 음미하는 시간

말할 수 없는, 말로 하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고 불가해한 단 하나의 이름.


<고양이 이름 짓기(THE NAMING OF CATS) - T.S. 엘리어트(T.S. ELIOT)>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