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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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켜라]


[우리 일에 영웅은 필요없어]


[2016. 8. 18 ~ 2016. 8. 25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우리는 이 마을의 만능 해결사야."

p107


 3개월.

기나긴 인생에서 3개월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각자에게 다가올까?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이 '일(Work)'과 관계가 있다면 '일이 일이지 뭐 다를게 있나'라고 나는 얘기하지 않을까. 아무리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더라도(덕업일치), 그것이 일이된다면 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본다.


 내 첫 직장은 어떠했는가.

얘기를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멍청했고, 그때는 왜 그랬고,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오.. 흑역사여...


 그런 면에서 <마을을 지켜라>라는 책은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일을 시작하는 이들의 이상과 현실을 세심하게 잡아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일본 영화를 즐겨본다면 느껴봤을 그 감성. 눈이 펑펑 내리는 장소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주인공과 함께 쏟아지는 격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영화 <러브레터>의 아련한 감정선.


 경찰과 러브레터를 연결 시키는 것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정 대상의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것이 탁월한 영화 <마을을 지켜라>를 봤다고 해야할까.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3개월 동안 따라간 새내기 경찰 '다카기 세이다이'의 모습은 내가 경험한 첫 직장의 설렘, 두려움, 의욕, 좌절, 현실, 이상을 잘 표현해낸 작품이라고 말하겠다.


 희안하게 높은 도덕적 의무를 주어지고, 사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 몇개 떠오른다. 소방관, 경찰... 대부분 공무(公務)와 관련된 공무원 계통을 떠올리는게 대부분이다. 어느 곳이나 쓰레.. 아니,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때(우리는 항상 '일부'라는 단어를 쓰지. 없는 것 같어? 그럼 당신이...) 희안하게 높은 잣대를 정한다.


 인간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하니 '그렇구나.'라고 생각이 되기는 한데. 소방관이나 경찰관을 친구로 두면 '저 놈을 믿어야 하나...'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나니, 결국 공무를 보는 사람도 평범한 사람임은 틀림없다. (그럴바에 정치인을 까자. 당신들은 진짜 좀 잘해야 하잖아?)




 "우리에게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말해두지만 얼굴도 상관없어. 언제든 '순경 아저씨'라고 불리면 그걸로 된거야."

p21

 구경꾼들은 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경찰이 시비건 것'은 잊지 않아.

p31


 악독한 범인을 뒤쫓고 선량한 시민을 지키는 그런 멋진 경찰. 악을 처단하고 선을 위해 헌신하는 영웅적인 경찰. 어릴적 동경해 왔던 경찰은 그랬다. 아니,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거리에 나뒹구는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고, 술취한 취객이 와서 난동을 부려도 화를 낼 수 없고, 일면식도 없는 이가 다가와 뜬금없이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기꺼이 빌려줘야 했던 이런 삶이, 다카기 세이다이가 상상했던 경찰의 모습은 아니였을 것이다.


 동료이자 친구인 미우라는 불심검문으로 공적을 쌓으며 칭찬은 받는데, 자신은 공적은 커녕 경찰봉 챙기는 것을 깜빡하여 칼을 든 괴한에게 당할뻔 하기도 하고, 시도때도없이 주민과 시비가 붙는데 경찰이라는 직업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너, 위세는 좋은데, 뜻밖에 소심하구나."

"섬세하다고 말해주세요."

"입만 살아서."

p272

"이 일이 싫어?"

"- 그렇진 않아요."

"뭔가 달리 하고 싶은 게 있는거야?"

"- 그런 것도 없어요."

"- 그래."

p361 


 이상과 현실. 분명 그 차이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지라도 현장에서 느낀 그 괴리감은 참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져도, 쉬는 날 자유롭게 거리를 거닐어도 경찰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 답답한 주인공은 결국 경찰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 와중에 마을에 수사 본부가 등장할 정도로 불을 지르고 다니는 연쇄 방화범이 등장하고, (소설 흐름상) 당연하게도 방화범의 뒤를 쫓으면서, 다시 주인공이 경찰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클라이막스에서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일에 영웅은 필요없다."

p448

 

 항상 영웅적인 일을 해오면서도 "영웅은 필요없다."라고 말하는 선배의 말이 와닿는다. 아주 어려운 일을 아주 당연히, 일상적인 일인 양 해내는 모습이 멋지면서 존경스럽다. 아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경찰 다카기 세이다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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