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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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


[옛 종족 최후의 생존자]


[2016. 8. 28 ~ 2016. 8. 29 완독]



 

스포일러 포함.




 중고 책방에서 득템한 책. 괴기스러운 표지가 취향은 아니지만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의 원작일 것이라는 느낌과 2005년에 나와 지금 보지 않으면 못볼 것 같다는 절판본에 대한 압박감으로 샀던 책. 사실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은 맞았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책으로 찍혀나오는 어마어마한 전설을 찍고 있는 책이었다. (오.. 몇쇄여 이건?.. 여담으로 <죽은자의 대변인>보고싶다... 중고 10만원! 망할! 원서를 팔길래 사옴. > 읽을 수는 있으나 오래걸림 > 보기싫다. > 보고싶다. > 비싸 > 원서는... 무한루드 中)



 한 시간 후면 놈들이 몰려올 것이다. 더러운 괴물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다.

p14


 로버트 네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인간. 매일 밤, 자신을 찾아오는 괴물들이 훼손하는 집을 수리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마늘의 향을 확인하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전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자신과 같은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 네빌의 봄에 흐르는 신선한 피를 빨기 위해서 찾아오는 괴물들은 한때는 이웃이자 동료이자 친구였던 사람들.




 그는 외로움을 아는 남성이다.

p11

 침묵이 부끄러우면서도 차가운 손으로 그의 목을 졸랐다.

p42


 멸망한 세상에 자신 뿐이라면? 그리고 밤마다 찾아와 목숨을 탐하는 괴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끔직하다.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이 무생물인 배구공에 얼굴을 그려주고 항상 데리고 다니며 말을 걸었던 것처럼, 사람은 그 어떤 누군가와라도 관계를 맺어야 살 수 있는 동물이다.


 단 한명이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나 네빌은 오로지 혼자. 차가운 침묵, 술이 아니면 하루를 보내기가 버거울 정도로 삶은 피폐해져 간다. 어느 날, 등장한 잡종견(도그밋)에 기뻐하고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상처를 입고 돌아온 개가 죽어 다시 그는 혼자가 된다.



 놈의 머리를 쓰다듬는 촉감을 느끼고 싶어 온몸이 욱신거렸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싶었다. 이 못생기고 더러운 개를 말이다.

p130

 "이제 곧 괜찮아질 거란다. 금방 좋아질거야."

...(중략)...

 일주일 후 개는 죽고 말았다.

p130

 

  어떠한 관계도 만들 수 없는 그에게 남은 것은 집 주위를 서성이는 괴물뿐. 네빌은 마늘, 십자가, 말뚝을 들고 괴물을 사냥하러 다닌다. 세상이 어떻게 망한지 모르는 네빌, 어떻게 괴물이 나타나게 된지 모르는 네빌. 분노를 몸에 두른체 사냥하러 다니는 그의 앞에 괴물이 햇볕에 치명상을 입고 바스라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거다!

신체 여러곳에 말뚝을 박아보기도하고, 괴물을 잡아 혈액을 채취하기도 하고, 성서를 읽어주기도 하는 등 괴물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하는 네빌앞에 나타난 여인, 루스. 분명 낮에도 돌아다니고 인간의 말을 하지만 그녀가 의심스러운 그는 경계를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피를 채취해 괴물인지 아닌지 판별해 내려는 순간. 네빌은 그녀에게 공격을 받고 그녀는 도망간다. 과연 그녀는 괴물이었단 말인가?




 로버트 네빌, 옛 종족 최후의 생존자.

p217





다시 한번 스포일러.



 인간이 멸망하거나 궁지에 몰린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종류의 소설. 유일한 생존자인 네빌의 고뇌를 그려내는 것을 물론, 고뇌가 '괴물'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승화하는 것까지 해피하게 진행된다. 그러다 루스라는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오면서 <나는 전설이다>의 전개는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괴물'병'을 치료하기 위해 괴물을 사냥하는 '인류의 희망'이었던 이미지가 괴물이 되는 병을 받아들이고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루스로 인해 네빌은 '없어져야할 구시대 유물'로 탈바꿈되는 모습이 신선하다. 자살까지 생각했던 비참한 삶을 끌어올린 '치료'라는 좋은 목적이 어느 순간 다른 종족을 살해하는 살해자가 되고, 처단해야할 대상이 되어버렸을 때.


 인류의 희망에서 비롯된 '전설'이 아니고, 다음 종족이 전면에 등장하기 직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설'이라니.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은 제치고 세상에 등장하는 그런 모습이 이러하지 않을까? 영원할 것 같았던 인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이라니...


 <나는 전설이다>에 그려지는 '신인류'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은 아닐지라도... 아니.. 너무 심한데? 이미 생명의 피를 섭취하는 반 흡혈귀의 모습을 마약(?!)으로 통제하여 이성을 유지하는 신인류라... <지구 최후의 사나이> <오메가 맨> <나는 전설이다>라는 3편의 영화의 모티브가 된 소설 답게 참혹한 미래를 잘(?) 그려낸 책이다.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참, 사망 시간은 언제인가요?"

...(중략)...

"내가 집에 가자마자죠"

 그는 넋이 나간 시선으로 섬뜩한 강철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칼날을 만져 보았다. 정말 아름다워. 그가 중얼거렸다. 살짝만 그어도 피를 뿜어낼 듯한 예기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나 특별한 존재감인가!



 <나는 전설이다>이후에 수록된 단편은 아내를 죽일려는 남편이 손수 장례식자을 예약하는 모습을 그린 <아내의 장례식>. 전장(戰場)을 휘어잡는 미지의 마녀들. 괴물의 장례식. 무심하게 던지기 놀이를 하는 남자 등 가끔은 '이건 뭔 내용이야?'라는 단편과 '섬뜩해서 얼른 넘어가야지'라는 단편이 섞여, 표현하기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물론, <나는 전설이다>가 주된 내용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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