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와 스마트폰이 늘면서 혼자 고개숙이고 다니는 사람이 늘었다. 가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짜증이 이~만큼 날때가 있는데, 전철에서 내려 출구로 가는 계단이다.  혼자 보고 즐기느라고 계단을 잘 내려가지 못한다. 뒤에서는 사람들이 쏟아지는데 동영상 보는 분들의 안전을 위해서 무더기로 천천히 내려가느라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정체가 일어난다.  나 참... 저것들 TV보라고 내가 계단에서 대기해야 하다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눈귀 모두 막힌 사람이라고 확 밀어버릴수도 없고..

 겨우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짜증이 여기서 그치면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없지. 앞에가는 사람이 퇫! 침을 옆으로 뱉고 간다. 지는 옆이겠지만 그 길은 0.1초만 걸음이 빨랐더라도 내 허벅지가 될 수도 있었던 위치다.  아 드러!  몸에 맞지 않은걸 고맙게 여겨야 하는 건가.. 빠른 걸음으로 저딴 녀석은 제낀다. 침으로 세례를 받고 싶진 않으니까.  

매일보는 풍경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거슬리는 거리풍경. 오토바이나 화물들로 길은 좁아질대로 좁아져서 전철역앞 4거리 도로인데도 일렬로 다녀야 할만큼 길은 좁아져 있다.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있는 이 오토바이. 숨이 막히는 매연을 코 앞에서 내 뿜는데, 이건 지가 사람인줄 아나..  횡단보도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도 꼴사납기는 마찬가지.  이건 아예 칼을 들이밀고 비키라고 하는거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나 어릴적에 자전거로 횡단보도를 건널때는 내려서 끌고 가야한다고 배웠다. 어릴땐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고 시키는대로 했지만 지금은 안다.

근데 오늘따라 왜 이러냐?  앞에서 담배연기가 폴폴.  옛날 증기기관차를 탄 사람들이 이랬을까? 앞차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를 피할 수 없는 고통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욕을 하는거나 길거리에서 담배피는거나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말이다.  백배공감한다.  내가 용기가 있다면 욕을 실컷 해주었을텐데.. 담배피는 사람이 반발하면 너나 나나 같은 거니 따지지 말고 꺼지라고 해주고 싶었는데 그냥 이런 복잡한 생각은 머리속에 담고 버스를 탄다. 보행중 흡연이 불법이 되는 날을 기다리며..

오늘은 버스도 배차가 늦었나보다. 날라간다. 첫 코너를 도는데 의자를 이탈해서 바닥에 떨어질뻔 했다. 조그만 턱에 걸려도 롤러코스터를 탄듯 엉덩이가 들썩인다.  드디어 어느 아주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기사 아저씨, 버스를 너무 난폭하게 모시는 것 같아요" ,  "아네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기는 개뿔.   교통상황과 빡빡한 배차로 운전기사들도 사업주의 채찍질에 고생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걸로는 대충 30%정도 밖에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 70%는 기사의 자질부족이 원인이라는 생각.  당신이 모는건 여객차지 화물차가 아니란 말이다! (보통 시계나 광고판이 붙어있는 버스내 전면유리 위쪽부분에 기사와 승객 모두가 잘 볼수 있게 기사 이름을 게시하면 어떨까 싶다. 이름이 걸린 일이라면 좀 더 책임있게 행동하지 않을까?)

버스는 어쨌든 동네에 무사히 나를 데려다 주었다. 여러번의 분노게이지 폭발을 막아냈고, 폐속에 그을음이 조금 얹히기는 했겠지만 전철이든 버스든 오토바이든 자전거든 사고같은건 내지 않았다. 

운수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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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행히도 통근시간이 매우 긴편에 속하는 직장인이다. 모 자기계발서적의 저자는 성공하려면 출퇴근 시간이 길면 안된다고 했는데 나는 성공해야 (이사라도 해서) 출퇴근시간이 줄어들게 아니냐고 항변하며 서울 외곽 주민도 아닌 경기도민으로써의 고난을 근근히 견디고 있다.
 
긍정적인 사고를 적용해본다면 통근시간이 긴게 그닥 나쁜 것도 아니다. 내 독서의 팔할은 출퇴근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통근 시간이 짧았다면 잠을 더 잤거나 인터넷을 더 했거나 빈둥대는 시간이 더 길어질뿐이었을 것이다. 암튼 그렇다. 다만 늘어난 교통비는 어쩔수 없고.
 
요새는 새벽에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야해서 절대수면시간이 부족했다. 잠을 못 잔 날이면 어김없이 회사에서 졸게되기 때문에 출퇴근하는 전철에서 토막잠을 자는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평소에 즐겨보는(?) 인문사회서적은 피곤한 몸으로 10분정도만 봐주면 스르르 잠이 오기 때문에 독서하는 버릇이 숙면(^^)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는데 이 놈의 소설류는 영 '아니올시다' 다.
 
잠깐보다 잠이나 잘려고 집어든 소설을 읽다보면 정신을 잃고 빠져들어가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말하고 싸우고 고민하고.. 그러다보면 곧 내려야 할 정거장에 오거나 가끔 지나치기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읽을때는 정신이 또랑또랑했는데 회사에서는 오전부터 어찌나 졸린지.....  이래서 소설 같은건 함부로 집어드는게 아닌데...  


'소수의견'은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지명과 결말이 다를 뿐 같은 사건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결말이 현실과 다르다는게 슬픈 점이지만(소설의 결말은 현실보다 희망적이다.) 소설을 읽으면서까지 울분을 쌓을 필요는 없으므로 나름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법정싸움을 다루다보니 어느정도 교양지식도 얻을 수 있는 건 덤이다.
 
소설 마지막에 결국 국가와 공권력의 정당성을 대변하다가 검사 옷을 벗고 변호사가 된 홍검사가
주인공에게 찾아와서 하는 말이 있다. 주인공인 윤변호사는 자신(홍검사)이 국가의 조직적인 은폐 지시나 명령을 받고 행동한걸로 생각했겠지만 그건 착각이라고 말이다.
자신은 그런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사건을 은폐조작한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주인공은 별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할말이 있다.
"홍검사, 당신 스스로의 판단이라 생각하는것이야 말로 착각이오. 국가라는 시스템은 당신 같이
스스로 길들여진 자들을 채용해 왔을 뿐이야. 길들여지지 않았다면 검사 자리를 차지할 일도 없었겠지"   


 
우연적인 요소가 잦다는 점이 거슬리고  주인공이 좀 덜 매력적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주인공은 근근히 살다가 우연히 이 사건에 뛰어들었을 뿐 어떤 뚜렸한 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흥행성 있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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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식당TV에서 매몰된 칠레광부의 첫 구출자 소식을 생중계로 보았습니다.
69일만에 600m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1시간에 1명씩, 33명이니 모두 구출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큰 탈이 없는 한 모두 구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반대편 무명이었던 광부들의 이야기지만 구출되는 모습을 보니 울컥하는 느낌이 드네요.
극한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환한 저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첫번째로 구출된 광부의 이름이 플로렌시오 아발로스..
 아발로스?
흠... 듣고보니 며칠전 구입한 아발론 연대기가 생각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아발론이라는 영화도 있었고.. 아발론이 뭔가 좋은 의미가 있나보다 싶어 갑자기 검색을 해봅니다.

역시 아더왕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군요. 회사라서 짧게 대충 보고 말았는데 '아더왕의 시신이 있는 장소',  북구 신화에 흔히 나오는 일종의 이상향인 '사과의 섬' 뭐 대충 이런 의미가 있다고 나옵니다. 아발론(avalon)의 어원으로 추정되는 abal 이 사과라는 뜻이라니 apple을 생각해 볼때 말이 되는 것 같기도하고 암튼 재미있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3번째 구출자가 나왔군요.
 

그나저나 현장으로 달려온 아내들(?)이 서로 알게되는 바람에
두집살림이 들통난 광부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군요.
이런걸 살아도 살아있는게 아니라고 하는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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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0-10-14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두집살림사건이 있었군요..

귀를기울이면 2010-10-14 22:55   좋아요 0 | URL
뉴스에 보니 아내는 집에 가버리고 애인(?)이 맞아주었다고 하네요. 하여간 제각기 참 사연많은 분들이더군요.
 

날씨 좋고 토요일이고 북페스티벌도 한다길래 식구들이 모두 나들이에 나섰다. 길이 막혀서 오가는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다들 그럭저럭 만족해한 하루였던것 같다.  특히나 나는 아이 책이나 좀 건져볼까 하고 무심코 갔다가 생각지 않은 책을 발견하고 내 책을 잔뜩(1질 8권) 사고 말았는데 절판으로 사기 힘든 책을 가격도 저렴하게 구했으니 운수좋은 날이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구입한 아발론연대기 전집 

   

4만원에 팔고 있어서 (그래도 고민고민하다가) 집어들었는데 택배는 안된다고해서 들고 다녔다. 광화문 나들이까지 하고 집에 오니 손이 아직도 얼얼... 돌베개같은데는 택배 된다고 되어 있던데...   집에서 하나씩 꺼내보니 흠잡을데 없는 물건들인데 마지막 8권은 인쇄년도가 다르고 책 밑에 작은 도장도 있는걸 보니 다른 서점에서 반품 받은걸로 끼워 넣은것처럼 보인다. 인터넷에 낱권은 8권만 품절인걸 보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듯.  

이제 읽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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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종료] 7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1.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피렌체,시간에잠기다.]

  여유롭게 도시를 거닐며 역사를 음미하는 여행의 좋은 예를 보여준게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여행기를 거의 읽어본 적이 없고 또 좋지 않은 선입관이 있었는데
   그걸 극복하게 해 준 책이네요
  
 

2.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피렌체,시간에잠기다
 2 게임하는인간 호모루두스
 3 이야기그림이야기
 4 하찮은인간호모라피엔스
 5 자연스러운건축


 그리고 늦게 와서 아직 읽지 못했으나 분명 순위안에 들으리라 생각되는 책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3.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오늘날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삶은, 과학과 기술을 한껏 활용하되 
  그것이 우리에게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온전한 정신을 주리라는 환상에는 굴복하지 않는 삶이다. 
  평화를 추구하되, 전쟁 없는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은 갖지 않는 삶이다. 자유를 추구하되, 
  자유라는 것이 무정부주의와 전제주의 사이에서 잠깐씩만 찾아오는 가치라는 점을 잊지 않는 삶이다.

  [호모 라피엔스] 중에서..

  인상깊은 문구지만, 동의하지는 않는 답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군요.

 

4. 평가단을 마치며

  장르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읽기 편치만은 않은 책들도 있어서 애를 먹은 경우도 있고 
  여러 개인 사정과 겹쳐서 서평을 마감에 맞추느라 다른 일을 제껴야 한 적도 있고
  하여간 정신없이 3개월이 지났군요.

  마감에 쫓기는 의무적인 책읽기가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스스로는 알지도 관심갖지도 않았을
  좋은 책들을 만날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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