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행히도 통근시간이 매우 긴편에 속하는 직장인이다. 모 자기계발서적의 저자는 성공하려면 출퇴근 시간이 길면 안된다고 했는데 나는 성공해야 (이사라도 해서) 출퇴근시간이 줄어들게 아니냐고 항변하며 서울 외곽 주민도 아닌 경기도민으로써의 고난을 근근히 견디고 있다.
 
긍정적인 사고를 적용해본다면 통근시간이 긴게 그닥 나쁜 것도 아니다. 내 독서의 팔할은 출퇴근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통근 시간이 짧았다면 잠을 더 잤거나 인터넷을 더 했거나 빈둥대는 시간이 더 길어질뿐이었을 것이다. 암튼 그렇다. 다만 늘어난 교통비는 어쩔수 없고.
 
요새는 새벽에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야해서 절대수면시간이 부족했다. 잠을 못 잔 날이면 어김없이 회사에서 졸게되기 때문에 출퇴근하는 전철에서 토막잠을 자는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평소에 즐겨보는(?) 인문사회서적은 피곤한 몸으로 10분정도만 봐주면 스르르 잠이 오기 때문에 독서하는 버릇이 숙면(^^)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는데 이 놈의 소설류는 영 '아니올시다' 다.
 
잠깐보다 잠이나 잘려고 집어든 소설을 읽다보면 정신을 잃고 빠져들어가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말하고 싸우고 고민하고.. 그러다보면 곧 내려야 할 정거장에 오거나 가끔 지나치기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읽을때는 정신이 또랑또랑했는데 회사에서는 오전부터 어찌나 졸린지.....  이래서 소설 같은건 함부로 집어드는게 아닌데...  


'소수의견'은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지명과 결말이 다를 뿐 같은 사건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결말이 현실과 다르다는게 슬픈 점이지만(소설의 결말은 현실보다 희망적이다.) 소설을 읽으면서까지 울분을 쌓을 필요는 없으므로 나름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법정싸움을 다루다보니 어느정도 교양지식도 얻을 수 있는 건 덤이다.
 
소설 마지막에 결국 국가와 공권력의 정당성을 대변하다가 검사 옷을 벗고 변호사가 된 홍검사가
주인공에게 찾아와서 하는 말이 있다. 주인공인 윤변호사는 자신(홍검사)이 국가의 조직적인 은폐 지시나 명령을 받고 행동한걸로 생각했겠지만 그건 착각이라고 말이다.
자신은 그런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사건을 은폐조작한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주인공은 별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할말이 있다.
"홍검사, 당신 스스로의 판단이라 생각하는것이야 말로 착각이오. 국가라는 시스템은 당신 같이
스스로 길들여진 자들을 채용해 왔을 뿐이야. 길들여지지 않았다면 검사 자리를 차지할 일도 없었겠지"   


 
우연적인 요소가 잦다는 점이 거슬리고  주인공이 좀 덜 매력적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주인공은 근근히 살다가 우연히 이 사건에 뛰어들었을 뿐 어떤 뚜렸한 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흥행성 있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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