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승주나무 > 분명히 다른 두 연구자像

정말 답답합니다. 황우석 씨가 아직도 진실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의 믿음, 황우석 씨가 진실을 밝히고 백의종군 혹은 자연인으로 물러서기를 바라는 믿음은 같습니다. 불확실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헛된 꿈일 뿐입니다. 이 문제는 과학적으로 해명이 되어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황우석 씨가 진실에 참여하리라는 믿음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반성에만 의존하는 사람(매일같이 반성하는 사람)'과 '우연에 의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츠버그의 김 연구원의 말 한마디에 의해서 많은 사람이 바보가 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촌극은 우리나라의 과학계와 언론이 모두 우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점에 있어서 'PD수첩과 MBC가 9회말에 만루홈런을 쳤다!'는 말도 못마땅합니다. 황우석 씨의 회견을 듣다가 티비를 꺼버렸는데, 과학에 문외한인 저조차도 그가 핵심을 벗어난 '연막전술'을 쓰고 있으며, 과학계와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오직 언론과 국민을 향해서만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실하다면 단순한 표현으로 알아듣기 쉽게 핵심만을 말해야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도(하반신불수 환자조차도) '황'의 이야기보다 '노'의 이야기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말하는 까닭입니다.

 "마음 속으로는 노이사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기를 바라지만 황교수보다는 노이사장 쪽의 얘기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경향신문, 12/17, 종합 6면)

저는 과학적 해명 문제와는 별개로 황우석 박사의 인간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것은 추측성 글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난에 처한 과학자의 처신을 보여주는 하나의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이 연구자와 황우석 박사는 분명히 다른 연구자상을 보여줍니다.

“나로서는 아직도 그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군요. 나는 사람들은 그 결단에 있어서는 시종일관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어떤 일정한 주위환경과 일정한 언어와 사고영역에 태어나서 매우 어릴 때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상 그는 그 영역에서 가장 적절하게 생장할 수 있으며 또 그곳에서 가장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인 경험에서 미루어본다면 어느 나라든 조만간 혁명과 전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때마다 미리 이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확실히 합리적인 충고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상 모든 사람이 이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가능한 한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하여야 하며, 도망갈 생각부터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파국을 자기들 스스로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와 같은 요청은 모든 파국을 미리 방지해야겠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요구가 부당한 것이라는 점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개개인이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민중이 완전히 잘못된 길로 휩쓸려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경우에 그 자신의 탈출도 단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니까요. 다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점은 이런 경우에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일반적인 규칙은 존재할 수 없으며,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결단을 자기 스스로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때 그 결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아마도 둘 다 옳을 것입니다. 나는 몇 년 전에 독일에 남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아마도 그 결심은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제 와서 그 결심을 변경시켜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엄청난 불의와 불행이 초래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이미 알았으며, 그러한 결정에 대한 전제들이 아직도 전혀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말씀하시는 것은 모두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 바로 그러한 질문을 천 번이나 스스로에게 반복하였습니다. 저 협소한 유럽에서 이 넓은 나라로 이민을 올 수 있는 가능성은 저에게는 끊임없는 유혹의 씨였습니다. 아마도 그때에 나는 이민을 했어야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머물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과학에서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데 공헌하고, 전쟁 후에 독일에서 훌륭한 과학을 재건코자 하는 뜻 있는 젊은이들을 나의 주위에 모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이 젊은이들을 버린다면 그들은 나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곳으로 이주한다는 것은 우리보다는 훨씬 더 어려울 것이고, 이곳에서 쉽게 직장을 찾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 내가 이와 같은 나의 이점을 단순히 나를 위해서만 이용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 :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페르미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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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5-12-17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을 해주시는 분은 '라주미한' 아니 '라주미힌'(ㅋㅋ)님이셨군요. 그런데 오탈자가 하나 있어서 정정합니다. 맨 윗줄에서 여덟 번째 줄이자, 첫 단락 끝에서 네 번째에 '연말전술'을 '연막전술'로 고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계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라주미힌 2005-12-1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했습니다 ㅎㅎ